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송 여왕과 철권의 운명같은 사랑, 결말은 ‘새드 엔딩’ 작성일 07-05 15 목록 <div class="ab_sub_heading" id=""><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sub_headingline" style="font-weight:bold;"> 허진석의 스포츠 라운지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의 사랑은 언제나 관심을 모은다. 성공한 스포츠인이나 연예인은 부와 명성을 함께 누리는 데다 팬이 많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 남들과 다르다는 자신에 대한 인식이 비슷한 처지의 이성에게 끌리는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은 잘 어울리는 파트너일 것 같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br> <br> 사랑의 신은 ‘지중해적(的)’이다. 황금빛 승리의 뒤편에 좌절을, 장밋빛 사랑의 뒤편에 죽음을 매설한다. 영웅의 최후는 고통스럽다. 헤라클레스를 보라. 스스로 장작더미에 올라 숨을 거두지 않았는가. 아비인 제우스가 올림포스의 신으로 들어올린 것은 고통스러운 관문을 통과한 다음의 일이다. 사랑에 관한 한, 올림포스의 신들은 해피엔딩을 즐기지 않는다. <br> <br> 사랑은 반드시 시련에 직면한다. 그 결말은 곧잘 죽음이다. 신들의 사랑조차도 그러하다. 아폴론의 사랑을 받은 다프네, 하데스의 사랑을 받은 페르세포네의 운명은 죽음 가까운 곳에 거처한다. 아니, 운명과 사랑은 그 자체로서 비극을 장전한 채 격발을 기다리는지 모른다. 지고한 사랑의 서사 속에도 인간의 비루한 숙명은 어김없이 잠복한다. <br> <br> 지난 회에 살펴본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와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의 사랑도 예외는 아니다. 두 사람이 헤어진 가장 큰 이유는 디마지오의 폭력이다. 먼로가 죽은 뒤 그의 사랑은 수정(水晶)과 같았지만 시간도 기억도 돌이킬 수는 없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과 기억을 어떻게 대할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선택은 사람의 일이지만, 선택이 사람을 드러내기도 한다. <br> <br> <b>피아프 전화에 항공편으로 바꿨다가 참변</b> <br> <div class="ab_photo photo_center"> <div class="image">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53/2025/07/05/0000052165_001_20250705003510753.jpg" alt="" /><em class="img_desc">'샹송의 여왕'이라 불렸던 에디트 피아프와 프로권투 선수 마르셀 세르당은 세기의 사랑으로 축복 받았지만, 결말은 비극으로 끝났다. [중앙포토]</em></span> <span class="mask"></span> </div> </div> 프로권투 선수 마르셀 세르당과 샹송의 여왕 에디트 피아프. 두 사람의 사랑도 운명의 그물코를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가 기억하는 피아프의 절창은 모두 사랑을 말하고 있다. ‘장밋빛 인생’도, ‘사랑의 찬가’도. 피아프는 이브 몽탕을 사랑해서 ‘장밋빛 인생’을 불렀다. ‘사랑의 찬가’는 죽은 세르당을 위한 노래다. 두 곡 모두 피아프가 가사를 썼다. <br> <br> 시작은 불륜이었다. 피아프는 미국 공연 중이던 1947년 세르당을 만나 연인이 됐다. 세르당은 프랑스 프로권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로 꼽힌다. 1916년 알제리 시디 벨 아베스에서 일용직 노동자 안토니오 세르당과 스페인 혈통의 아순시온 카스칼레 사이에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피아프와 뉴욕에서 조우했을 때, 세르당은 모로코 카사블랑카에 아내 마리네트 로페즈와 세 자녀를 둔 유부남이었다. <br> <br> 피아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세르당은 1948년 9월 미들급 세계 챔피언에 올랐고, 마리네트와는 이혼했다. 세기의 철권과 샹송 여왕의 사랑은 프랑스를 뜨겁게 달궜다. 둘 사이에 오고 간 편지를 모은 책이 있다. 2002년에 나온 『Moi pour toi : Lettres d’amour』다. 이듬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마르셀 세르당과 에디트 피아프의 편지』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했다. <br> <br> 결말은 죽음이었다. 1949년 10월. 피아프는 뉴욕에서 공연 중이었다. 세르당은 파리에 머물렀다. 그해 6월 미국의 제이크 라모타에게 빼앗긴 벨트를 찾기 위해 리턴매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원래는 여객선으로 뉴욕에 가려 했다. 그러나 속히 와 달라는 피아프의 전화를 받고 비행기로 바꿨다. 그의 마지막 말은 “빨리 가겠소. 당신에게 키스를…”이었다. <br> <br> 세르당을 태운 에어프랑스 009편은 1949년 10월 28일 오를리 공항을 이륙했다. 비행기는 중간 기착지인 아조레스 제도의 산타마리아 공항에 착륙하려다 로돈타 산에 추락했다. 탑승객 48명 모두 사망했다. 승객 중엔 바이올리니스트 지네트 느뵈도 있었다. 1935년 15세의 나이로 비에냐프스키 콩쿠르에서 소련의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를 누르고 우승한 천재다. 파리에 그녀의 이름을 기리는 거리와 공원이 있다. <br> <br> 피아프는 자책감과 절망으로 반미치광이가 됐다. 예정되어 있던 공연들은 모두 연기했다. 끼니를 거르고, 밤마다 세르당을 떠올리며 울부짖었다. 세르당의 영혼을 부르기 위해 강령술사를 고용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욕실에서 떠오른 멜로디를 악보로 옮겨 적은 곡이 ‘사랑의 찬가’다. <br> <br>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버린대도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아무래도 좋아요.…어느 날 갑자기 나와 당신의 인생이 갈라진다 해도 당신이 죽어 먼 곳에 가버린다 해도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아무 일도 아니에요. 나 또한 당신과 함께 죽는 거니까요.” <br> <br> 피아프의 전기 영화가 여러 편 있다. 1983년 클로드 를르슈 감독은 ‘에디트와 마르셀’을 연출했다. 에블린 부이가 피아프로 나온다. 세르당의 아들인 권투선수 마르셀 세르당 주니어가 아버지 역을 맡았다. 2007년에는 ‘라 비 앙 로즈’가 개봉했다. 올리비에 다앙이 감독하고 마리옹 코티야르가 피아프, 장피에르 마르탱이 세르당 역을 맡았다. <br> <br> 스포테인먼트(sportainment·스포츠+엔터테인먼트)의 시대.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의 만남은 흔한 일이 되었다. 스포츠 중심의 예능에 연예인이 참가하기도 하고 예능 프로그램에 스포츠 스타가 출연하기도 한다. ‘골 때리는 그녀들’ ‘뭉쳐야 찬다’와 같은 프로그램은 스포츠를 소재로 삼은 연예 프로그램이다.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의 접촉은 사적으로도 빈번하다. 이들이 커플로 연결되는 일은 자연스럽다. <br> <br> 앞서 말했듯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은 공통점이 많기에 서로 이해하기 쉬워 보인다. 그러나 이해와 사랑의 지속, 나아가 결혼생활은 다른 문제다. 교제하거나 결혼한 스타들 가운데는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는 경우도 적잖다. 테니스 스타 앤드리 애거시는 미녀 스타 브룩 쉴즈와 결혼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야구스타 조성민과 영화배우 최진실의 사랑은 불행으로 막을 내렸다. <br> <br> 어느 한쪽이 인기를 잃거나 수입이 줄었을 때, 둘 사이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주변에 동료 스타와 팬들이 득실거리는 남다른 생활환경도 변수가 된다. 무엇보다도 스타들의 사랑을 힘들게 하는 것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적다는 점이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는 사랑의 결핍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로 인한 고통을 토로한다. <br> <br> <b>앤드리 애거시·브룩 쉴즈도 오래 못 가</b> <br> <div class="ab_photo photo_center"> <div class="image">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53/2025/07/05/0000052165_002_20250705003510814.jpg" alt="" /><em class="img_desc">브룩 쉴즈와 테니스 스타 앤드리 애거시 커플은 오래지 않아 파경을 맞았다. [중앙포토]</em></span> <span class="mask"></span> </div> </div> 사랑은 어떤 행위조차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곁에 있음 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곁에 없음은 고통이 되고, 미움과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현역 운동선수는 잦은 국내외 원정과 합숙 등으로 파트너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길다. 연예 스타 역시 공연과 녹화 등을 이유로 집을 떠나 지내는 시간이 길다. 이런 이유로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의 결합을 우려 섞인 눈으로 보기도 한다. <br> <br> <div class="ab_photo photo_center"> <div class="image">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53/2025/07/05/0000052165_003_20250705003510905.jpg" alt="" /><em class="img_desc">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과 스파이스 걸스 출신의 아내 빅토리아 부부. [중앙포토]</em></span> <span class="mask"></span> </div> </div> 잉글랜드 축구의 아이콘 데이비드 베컴은 1999년 걸 그룹 스파이스 걸스의 멤버인 빅토리아와 결혼해 자녀 넷을 두고 안정된 가정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 사이 아무 일 없지는 않았다. 베컴이 2003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 스페인에 갔을 때 빅토리아는 두 아들과 영국에 남았다. 이 무렵 두 여성이 베컴과 관계 했다고 주장했다. 20년 뒤 빅토리아는 “내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일이었다. 분개했다”고 토로했다. <br> <br>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하는 커플의 공통적인 비결은 보통 부부들과 다름없다. 서로에 대한 이해. 스포츠든 연예든 겉보기에는 화려해도 속으로는 치열하고 무자비한 경쟁의 한복판에서 힘겹게 버텨나가는 삶이다. 한 발만 헛디뎌도 모든 것을 잃고 나락에 떨어질 수 있는 빡빡한 생활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온 커플만이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지켜나갈 수 있다. 사랑은 헤세의 소설처럼 타오르기 시작한다. “열정적이고 재빨리 소진되는 생명을 가진 여름이 시작되었다. 긴 낮은 찌는 듯했지만 불타는 깃발처럼 금방 타올라 버렸고, 짧고 무더운 달밤 다음에는 짧고 무덥고 비 내리는 밤이 이어졌다. 화려한 몇 주가 꿈처럼 빠르게, 온갖 형상들로 충만하여, 열병처럼 달아오르다가 사그라졌다.”(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진짜 사랑은 그 다음에 시작될까. <br> <br> 이번 주 스포츠 라운지는 영화 ‘라 비 앙 로즈’의 엔딩 장면과 함께 문을 닫겠다. 바닷가에서 요양하던 피아프가 파리에서 찾아온 젊은 여기자의 인터뷰에 답한다. <br> <br> <div class="tag_interview"><br><strong>Q :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strong><br></div> <div class="tag_interview"><strong>A :</strong> “사랑하세요.”</div> <br> <div class="tag_interview"><br><strong>Q : 젊은 여성들에게는요?</strong><br></div> <div class="tag_interview"><strong>A :</strong> “사랑하세요.”</div> <br> <div class="tag_interview"><br><strong>Q : 아이들에게는요?</strong><br></div> <div class="tag_interview"><strong>A :</strong> “사랑하세요.”</div> <br> 그리고 피아프의 노래-‘아뇨, 전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Non, Je Ne Regrette Rien)’. <br> <br> <div class="ab_photo photo_left " style="width: 205px;"> <div class="image">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53/2025/07/05/0000052165_004_20250705003510982.jpg" alt="" /></span> <span class="mask"></span> </div> </div> 허진석 한국체육대 교수. 스포츠 기자로 30여 년간 경기장 안팎을 누볐으며 중앙일보 스포츠부장을 지냈다. 2023년 한국시문학상을 수상하고 여러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다. <br><br> 관련자료 이전 송지효 "현재 남친 없다...가식적인 행동하는 남자 싫어해" [RE:뷰] 07-05 다음 영어→중국어까지..전현무, 유창한 외국어 실력 폭발! 홍콩 홀렸다 ('전현무계획2') 07-05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