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누가 우승해도 새 역사. 안준호 감독이 짚은 승부처는 '속공' 작성일 05-14 3 목록 <div><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5/14/0000010934_001_20250514110414738.png" alt="" /><em class="img_desc">프로농구 감독과 코치로 모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한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 안준호 감독.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em></span><br><br></div>‘스윕(sweep)’이란 영어 단어는 ‘청소한다.’, ‘휩쓸다’라는 의미입니다. 스포츠에서는 어느 한 팀이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 시리즈에서 1패도 없이 모두 이기는 경우를 말합니다. 쉽게 ‘싹쓸이’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여기서 유래한 스위퍼는 청소기를 뜻합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진공청소기처럼 먼지를 쭉 빨아들이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면 속이 뻥 뚫리시겠죠. 거꾸로 당하는 처지에서는 이보다 더 무기력할 수는 없을 겁니다.<br> <br>이번 시즌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정규리그 2위 LG는 예상을 깨고 정규리그 1위 SK에 1, 2, 3차전을 모두 이기며 첫 챔프전 정상에 성큼 다가갔습니다. 정규리그 전적에서 LG는 SK에 1승 5패로 열세였기에 대이변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반면 SK는 모그룹인 SK텔레콤(대표 유영상)의 유심 사태와 맞물려 농구단까지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도 감지됐습니다. <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5/14/0000010934_002_20250514110414778.png" alt="" /></span><br><사진> 3연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2연승으로 기사회생한 SK 전희철 감독과 국내 프로농구 첫 우승에 1승만 남겨둔 LG 조상현 감독. KBL 제공<br><br>하지만 SK는 적지 창원에서 열린 4차전 승리로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한 뒤 1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치른 홈 5차전에서도 다시 86-56으로 30점 차 대승을 거뒀습니다. 4차전 점수 차 25점을 넘어선 일방적인 페이스였습니다. 20년 넘게 농구 취재를 한 조선일보 성진혁 기자는 “완벽하게 깨어났다”라는 표현을 쓰더군요. <br> <br>1997년 KBL 출범 후 지난 시즌까지 챔피언결정전에서 초반 3연승을 질주한 팀은 모두 4승 무패로 정상에 올랐습니다. 2006년 삼성이 모비스를 상대로, 2013년 모비스가 SK를 상대로, 2015년 다시 모비스가 동부를 상대로, 2021년 KGC가 KCC를 상대로 모두 완벽한 우승을 완성했죠. KBL 이수진 홍보팀장은 “3연승 한 팀이 4연패로 챔프전 우승 못 한 경우는 KBL 역사에서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초반 3연승 한 팀은 모두 4승으로 시리즈를 마감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br> <br>이렇게 보면 SK나 LG 모두 전에 없던 길을 걷고 있는 겁니다. 7전 4선승제의 시리즈에서 3연승 후 4연패 하는걸 ‘리버스 스윕(역 스윕)’이라고 합니다. 이수진 팀장의 말마따나 KBL에서 이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br> <br>태평양 건너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1947년 파이널이 시작된 이래 1, 2, 3차전을 모두 승리한 팀은 100% 우승 반지를 차지했습니다.<br> <br>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도 3연패 후 4연승으로 뒤집기 우승한 팀은 없습니다. 2000년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현대를 만나 3연패에 빠진 뒤 3연승을 달려 3승 3패로 균형을 맞췄지만 7차전 패배로 기적의 완성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만큼 리버스 스윕은 쉽지 않습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5/14/0000010934_003_20250514110414795.png" alt="" /></span><br><사진> 삼성 시절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비스를 4승으로 꺾고 우승한 안준호 감독. 채널에이 자료<br> <br>KBL 챔프전 싹쓸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안준호 한국 농구 국가대표 감독은 이번 시리즈를 어떻게 볼까요. 안 감독은 삼성 사령탑 시절인 2006년 모비스를 4승으로 꺾고 헹가래를 받았습니다. 김동광 감독이 삼성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는 코치로 우승 경험을 쌓기도 했습니다.<br> <br>안준호 감독은 “4, 5차전은 비슷한 흐름이었다. 마레이와 파마요가 꽁꽁 묶여서 돌파구를 찾지 못해 그냥 쉽게 무너졌다. 3쿼터 시작하면서 이미 끝난 경기나 다름없었다”라고 복기했습니다. 안 감독은 또 “SK 공격의 핵심은 속공이다. 세트 오펜스의 확률은 떨어진다. 하지만 속공이 터지기 시작하면 에너지 레벨이 올라가 무서워지며 세트 오펜스까지 덩달아 살아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br> <br>반면 LG는 1, 2, 3차전의 불같은 상승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해법을 못 찾은 채 우왕좌왕했다는 게 안 감독의 설명입니다. <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5/14/0000010934_004_20250514110414814.jpg" alt="" /></span><br><사진> 노란색 단체 티셔츠 차림으로 열띤 응원을 보내는 창원 LG의 홈팬. KBL 제공<br><br>이제 15일 창원에서 펼쳐질 6차전은 양 팀의 사활이 걸린 한 판이 됐습니다. LG가 노란 티셔츠 물결을 이룰 안방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다시 잠실로 옮겨 치를 7차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게 됩니다. 4차전부터 이미 ‘한 번 지면 바로 탈락’인 절박한 상황에 빠진 SK는 승부를 7차전까지 몰고 가기 위해 모든 자원을 총투입할 겁니다.<br> <br>안준호 감독은 “누구보다 현장을 지휘하는 LG 조상현 감독과 코치들이 정확히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4, 5차전의 무기력한 패배로 위축된 선수들의 마음을 잘 추슬러야 한다. 6차전 장소가 홈인만큼 여전히 승산은 LG가 높다”라고 전망했습니다.<br> <br>전희철 감독이 이끄는 SK는 정규리그 최우수선수 안영준의 부활이 반갑기만 합니다. 힉스가 활약하니 워니는 자신에게 집중된 수비가 분산되면서 해결사 본능이 살아났습니다. <br>SK는 5차전에서 리바운드(45-33), 속공 점수(12-2), 자유투 득점(19-5) 등 대부분 공격과 수비 지표에서 LG를 압도했습니다. 속공의 출발은 골밑이나 압박 수비에 이은 가로채기에서 이뤄집니다. <br> <br>LG는 몸싸움과 스피드 싸움에서 다시 SK보다 우위를 지켜야 합니다. 정인덕, 타마요 등이 SK 안영준, 오세근, 김형빈 등을 뚫고 공격 물꼬를 터줘야 활로를 찾을 수 있습니다. 3차전까지 평균 23점을 몰아친 타마요는 4차전 7점, 5차전에선 8점에 머물렀다.<br> <br>전희철 감독은 “선수들이 수비 포인트를 잘 잡는다. 수비수는 공격수와 역방향으로 움직이면 안 된다. 흐름을 파악하며 적재적소에 길을 막아야 하는데 그 부분을 이행해 줬다”면서 “수비 형태가 유지되는 동시에 집중력도 높아져 미들 라인을 지켜냈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상현 감독은 “선수들이 상황을 이해하고 공격해야 한다”라며 “상대 수비에 따른 타마요의 공격법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br> <br>안준호 감독은 프로 사령탑 시절 사자성어로 유명했습니다. 요즘 안 감독은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단어를 올렸습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칠(도달할) 수 없다. 단기전에서는 누군가 미치는 선수가 나와야 이길 수 있다고 합니다. 6차전에서는 누가 ‘크레이지 모드’ 버튼을 누를까요.<br><br>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br><br>[기사제보 tennis@tennis.co.kr] 관련자료 이전 "아름다운 제주 숲길 추천하세요"…제주도 '제주숲 핫플' 공모 05-14 다음 서울시, 지자체 최초 피겨팀 창단…남자 피겨 간판 차준환 입단 05-14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