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이 사라졌다, 믿음도 함께 작성일 06-23 12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리뷰] 영화 신성한></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trKEo2xpmX"> <p contents-hash="0771f3ed763f90441736c583dfaa4d7919aca19165df4269fb76b24dcdc4cf2e" dmcf-pid="Fm9DgVMUwH" dmcf-ptype="general">[고광일 기자]</p>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3b0644c7443442f2c64bf0831acd413024eb3f5dc599630297a7e016688e12b5" dmcf-pid="3s2wafRuwG"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6/23/ohmynews/20250623121801623lxjs.jpg" data-org-width="1280" dmcf-mid="1QT4qWtsrZ"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23/ohmynews/20250623121801623lxjs.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신성한 나무의 씨앗>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그린나래미디어(주)</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988f507aca67c18db4c9ad435b3010c425263c4de4c9e16751841420a7bc1799" dmcf-pid="0OVrN4e7EY" dmcf-ptype="general"> 오랜만에 해외에 다녀왔다. 아랍에미리트의 국적기 에티하드 항공을 타고 아부다비를 거쳐 스페인에 도착하는 여정이었다. 탑승 후에는 비행경로를 켜놓는 데 신기한 걸 발견했다. 목적지와 함께 메카의 방향이 어디인지 동시에 표시되는 거다. 서양식 유니폼을 갖춰 입은 크루들이 영어를 공용어처럼 사용하는 항공기 내부였지만,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강력한 자장은 2만 km 상공을 날아가는 와중에도 변함없이 발휘되고 있었다. </div> <p contents-hash="1049c8735ae5b4b6f4e494d7fef9ca86942d91ae11c5eccb66812d1e0fa85197" dmcf-pid="prKEo2xpmW" dmcf-ptype="general">2025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신성한 나무의 씨앗> 또한 종교의 영향력이 또렷하게 드리워진 작품이다. 2022년에 이란에서 마흐사 아미니의 석연찮은 죽음으로 발생한 대규모 히잡 반대 시위가 중요한 배경이기 때문이다. 히잡을 올바르게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체포된 아미니가 사흘 만에 의문사한 이 사건이 불씨가 돼 전국적인 시위로 규모가 확대됐다.</p> <p contents-hash="9eb0de393b05ddbce694c5f5ac40177b353eb33ce53ac9b3847ab3b9242d4f5c" dmcf-pid="Um9DgVMUry" dmcf-ptype="general"><strong>발아했던 씨앗</strong></p> <p contents-hash="5c19c353e74a3d9b2b34a608d2bbaac10f82e19c9394ad2403e50805f58500ec" dmcf-pid="us2wafRuwT" dmcf-ptype="general">영화는 혼란스러운 시기에 수사관에서 수사 판사로의 진급을 앞둔 이만이 호신용 권총을 지급받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총을 건네받고 이만이 향하는 곳은 집이 아닌 외딴곳에 자리한 모스크다. 어떤 결심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만은 경건하게 기도를 올린다. 부인인 나즈메는 남편의 진급 소식을 환영한다. 조금 더 많은 연봉과 판사라는 사회적 지위, 무엇보다 딸들에게 독립된 방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집으로의 이사가 기다려진다.</p> <p contents-hash="4234aff32f9b2877841f938e6da396b14d9e06f017d11037263b237e1efae0d6" dmcf-pid="7OVrN4e7Iv" dmcf-ptype="general">동시에 나즈메는 걱정에 빠져든다. 대중에게 정체가 드러나면 곤란한 수사 판사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혹여나 남편에 대한 평가에 누가 되지 않고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두 딸에 대한 잡도리를 시작한다. 대학생 레즈반, 중학생 사나에게는 SNS에 사진도 한 장 올리지 말고 친구도 철저히 가려서 사귀어야 한다는 엄명과 함께 몸가짐에 대한 신신당부도 빠지지 않는다. 히잡을 올바르게 착용하고 시위대와는 철저하게 거리를 두고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말 것.</p> <p contents-hash="ccfe2cce27bebb6223bec6556c56ae2e4fc9811d5290644bf13bc4c2b8314a72" dmcf-pid="zIfmj8dzES" dmcf-ptype="general">하지만 레즈반의 대학교 친구 사다프가 도덕경찰이 발사한 산탄총을 얼굴에 맞는 큰 부상을 입고 이만의 집에서 응급처치해야만 하는 돌발상황이 벌어진다. 동시에 검찰이 제출한 고소장을 채 끝까지 읽지도 못한 채 판결을 강요받아 괴로워하던 이만은 가족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시위자들이 '적'의 속임수와 거짓 정보에 속아 국가를 혼란스럽게 한다며 정부 편을 들 정도로 변화한다. 결국 감정이 격해진 레즈반과 말다툼으로 가족 식사가 마무리된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이만은 호신용으로 받은 권총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p> <p contents-hash="1a864bff218d9eb53c4927c1a289ae75b033337bd8d03a659ac52bb96cb9daa1" dmcf-pid="qC4sA6Jqml" dmcf-ptype="general">어쩌면 다소 뻔한 세대 간의 정치 갈등으로 전개되듯 보이던 영화가 파격적인 심리 드라마로 변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극 중에서 총은 강력하게 공권력의 상징하는 도구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총이 사라진 후에는 이만의 직장 내에서의 신뢰도 하락과 징역형에 대한 두려움이 우선은 전면에 드러나지만, 점차 내부 구성원(가족)에 대한 불신으로 심화한다. 이만은 진범을 찾겠다며 가족끼리도 친하게 알고 지내는 동료 수사관에게 아내와 딸의 심문을 맡긴다.</p> <p contents-hash="480f7d8671e3db6763bbb7ddf15408e1f88c911c75c47a9b9816437b5a0f1b79" dmcf-pid="Bh8OcPiBIh" dmcf-ptype="general">그럼에도 총을 되찾지 못한 이만은 결국 폭주한다. 안정적으로 지켜오던 가정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했다는 분노가 존재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전지적 이만의 시점이다.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SNS와 유튜브를 통해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장면들을 본 딸들은, 커다란 TV를 통해 수신하는 매스미디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믿지도 않는다. 이만이 느끼지 못한 사이에 이미 갈등의 씨앗은 발화하고 있었다.</p> <p contents-hash="ad66ea454c40b9dcba8fc17581836164f2ebda5b452e102eb2813542285e69f4" dmcf-pid="bl6IkQnbsC" dmcf-ptype="general"><strong>관객과 캐릭터를 전도시키는 세 가지 층위</strong></p> <p contents-hash="9dce4382febe6e5a32ee5b4350c14b9903b2b18055fa5e2332d209a816396810" dmcf-pid="K0jtWcOJII" dmcf-ptype="general">영화는 세 단계 층위로 구분되는 연출을 시도하며 관객과 캐릭터의 위치를 전도시킨다. 먼저 보통의 드라마 장르처럼 미디움샷이 주가 되고 평이한 카메라 구도가 연출되는 장면들이다. 이때의 영화는 이만/나즈메와 레즈반-사나의 정치적 갈등, 이만과 대립하는 나즈메, 레즈반-사나의 추격전처럼 가족 스릴러의 형식에 가깝게 다가간다. 통제력을 상실한 가장, 그에게 신뢰를 잃은 가족 구성원을 둘러싸고 적당한 거리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는 영화에 장르적 재미를 더한다.</p> <p contents-hash="210bd99e856cdd77e0d7bb5a30c0c0a8c201d63139ac1b2a552627cfcd61670e" dmcf-pid="9pAFYkIiIO" dmcf-ptype="general">하지만 영화를 마냥 장르적으로 즐길 수 없는 것은 중간중간 등장하는 푸티지 때문이다. 시위대가 이란의 도덕경찰들에 의해 폭력적으로 진압을 당하는 장면들은 아마도 딸들이 SNS를 통해 공유받고 유튜브로 시청하는 영상들일 것이다. 관객인 우리에게는 유혈이 낭자 하는 이미지와 사운드가 필터링 없이 전달되지만, 이 영상들을 이만과 나즈메가 봤다고는 확신할 수 없다. 정보의 배제일지, 알고리즘에 의해 극 중 캐릭터의 의도적인 취사선택인지는 알 수 없다.</p> <p contents-hash="97e95aa33f3402820252669c5930b6bfb686d4728ae6ccd101b2e72152e67e7b" dmcf-pid="2Uc3GECnms" dmcf-ptype="general">마지막으로 극도의 클로즈업과 슬로우모션이 걸리는 장면으로 딱 두 번 연출된다. 첫 번째는 얼굴을 다친 사다프의 산탄총알을 핀셋으로 빼고 피를 닦아주는 나즈메의 모습. 두 번째는 이만이 샤워를 한 뒤 나즈메가 그의 머리카락과 수염을 다듬어주는 모습이다.</p> <p contents-hash="bd475f2c21916944aa7981f52e76b33547583c49ffb529759ee59e2a08ef9b3b" dmcf-pid="Vuk0HDhLsm" dmcf-ptype="general">과시적인 연출이 쓰이지만 맥락은 다르다. 사다프의 경우 커튼을 통과한 비치 가득한 거실에서 후광이 비추듯 성스럽게 연출됐다면, 샤워 장면은 좁고 어두운 욕실에서 핀 조명을 독점한다. 마치 성전을 준비하는 광전사의 출정식처럼 비장하기까지 하다. 이슬람의 전통이 꼭 남성들의 의지로만 유지되지 않듯, 남편과 딸을 중재하는 나즈메는 본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성녀도, 전사도 될 수 있다.</p> <p contents-hash="31b55dff6135c2dea35257634bbf3ae22a127072fbd92bf6b17226238f2a9d4c" dmcf-pid="f7EpXwloOr" dmcf-ptype="general"><strong>발자국 없는 유령의 권리</strong></p> <p contents-hash="3b623327ac4aa482a789416b75894c3df69c021506fac4841317b5f07f56a92c" dmcf-pid="4zDUZrSgEw" dmcf-ptype="general">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명백하게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에 대한 오마주로 보인다. 미쳐버린 가장과 그들을 피해 달아나는 가족들의 미로 속 추격전. 폭설로 고립된 산장과 바싹 마른 사막 위에 폐허가 된 동네라는 점 외에 결정적 차이가 있다. <샤이닝>에서 아들인 대니가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을 거꾸로 밟아가며 추적을 피했고, <신성한 나무의 씨앗>에서는 이상하게도 흔적을 남기지 않은 채 도망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이다.</p> <p contents-hash="ed0555a4172958b24f6898b70fc51f07e7cdc578559259adedf8475c5eabe2c4" dmcf-pid="8qwu5mvaDD" dmcf-ptype="general"><샤이닝>의 오버룩 호텔은 원주민들의 무덤 위에 지은 집. 이 영화에서 이만은 고향을 떠나왔지만, 선조들이 대대로 살아온 동네다. 폭력과 억압의 역사가 기록된 장소라는 공통점을 생각한다면 발자국이라도 남길 수 있는 아들. 발자국도 없이 유령처럼 살아온 이슬람 여성들의 차이라고 보면 지나친 비약일까.</p> <p contents-hash="845f59a3f976c1b84eb6050d3bae0918419a2a9a3779cfaf0e0f04a089a6fce5" dmcf-pid="6Br71sTNrE" dmcf-ptype="general">2022년 히잡 반대 시위에서 울려 퍼진 구호가 '여성, 삶, 자유'였다. 유령들이 발자국을 찍기 위해 당연히 주어져야 할 권리임에는 틀림없는 것들이다.</p> <p contents-hash="0928749ab76c98bb96a500cf3b3d7d0231e312d84b4194face4a5d89958ef3e1" dmcf-pid="P1oXSawMmk"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이 기사는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정승제 “수능 수리영역 최소 2등급 맞을 것”…’문남 리부트’ 오늘(23일) 첫방 06-23 다음 “범죄 토크쇼계 ‘6시 내고향’ 희망”…안현모X유성호 ‘스모킹 건’, 100회 넘어 달린다 [MK현장] 06-23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