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의 '최강야구' 파문… 야구 발전 위해서? 작성일 07-05 10 목록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07/05/0000050964_001_20250705040010398.gif" alt="" /><em class="img_desc">이종범 전 KT 코치 photo 뉴시스</em></span></div><br><br>야구계는 지난 주말 내내 '레전드' 이종범의 갑작스러운 퇴단과 예능프로그램 합류를 둘러싼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이종범은 정규시즌이 한창인 지난 6월 27일 KT 코치를 그만두고 JTBC 예능 '최강야구'에 감독 역할로 섭외되어 큰 논란을 불렀다. 야구계에선 프로팀 코치가 시즌 중 다른 팀으로 옮기는 것도 금기로 여겨지는데, 예능을 찍으려고 코치를 그만두는 건 초유의 사례였다. 팬들은 물론 온 야구계와 언론사가 일제히 이종범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종범 측근으로 알려진 한 관계자는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미리 상의라도 했으면 말렸을 텐데"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br><br>한 차례 태풍이 지나간 뒤, 지난 6월 30일 이종범은 방송사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입장문의 내용은 크게 '후배들'과 '한국야구 발전'으로 압축된다. "처음에는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힌 이종범은 "몇몇 은퇴한 후배들에게 연락이 와서, 내가 구심점이 되어 '최강야구'를 이끌어 주길 부탁받았다"며 "야구 예능이 인기를 얻으면서 몇몇 후배들은 제2의 전성기를 누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후배들도 많다"고 밝혔다. 또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최강야구'가 다시 뭉칠 수 있다면 더 많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그 일에 나도 함께 도전하고 싶어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했다.<br><br>'한국야구 발전'이라는 거창한 대의도 내세웠다. 이종범은 "'최강야구'를 살리는 것은 한국야구의 붐을 더욱 크게 할 수 있다고 본다"며 "특히 새로 출범하는 '최강야구'는 유소년 야구 등 아마 야구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또 "은퇴 선수들의 새로운 도전을 이끌고, 야구계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일인데, 예능이라고 해서 프로야구와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최강야구 출연이 야구 발전을 위한 일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br><br>이종범의 해명에도 야구팬들은 한국야구 최고 스타 출신 야구인이 지도자를 팽개치고 예능을 택한 선택을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야구인들 역시 배신감과 불편한 심기를 좀처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 중견 야구인은 전화통화에서 "이종범이 솔직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후배들과 야구 발전을 이유로 들지만 그래 봐야 예능 프로그램 아닌가. 거기 나올 만한 선수들은 대부분 현역 시절 거액 몸값을 받았던 스타 출신이 대부분이고, 회당 출연료도 엄청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야구 예능 1회 출연료가 보통 30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한 구단 마케팅 담당자는 "연예인들이 해외여행하고 외국에 식당 차리는 프로그램을 찍으면서 '한국 문화의 세계 전파를 위해서' 같은 명분을 내세우면 얼마나 우습겠나"라며 "그런데 야구 예능들은 왜 하나같이 한국야구 메시아 행세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br><br><strong>야구 버리고 예능?</strong><br><br>이종범 사태는 한국야구 은퇴선수들의 은퇴 후 진로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을 보여준다.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 선수들의 은퇴 후 진로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데서 문제가 시작된다. 현역일 때는 고액 연봉을 받고 스타 대우를 받지만 막상 은퇴한 선수들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br><br>최근엔 학업 병행이 의무화됐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학생 야구선수들은 오로지 야구에만 올인했다. 정상적인 학업 과정을 이수하지 않았기에 대부분의 은퇴 선수가 야구 외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미국처럼 매년 상당한 액수의 선수 연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한번 유니폼을 벗으면 먹고살 길이 막막한 게 야구계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날고 기는 스타 선수 출신들도 은퇴하면 다들 코치, 감독 자리를 차지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선수 시절 야구를 잘했을 뿐이지 지도자로서는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로 코치진이 채워졌다. 선수 지도에 재능은 있지만 스타 출신이 아닌 무명 야구인들에겐 비집고 들어갈 구멍이 거의 없었다.<br><br>그러다 몇 년 전부터 야구 예능과 방송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2022년 첫 방영한 JTBC '최강야구'가 선두주자다. 왕년의 스타 출신들이 뭉쳐서 팀을 만들고, 1승을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큰 인기를 누렸다. 프로그램 인기가 높아지면서 프로야구와는 별개의 팬덤도 생겼다. 일부 출연자는 현역 시절에는 경험하지 못한 인지도와 팬들의 사랑을 누리는 중이다. 그 외에도 토크쇼 형식의 야구 예능, 선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선수 출신들의 방송 출연이 활발해지는 추세다.<br><br>방송이라는 대안이 생기자 스타 출신들은 더 이상 전처럼 현장 코치 자리에 목매지 않는다. 한 방송 관계자는 "현장 코치는 말 그대로 인생을 갈아 넣어야 한다. 하루를 온종일 야구장에서 보내고, 일주일 중에 휴일은 월요일 하루뿐이다. 반면 방송은 상대적으로 개인 시간 활용이 자유로워서 선수 출신들이 선호하는 직장"이라고 했다. <br><br>인기 야구인 중엔 해설과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코치라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금전적으로도 차이가 상당하다. 프로팀 코치는 초봉이 대개 5000만원 수준이다. 신인급 선수면 몰라도 가정이 있고 자녀가 있는 코치들에게는 빠듯한 금액이다. 방송 해설위원의 경우 대부분 억대 연봉을 받는다. 야구 예능 출연자도 회당 수백만원의 출연료를 받는다. 코치보다 일은 훨씬 적고, 개인 시간은 많고, 큰돈을 받으면서, 욕 먹을 일도 거의 없다. 한 지방구단 관계자는 "코치는 정말 극한직업이다. 팀이 조금만 못하거나 선수가 부진해도 코치를 향해 온갖 입에 담지 못할 비난이 쏟아진다. 그러다 보니 1군 코치 맡기를 원치 않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br><br>힘든 현장 일보다 방송을 선호하는 경향도 눈에 띈다. KT 위즈에서 돌연 선수 생활을 그만둔 뒤 예능프로에서 '더 던질 수 있다고 간절하게 외치는 투수 역할'을 맡고 있는 이대은은 상징적인 존재다. <br><br>한 구단 관계자는 "은퇴한 후배에게 기껏 프런트 일을 가르쳐 놨더니, 방송이 하고 싶다면서 금세 그만뒀다"고 토로했다. 모 구단은 대스타 출신 야구인에게 주요 코치직을 제안하며 억대 연봉을 제시했다. 그러자 이 야구인은 '내가 방송으로 1년에 버는 돈이 얼마인 줄 아느냐?'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 야구인의 목표가 1군 감독이라는 건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감독은 하고 싶은데, 감독까지 가려면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인 코치는 힘들어서 싫다는 것이다. <br><br>한 방송사 PD는 "이승엽 두산 감독 이후 몇몇 은퇴 선수들은 은근히 '코치를 거치지 않고 감독으로 직행'하는 모델을 꿈꾸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종범 코치의 사퇴 소식이 전해진 뒤 일부 매체에서 "이승엽처럼 예능을 발판으로 감독 꿈을 이루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 것도 이런 배경이다. 다만 두산 구단주가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이승엽을 감독으로 임명했다는 생각은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의 망상에 가깝다. 롯데 정현수, 한화 황영묵을 최강야구가 키웠다는 망상만큼이나 터무니없는 생각이다.<br><br>MLB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미국야구에 레전드 출신 지도자가 많지 않은 건 선수에 비해 연봉이 적은 이유도 있지만, 애초에 '지도자감'에게만 기회를 허용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들려줬다. <br><br>미국 구단들은 선수가 현역일 때부터 지도자 자질과 품성을 면밀하게 살펴본다. 선수들도 지도자에 뜻이 있으면 일찌감치 공부하고 준비를 시작한다. 스타 출신이라는 이유로 지도자감도 안 되는데 코치 시켜주고 감독 시켜주지 않는다. 은퇴하면 마이너리그 바닥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면서 능력을 검증하고, 선수처럼 승격하는 과정을 거친다. 능력을 인정받은 지도자는 메이저리그는 물론 대학야구 등 아마추어 팀에서도 스카우트 경쟁이 벌어진다. 코치가 선수를 지도하는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문화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선수 출신들은 방송가로 진출해 해설이나 프리뷰 쇼, 팟캐스트 등에서 활약한다.<br><br><strong>시즌 중 예능행에 당황한 야구계</strong><br><br>KBO리그에서도 최근 구단들이 코치를 '가려서' 쓰기 시작했다. 구단들은 현역 선수 중에 나중에 지도자를 하면 잘할 만한 선수들을 내부적으로 미리 파악해둔다. 그러다 은퇴하면 전력분석, 스카우트 업무부터 맡긴다. 여기서 성실성과 능력이 검증되면 코치로 채용하거나 프런트 일을 맡긴다. <br><br>한 지방구단 관계자는 "KBO리그에서도 유능한 코치는 좋은 대우를 받는다. 좋은 지도자는 구단들이 서로 모셔가려고 경쟁한다. 다년계약도 맺고 연봉도 억대를 받는다"고 했다. 이종범의 방송행을 두고 KBO리그 코치들의 열악한 처우가 문제라는 항변이 설득력이 없는 이유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코치들의 대우가 더 좋아져야 하는 건 맞다"면서도 "그게 시즌 중에 예능으로 가는 이유를 정당화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br><br>과거에는 스타들이 은퇴하면 다른 할 일이 없어서, 스타였단 이유로 코치가 되고 감독이 됐다. 지도자 자질이 있는지 없는지는 둘째 문제였다. 이런 면에서 방송이란 새로운 영역이 생긴 건 어떤 의미에서 잘된 일이다. 방송할 사람은 방송을 하고, 지도자는 진짜 지도자 자질이 있는 사람들이 하면 된다. 스타라고 코치에 무임승차하는 것도, 능력 있는 코치감이 스타 때문에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것도 불합리한 일이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출신이지만 오랜 세월 지도자로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대단한 스타 출신인데 왜 프로 감독이 되지 못하나?'라는 외부의 시선에 오랫동안 고통받았던 이종범이 이제야 제 자리를 찾은 것일지도 모른다. 코치, 감독은 거기에 적합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해야 한다. 이건 현역 시절 야구선수로서 능력과는 전혀 별개의 영역이다.<br><br>그리고 하나 더. 야구 예능을 만들고 즐기는 사람들이 '한국야구 발전' 따위의 거창한 의미부여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애초에 은퇴 선수들이 모여 '즐거움'을 주려고 시작된 예능 아니었나. 정말 한국야구 발전을 생각하고 후배들을 위하는 건 폭염 속에 운동장에서 땀 흘리며 모든 것을 바쳐 일하는 지도자들이다. 밤새워 상대팀을 분석하는 스태프들이고, 전국을 돌며 고생하는 아마야구 지도자들과 스카우트들이다. 이들 앞에서 '한국야구 흥행은 예능 덕분' '예능 제작은 야구 발전을 위해서' '우리 프로그램이 프로에 몇 명을 보냈다' 같은 말은 하지 않길 바란다. 그냥 즐겁게 방송 찍고, 돈 많이 버는 거기까지만 하시라. 편하게 살면서 돈도 많이 벌어가는 사람들이 명분까지 얻으려는 건 좀 너무 과한 욕심 아닌가. <br><br> 관련자료 이전 아침 깨우는 박은경 아나운서의 따뜻한 모닝콜...'박은경의 러브FM' 신설 07-05 다음 윤산하·아린·유정후·츄, 과즙 주의보…2차 메인 포스터 공개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 07-05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