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욕망을 생각해본 적 없다니... 그런 내가 불편했다 작성일 06-23 12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리뷰] 연극 헌치백></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qRRYN4e7Ow"> <p contents-hash="a202fe954a4dcabc86fcc6b2e8df91a80f2f1f653039333cccc97c37945871df" dmcf-pid="BeeGj8dzDD" dmcf-ptype="general">[한별 기자]</p>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336014c67a05f92c013469a86b18fcb44b0d46d24b0db812c5732e2aa92c807b" dmcf-pid="bccuCLkPOE"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6/23/ohmynews/20250623102701814bxpv.jpg" data-org-width="1280" dmcf-mid="7o7k4tzTOm"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23/ohmynews/20250623102701814bxpv.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연극 <헌치백>의 공연 종료 후 무대 모습이다.</td> </tr> <tr> <td align="left">ⓒ 한별</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ee29854dce15bfb263aa765bd05f64a245b0c86af67ee39ac794ba1da464101a" dmcf-pid="Kkk7hoEQrk" dmcf-ptype="general"> 헌치백(hunchback)은 척추 장애인을 뜻한다. 일본 작가 이치카와 사오가 쓴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국립극단에서 연극 <헌치백>을 공연했다. 독서 모임에서 이미 책을 읽었던지라 다 같이 봤다. 늘 혼자서 공연을 봐 왔는데, 같이 보니 공연 이후가 더 재밌었다. 각자가 생각한 공연의 메시지, 아쉬웠던 점 등을 이야기하며 걸었다. </div> <p contents-hash="d9742f047beb487a6b2bba451551bed7e6653073d4e82d21fd3f841180922674" dmcf-pid="9EEzlgDxEc" dmcf-ptype="general">연극에서는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강렬함과 다른 새로움을 마주했다. 그동안 공연을 즐겨 봤음에도 무장애(배리어 프리, Barrier-free) 공연은 처음이었다. 로비에서는 점자가 함께 인쇄된 프로그램북도 배포했다.</p> <p contents-hash="88afec2f8fd1298b646a3095e4988b350e06435dc81216746886985c76480dff" dmcf-pid="2DDqSawMIA" dmcf-ptype="general">연극 <헌치백>은 자막과 수어 통역이 무대 위에 등장한다. 무대 상단 중앙에 배우의 이름과 대사가 나오고, 공연 시작 전 자막에 기호에 해당하는 약어 설명을 전한다. 공연 시작 전 관객 안내 멘트부터 수어 통역이 시작된다. 4명의 수어 통역사들은 검은 옷을 입고 배우 옆에서 함께 연기한다. 이들의 연기는 손과 표정이 함께 어우러지는 연기였다.</p> <p contents-hash="c080746e5b934a6f38a2e2149b4d16961de72670e8649ab0674131f2a32af3aa" dmcf-pid="VwwBvNrREj" dmcf-ptype="general"><strong>구분된 역할에도 모두 함께 연기하는 무대</strong></p> <p contents-hash="1a2cbe12044a4f96252b9358c6554405b5d01600c7decdc121ba6818659e2673" dmcf-pid="frrbTjmesN" dmcf-ptype="general">이 연극에는 다섯 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중증 척추 장애인 이자와 샤카와 고타스 기사를 작성하는 샤카를 배우 차윤슬과 황은후가 함께 연기한다. 원훈이 남성 간병인 다나카 준을 연기하며, 길별과 우범진은 그 외 모든 역할을 나눠 맡는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연극처럼 고정적인 역할만 연기하지 않는다. 원훈을 제외한 네 명의 배우가 샤카의 대사를 나눈다. 원작 소설인 1인칭으로 서술된 만큼 샤카의 삶과 생각을 나눠 표현한다.</p> <p contents-hash="6ffcfb3281836075340ebfed1f90e00c3c0e08fd9ac302d52114f12767e35044" dmcf-pid="4mmKyAsdDa" dmcf-ptype="general">원작 소설과 다른 색다름을 원하는 독자라면 반쯤은 실망할 수도 있다. 원작의 텍스트나 언어를 재해석하기보단 그대로 옮겨냈기 때문이다. 연극은 소설속 샤카의 일상을 시작·청각적으로 구현했다. 작품을 맡은 신유청 연출은 "단순히 소설을 무대로 옮기기보다 소설을 읽고 난 후 갖게 될 여러 해석을 무대에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프로그램북을 통해 설명했다. 연출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원작을 미리 읽고 온 관객으로서는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보게 됐다는 것 말고 새로운 게 없어 아쉬웠다.</p> <p contents-hash="ac8a5903c0a91928989870e709c77d00e1d53369de43ddc244aaa94bfafa21da" dmcf-pid="8ss9WcOJrg" dmcf-ptype="general">이 작품에는 실제 장애를 지닌 차윤슬이 주인공을 연기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연극뿐 아니라 기존 미디어 작품에서 장애인 역할을 비장애인이 연기하는 게 다수였지만, 저신장 장애를 지닌 차윤슬이 휠체어를 타고 연기에 나서면서 연기에 대한 더 다양한 접근을 가능하게 했다. 이를 통해 <헌치백>은 공연장과 무대 모두 비장애인만의 향유물이 아니어야 함을 내포한다.</p> <p contents-hash="3e210addeb07eec47f2fd966612b418abe4eb4b14de9f7a5d0bdb260ae174619" dmcf-pid="6EEzlgDxwo" dmcf-ptype="general"><헌치백>은 2023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이쿠타가와상은 일본 내 권위를 인정받는 문학상으로, 장애인 작가로서는 최초 수상이다. 그만큼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주인공은 소셜미디어(SNS) 비밀 계정에 '다시 태어나면 고급 창부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올리는 중증 척추 장애인이자 여성 이자와 샤카다. 어느 날 그는 다른 비장애인 여성들처럼 임신과 중절을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SNS에 올리는데, 이를 남성 간병인인 다나카에게 들킨다.</p> <p contents-hash="365574e6792ca185b2d4e20d5c8e267b8ebd75f9dc81deea930fe638ad2825ca" dmcf-pid="PDDqSawMDL" dmcf-ptype="general">성적인 표현과 성관계를 다소 세밀하게 표현하는 내용을 보고 자극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을 읽고, 보고 난 후 느꼈던 가장 핵심적인 감정을 이야기하라면 단 하나, 불편함이다. 작품의 표현 방식보다도 장애 여성의 임신과 출산 혹은 임신 중단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는 사실이 불편하다.</p> <p contents-hash="daa06264243e097a9181ba54dbe5a7a89c2a13b717f6e1add15fd19419ad78d0" dmcf-pid="QwwBvNrRIn" dmcf-ptype="general">남성 간병인 다나카는 여성 중증 장애인인 샤카에게 자신이 '약자'라고 말한다. 그런 다나카에게 샤카는 "스스로 약자 남성임을 인정하다니. 혹시 인셀? 무서워라"라고 반응한다. 인터넷 세상에서의 샤카를 눈치챈 다나카는 성행위의 대가로 1억 엔을 요구하고, 샤카는 거의 신장에 가격을 매긴 금액을 수표를 끊어 내민다.</p> <p contents-hash="f303f3273f40491ca591c756d1646eed9c015022dafa57eaf0eb71d9217d73e7" dmcf-pid="xrrbTjmeEi" dmcf-ptype="general"><헌치백>은 샤카라는 주인공이 관객에게 자신의 내면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이야기다. 인간으로서 욕망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한계가 신체와 같은 개인적인 사유에 있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사람에 따라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샤카의 욕망, 생각에 비판을 가할 수 있겠다만, 그 이전에 생각해보자. 중증여성장애인으로 살아온 샤카의 일상에 스스로 선택한 일은 얼마나 있었을까.</p> <div contents-hash="93ca4f0609e86336e5723275111922077f242d0ac6bef2d0a3c2b53b50149899" dmcf-pid="ybbrQpKGOJ" dmcf-ptype="general"> <strong>이야기의 의미, 연극의 이유</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79297a0439722194028850ae67c57de23fe400a25b125785716880c1ad20cb99" dmcf-pid="WKKmxU9HOd"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6/23/ohmynews/20250623102703115jsym.jpg" data-org-width="1280" dmcf-mid="zrl8ZrSgEr"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23/ohmynews/20250623102703115jsym.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연극 <헌치백>의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과 수어통역가들이 인사하고 있다.</td> </tr> <tr> <td align="left">ⓒ 한별</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2a0daaf8b454bc402330f150f2ca5ec859cd7877129f51609b612a9f57a4f230" dmcf-pid="Y99sMu2XEe" dmcf-ptype="general"> 책으로 읽은 이야기를 다시 마주하는 게 지루하기만 한 건 아니다. 내가 속도와 감정을 조절할 수 있었던 '독서'라는 방법 외에 '관람'은 다른 충격을 줬다. 불편해서 빠르게 읽고 넘길 수 있었던 독서 경험과 달리 무대 위의 배우의 행위에 좋든 싫든 집중할 수밖에 없었기에 모든 장면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div> <p contents-hash="e10519c4c33f0bd11330716d606d1f806ece96986b5cde6ec972f2888ed8deb2" dmcf-pid="G22OR7VZER" dmcf-ptype="general">한 마디로 '무장애 공연'이라는 틀에 <헌치백>의 이야기가 완전히 들어맞았다. 신유청 연출이 "무장애 공연을 한다면 내 안에 있는 상투적 스타일을 깰 수 있는 원동력이 됐으면 했다"는 말이 이해가 됐다. 그렇게 이 연극은 이야기의 주제나 메세지뿐 아니라 그 방식에서도 흔하지 않은 공연이 됐다.</p> <p contents-hash="bacfec7e8b518b7bfb76d2d19e642e23e8cd56af32d18c855a2bc4837ef9de84" dmcf-pid="HFFgbG3IOM" dmcf-ptype="general">결국 이 이야기는 장애인인 작가에 의해 쓰여, 누군가의 일기장 혹은 SNS 계정을 훔쳐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어디까지나 진짜고, 어느 부분이 허구인지 헷갈리지만 사실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전혀 상상할 수 없지만 꼭 이해하고, 알아야 하는 타인의 삶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p> <p contents-hash="ec08e3e772dbd21a85cfcc691ee92e23d9f02dd919f464d4c079a989a7046589" dmcf-pid="X33aKH0Cwx" dmcf-ptype="general">장애인이 느끼는 성적 욕망이 어딘가 더부룩하게 느껴진다면, 당신은 이 작품을 접해야 한다. 장애인은 지하철을 타기 위해 시위하고, 시설이 아닌 사회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탈시설 운동을 전개하는 것 이전에 사람답게 생각하고 욕망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욕망하는 것에 대해 알고 생각해야 한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는 것을 경계하고, 세상과 타인을 알아가야 한다.</p> <p contents-hash="600ddebedd0228fe9f6fb9156a66fa4152191d45d419a8805b366af515e86079" dmcf-pid="Z00N9XphsQ"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이 기사는 https://blog.naver.com/burn_like_a_star에도 실립니다. 필자 블로그와 인스타그램(@a.star_see)에 취재 후기와 함께 공유됩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오만추2', 두근두근 첫 호감도 선택 베일 벗는다 06-23 다음 장애인 땅 빼앗으려는 검사, 강원도 마을에서 벌어진 비극 06-23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