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코리아컵 첫 노골드 수모…한국 정구 하드코트 적응만이 다시 살길

작성일 06-23

<div> <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6/23/0000011093_001_20250623045508683.jpg" alt="" />코리아컵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일본에 패한 뒤 코트를 떠나고 있는 고복성 감독과 한국 여자 대표 선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노골드의 수모를 떠안았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제공 </div>-여자복식, 여자단체전 은메달 2개 만족 -남자대표팀 메달도 없이 빈손 마무리 -일본 7개 전 종목 우승 최고 성과 &nbsp;&ldquo;자존심이 무척 상합니다.&rdquo; &nbsp; 김용국 한국 소프트테니스(정구) 남자대표팀 감독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22일 인천 열우물경기장에서 끝난 2025 NH농협은행(은행장 강태영) 인천 코리아컵 국제소프트테니스대회에서 한국 남자대표팀이 메달 1개도 없이 마무리하는 최악의 성적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음성군청의 이현권-박재규의 남자복식 8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습니다. &nbsp; 남자팀의 부진에 여자팀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결과는 나빴습니다. 이날 고복성 감독(충남개발공사)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과 개인 복식에서 결승을 치렀지만, 일본에 모두 패해 은메달 2개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지난해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과 개인 복식에서 금메달을 땄기에 타이틀 방어를 기대했지만, 일본의 벽은 높았습니다. &nbsp; 한국은 남녀 대표를 통틀어 1개의 금메달도 따내지 못했습니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성재혁 부장에 따르면 2008년 농협컵으로 시작해 코리아컵으로 바뀐 이 대회에서 한국이 노골드에 그친 적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인천 라마다송도호텔에서 거행된 시상식은 온통 일본 잔치였습니다. 국가대표 에이스를 내보낸 일본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걸린 금메달 7개를 모두 따내는 최고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특히 세계 최강이라는 일본 남자대표팀의 간판 우에마츠 토시키(26)는 단식, 복식, 혼합복식,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며 4관왕에 올랐습니다. &nbsp; 대회 장소인 열우물경기장은 한국 정구에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긴 곳입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정구 7개 전 종목 우승이라는 찬란한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강산이 한번 변하고 남을 세월이 흘러 진한 아쉬움을 남기게 됐습니다. <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6/23/0000011093_002_20250623045508728.jpg" alt="" /> &lt;사진&gt; 코리아컵에서 금메달 4개를 독식한 세계 최강 우에마츠가 언더 컷 서브를 구사하고 있다. 공이 마치 풍선처럼 찌그러져 날아간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제공 &nbsp; 한국 정구가 일본에 안방을 내준 가장 큰 원인으로는 하드코트 적응 실패가 꼽히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는 한국 정구가 위력을 발휘한 클레이나 인조 잔디 코트가 아닌 선수나 지도자 모두 꺼리는 하드코트에서 열렸습니다.&nbsp; &nbsp; 김용국 감독과 고봉석 감독 모두 &ldquo;국가대표 선발전 뒤 새로운 선수를 소집해 20일 정도 케미컬(하드) 코트에서 훈련했는데 그 정도로는 시간이 부족했다&rdquo;라고 아쉬워했습니다. &nbsp; 테니스와 달리 정구는 말랑말랑한 고무공을 사용합니다. 테니스의 경우엔 하드코트에서 강력한 스트로크를 구사하는 파워히터가 위력을 발휘하는 반면 정구에선 오히려 하드코트에서는 공의 마찰력이 커져 스피드가 떨어지므로 스핀을 이용한 변칙 플레이가 요구됩니다. &nbsp; 은메달 2개를 목에 거는 데 만족한 이민선은 &ldquo;하드코트여서 일본의 커팅 서브 처리가 어려웠다&rdquo;라고 패인을 밝혔습니다, <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6/23/0000011093_003_20250623045508753.png" alt="" /> &lt;사진&gt; 강한 회전이 걸려 지면에 맞은 뒤 불과 10cm 남짓 밖에 튀어 오르지 않는 언더 컷 서브. 유튜브 캡처 &nbsp; 국내에서 흔히 커팅 서브라고 불리는 언더 컷 서브는 공의 회전량을 최대한 높여 네트를 살짝 넘어가 지면에 맞은 뒤 불규칙하게 튀어 리시브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날아가는 공이 심한 회전으로 찌그러진 모습을 띠어 마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설프게 처리했다가는 상대의 매서운 3구 공격을 허용하게 돼 쉽게 포인트를 헌납합니다,&nbsp; &nbsp; 한국 남녀 대표팀 선수들은 일본의 언더 컷 서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허둥대는 모습을 자주 보였습니다. 김용국 감독은 &ldquo;커팅 서브에서 하늘과 땅 차이였다. 일본과 대만의 선수들은 공이 15cm 정도로 낮게 쫙 깔려 들어가는데 우리 선수들은 30cm 이상 떠서 쉽게 공격을 당했다&rdquo;라고 말했습니다.&nbsp; &nbsp; 국내에선 부상 우려를 이유로 하드코트를 멀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대회도 클레이나 인조 잔디 구장에서 치르고 있습니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의 전국체전 운영 규정에 따르면 하드코트에서는 전국체전을 열지 못 하게 돼 있을 정도입니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nbsp; &nbsp; 플레이 도중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는 클레이나 인조 잔디 코트와 달리 하드코트에서는 스텝을 제대로 밟지 못하면 자칫 발목이나 무릎 부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이번 대회 기간 여자 대표팀의 한 선수는 실제로 족저근막 파열로 반깁스를 하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면서 스트로크를 할 수 없기에 그만큼 더 많이 뛰어야 하므로 강한 체력도 필수입니다. &nbsp;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남종대 전 달성군청 감독은 &ldquo;하드코트에 적응하지 못하면 국제무대에서 경기력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언더 컷 서브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주니어 레벨부터 철저하게 가르쳐야 할 것 같다&rdquo;라고 지적했습니다. <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6/23/0000011093_004_20250623045508790.png" alt="" /> &lt;사진&gt; 한국 정구를 이끌다 지난 연말 은퇴한 문혜경이 언더 컷 서브를 시도하고 있다. 문혜경은 하드코트에서도 강점을 지닌 보기드문 전천후 정구선수였다. 채널에이 자료 &nbsp; 이번 침체는 하드코트와 클레이코트를 가리지 않고 전천후 폭격기로 이름을 날린 김진웅(수원시청), 문혜경(NH농협은행)이 대표팀을 떠나면서 마땅한 후계자가 없다는 한국 정구의 난제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nbsp; &nbsp; 일본 역시 초등학교, 중학교 레벨에서는 언더 컷 서브 같은 고난도 기술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하다고 합니다. 우에마츠는 필자에게 &ldquo;일본에서도 주로 클레이나 인조 잔디 코트 대회가 많지만, 하드코트에서도 최상의 기량을 펼치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다. 코트 표면에 따라 다른 전술을 구사한다. 하드코트에서는 스피드를 다스리는 게 관건이다. 언더 컷 서브의 경우에는 회전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다&rdquo;라고 말했습니다. <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6/23/0000011093_005_20250623045508808.png" alt="" /> &lt;사진&gt; 2026년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테니스와 정구(소프트테니스)가 열리는 히가시야마 공원 테니스센터. 홈페이지 캡처 &nbsp; 코리아컵 수모가 내년 일본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에 대비한 독한 예방주사가 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나고야의 아시안게임 정구장인 히가시야마공원 테니스센터 역시 하드코트이기 때문입니다. 정구는 아시안게임에서 테니스의 서브 종목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따라서 테니스와 정구를 같은 경기장에서 진행해야 합니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시 하드코트였는데 문혜경이 단식 금메달을 땄을 뿐입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를 딴 우에마츠는 &ldquo;이번 코리아컵의 개인 목표였던 금메달 4개를 따내 만족스럽다. 내년 아시안게임에서도 3관왕을 노리고 있다&rdquo;라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nbsp; 코리아컵이 열린 인천 열우물 경기장은 인천 부평구 십정동에 있습니다. 십정동의 옛 이름이 바로 열우물입니다. 우물이 많아 &lsquo;열 개의 우물&rsquo;이라는 뜻과 함께 &lsquo;추워도 물이 따뜻해서 열이 난다&rsquo;라는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nbsp; 한국 정구는 열 우물에서 극심한 갈증을 느꼈을 겁니다. 우물에서 온기를 느끼는 게 아니라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을지도 모릅니다. &lsquo;위기 다음에 기회&rsquo;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과거 영광에서 벗어나 10년 뒤를 바라보는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 됐습니다. <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6/23/0000011093_006_20250623045508846.jpg" alt="" /> &lt;사진&gt; 남자 단체전에서 우승한 일본 대표팀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nbsp; [기사제보 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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