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옹호까지 이용해먹는 ‘옥타곤 비즈니스’ 작성일 05-11 2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박강수의 스포츠 인사이드]UFC, 브라이스 미첼의 혐오표현 ‘자유’로 치부해 방관… 나치주의자가 얻어터지는 모습 보여주는 쪽이 돈이 돼</strong><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36/2025/05/11/0000051618_001_20250511140216457.jpg" alt="" /><em class="img_desc">2025년 4월12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카세야 센터에서 열린 UFC 314에서 브라이스 미첼(오른쪽)과 제앙 시우바(왼쪽)가 경기를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em></span><br><br>2025년 4월12일(현지시각)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유에프시(UFC) 314’ 대회 메인 경기 가운데 가장 볼만한 한판은 브라이스 미첼(30·미국)과 제앙 시우바(28·브라질)의 페더급 매치였다. 타이틀이 걸린 것도 아니고 랭킹 13위(미첼)와 ‘언랭커’(랭킹 밖 선수·시우바) 사이 대결에 불과했지만, 경기 전 주목도로 보나 실제 내용으로 보나 그랬다. 글러브 터치(경기 시작과 함께 선수들이 나누는 인사) 따윈 생략한 채 예의도 존중도 없이 오직 적의로 맞붙은 그날의 승부는 시우바의 일방적인 페이스 속에 2라운드 후반 ‘닌자 초크’로 마무리됐다. 상대의 전완근에 경동맥을 제대로 공략당한 모양인지, 다급하게 탭(항복 표시)을 쳤음에도 미첼은 필름이 끊겼다가 돌아온 듯 얼이 빠진 얼굴이었다. 사지를 늘어뜨린 채 헐떡이는 미첼을 내려다보며 시우바는 개 짖는 소리로 승리를 자축했다.<br><br><div style="position: relative;overflow: hidden;border-top: 2px solid #333;border-bottom: 1px solid #333;font-size: 110%;font-weight: bold;color: #000;padding: 5px 0;">나치 옹호자 응징하자 쏟아지는 환호</div><br><br>시우바가 보여준 서브미션(조르기나 관절기로 상대의 항복을 받아내는 기술)의 완성도나 대회 ‘오늘의 퍼포먼스’에 선정될 정도로 압도적이었던 경기 운영도 인상적이었지만, 이 경기의 서사와 흥행을 완성한 장본인은 누가 뭐래도 미첼이었다. 시우바는 경기 뒤 자신이 ‘민중의 히어로’에 등극했다고 으스대면서도 “이 모든 명성은 미첼 덕분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이길 잊지 않았다. 미첼의 패배는 단순히 ‘언더도그’에게 잡아먹힌 상위 랭커의 굴욕 같은 차원을 넘어서서 이름난 악인을 표적 삼아 집행된 일종의 사회적 응징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격투기 선수 한 명에게 과도한 의미를 투사하는 꼴이 아닌가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유에프시 입문 8년차 파이터 미첼이 그간 차곡차곡 스스로 쌓아온 악명은 간단치 않다. 가장 최근 사례인 ‘나치 옹호’부터 살펴보자.<br><br>2025년 1월 론칭한 자신의 팟캐스트 첫 방송에서 미첼은 이런 말을 했다. “솔직히 히틀러는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한다. 마약에 손대기 전까지는 같이 낚시를 다녀도 좋을 사람이었다. 히틀러는 조국을 위해 싸웠고, 국민을 모두 동성애자로 만들려는 탐욕스러운 유대인으로부터 나라를 정화하려고 했다.” 헤이트 스피치(증오 발언)와 트래시 토크(스포츠 선수들의 도발적 언사) 사이 경계가 희미하고 업계 전체가 의도적으로 이를 묵과하는 전통(?)이 있는 유에프시에서도 이 정도 수위의 반유대주의 발언은 금기를 깬 것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이기도 한 데이나 화이트 유에프시 회장이 직접 나서서 “듣던 중 가장 무지하고 멍청한 소리”라고 선을 그었고, 파장이 커지자 미첼도 자신은 나치가 아니며 홀로코스트나 히틀러의 악행을 옹호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br><br>미첼의 언설은 ‘히틀러는 좋은 사람’ 운운하기 전에도 고약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지구 평면설을 신봉하며 중력과 빅뱅 이론, 달 착륙 등을 모두 허구라고 주장해왔고, 백신 접종을 반대하는 한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국 정부 산하 연구소에서 만들어져 고의로 유포됐다거나, 총기 난사 사건은 총기 규제를 강화하려는 세력이 조작한 것이라거나, 아이들이 공교육을 받으면 게이나 공산주의자 혹은 사탄 숭배자가 될 수 있으니 자신의 아들은 홈스쿨링을 할 것이라는 둥 개신교 근본주의와 반지성주의 음모론 세례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망발을 쏟아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밤마다 상대(시우바)가 보낸 악령에 시달리고 있다며 다가오는 경기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악마와 싸울 것”이라는 각오를 인스타그램으로 밝히기도 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36/2025/05/11/0000051618_002_20250511140216498.jpg" alt="" /><em class="img_desc">2025년 4월12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카세야 센터에서 열린 UFC 314에서 제앙 시우바(오른쪽)와 브라이스 미첼(왼쪽)이 경기를 벌이는 장면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관전하고 있다. REUTERS</em></span><br><br><div style="position: relative;overflow: hidden;border-top: 2px solid #333;border-bottom: 1px solid #333;font-size: 110%;font-weight: bold;color: #000;padding: 5px 0;">‘혐오표현도 자유’라는 유에프시 문화</div><br><br>미첼은 가령 미국 프로레슬링 작가들이 창작한 가상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다. 유에프시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소비되는 것은 아칸소주(공화당 강세 지역) 출신으로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고 넉 달 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다녀왔으며 상술한 바와 같이 극단적 편향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미첼 본인의 실제 캐릭터다. 그리고 데이나 화이트 회장과 일부 격투기 팬들은 그러한 미첼조차 게임의 일부로 포용하는 일을 표현의 자유 정신에 입각한 유에프시의 문화라고 자찬한다. 화이트는 미첼의 히틀러 발언을 규탄하면서도 징계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라는 대원칙에 한계란 없으며, 오히려 가장 보호돼야 할 대상은 ‘혐오표현’이라고 주장한다. 요컨대 권력자가 나서서 ‘이것은 혐오표현’이라고 재단하려는 순간 자유는 붕괴한다는 것이다.<br><br>화이트의 주장은 표현의 자유를 극단적인 자유경쟁시장의 관점에서 이해한 것으로 어떠한 간섭이나 규제 없이 사상들이 알아서 경합하게 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는 학살을 옹호하거나 소수자를 겁박하는 폭력적 언동이 득세하여 자유를 억압하는 역설적 상황에서도 방치가 최선인지와 같은 논쟁적인 토론 거리를 안고 있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유에프시가 ‘자유의 보루’라는 대의명분을 마케팅용 이미지로 차용하고 있을 뿐 그 실상은 다분히 이중적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대표적인 것이 언론 통제다. 유에프시는 입맛에 맞지 않거나 내부 비위를 캐는 기자들을 향해 보복성 출입 금지를 남발하고 블랙리스트를 운영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오랜 길들임의 효과 덕인지 유에프시 314 경기 전 기자회견장에서 미첼의 나치 옹호에 대한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br><br><div style="position: relative;overflow: hidden;border-top: 2px solid #333;border-bottom: 1px solid #333;font-size: 110%;font-weight: bold;color: #000;padding: 5px 0;">혐오 수익화의 끝은 자유 억압</div><br><br>결과적으로 유에프시에서 말하는 표현의 자유가 작동하는 기준이란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아니라 이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장사에 보탬이 된다면 나치즘이든 여성혐오든 창조과학이든 자유라는 이름 아래 수용하고 활용하는 방식 말이다. 미첼이 난데없이 히틀러를 칭찬하고 나섰을 때 유에프시가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리지 않은 이유도 같다. 도덕적 원칙을 세우며 쇼를 무산시키는 것보다는 분노한 사람들에게 나치주의자가 얻어터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쪽이 돈이 된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혐오를 수익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일환이다. 재미를 볼수록 이 경영 전략은 혐오를 조장하는 시스템을 향해 나아갈 것이고, 그렇다면 다음번에 피투성이가 되는 쪽은 브라이스 미첼이 아닌 표현의 자유 그 자체일지도 모를 일이다.<br><br> <br><br><strong>*스포츠 인(人)사이드는 동서고금 스포츠 선수 관찰기로 4주마다 연재합니다.</strong><br><br> 관련자료 이전 권오형 퀄컴 아태 총괄 사장 “40주년은 전환점…지능형 컴퓨팅 기업으로 도약” 05-11 다음 ‘개콘 원조’ 박준형·박휘순·오지헌, ‘패션 7080’ 19년 만에 컴백 05-11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