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치사 아내를 기괴한 추모한 작가... 이 영화가 조명하다 작성일 06-29 11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리뷰] 네이키드></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4B3Eyjf5wv"> <p contents-hash="29d9d2e41a00753033a9dcc33e150af07e0ca21a8471e522735b329d499ef596" dmcf-pid="8b0DWA41IS" dmcf-ptype="general">[안치용 기자]</p> <div class="video_frm" dmcf-pid="6KpwYc8tIl" dmcf-ptype="embed"> <div class="layer_vod"> <div class="vod_player"> <iframe allowfullscreen class="player_iframe" dmcf-mid="V5YLsd7vmy" dmcf-mtype="video/youtube" frameborder="0" height="370" id="video@V5YLsd7vmy" scrolling="no" src="https://www.youtube.com/embed/C2_TI6AmoF4?origin=https://v.daum.net&enablejsapi=1&playsinline=1" width="100%"></iframe> </div> </div> </div> <table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a6177943dae06f7c413fad5eab50493bab1a8b8b237efe010b251c3e35de3162" dmcf-pid="PnQXBWj4Eh"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strong>▲ [네이키드 런치 안치용의 영화리뷰] 좌초한 카프카 벌레를 타고 아내 살해 후 훨훨 날다</strong>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네이키드 런치(Naked Lunch)'는 윌리엄 S. 버로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알려져 있다. 이 말은 반만 맞다. 정확하게는 같은 제목의 소설을 쓴 버로스의 삶과 그의 작품 세계를 카프카적 세계관으로 재구성한 영화다. 소설이 아니라 작가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얘기다. 즉 버로스란 작가의 독특한 인생 역정을 판타지물로 재구조화하여 작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묘사한 메타픽션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작 소설의 내용을 파편처럼 가져다가 영화에다 박아버리지만, 본질적으로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버로스라는 작가의 생애 특정 부분을 영화 소재로 삼았다. 여러모로 픽션을 넘어선다. #네이키드런치 #데이비드크로넨버그 #윌리엄S버로스 ⓒ 안치용의 시네마 인문학</td> </tr> </tbody> </table> <p contents-hash="333b6a05c27166a9cc4ff2dd93dae9b67a3e1e21a896f33b31748add2946a35b" dmcf-pid="QLxZbYA8rC" dmcf-ptype="general">* 영화의 전개와 결말을 알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p> <p contents-hash="47d7d4743c4a716e1bd4bbfde66ed709101abbe02a7e3aef87dfd9bf474af273" dmcf-pid="xoM5KGc6mI" dmcf-ptype="general">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네이키드 런치>(Naked Lunch)는 윌리엄 S. 버로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알려져 있다. 이 말은 반만 맞다. 정확하게는 같은 제목의 소설을 쓴 버로스의 삶과 그의 작품 세계를 카프카적 세계관으로 재구성한 영화다.</p> <p contents-hash="f510ca7795f2747d22b6b0238d838e24dcb2f08ba66c6e0f15171175e3adf3fa" dmcf-pid="ytWnmeuSwO" dmcf-ptype="general">소설이 아니라 작가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얘기다. 즉 버로스란 작가의 독특한 인생 역정을 판타지물로 재구조화하여 작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묘사한 메타픽션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작 소설의 내용을 파편처럼 가져다가 영화에다 박아버리지만, 본질적으로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버로스라는 작가의 생애 특정 부분을 영화 소재로 삼았다. 여러모로 픽션을 넘어선다.</p> <p contents-hash="08890e6e7bbf83736deed59a11588aa2b72ae36aa943ec16df43c561969ffbae" dmcf-pid="WFYLsd7vIs" dmcf-ptype="general"><strong>'비트 세대' 작가의 기이한 실존</strong></p> <p contents-hash="9aa4bead79d0db7f9a11f0520f3e83507ba848deda0fd1429075b03cd2c98f04" dmcf-pid="Y3GoOJzTIm" dmcf-ptype="general">버로스는 잭 케루악, 앨런 긴즈버그와 함께 1950년대 미국 문학 조류를 뜻하는 비트 세대(Beat Generation)의 대표 작가이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실존적 무력감을 표출한 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남긴 냉전 체제와 사회 통제, 그리고 이러한 거대 통제에 대한 저항의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또 다른 전후 문학 세대인 비트 세대는 물질문명과 위선적 권위에 대한 반항, 자유로운 실험 정신, 마약 탐닉과 성 해방, 동양에 관한 탐구 등을 특징으로 한다. 버로스는 비트 세대에서도 마약 동성애 등 개인적 체험과 문학을 결합한 급진적 작가로 꼽힌다. <네이키드 런치>의 제목은 '비트 세대의 왕'으로 불리는 케루악이 지어주었다.</p> <p contents-hash="7efb08d9ffc9826c25b6b4e7b3f2a17f19264db31ec31df6c1a14a1c04f6ed8b" dmcf-pid="G0HgIiqyIr" dmcf-ptype="general">이러한 배경지식은 영화를 이해하는 데에 필수적이다. 우선 영화의 주인공인 윌리엄 리(피터 웰러)는 버로스의 필명이다. 극중 윌리엄은 바퀴벌레를 잡는 일을 하는 해충방제사로, 아내 조앤(주디 데이비스)을 따라 살충제를 마약처럼 복용한다. 어느 날 마약에 취한 상태로 조앤과 윌리엄 텔 놀이를 하다가 아내를 죽인다. 화살 대신 발사한 총알이 머리 위의 컵 대신 이마를 맞혔다.</p> <p contents-hash="e477b8499150b610f890e8d13e0503a60cc7cef5eec6c0421a346943137f3be7" dmcf-pid="HpXaCnBWsw" dmcf-ptype="general">조앤은 실제 아내 이름이고, 빌헬름 텔 놀이를 통한 조앤 과실치사는 버로스의 생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총알이 박힌 지점 또한 실제로 이마였다고 한다.</p> <div contents-hash="7d2f550e4fe1d137a2934e4e9ae95f11b54fac89c715a47c2ede9a6fbcb1834d" dmcf-pid="XQ9S3IJqwD" dmcf-ptype="general"> 이후 탕헤르를 연상시키는 인터존으로 윌리엄은 도피한다. 인터존은 1923~1956년 존재한 '탕헤르 국제지대'(Zone Internationale de Tanger)를 직접 지시하기에 인터존(Inter Zone)을 탕헤르를 뜻하는 줄임말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지브롤터 해협에 면한 탕헤르 국제지대는 당시 유럽 여러 나라의 공동 관리 하에 놓인 지역이어서 검열과 법 집행이 느슨했고, 마약, 성소수자 문화, 예술 활동 등이 자유롭게 이루어졌다. 버로스는 1954~58년 여기 머물며 <네이키드 런치>를 집필했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17dced1f095085a07e27f13370ddcccd46adefa28ed6351ec0e3ef1d5cd3dc87" dmcf-pid="Zx2v0CiBOE"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6/29/ohmynews/20250629163002466zqsx.jpg" data-org-width="1280" dmcf-mid="QIE8g2HEE4"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29/ohmynews/20250629163002466zqsx.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네이키드 런치' 포스터</td> </tr> <tr> <td align="left">ⓒ 엣나인필름</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7aeb6b33e1b3bdb78a5334c58b90cf43e71f11c9962ab42a73c1f10e19ea1b5d" dmcf-pid="5MVTphnbEk" dmcf-ptype="general"> 영화에서 인터존은 버로스(윌리엄 리) 인생에 등장한 특정한 공간과 연결될 뿐만 아니라 다의적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인터존 명명은 단순한 줄임말이 아니라, '인터'를 통해 환각이나 무의식 등 현실 저편이나 현실과 뒤섞인 낯선 세계로 연결을 의미한다고 풀이할 수 있다. 또는 의식에 마련된 살인과 관련한 죄책의 공간일 수도 있다. 이 왜곡되고 뒤틀린 공간에서 인간화한 곤충, 타자기, 기관, 동성애자, 마약상 등이 출현한다. 인터존은 억압된 욕망, 성적 혼란, 정체성의 분열, 작가 정신의 맹아 등이 혼란스럽게 뒤섞인 정신의 본향으로 작가 탄생의 통과의례를 뜻한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 </div> <p contents-hash="9509a20fbdcd4e6d695c3525a6d871731789f28b47bff4fe9c99b2a6962a7958" dmcf-pid="1RfyUlLKEc" dmcf-ptype="general">영화는 아내 살해 장면을 이야기의 앞과 끝에 배치하여 영화의 스토리 같지 않은 스토리가 살인의 기억을 둘러싼 심리적 순환의 여정임을 확고히 한다. 첫 번째 살해는 (영화와 버로스) 현실의 사건이며, 그 이후 인터존의 풍경은 윌리엄 리의 내면을 긁어대는 의식/무의식적 자기 해명 과정이다. 엔딩에서 윌리엄 텔 놀이가 반복되며 조앤이 다시 죽을 때 관객은 이 구성과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당황하겠지만, 또 조앤이 두 번 죽는 것인지 윌리엄 리가 두 여자를 죽이는 것인지 헷갈리겠지만, 크로넨버그 감독과 작가 버로스는 그것이 희생을 통한 글쓰기와 작가의 탄생이라는 유사 신화를 작성하게 된다.</p> <p contents-hash="bc7878bac7d28a867578c6c45fc9502408a164ec325d51d56c51f3fc0cce3c25" dmcf-pid="te4WuSo9mA" dmcf-ptype="general"><strong>살인의 기억</strong></p> <p contents-hash="ec810a566f6a3e85a2ad6fb30faf15deda83b25cdb08b2df96685ac364cccf50" dmcf-pid="Fd8Y7vg2Ej" dmcf-ptype="general">윌리엄 텔 놀이를 하며 아내를 죽였다는, 상상을 불허하는 경험은 실제로 버로스의 작가 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네이키드 런치>와 마찬가지로 영화로 만들어진 <퀴어> 서문에서 버로스는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p> <blockquote class="talkquote_frm" contents-hash="2f35c1e92160cb74fccab50046b950156a5973613372c9451ed1e8b1ab8f6f92" dmcf-pid="3J6GzTaVDN" dmcf-ptype="blockquote2"> "나는 조앤의 죽음이 없었다면 내가 작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란 형편없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 나는 지속적인 강박의 위협과 함께 살았고,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그리고 통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속적인 필요와 함께 산다. 그리하여 조앤의 죽음은 나를 침략자, '추악한 영혼'과 접촉하게 했고, 나를 평생의 투쟁으로 이끌었으며, 그 안에서 나는 나의 길을 글로 써가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blockquote> <div contents-hash="3957d6f906991c1073f221b63fa9d0153c2b4d51e597c84d50f8c9c9dcb59a6c" dmcf-pid="0iPHqyNfOa" dmcf-ptype="general"> <br>조앤의 죽음, 마약 중독, 동성애 등 영화에서 언급된 내용은 모두 작가 버로스의 실제 삶과 연결된다. 영화는 그의 실제 삶을 채용하면서도 실제 삶의 정조와 무관하게, 그로테스크하지만 발랄하고 또 흥미로운 시선으로 따뜻하게 그렸다. 영화는 소설 원작 제목을 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원작보다 더 강박적이고 고통스럽게 버로스의 사람됨과 작가됨을 포착한다. </div> <div contents-hash="16f29ac076c7fef081380f7252fd851376f8f97d788a7ccc168dc1001e415431" dmcf-pid="pqFkTNVZOg" dmcf-ptype="general"> 여기서 번역으론 잘 드러나지 않는 '추악한 영혼'은 'the Ugly Spirit'으로 성령(the Holy Spirit)을 패러디했다. 추악한 영혼(the Ugly Spirit)에도 버로스의 전매특허 '컷-앤-페이스트' 기법이 초보적으로 반영된 셈이다. 성령의 대적자 사탄에 사로잡힌 비트 세대의 유명 작가를 삶과 소설, 픽션과 메타픽션, 문학과 영화를 짜깁기하는 참신한 방법론으로 영화화한 것이 크로넨버그의 <네이키드 런치)>이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442be1b289ed3e26d79a528edba3877fcd93ae65e30a53b33cd8c4b14dfb6499" dmcf-pid="UB3Eyjf5Oo"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6/29/ohmynews/20250629163003758qirx.jpg" data-org-width="1000" dmcf-mid="yHcoOJzTOV"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29/ohmynews/20250629163003758qirx.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네이키드 런치 스틸사진</td> </tr> <tr> <td align="left">ⓒ 엣나인필름</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2c58965be23978bad3cc26b106200eb71a4d1383953392580c4540052da3763b" dmcf-pid="ub0DWA41rL" dmcf-ptype="general"> '컷-앤-페이스트(cut-and-paste)'는 버로스 등의 실험적 작가들이 시도한 글쓰기 방법. 기존 문장을 잘라내고 그것을 물리적으로 또는 개념적으로 재배열함으로써 새로운 텍스트를 생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줄여서 '컷-업(cut-up)'이라고도 한다. </div> <p contents-hash="1329e2a1f0eb6b29196afd4535f10b66f6546005a182212be83673d567f279fd" dmcf-pid="7KpwYc8trn" dmcf-ptype="general">이미 쓰인 텍스트를 물리적으로 자르고(cut), 순서를 바꾸거나 임의로 조합(paste)하거나 재배열(rearrange)한다는 우연 기반의 문학 실험은 언어의 질서 자체를 무너뜨리는 전면적인 저항을 뜻한다. 영화는 소설 자체를 기반으로 하지 않았지만, 작가를 소재로 소설의 컷-앤-페이스트 기법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으며, 그렇게 하여 버로스가 주창한 전복적이고 의외인 텍스트 생성을 달성한다. 묘한 방식으로 원작에 충실한 영화인 셈이다. '추악한 영혼'이 결국 성령을 드러내는 우회로였다고 한다면 너무 의미를 단순화했다고 크로넨버그 감독이 이의를 제기할지 모르겠으나, 그런 측면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p> <p contents-hash="8e89fa62ada084e7395e90b65f1ef0401084d1d8b92edeccacd7f3095dc6561b" dmcf-pid="z9UrGk6Fmi" dmcf-ptype="general"><strong>카프카 하이(Kafka High)</strong></p> <div contents-hash="86a426deef798d9c8a7be706d1a25a9e055800d4077386e0b7d6505bc53065ca" dmcf-pid="q2umHEP3IJ" dmcf-ptype="general"> 영화엔 기괴하지만 귀엽기도 한 벌레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애초에 벌레를 죽이는 자였다가 벌레와 소통하고 친구가 되는 변신이 일어난다. 초반에 이 영화가 프란츠 카프카를 오마주했음을 분명히 밝힌다. 초반 조앤의 대사 중에 번역이 어려운 "카프카 하이(Kafka High)"란 말이 등장한다. 카프카적인 중독이라고 해도 좋고, 카프카에 중독됐다고 봐도 좋으나 영화가 카프카의 대표작을 염두에 뒀음을 적시한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60c3c7aadfba38898c7503005aaf234c487f15216ca0c723ca588bdb768661a1" dmcf-pid="BV7sXDQ0Ed"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6/29/ohmynews/20250629163005063elsb.jpg" data-org-width="1000" dmcf-mid="WlGS3IJqE2"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29/ohmynews/20250629163005063elsb.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네이키드 런치 스틸사진</td> </tr> <tr> <td align="left">ⓒ 엣나인필름</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f798f3fd5972e6d81b0b1343efb8f950cf82ed884990696c3df145afbf90a032" dmcf-pid="bfzOZwxpse" dmcf-ptype="general"> 마라톤 한다는 사람이 느낀다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떠올려보자. 러너스 하이가 장시간 달려서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이지만 갑자기 고통이 줄어들고, 정신적으로 맑아지며, 기분이 고양되는 현상이라고 할 때 '카프카 하이'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div> <p contents-hash="274d99d6b1986dbb1abe2d40b0fcbb16025bf1317551fbb754bef14a59dd9e87" dmcf-pid="KRfyUlLKIR" dmcf-ptype="general">카프카의 <변신>과 크로넨버그의 <네이키드 런치>는 모두 존재론적 불안과 자아의 해체를 표명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결말은 상이하다. <변신>이 존재론적 불안을 극복하지 못하고 불안의 심화와 나선형 상승을 겪다가 자아가 좌초하는 그레고르의 모습을 그렸다면 <네이키드 런치>는 윌리엄 리의 비정상적 존재로 추락을 시종일관 추적하다가 마지막에 기사회생하여 새로운 존재, 즉 작가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자의적이긴 하지만, '카프카 하이'가 카프카 <변신>의 결말을 상향, 즉 '하이'로 변경했다는 뜻일 수 있다.</p> <p contents-hash="90da01e4ec1cba816865a130818dded12d1e580649dca7e03cb50481d8c12410" dmcf-pid="9e4WuSo9sM" dmcf-ptype="general">엔딩에서 윌리엄 텔 놀이를 다시 하며 조앤의 죽음의 기억을 소환한 것 또한 '하이'와 직결된다. 그 놀이는 작가 윌리엄 S. 버로스, 그의 필명이자 영화 주인공 윌리엄 리에 공통으로 들어간 '윌리엄'이 마침내 말(Tell)한다는, 작가로 고양된다는 장치로 해석돼야 한다. 엔딩의 윌리엄 텔 놀이와 조앤의 사망은 희생 제의이자 나름의 추모로 이해될 수 있다. 추모인 듯한데, 아주 기괴한 추모이며 그것도 타인을 통한 추모라는 점이 더 기괴하지만, 그래서 더 진정성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p> <p contents-hash="02373f6e3fef9af074debe469f40dc89b4d5ff1f07fd4d73f7c0c72951b6e5b3" dmcf-pid="2d8Y7vg2Ix" dmcf-ptype="general">안치용 영화평론가</p> <p contents-hash="a8ed65728c7660a2f600fb59aa35ba21ce51ab921c29ef4cb76e28bd8c6bc91d" dmcf-pid="VJ6GzTaVDQ"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이 기사는 르몽드디플로마티크에도 실립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살아있는 데 죽었다고"…고현정·신애라→전유성, 황당한 '사망설' [종합] 06-29 다음 이상민, 결혼 3개월만 ‘이혼 전문 변호사’ 만난 이유?(‘미우새’) 06-29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