《폭싹 속았수다》로 들여다봤다…미디어 속 제주 여성들 작성일 04-05 67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작품 속에 투영된 제주의 정신, ‘살민 살아진다’</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GtmIoXQ0FV"> <p contents-hash="93b69e7a5ce6f8f1bf70410e990ad4ffdb460854a0ce4ff39915443735a0a0a6" dmcf-pid="H0IlN1Ruz2" dmcf-ptype="general">(시사저널=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p> <p contents-hash="871da71953c51232c57e8749b4a0e3a59842198ac27d2e0bf65058f0a0e2637e" dmcf-pid="XpCSjte7p9" dmcf-ptype="general">"두고 봐라, 요 꽃물 빠질 즈음 되면 산 사람은 또 잊고 살아져. 살면, 살아져. 죽어라 팔다리를 흔들면 검은 바다 다 지나고 반드시 하늘 보여. 반드시 숨통 트여."</p> <p contents-hash="445564d44a8597af72edcd0f7bf3201c481a73ebef3204923f806485cb159f3b" dmcf-pid="ZUhvAFdzUK" dmcf-ptype="general">시청자를 울리며 막을 내린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첫 에피소드에서 해녀 엄마 광례(염혜란)가 어린 딸 애순의 손에 봉숭아 물을 들여주며 하는 말이다. 눈은 웃고 있지만 엄마는 자꾸 목이 멘다. '숨병'에 걸려 죽을 날을 기다리는 처지였다. 유언처럼 남긴 엄마의 말은 수차례 기적처럼 되돌아와 《폭싹 속았수다》를 관통한다. 어느덧 엄마가 된 애순(아이유)이 바다에서 자식을 잃고 바닥으로 잠길 듯 꺼진 날, 꿈에서 엄마가 나타나 다시금 말을 건넨다. "살민 살아진다"고. 꿈에서 엄마를 만난 날, 애순은 무거운 몸을 일으켜 생을 다시 붙잡는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50c9cade00782b7a0d0469df736d968236fff77990159876b406fc5717e796d0" dmcf-pid="5ulTc3Jq3b"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포스터 ⓒ넷플릭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4/05/sisapress/20250405140004650xvqv.jpg" data-org-width="800" dmcf-mid="QBFpvfwMpP"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4/05/sisapress/20250405140004650xvqv.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포스터 ⓒ넷플릭스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2b9563f77f61db648d83128f363e9fd1fec79a70ee1f31fab49315094b78d4ad" dmcf-pid="17Syk0iBpB" dmcf-ptype="general"><strong>후천적으로 길러진 억척스러움</strong></p> <p contents-hash="438efb7065922b38dce5fcee2bf7b3911ea72767a2513c87d7c2d1f131bd7b11" dmcf-pid="tzvWEpnb7q" dmcf-ptype="general">살면 살아진다. 제주도 방언으로는 정확히 "살암시믄 살아진다"다. 제주 사람들에겐 꽤 익숙한 말이다. '제주 삼촌(어르신의 제주 방언)'들이 자주 내뱉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거센 풍랑에 삶이 휘둘릴 때, 슬픔이 느닷없이 들이닥칠 때, 누군가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살암시믄 살아진다"고. 그것은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위안의 언어이자, 살아가고 있는 스스로를 다독이는 표현이다. 질긴 생명력이 담긴, 숭고한 말이기도 했다.</p> <p contents-hash="d0c2f6540f8eee453b5e6c90a1dd61893dbb28320e46b241ebfe0e6d9d2ef6de" dmcf-pid="FqTYDULKzz" dmcf-ptype="general">제주 4·3 등 역사적 사건이 소거된 것을 두고 《폭싹 속았수다》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을 뿐, 그것이 남긴 역사적 상흔은 인물들을 통해 드러난다. 해녀 삼촌을 비롯한 여성들을 통해서다. 1947년에 발발해 1954년에야 끝난 4·3 사건은 제주 공동체에 깊은 내상을 남겼다. 당시 제주 도민의 10분의 1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중 대다수는 남성이었다. 폐허가 된 마을 재건에 살아남은 여성들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한국전쟁이 더해져 남성 노동력 부재가 심화되자, 여성은 제주 경제의 실질적인 주체가 됐다.</p> <p contents-hash="77aebe224e8448d46cfe3937ef51dee00d727e283bb195e9ca467d44411c42de" dmcf-pid="3ByGwuo977" dmcf-ptype="general">여성들은 '물질'로 얻은 해산물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고, 밭을 일궈 자식을 키우며 부모를 공양했다. 이때 공동체 네트워크는 지역사회 재건에 중요한 기반이 됐다. 아이러니한 건 그토록 제주를 먹여 살렸지만, 교육이나 재산 상속 등에서 여성이 배제됐다는 점이다. 살아남은 남성에게 권위가 더 쏠리는 상황에서 '남존여비' 사상은 더욱 공고해졌다. "제주서 여자로 태어나느니 소로 태어나는 것이 낫다"는 말이 통용되는 풍토 속에서 제주 여성들은 기구했기에 더욱 억척스러워졌다. 차별 속에 있었기에 더욱 강인해질 수밖에 없었다. 제주 여성의 강인함은 DNA에 의해 타고난 것이 아니라 역사에 의해 후천적으로 길러진 것이다.</p> <p contents-hash="27425840b856d43e8d0278184176a9619901cb7414e6fa59cfaf293e4c578d48" dmcf-pid="0bWHr7g2Uu" dmcf-ptype="general">《폭싹 속았수다》엔 이런 강인하고, 상부상조하는 여성들의 서사가 가득하다. 애순 부부가 신혼 시절 세 들어 살던 단칸방 주인집 할머니는 애순네 쌀독이 바닥을 드러내지 않도록 우렁각시처럼 몰래 곡식을 채워넣는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광례와 물질을 함께 하던 해녀 3인방은 엄마 잃은 애순 곁에 돌하르방처럼 앉아 든든한 가지가 돼준다. 함께 살아가자는 마음으로.</p> <p contents-hash="138d76c173ce81c4d64301c14c936ae6510b460822195f9b574a4279cf4e7999" dmcf-pid="pCiofmuSpU" dmcf-ptype="general">제주를 배경으로 한 고두심 주연의 영화 《빛나는 순간》(2021)에도 이 말, "살암시믄 살아진다"가 등장한다. 나이 든 제주 해녀 진옥(고두심)과 30대 다큐멘터리 PD 경훈(지현우)의 33세 나이 차를 극복한 '파격 멜로'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빛나는 순간》이 진짜 보여주는 건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서로 손을 맞대고 아픔을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다. 4·3 사건으로 부모 잃고, 바다에 딸을 잃고, 거동을 못 하는 남편 병수발까지 들며 살아온 진옥의 인생은 그야말로 제주의 한이 응축된 삶이다. 《빛나는 순간》은 끝나지 않는 비극의 터널 속에서도 강인하게 버텨온 진옥을 통해 제주 여성의 삶에 존경을 표한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고, 토닥인다.</p> <p contents-hash="e7735d4aad091ad176a07898b6fd14ee7e68cb0ef3ecb2729eb95d544fc50a0a" dmcf-pid="Uhng4s7v7p" dmcf-ptype="general">2022년 사랑받은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에도 생활력 강한 제주 여성이 다수 등장한다. 이 중 김혜자가 연기한 옥동을 언급하고 싶다. 옥동 역시 《폭싹 속았수다》의 애순, 《빛나는 순간》의 진옥처럼 바다에 남편과 딸을 잃은 기구한 운명의 여성이다. 그러나 살아가는 방식은 사뭇 달랐다. 바다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다시 바다로 나가 살아간 애순-진옥과 달리, 옥동은 바다가 무서웠다. 먹고살 일이 막막해진 옥동이 하나 남은 핏줄 동석(이병헌)을 굶기지 않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남편 친구의 '첩'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것이 아들과 평생 척을 지게 되는 일인지도 모르고. 자식 밥 굶기지 않는 게 소원이었으나, 그로 인해 아들과 관계가 소원해진 옥동은 생의 마지막 순간 아들로부터 엄마의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는 말을 듣는다. 아마도 그토록 원했을 말. 살아남았기에 들을 수 있었던 말일 것이다.</p> <p contents-hash="e1b8c5c728a2971973acc3dd8a28c0385ada0c095e6868db8270460076dc619c" dmcf-pid="ulLa8OzTF0" dmcf-ptype="general">환경에 의해 억척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던 여성의 이야기는 제주 우도를 배경으로 한 《인어공주》(2004)에서도 엿볼 수 있다. 우체국 직원 나영(전도연)은 가족이 짐이다. 품위 없이 침 뱉는 엄마(고두심)가 부끄럽고, 무능한 아빠가 밉다. 영화는 그런 나영이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 스무 살 시절의 순수했던 엄마 연순(전도연)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이 영화에서 전도연은 해녀인 스무 살 시절의 엄마와 현재의 딸 나영을 1인 2역으로 소화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폭싹 속았수다》보다 먼저 1인 2역 설정을 쓴 셈이다. 《인어공주》는 모녀 관계가 극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폭싹 속았수다》와 맥을 같이한다.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아!"라고 투덜대던 나영은 《폭싹 속았수다》의 애순 딸 금명(아이유)이 그랬듯, 엄마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고 긍정함으로써 그 스스로도 자존감을 찾는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7b491c47097d463b2cdc09b1cab893c463c59f8d2988846e2941e265d8688593" dmcf-pid="7SoN6Iqyp3"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tvN 《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tvN"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4/05/sisapress/20250405140006123fngq.jpg" data-org-width="800" dmcf-mid="yp3UT4rR78"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4/05/sisapress/20250405140006123fngq.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tvN 《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tvN </figcaption> </figure>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0cb234f3b8207ab70943d4d6d13224533600fc2f5d788978ca4d66861acc7b3a" dmcf-pid="zvgjPCBW0F"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빛나는 순간》 스틸컷 ⓒ(주)명필름·(주)씨네필운"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4/05/sisapress/20250405140007599pdim.jpg" data-org-width="800" dmcf-mid="YawsnG6FFf"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4/05/sisapress/20250405140007599pdim.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빛나는 순간》 스틸컷 ⓒ(주)명필름·(주)씨네필운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c95644d3bc42f6f5ce890c4351acbafbf81ea1bcaee5f5b386543aa980dd4a9e" dmcf-pid="qTaAQhbYut" dmcf-ptype="general"><strong>뭍으로 나오기 시작한 제주 여성</strong></p> <p contents-hash="38b7ed48732d3dd80a34c4286fbe994a107ce597971fe3a13bce429e6fdf8991" dmcf-pid="ByNcxlKGU1" dmcf-ptype="general">시대 배경이 1980~90년대로 넘어오면서 콘텐츠 속 제주 여성들은 '뭍'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대에 입학해 마을의 자랑이 된 《폭싹 속았수다》의 금명은 자신의 욕망과 'K장녀'로서 책임감 속에서 내적 갈등을 겪는다. 《건축학개론》의 제주 출신 음대생 서연(수지)은 개인의 욕망을 좀 더 뚜렷하게 표출한 인물이다. 반지하라도 강북보다는 강남에 살기를 원한 서연은 아나운서가 돼서 좋은 데 시집가기를 꿈꾼다. 《웰컴투 삼달리》의 삼달이(신혜선)도 서울로 올라와 개천에서 난 용이 되려 한 케이스다.</p> <p contents-hash="bc8c4fe4816d8958d022fbdae0c774a82475ab0514a565a232ac98148bced9d3" dmcf-pid="bWjkMS9H75" dmcf-ptype="general">그러나 금명은 결혼하려던 남자 집안의 반대에 부닥쳐 부서지고, 15년 후의 서연은 이혼을 맞닥뜨리고, 사진작가로 잘나가던 삼달이는 갑질 논란에 휘말려 인생 최대 위기를 맞는다. 위기의 순간마다 그녀들에게 손을 내미는 건 엄마의 품 같은 제주다. 금명은 "세상에서 100g도 사라지지 않도록" 사랑을 퍼주는 부모의 사랑을 받아 에너지를 충전한다. 서연은 오랜 시간 꿈꾸던 집을 고향에 지어 뿌리내린다. 삼달이 역시 욕심 내지 않고 숨만큼만 버텨내는 법을 제주에서 다시 배운다. 이들은 또 어디선가 넘어질 테지만, 그래도 괜찮다. '살면 살아진다'는 제주의 정신이 다시 일으켜 세워줄 테니까. </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故 김새론 49재에 올라온 영상 04-05 다음 이찬원, 이영표→정대세 태도에 쓴소리 날렸다..."초심 돌아가야" (뽈룬티어) 04-05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