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으로 본 스포츠의 속성, ‘현실과의 분리성’ [유병철의 스포츠 렉시오] 작성일 07-04 15 목록 <strong>황동혁 감독, ‘놀이’ 대신 ‘게임’ 선택<br>‘오징어 스포츠’도 가능<br>스포츠처럼 오겜도 '현실과의 분리성' 강조</strong><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629/2025/07/04/20253307175152098000_20250704000149132.jpg" alt="" /><em class="img_desc">오징어게임3의 홍보 포스터.</em></span><br><br><iframe width="544" height="316" src="https://tv.naver.com/embed/79567119" frameborder="0" allow="autoplay" allowfullscreen=""></iframe><br><br> # 오징어게임(이하 오겜) 시즌3가 지난 6월 27일 공개돼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작품성은 의견이 분분하지만, 93개국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했으니 ‘화제’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스포츠의 시각에서 ‘오겜’을 보면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을 해치는 것을 제외하면 오겜은 스포츠의 본질과 아주 흡사합니다. 실제 현실에서도 일부 시도되고 있다고 하는데, 오징어 ‘놀이’, 오징어 ‘게임’을 넘어 아예 오징어 ‘스포츠’를 만들어도 가능할 것입니다.<br><br># 보통 체육쪽 교과서는 이 세 개념을 저명한 학자들의 이론에 기대, ‘놀이(Paly) > 게임(Game) > 스포츠(Sports)’로 설명합니다<strong><아래 이미지 참조></strong>. 쉽게 설명해 놀이가 진화해 게임이 되고, 게임은 신체활동과 제도화가 강조되면서 스포츠의 위상을 갖는다는 것입니다.<br><br>보다 이해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찾아보니 한국체대 김홍식 교수의 연구(2001년)가 눈길을 끕니다. ‘놀이는 임의적 규칙(Voluntary rules)에 의해 규정되는 활동이고, 게임은 관례화된 규칙(Traditionalized rules)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쟁이고, 스포츠는 제도화된 규칙(Institutionalized rules)에 의해 신체적 탁월성을 겨루는 활동’이라고 규정됐습니다. 어쨌든 놀이에서 스포츠로 진화할수록 규칙이 고도화되고, 경쟁성 강화와 제도화가 이뤄집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629/2025/07/04/20255316175152098010_20250704000149158.jpg" alt="" /><em class="img_desc">놀이-게임-스포츠의 특징. 왼쪽은 네이버 블로그 아슈트리, 오른쪽은 하남길 논문(2006년).</em></span><br><br>#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게임과 스포츠의 구분은 쉽지 않습니다. 둘 다 ‘규칙을 정해 놓고 승부를 겨루는 놀이’입니다. 스포츠는 신체활동과 제도화를 강조해서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이 설명은 좀 부족해 보입니다. 신체활동인 스포츠의 현장에서 게임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e스포츠처럼 게임도 제도화가 가능하니 말입니다.<br><br>또 게임은 특정 경기(혹은 종목)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아시안게임('즈')만 봐도 그렇고, 미국 프로스포츠의 시리즈에서 개별 경기, 예전에 세트로 불렸던 탁구의 ‘게임(11점제)’ 등도 익숙합니다. 그런데 스포츠도 단수(sport)로 특정 종목, 복수로는 여러 종목과 운동 전반까지 지칭합니다. 이러니 헷갈립니다. 특히 외국어를 빌려 쓰는 우리네는 단복수 구분 없이 여기저기 ‘스포츠’를 가져다 씁니다. 심지어 ‘체육(Physical Education, 혹은 Kinesiology)’과도 넘나들며 사용됩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629/2025/07/04/20253325175152098020_20250704000149180.jpg" alt="" /><em class="img_desc">지난 6월 28일 한 행사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황동혁 감독. 그는 한국어 조합인 '오징어 + 놀이' 대신 한국어와 영어의 조합인 '오징어 + 게임'을 택했다./뉴시스</em></span><br><br># 어쨌든 이렇게 보면 오겜 속 한국의 전통놀이는 놀이를 넘어 게임과 스포츠로 손색이 없습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1, 2편),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오징어게임(이상 1편), 5인6각 5종경기(딱지치기 비석치기 공기놀이 팽이돌리기 제기차기), 짝짓기 게임(이상 2편), 줄넘기 숨바꼭질 고공오징어게임(이상 3편) 모두 놀이를 넘어 게임 및 스포츠의 속성을 갖추고 있습니다.<br><br>체육 전공자가 아닌 황동혁 감독이 시리즈 제목을 정확히 ‘게임’으로 잘 지은 것 같습니다(오징어 놀이가 아니라!). 이들 게임은 일부에서 ‘동심스포츠’로 부르기도 하는데, 신체활동을 더 강조하고 기록추구와 제도화를 곁들인다면 향후 스포츠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겁니다. 실제로 줄다리기, 줄넘기, 제기차기 등은 이미 몇몇 나라에서 스포츠로 진화를 마친 상태이기도 합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629/2025/07/04/20251809175152098030_20250704000149203.jpg" alt="" /><em class="img_desc">대만에서는 줄다리기가 인기 스포츠다. 사진은 2012년 새만금 제9회 아시아 줄다리기 선수권의 대만 대표팀 경기 장면./ 뉴시스</em></span><br><br># 여기서 주목할 스포츠의 속성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영화의 메시지와도 관련이 있는 ‘현실과의 분리성’입니다. 중고교 시절 ‘유희적 인간(호모 루덴스)’으로 우리가 배운 요한 호이징가는 놀이의 속성으로 자율성, 허구성, 분리성(격리성), 전래(계승)성, 규칙성 등 5가지를 제시했습니다.<br><br>이중 분리성은 ‘놀이는 현실과 시공간적으로 엄격히 분리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허구인 놀이는 현실에서는 실현하지 못할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대리만족시킵니다. 현실에서는 사람을 한 방에 때려눕히면 안 됩니다. 100m 9초대의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면 위험합니다. 작은 물체를 시속 160km로 던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데서나 총 칼 화살을 사용해서도 안 되죠. 농구나 탁구처럼 상대를 속이는 기술을 일상에 적용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그런데 스포츠에서는 모두 가능하고, 심지어 이걸 극단적으로 잘하면 높은 명성과 함께 부를 얻습니다.<br><br># 한 걸음 더 나가면 오겜와 스포츠의 이 '현실 분리성'은 아주 중요한 점을 시사합니다. 요즘 중앙대 김누리 교수는 ‘(지난친)경쟁은 야만이다’ 혹은 ‘오만한 엘리트주의 비판’으로 우리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스포츠는 오겜처럼 ‘명확한 규칙’이 있어야하죠. 그런데 인간에게, 혹은 인간의 삶에 순위를 매길 수 있는 규칙이 있는지요? 돈? 명성? 지식? 정답이 없는데도 우리네 현실은 이런 것들이 지배합니다.<br><br>자본주의이니 특히 돈이 말입니다. 그래서 오겜이나 스포츠는 말합니다. ‘현실에서는 지나친 경쟁이나 순위매기기는 하지 마세요. 잘못하면 사람이 죽습니다’라고요. 혹여 그런 욕망이 있다면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스포츠활동을 열심히 해 대리만족을 얻으면 됩니다. 이게 스포츠의 사회적 효용 중 하나입니다. 오겜의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은 마지막에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 사람은..." 역사에 남을 한국의 명작 오징어게임을 스포츠로 해석해봤습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629/2025/07/04/20251346175152098040_20250704000149229.jpg" alt="" /><em class="img_desc">오징어 게임에서 주인공 성기훈이 마지막 대사를 하는 장면. ㅣ 넷플릭스 캡처</em></span><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629/2025/07/04/20254816175152098050_20250704000149245.jpg" alt="" /></span><br><br><b>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b><br>▶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br>▶이메일: jebo@tf.co.kr<br>▶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br><br> 관련자료 이전 강원 체육시설 소득공제 ‘빛 좋은 개살구’…16곳만 참여 07-04 다음 강원FC, 코리아컵 4강 진출 쾌거…역대 최고 성적 타이 기록 07-04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