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레전드와 천재의 결합…박주봉 효과, 안세영을 움직이다 작성일 05-10 6 목록 <b>안세영 "감독님께 앞으로 많은 도움 받을 듯" 함박 웃음<br>박 감독 "선수들이 편하게 운동하는 분위기 만들 것"…경직된 조직문화 바꿔</b><br><br>어느 종목이든 국가대표팀 지도자는 선수들의 마음을 확 끌어당기고 감동시킬 만한 리더십과 코칭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수는 지도자를 불신하게 되고, 오히려 지도자가 선수들 경기력 향상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등 '레전드' 출신 지도자라면 일단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더욱 신뢰감을 줄 수 있기 마련이다.<br><br>한국 배드민턴은 지난해 8월 2024 파리올림픽 때 안세영의 '격정 발언'과 문제점 제기로 전 국민적 비판대에 오르며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그러나 올해 1월초 선거를 통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복식) 출신 김동문 회장(50) 체제가 새롭게 출범한 데 이어, 역시 '복식 레전드'인 박주봉 감독(61)이 국가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선임되면서 다시 전 국민적 관심과 사랑을 받는 종목으로 거듭나고 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586/2025/05/10/0000103076_001_20250510150013266.jpg" alt="" /><em class="img_desc">5월2일 중국에서 열린 2025 수디르만컵 8강전에서 안세영이 승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그 뒤로 박주봉 감독의 모습이 보인다. ⓒXinhua</em></span><br><br><strong>귀국 기자회견에서 박 감독과 안세영 '호흡' 질문 쏟아져</strong><br><br>그 첫 시험무대가 4월27일부터 5월4일까지 중국 샤먼에서 열린 2025 수디르만컵(세계혼합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이었다. 전 세계 16개 나라 선수가 출전한 가운데, 한국은 조별 예선(3승)부터 승승장구했으나 세계 최강 중국과의 결승에서 종합전적 1대3으로 패하며 2회 연속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br><br>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23·삼성생명)은 이날 두 번째 게임인 여자단식에서 2위 왕즈이를 2대0(21-17, 21-16)으로 잡고 한국팀에 유일한 1승을 안기는 등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국제공항)의 혼합복식, 전혁진(요넥스)의 남자단식, 이소희-백하나(이상 인천국제공항)의 여자복식에서는 모두 중국에 밀리며 무너졌다.<br><br>이번 수디르만컵은 성적도 성적이지만 박주봉 감독의 한국 대표팀 데뷔 국제대회인 데다, 그가 안세영을 처음 훈련장과 벤치에서 지도하는 첫 대회이기도 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박 감독은 여자단식 전담인 로니 아구스티누스(인도네시아) 코치와 함께 안세영 경기 때 매번 벤치를 지켰으며, 경기 중 잠시 선수들이 땀을 닦고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에는 안세영에게 조언하고 격려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br><br>셔틀콕 레전드의 지휘 아래 셔틀콕 천재가 선전하는 이런 모습은, 배드민턴 팬들에게는 매우 인상적이고 긍정적인 장면으로 비쳤다. 대회를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뤄진 귀국 기자회견에서도 박 감독과 안세영의 '호흡'에 대한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대회를 마친 소감을 묻자 안세영은 방송 카메라 앞에서 "새로운 감독님의 첫 시합이었는데, 그래도 잘 풀어나간 것 같아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고 운을 뗐다. 박 감독에게 배워보니 어땠느냐는 물음에는 "많이 믿어주시려고 하고, 저를 중간중간 코치해 주시는 부분도 너무나도 잘해 주셔서 앞으로도 도움을 많이 받을 것 같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br><br>그토록 자존심이 강하고 감독·코치 등에 대해 언론 앞에서 그동안 말을 아끼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던 대한민국 불세출의 셔틀콕 영웅 안세영. 그가 처음으로 존경심을 표시한 국가대표 지도자가 바로 박주봉 감독이었던 것이다. 박 감독만의 '특별함'은 무엇이었을까.<br><br>"감독님들이 되게 무겁게 느껴지고 진지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박주봉 감독님께서는 재미있게 장난도 많이 쳐주시고 즐겁게 해주시려고 하니까, 더 재밌었던 것 같다." 안세영은 이렇게 서슴없이 말했다.<br><br>경기 중간중간 짧게 한마디씩 조언해준 박 감독에 대해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느냐는 물음에 "제가 좀 체력이 떨어지고 느려졌을 때, 한 번씩 '네가 편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씀해 줬을 때, '내가 느려졌고 집중력이 떨어졌구나' 캐치할 수 있었다"고 한 대목도 의미가 있다.<br><br>한국팀을 처음 지휘한 박주봉 감독의 소회는 이랬다. "첫 대회라서 오히려 선수들보다 내가 많이 긴장했다.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을 차지해 아쉽다. 준비기간이 짧아서 부족한 점이 있었다. 중국이 세계 최강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했는데, 대표팀도 훈련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면서도 그는 "일단 선수들과 한국말로 바로 소통할 수 있어서 나도 좋다"고 했다. 그동안 일본팀 감독으로 오랜 시절을 보낸 때문이었다.<br><br>이번 대회 B조 조별리그(한국·체코·캐나다·대만) 두 번째 경기부터 출전해 8강, 4강, 결승까지 자신이 출전한 5경기를 모두 게임스코어 2대0으로 완승을 거두는 등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친 안세영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그의 평가는 이랬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586/2025/05/10/0000103076_002_20250510150013319.jpg" alt="" /><em class="img_desc">4월24일 인천공항에서 박주봉 감독과 안세영이 대회 출전을 위한 출국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em></span><br><br><strong>박 감독 "'차렷, 경례' 이런 것 하지 말라고 했다"</strong><br><br>"안세영이 현재 세계 최강이라는 걸 분명히 입증했으나, 마지막 왕즈이 선수를 상대할 때는 체력적으로 힘든 내색이 있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뒤 첫 경기라 체력적인 부분이 완전히 보완되지 않았던 것 같다. 기술적인 부분은 완성된 선수다. 이제 체력을 관리하면서 상대 선수에 따라 빠르게 뛸 건지, 천천히 경기력을 올릴 건지를 같이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다."<br><br>어쨌든 일본 대표팀 지도자로 20년 남짓 '외도'를 하면서 안세영 등 한국 선수들을 물리쳐야 할 적으로 만난 박주봉 감독이었으나,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선수들 장단점을 어느 정도 파악한 듯했다. <br><br>사실 안세영은 2023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단체전과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나, 2024 파리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 대표팀 감독이나 코치에 대해 한마디도 감사나 존경의 표시를 한 적이 없다. 그래서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간에 무슨 불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고, 실제로 그랬던 정황들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br><br>물론 안세영은 지난해 2월 진천선수촌에서의 후진적 국가대표팀 훈련 문화, 부상 선수에 대한 대표팀의 관리 부재 등에 대해 당시 김택규 회장 체제의 대한배드민턴협회에 A4 용지 13장 분량의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사뭇 비판적이었다. 그리고 그런 호소에도 파리올림픽 때까지 전혀 개선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안세영은 폭탄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br><br>박주봉 감독은 이전 대표팀 훈련 및 관리 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했는지, 수디르만컵을 마치고 귀국해서는 대표팀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바꾸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선수들이 모여서 처음 상견례를 할 때 '차렷, 경례'를 하는 거다. 첫날이니 일단 그렇게 하라고 했다. 이거 옛날에 하던 건데…. 중국 현지에 가서는 내가 '앞으로는 이렇게 하지 말자'고 했다. 모여서 내가 해야 할 말이 있을 때는 그냥 하고, 또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하고 헤어지자고 했다. 그런 식으로 편하게 하자고 말해 줬다. 앞으로는 애들한테 좀 편하게 해주려고 한다."<br><br>"선수들이 편하게 운동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첫째이고, 시스템을 바꾸는 게 다음이다. 대회가 끝나고 선수들과 앞으로 대표팀 운영 방안을 이야기했다"는 박 감독의 이와 같은 발언은 지난해 2월 건의서를 통해 '7년 동안 막내로서 대표팀 생활의 어려움'을 절절하게 호소했던 안세영의 요구사항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br><br>당시 안세영은 건의서를 통해 협회에 대해 "부디 중3 때 국가대표가 되어서 7년을 겪어온 꼬맹이 안세영이 하는 이야기 한번은 고민하고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며 진천선수촌에서 외출할 때도 선배들한테 일일이 보고하고 나가야 하는 잘못된 문화를 바꿔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후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 등 지도부도,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도 바뀌면서 과거의 그릇된 대표팀 문화는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br><br>이번 수디르만컵을 통해 박주봉 감독 선임이 안세영을 비롯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효과를 미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는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남자단식과 남녀복식 등의 경기력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면,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새로운 꽃길을 맞이할 수 있으리란 희망을 품게 됐다.  <br><br> 관련자료 이전 '이재명' 검색량 늘면 당선 가능성 높아질까 [AI오답노트] 05-10 다음 ifeye(이프아이), 첫 활동부터 뜨거운 반응…‘5세대 핫루키’ 존재감 각인 05-10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