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하는 진동, 순도 높은 진심 《해피엔드》 작성일 05-11 0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차별과 혐오에 동조할 것인가, 연대하고 저항할 것인가</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WdQhdO5rU5"> <p contents-hash="747529e1a5bc71fd6e5d6f9d1a585ebd2ed7a8396ff88debf353aef2850566b2" dmcf-pid="YJxlJI1m0Z" dmcf-ptype="general">(시사저널=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p> <p contents-hash="d4145730e94acf6c51d43adab61b3a51baf10917d1f4f1c51bc026e605d7e23d" dmcf-pid="GiMSiCtsuX" dmcf-ptype="general">가까운 미래의 도쿄. 고등학교 3학년 유타(구리하라 하야토)와 코우(히다카 유키토)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보낸 사이다. 친구들과 교내 동아리를 꾸릴 정도로 테크노 음악에 진심인 이들의 여름은 언제나 계속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어이 지각변동이 일어나고야 만다. 누군가 교장의 슈퍼카를 수직으로 세워두는 장난을 치고, 분노한 교장은 안전을 이유로 학교에 AI 감시 시스템을 도입한다. 교내 곳곳에 설치된 CCTV는 학생들의 얼굴을 인식해, 교칙을 위반한 경우 자동적으로 벌점을 부여한다. 관계의 균열 역시 서서히 시작된다. 언제까지고 지금처럼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유타와 달리, 코우는 단체행동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동급생 후미(이노리 기라라)의 영향으로 조금씩 변화한다.</p> <p contents-hash="e84b6fc979224ef97298a4f449fcf25d39f37e9553220a91deb53a6f757457ca" dmcf-pid="HnRvnhFO3H" dmcf-ptype="general">《해피엔드》의 오프닝 시퀀스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채우며 일렁이는 빨간 점멸등을 주목한다. 비행기의 안전한 항로를 안내하는 대도시의 흔한 야간 풍경이지만, 마침 등장한 자막은 아직 본격적으로 목격되지 않은 불안을 예고한다. '낡은 틀에 사람을 가두는 세력이 술렁인다. 풍화된 건물이 평소보다 더 삐걱댄다. 사람들을 구분 짓는 체계가 붕괴 중인 일본에서 뭔가 크게 달라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점멸등은 그제야 도시의 모두를 감시하는 CCTV의 불빛으로 재인식된다. 이미 현실이 된 공포로서의 이미지. 이 시작은 강렬하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f5fb6af9f1f77c1b17e3a7d1aa677be622291a935f5db5e2bde4696744b4f5a0" dmcf-pid="X62w6kyjzG"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해피엔드》 포스터 ⓒ영화사 진진"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5/11/sisapress/20250511130004636rfdr.jpg" data-org-width="800" dmcf-mid="xjckfjSg0t"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11/sisapress/20250511130004636rfdr.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해피엔드》 포스터 ⓒ영화사 진진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97583054492ea249c6e00d695369ac8e5b4729d6f3cb995e2b36d6641f3ba0b4" dmcf-pid="ZPVrPEWAFY" dmcf-ptype="general"><strong>파시즘이 우정에 균열을 낼 때</strong></p> <p contents-hash="f40d47635897de18fc6e4b4ce0f0989bb3bd4936a6eecf26aea3ccec7c7743c4" dmcf-pid="5QfmQDYc7W" dmcf-ptype="general">《해피엔드》는 같은 풍경을 사회적 혼란 앞에 각성한 이들이 하나씩 켜는 변화의 불빛으로도 해석이 가능한 여지를 열어둔다. 이는 가까운 미래 디스토피아와 청춘 학원물을 이질감 없이 공존하게 한 연출 덕분에 생기는 효과다. 학교에서 교내 벌점 제도가 도입된 동안 사회 전체에서는 대지진을 둘러싼 불안이 연기처럼 퍼져 간다. 정부는 지진을 빌미 삼아 사회를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시민들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대지진 때마다 불법 입국자와 범죄 세력이 늘어났다"는 총리의 발언은 사회적 분열의 촉발제다. 실재적 위협 앞에서도 불안의 풍경을 가뿐하게 가로지를 수 있는 것은 오직 청춘과 우정의 힘이다. 모임이 금지된 테크노 클럽의 DJ에게 마치 저항의 바통과도 같은 음원을 건네받는 것도, 우퍼 스피커를 들고 밤거리를 은밀하게 누비며 즐거운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것도 여전히 유타와 코우 그리고 친구들의 몫이다.</p> <p contents-hash="8c20478d07ba3573742782d726753c6ce36c425045a749587f4caa056c8e5b95" dmcf-pid="1x4sxwGk3y" dmcf-ptype="general">대지진의 가능성 아래 살아간다는 사실과 아이들이 처한 교내 상황이 땅을 뒤흔드는 물리적 압력이라면, 우정의 모양이 변하고 출렁이는 것은 심리적인 압력이다. 서로 관계없는 듯 보이던 두 장치는 어느덧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사회의 불안이 만든 파시즘은 기어이 우정에까지 영향력으로 번져와 균열을 내기 때문이다. 재일한국인 코우는 4대째 일본에서 살아왔지만 여전히 '비국민(非國民)'이라 낙인찍힌다. 증명 서류를 매번 소지하지 않아도 되지만, 감시 체계 아래에서 때때로 이 행동은 문제가 된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순수 일본인' 유타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일이다. 뿌리는 대만이지만 중국어가 유창하지 않은 밍(시나 펭)과 졸업 후 미국인 아버지가 있는 디트로이트에 가려는 톰(아라지) 역시 집단 안의 특정한 개인으로서의 차별의 순간을 겪는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d6cca639cf35864da091cd20b840053814e534a0cc23b68ee48da22319e56d22" dmcf-pid="tM8OMrHEFT"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해피엔드》 스틸컷 ⓒ영화사 진진"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5/11/sisapress/20250511130006140enrj.jpg" data-org-width="800" dmcf-mid="yIr7Cp6Fu1"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11/sisapress/20250511130006140enrj.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해피엔드》 스틸컷 ⓒ영화사 진진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453ef789e454e41613fc5e77c0417bb1cf2ed4345de494a7f13841571c3235c7" dmcf-pid="FR6IRmXDzv" dmcf-ptype="general"><strong>빼어난 감정적 소구력의 영화</strong></p> <p contents-hash="25fb59301a087d56784387ea1325814959038618c5503a150c5d95c28aea5a30" dmcf-pid="3ePCesZw7S" dmcf-ptype="general">이는 동시대 사회를 바라보는 감독 개인의 문제의식이 반영된 설정이기도 하다. 네오 소라 감독은 일본에 만연한 외국인 혐오와 인종 차별의 이유 중 하나로, 과거를 제대로 성찰하고 반성하지 않았던 자국의 태도를 꼬집는다. 1923년 관동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례를 탐구하며 대규모 지진의 불안을 사회 통제의 전환점으로 삼은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100년 주기로 찾아온다는 대지진의 가능성이 대두되는 지금, 《해피엔드》의 다섯 아이는 일본인으로서의 단일한 정체성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들의 존재 자체를 통해 묻는다. 그리고 비단 일본 사회뿐 아니라 범세계적으로 닮은 풍경들 앞에서 당신은 어떻게 할지를 묻는다. 불안의 편에 서서 차별과 혐오에 동조할 것인가, 사랑의 편에 서서 연대하고 저항할 것인가.</p> <p contents-hash="b02292f31d504c91a0575135ef89a95b0eb1de8bf62d91f8793b4fddb2bf7242" dmcf-pid="0dQhdO5r0l" dmcf-ptype="general">사회적 알레고리를 활용하는 것을 포함해 기술적으로 잘 만든 작품이기도 하지만, 《해피엔드》를 진정 매력적인 영화로 만드는 것은 감정적 소구력이다. 역할에 온전히 동화한 배우들의 매력이 탁월하게 감지된 덕분이기도 하다. 주요 인물 다섯 명 중 아타를 연기한 하야시 유타를 제외하고는 연기 경력이 전혀 없던 이들이다. 여기에 주효했던 것은 일본의 젊은 거장 감독으로 떠오르고 있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조언이다. 그는 앞서 비전문 배우들과 워크숍을 통해 《해피 아워》(2021)를 완성했고, 이후 연출작에서 이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해피엔드》의 배우들 역시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뒤 지속적인 워크숍을 통해 캐릭터를 탐구하며 작품 안팎의 관계성을 다졌고, 그렇게 완성한 특유의 친밀감은 영화를 견인하는 힘이다.</p> <p contents-hash="84a11cac147955dc45e14b47998b56dbd29435d628aa04ce0b6cd234729ddba3" dmcf-pid="pz0LzJrRUh" dmcf-ptype="general">《해피엔드》는 분명 파시즘을 기반으로 한 검열, 혐오를 부추기는 논쟁이 사회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지를 경고한다. 그러나 영화의 처음이 제시했던 절망의 예감과 달리 세계의 어둠은 아직은 이들을 온전하게 잠식하지 못한다. 그 힘은 기성세대가 만든 세상의 폭력과 불의에 순순히 물들지 않으려는 저항과 낙관적 순수함에서 나온다. 친구와의 긴 이별을 받아들이기 전에 서로를 빈틈없이 꽉 끌어안는 진심의 순간으로, 혹은 가장 정치적인 순간에 권력에 대항하며 나눠먹는 김밥의 맛으로 아이들은 끝내 이 시기를 깊이 기억할 것이라는 안도감. 이들은 기성세대와 다를 것이라는 기대. 《해피엔드》는 그 편에 서기를 택한다.</p> <p contents-hash="fc672965bd245be7f4e70af9cae73e75ee26b8bb57ebe6167aa409bf8120be12" dmcf-pid="Uqpoqime7C" dmcf-ptype="general">영화의 말미에 주인공들은 각자 다른 선택 앞에 서 있다. 모두가 하나의 집단으로 비슷하게 묶였던 학창 시절과 달리, 한 명 한 명의 개인으로 세상에 나아가야 하는 시기다. '우리'에서 '나'로 이동하는 헤어짐은 필연적이다. 육교의 갈림길에 선 유타와 코우는 서로를 바라본다. 한때는 한 몸 같았으나, 이제는 서로 다른 존재로 나뉜 한 시절의 분신(分身). 이때 영화의 편집은 두 사람의 시간에 관여한다. 서로 서서히 엇갈리고 관계의 흔들림을 겪으며 멈출 수 없던 그들의 시간은 그렇게 잠시 정지의 순간을 얻는다.</p> <p contents-hash="023dc094b88fbc5faa5e520040b89b1c403a17f3df271b0f0c9b7409fdc0681c" dmcf-pid="uBUgBnsdzI" dmcf-ptype="general">거창한 말 대신 짧고 간결한 효과를 통해 영화가 작게 벌려둔 틈은 무한대의 영역이다. 거기엔 이들이 지나온 시간과 포기한 가치들, 관계를 진동했던 불안과 혼란이 있다. 동시에 그 잠깐의 멈춤에서 우리는 엇갈리는 듯 보였지만 실은 서로를 지키기 위해 했던 유타와 코우의 행동들을 떠올린다. 지진처럼 진동하던 외부의 침입 안에서 굳건하게 존재하던 우정의 순간을 기억한다. 두 사람이 인생의 긴 시간 동안 두고두고 여진처럼 떠올릴 빛나는 시절의 흔적이 거기에 있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있었던 그 순도 높은 진심이야말로 세계가 여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그 무엇일지 모른다는 깨달음은 문득 아름답다. </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스턴건·코리안 좀비 은퇴 후 UFC 韓 파이터 주춤?..눈여겨 볼 선수는? 05-11 다음 '티처스' 조정식, 최초 외국인 도전학생 등장에 "제가 통역하나요?" 05-11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