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를 탈출해 자기를 지키는 법, 이 영화에서 배웠다 작성일 06-22 12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리뷰] 영화 비밀은></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0A59KYFOOa"> <p contents-hash="c88b177d46bb53bf811d1f2b55ed9355215b7c632cd403fa6714b7bdc923fe3a" dmcf-pid="pc129G3Isg" dmcf-ptype="general">[조은경 기자]</p> <p contents-hash="c36fa1bead70a1f4fe76bdf8b7754c817f66c57eb2b5f9e512eb751b98ca7ca7" dmcf-pid="UEFfVXphso" dmcf-ptype="general"><strong>(*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strong></p> <p contents-hash="5bb3abf18a5fa4cf60390c5dadcdcca1bfd9fb7502f8b7ef64b092def40e058f" dmcf-pid="uD34fZUlsL" dmcf-ptype="general">영화가 시작되면 주인공 연홍의 얼굴이 로우앵글에서 클로즈업으로 잡힌다. 심상치 않을 이야기가 시작될 전조가 느껴진다. 연홍의 시선은 '여기, 아래'가 아닌 '저 먼, 위쪽'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연홍의 눈길이 향하고 있는 '저 먼 위쪽'이 아니라, 연홍이 시선을 거둬버린, '여기, 아래' 이야기가 궁금하다. 로우앵글로 잡힌 주인공의 의미심장한 표정을 보건대, 이제부터 벌어질 '여기, 아래' 세상의 이야기가 심상치 않을 것 같다.</p> <p contents-hash="2529eb384944ce6886d53862c91977662d73ca16b8c19d4dd4081e43e553899c" dmcf-pid="7w0845uSDn" dmcf-ptype="general">"여기는 애당초 인간 씨알부터가 근본도 없고 썩어빠진 동네니께."</p> <p contents-hash="3ee1b1b157fd535aef50c4592a0bcacbe7bc645a2ec86cf8e0a2ddde9515ec17" dmcf-pid="zrp6817vIi" dmcf-ptype="general">주인공 연홍이 영화 중반에 남편에게 내뱉는 대사다. '여기'는 어디일까? 곧바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속도를 내어 달려가는 자동차 바퀴들을 쫓는다. 그 바퀴들이 일제히 향하는 곳은 연홍의 집. 하늘 높이 올라간 카메라는 상당히 높은 곳에서 아래에 놓인 연홍의 집을 보여준다. 사방 천지가 깜깜한 어둠 한 가운데 놓인 연홍의 집. 집 안팎으로 환한 조명이 대거 켜져 있어, 지금이 밝아오는 새벽이라는 사실을 깜박하고 순간순간 한밤중인 듯한 착각 혹은 착시가 생겨난다. 생각나는 그림 하나가 있다.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빛의 제국></p> <p contents-hash="1b03405da8b0072b8fed0c2606c807dcff5a78fb3a100827424eac9f18e945b5" dmcf-pid="qmUP6tzTsJ" dmcf-ptype="general">마그리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작품은, 고요한 밤인데 하늘은 대낮이다. 가능하지 않은 현실인데 보기엔 자연스럽다. 방금 전 카메라가 보여준 연홍의 집 또한 <빛의 제국>과 어딘가 닮아있다. 보기엔 자연스러운데, '진짜'는 아닌 느낌을 준다. 연홍과 연홍의 남편이 처음 함께 등장하는 쇼트부터 그랬다. 거울 속에 비친 부부의 투샷. 보기엔 다정하나 거울 속 모습이 '진짜'일 수는 없지 않은가.</p> <p contents-hash="149ec726b1bba7b465cc5297ad9deebbf2127a779b861b2e6adb35aa1b205318" dmcf-pid="BsuQPFqyId" dmcf-ptype="general"><strong>실종된 딸</strong></p> <p contents-hash="e31aa6ba744b21bfa2d2a6c1550fc361e0140d6d49c470d0352a1f1ccc83cad5" dmcf-pid="bO7xQ3BWre" dmcf-ptype="general">"우리 딸 이미지도 중요해."</p> <p contents-hash="64b8ce52a898cf3bf0b3a8ad46348311161b6d975f7d16e0da4cd01df98aedd3" dmcf-pid="KIzMx0bYOR" dmcf-ptype="general">딸 민진이 실종된 날은 남편의 국회의원 공식 선거운동 첫날이다. 연홍의 남편은 선거운동에 지장이 될까봐 딸의 실종을 당분간은 알리지 말자고 한다. 딸의 이미지 걱정은 정말 이미지 걱정이었을까? '이미지'는 '거울'과 다시 겹쳐진다. 보여지고 비춰지는 허상들. 진짜보다 진짜가 아닌 것들이 더 중요한 지위를 획득하는 '여기'는, 위선의 제국, 거짓의 제국, 그리고 비밀의 제국일지도. 우리 모두가 지금 현재 '몸담고' 있는. 나는 이 영화가 '여기'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여기'는 어디일까?</p> <p contents-hash="54ca646ad04c0a6eeff09427d606aafb624fd4e0501d9e314ee4b083a60782d7" dmcf-pid="9CqRMpKGOM" dmcf-ptype="general">'여기'는 딸 민진이 다니는 학교에서 타당한 이유 없이 왕따를 당하는 세상이다. 전학간 첫날부터 왕따다. 한두 명의 일탈이 아니라, 학급이라는 커뮤니티 구성원이 몽땅 다 민진이 학대하는 일에 조직적으로 가담하고 있다. 타인을 학대하기 위해 '연대'하는 세상.</p> <p contents-hash="562fbef80cc7e5fefeb5a2126d92e018fcd3a3104323dca02d0de4b5b62738ef" dmcf-pid="2hBeRU9Hwx" dmcf-ptype="general">'여기'는 연홍의 남편이 딸의 담임교사와 카섹스를 벌이는 세상이다. 카섹스 현장이 딸과 딸의 친구에게 들켜버렸다. 국회 입성에 차질이 생길까봐 카섹스 동영상을 가지고 있는 자를 – 그 자가 자신의 딸인지 모르고 - 청부살해한다. 그런 그가 세대교체, 새정치를 이끌어갈 젊은 정치인으로 당당히 당선되는 세상이다.</p> <p contents-hash="1b283bfe7413b754da727a92cc7b433d50de44d9e7d6ac8a287446566cd10311" dmcf-pid="VktV2H0CDQ" dmcf-ptype="general">이제껏 자신이 누구인지, 타인이 누구인지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주인공 연홍은 딸의 실종과 죽음을 겪고 난 뒤에야 비로소 지금 '여기'와 대화다운 대화를 시작한다. 피를 흘리고 실패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역사'를 자신의 힘으로 써나가기 시작한다.</p> <p contents-hash="fc207fe2e22e138caa789ea4803d78be0a7531e469b86fac291b27941f79b52d" dmcf-pid="fEFfVXphrP" dmcf-ptype="general">영화 초반 '힐러리'를 꿈꾸는 야심가 연홍의 야망과 아내로서의 내조 솜씨를 보여주는 상징으로서의 김밥을 썰던 그 순진무구한 연홍의 '칼'은 영화 후반에 다시 등장한다. 딸인 줄 모르고 딸을 청부살해한 남편을, 끝까지 엄마를 지켜주고자 한 소중한 딸을 시리도록 아프게 죽여버린, 남편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한 음식들을 준비하는 연홍. 그의 손에 다시 '칼'이 들려있다.</p> <p contents-hash="f437557b7afcd5343999c20f5e8ce9d57e4c66342832e3979ba8fdb43ccdf4c6" dmcf-pid="4D34fZUlr6" dmcf-ptype="general">민진의 실종과 죽음 이후 드러나는 지금 이곳, 여기의 민낯들. 거짓과 위선과 비밀이 지배하는 '어둠의 제국'이 바로 연홍이 살고 있던 세상, '여기'였던 것이다. 이를 깨닫고 주인공 연홍이 제국에서의 탈출을 감행해 가는 지난한 과정이 이 영화의 줄거리라고 감히 말한다.</p> <p contents-hash="0fd9725faef2cbde8493ac7a0b35b5838545779b8a7a56af343be20c1ea784ed" dmcf-pid="8w0845uSE8" dmcf-ptype="general">연홍이 내내 보여줬던 관찰하고 수색하고 추리하고 발견하고 해독해 나가는 행동들이 그 근거이다. 관찰, 수색, 추리, 발견 그리고 해독은 다름아닌 '탈출'에 긴요한 팁들이 아닌가. 소위 '방탈출 게임'에서도 사용되는. 머리를 쓰고 생각해야 탈출할 수 있는 거니까.</p> <p contents-hash="662bedc670c6fec4a83b668858b553f547ad76077a89e6ec424c3050d5b362a8" dmcf-pid="6rp6817vD4" dmcf-ptype="general">"생각하자. 생각하자. 정신 똑바로 차리고.<br>생각하자, 생각하자.<br>생각하자, 생각하자.<br>정신 똑바로 차리고 생각하자. 생각하자.<br>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br>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p> <p contents-hash="8d1d40a804ef6ec2b7d47cb1d0d48f4ef6a9a58052459310bd9c65b0143135a9" dmcf-pid="PmUP6tzTwf" dmcf-ptype="general">딸을 찾는 일이 미궁에 빠지자 주인공 연홍이 되뇌이는 대사다. 절박하고 처절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진짜의 삶으로 가는 엑소더스 또한 그럴 것이다. 절박하고 처절하고 혹은 그러나 아름답지 않을까.</p> <p contents-hash="e0e3e480a669c811aff0c0be03443e503bd287c0f7571c0be6fb9d20375209ec" dmcf-pid="QsuQPFqyOV" dmcf-ptype="general">진짜의 삶에 비밀은 없다. 아니 진짜의 삶을 위해 비밀은 '벗겨내야' 한다. 연홍의 집안을 비추는 숏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은 빈 거울 하나를 기억한다. 그 빈 거울이 우리에게 말하는 바는 뭘까. 타인이 규정한 모습 말고 우리의 본모습을 제대로 들여다보라는 것일까. 누가 그리고 무엇이 자신을 지배하고 다스리고 있는지 제대로 들여다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걸까. 그래서 지금 그 거울은 '비어 있는' 것일까.</p> <p contents-hash="b710d10aaf34c66faba124a880c8def84451cdc19ba0e847c186aa5b4197cab9" dmcf-pid="xO7xQ3BWm2" dmcf-ptype="general"><strong>연홍의 변화</strong></p> <p contents-hash="aa0e53266a8b560128a6054db024a9ae468b80bc922ff5e6174f68ab3f6ec591" dmcf-pid="y2kyTawMw9" dmcf-ptype="general">계급과 성별, 규범과 규정 등의 이유로 '궤도 안의 주류'로 살던 연홍은, 마침내 궤도를 벗어나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 깨닫게 되는' 인간으로 변화해 간다. 그렇다, 감히 말하건대 주인공 연홍은 변화해 갔다. 그리고 '이동했다.' 생각하는 인간으로. 자신을 자신도 모르게 오랫동안 지켜주고 있던 딸의 죽음 앞에서 한 발짝도 뒤로 물러설 수 없었던 주인공 연홍은, 거짓과 위선과 비밀이 벗겨진 제국의 민낯을 확인하는 일이, 치명에 가까울 정도로 혹독했을 텐데도, 돌아가지 않고 강인하게 곧바로 그 어둡고 긴 터널 안으로 걸어들어가 통과해 낸 것이다. 딸의 목숨을 앗아간 그 '어둠의 제국'으로부터의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박수쳐주고 싶다.</p> <p contents-hash="446fbc1c527d8ae1fcf7d0a12da5afc09f4f912ef00f1f29d26979cf7ae60d24" dmcf-pid="WVEWyNrRDK" dmcf-ptype="general">'영화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현실보다 더 현실을 정확하고 넓게 드러낸다. 영화의 힘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현실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모르는 현실을 알 수 있는 강력한 매체 중의 하나다. 그래서 영화 감상이나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삶의 중요한 영역이요, 삶의 방도다.' - 정희진,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중에서</p> <p contents-hash="a679ef566e2631dd03a3b072d0259cc8f1a85a959a17b19b3503e9e512234a62" dmcf-pid="YZQAjfRuEb" dmcf-ptype="general">영화 <비밀은 없다>가 내가 살아보지 못한 또 하나의 현실 – 어떤 제국의 민낯- 을 정확하고 넓게 드러내 주었다. 그리고 내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내가 지금 들어가 살고 있는 '제국'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누가 그리고 무엇이 나를 다스리고 지배하고 있는지. 나는 거기서 탈출할 역량을 어디서 어떻게 구할 것인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탈출할 의지와 용기가 있는지 혹은 있기나 한지. 솔직히 주인공 연홍의 '변화'가 부러웠다. 부러워 하는 일 말고 달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공부하자. 공부하고, 공부하자. 정신 똑바로 차리고 공부하자. 비법은 없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박시훈, 육상 포환던지기 남고부 한국신기록…19m81(종합) 06-22 다음 최다니엘 합류 '런닝맨', 오늘(22일) 10분 확대 편성 [공식] 06-22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