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정, 아무도 밟지 않은 雪 위를 단지 선명하게 걸어가네

작성일 07-05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정규 6집 '엑스트라오디너리' 발매 19년 만에 정규 음반 75인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과 협업 내년 데뷔 30주년…"음악 완성 가창이라는 생각 들어" "앨범은 내러티브가 존재해야" "싱어송라이터, 자기 얘기 '음악적으로' 전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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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서울=뉴시스] 임현정. (사진 = Charlie Clift 제공) 2025.07.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05/newsis/20250705123130734ocbu.jpg" data-org-width="720" dmcf-mid="GliwysLKTM"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05/newsis/20250705123130734ocbu.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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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임현정. (사진 = Charlie Clift 제공) 2025.07.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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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고전이라는 뜻의 영단어 클래식(Classics)은 라틴어 클라시쿠스(Classicus)에서 나왔다. 클라시쿠스는 함대(艦隊)를 의미하는 클라시스의 형용사 형이다. 이는 로마시대에 전쟁이 발발했을 때 국가에 함대를 기부할 수 있는 부를 갖춘 자들을 가리키는 단어가 됐다. 
 가수 임현정이 최근 발매한 역작인 정규 6집 '엑스트라오디너리(Extraordinary)'를 들으면서, 엄청난 함대가 몰려오는 걸 지켜보듯 압도됐다. 단숨에 한국 대중음악계 고전의 반열에 오를 듯한 이 음반을 출퇴근 시간대 듣는 건 불경스러워 집에서 아끼고 아껴 들었다. 그가 19년 만에 발매한 정규음반이다. 
 앨범엔 타이틀곡 '나에게로 가는 길은 아름답다'를 비롯 총 12곡이 실렸는데 '더 버터플라이(The Butterfly)'를 피처링한 기타리스트 신윤철을 비롯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75인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웅장함을 더했고 지휘자 겸 편곡자 맷 던클리(Matt Dunkley), 세계적인 프로듀서 엔지니어 제프 포스터(Geoff Foster)가 함께 했다.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는 "임현정의 새 앨범은 장기간에 걸쳐 품을 가다듬은 만큼 밀도와 강도, 온도와 습도를 구현한 회심작이다. 결정판이자 요즘 가요계 풍토에선 깜짝 놀랄 '클래시컬 사운드'의 수작으로 조금의 손색이 없다"고 들었다. 
 1996년 KBS 2TV 드라마 '컬러' OST '아무일 없던 것처럼'을 작사·작곡하며 정식 데뷔한 임현정은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사랑의 향기는 설레임을 타고 온다',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첫사랑', '카페인' 등의 히트곡을 냈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를 풍미한 동아기획 등 내로라하는 음반사에 몸 담은 그는 사실 작가주의와 상업성의 경계를 진지하게 톺아봐온 뮤지션이다. 국내 드물었던 여성 싱어송라이터 계보의 줄기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사랑'이 담긴 2집 '가위손'은 수작으로 평가 받는데 영화 음악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고(故) 방준석과 장영규를 비롯 신윤철(기타), 김민기(드럼) 등이 연주에 참여해 걸출한 세션들이 음반의 완성도를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를 증명한 전범이 됐다.
 그런 임현정이 6년 만에 신곡, 여기에 더해 19년 만의 정규 음반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우리 시대 클래식을 기대하게 된 건 당연하다. 다음은 유명해지기보단 유일해지고 싶은 임현정과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나 나눈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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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서울=뉴시스] 임현정. (사진 = Charlie Clift 제공) 2025.07.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05/newsis/20250705123130934bcoc.jpg" data-org-width="720" dmcf-mid="Hb7PgMqyvx"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05/newsis/20250705123130934bcoc.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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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임현정. (사진 = Charlie Clift 제공) 2025.07.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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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범을 출퇴근 시간대가 아닌 집에서 아껴 아껴 들었어요. 음악 마니아들은 정규를 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 말씀들의 깊이와 진심이 느껴져 울컥울컥해요. 전달하고 싶었던 게 오롯이 전해진 거 같아서 안도합니다."
 -앨범을 내신 뒤 가장 먼저 들었던 마음은 무엇이었나요?
 "실물 앨범인 CD, LP를 같이 내려고 했는데 이 작업은 내년으로 미뤄졌어요. 음원도 그 때 같이 낼까 고민했는데, 너무 오래 가지고 있어서 더 이상은 가지고 몸에 붙이고 있을 수 없겠더라고요. '다 밀어내야 돼'라는 압박감이 계속 있었습니다. 안 그러면 또 수정할 테니까요. 전 계속 들으면서 기어코 수정할 걸 찾아내거든요. 어느 순간 이 앨범은 더 이상 손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단 디지털로 먼저 출시를 해야겠다는 결정을 했어요. 그 시원함은 말로 할 수가 없어요. 남편에게 전화해서 펑펑 울었어요. 정말 큰 혹을 떼어낸 기분이 들었거든요."
 -아무래도 19년 만의 정규 앨범이니 부담도 컸을 듯하고, 고민도 많았을 듯합니다. 
 "3집과 5집, 2집과 4집의 결이 달라요. 3집과 5집은 제작사의 입장을 더 많이 고려한 앨범들이었어요. 2집과 4집 결과가 좋았는데 이후 제작자분들이 안정된 싱어송라이터로서 앨범 판매량과 공연 흥행이 되는 길을 가야 한다면서 더 가벼워져야 한다고 제안해주셨죠. 내 것을 완전히 버릴 순 없지만, 어느 정도 절충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의견들을 최대치로 수용해서 만든 앨범들은 항상 후회가 남았어요. '6집이 만약 내가 내는 마지막 앨범이라고 한다면 더더욱 '나의 얘기 나의 음악'으로 마무리 해야 돼'라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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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서울=뉴시스] 임현정. (사진 = Charlie Clift 제공) 2025.07.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05/newsis/20250705123131112peoa.jpg" data-org-width="720" dmcf-mid="XC5bM2tsyQ"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05/newsis/20250705123131112peoa.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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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임현정. (사진 = Charlie Clift 제공) 2025.07.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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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인지 앨범은 제목처럼 비범(Extraordinary)했습니다. 
 "사운드적으로 비범하고, 음악적으로 비범하다기보다 제 일상을 벗어나서 '진짜 내가 이 에너지를 다 쓰고 작업할 수 있었다는 건가'라는 의미에서 비범하다고 지었어요."
 -1996년에 데뷔하셨으니 내년이면 데뷔 30주년입니다. 그런 숫자에 맞춰서 앨범 발매를 하지 않으신 부분에서, 음악을 계산하지 않으시는 순수함을 엿봤어요. 그래도 30주년 콘서트는 꼭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사실 콘서트를 정말 안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싱어송라이터가 되려고 데모 테이프를 만들어서 다니다 데뷔를 했는데, 바로 스튜디오와 사랑에 빠졌죠. 스튜디오가 너무 좋았어요. 제 머릿속에 상상한 사운드가 실현되는 순간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행복했거든요. 엔지니어 분들의 믹싱을 위한 공간을 그려드리는 것도 좋았어요. 하루 종일 음악을 듣는 사람이니까, 다른 훌륭한 앨범들을 들으면서 이걸 내 것에 적용하면 어떻게 구현될까라는 생각도 해보고요. 그런데 공연에선 이런 부분 실현이 어렵잖아요. 그러다 이번 앨범을 위해 보컬 레슨을 2년째 받고 있는데, 음악의 완성은 가창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스토리텔링의 완결은 노래였다는 걸 깨닫게 된 겁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 이 큰 혹을 내려놨으니 '좋은 무대에서 퍼포먼스로 팬들과 직접 만나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콘서트를 언제 할 지 모르겠지만, 그게 운명이고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도달하게 된다면 당연히 해야 할 거고요. 앨범에서 줄 수 없는 또 다른 큰 감동이 있을 거라고 감히 확신해요. 무대에 집중하는 분들과 어떤 커넥션이 있을 것이고 그게 진짜 깊은 교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앨범 첫 트랙인 '굿 타임'부터 가창이 다채롭습니다. 
 "앨범은 오케스트라로 가능한 모든 장르를 보여주겠다고 마음먹고 작업한 건데 그 곡은 8비트의 디스코가 가미된 음악이에요. 80년대 팝 분위기인데 거기서부터 출발해 재즈, 크로스오버, 클래시컬한 것들이 다 들어가 있는 앨범이죠. '굿 타임'은 비터스위트(bittersweet·씁쓸하면서 달콤한) 식으로 불러봤어요. 무겁지 않지만 또 달콤하지 않고 신나지 않은 그 느낌으로 불러서 믹싱하고 마스터링을 했죠. 그러다 1년쯤 지나서 '이거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곡을 통해 내가 전달하고 싶었던 게 과연 이걸까'라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곡의 가사를 쓸 때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완결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내가 쏟아부을 수 있는 모든 걸 사랑하는 사람한테 다 쏟았기 때문에 지금 헤어져야 돼라고 말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굿 타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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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서울=뉴시스] 왼쪽부터 편곡자 맷 던클리(Matt Dunkley), 코디네이터 가레스 그리프트(Gareth Griffiths), 임현정, 프로듀서 제프 포스터(Geoff Foster). (사진 = Charlie Clift 제공) 2025.07.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05/newsis/20250705123131365dzlf.jpg" data-org-width="720" dmcf-mid="ZIF2d40CCP"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05/newsis/20250705123131365dzlf.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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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편곡자 맷 던클리(Matt Dunkley), 코디네이터 가레스 그리프트(Gareth Griffiths), 임현정, 프로듀서 제프 포스터(Geoff Foster). (사진 = Charlie Clift 제공) 2025.07.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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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특곡 '나에게로 가는 길은 아름답다'를 포함해 좋은 곡들이 앨범에 정말 많은데요. 그럼에도 19년 동안 쌓인 얘기를 앨범에 어떻게 갈무리하실 지도 정말 어려웠을 듯합니다. 
 "버려진 곡도 꽤 있어요. 실제로 녹음한 곡 중에 안 쓴 곡도 있고요. 무엇보다 '팔자가 세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제 팔자가 이렇게 센 줄 몰랐어요. 그런 내용이 압축돼 있죠. 공황 장애로 엄청난 기복을 겪고 입원도 세 번 정도 하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든 일들이 있었어요. 이곳에서 제 음악을 표현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에 영국을 찾아갔습니다. 이곳에서 참을 수가 없고 견뎌지지 않으니 그곳으로 갈 수밖에 없었죠. 근데 제가 예민한 만큼, 한편으로 어떤 부분에선 참을성도 강해요. 예전엔 그래서 특정 틀에 맞춰서 저를 어디든 몰아넣으려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저답지 않게 살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3집, 5집도 제 나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변절자' 같은 소리를 들으면 정말 속상하거든요. 그런데 전 프로듀서분들이 홍보하시기에 부끄러운 곡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라고 처음부터 생각 했어요."
 -그 태도가 프로죠. 
 "맞아요. 제가 음악인이 되겠다고 선언한 순간 전 프로여야 한다고 다짐을 했어요. 타이틀 후보로 두 세 곡이 올랐을 때 전 회사에 모니터링을 부탁드렸어요. 그중에서 1위로 뽑힌 곡을 제가 부르겠다고 말씀 드렸죠. 특정 곡을 타이틀곡으로 해야 된다고 말씀드린 적이 없어요. 그렇게 뽑아주신 곡으로도 저를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고마워요'가 저답지 않은 곡은 아니거든요. 2년 전인가 '고마워요'에 완벽히 공감한 대학생 친구에게 이메일을 받은 적이 있어요. 자신이 모 대학교 영화 동아리에서 감독한 작품이 있는데 그 영화 배경음악으로 '고마워요'를 쓰고 싶다는 거예요. '어떻게 20년도 더 전에 이렇게 자기중심적으로 사랑에 대해서 말할 수 있냐'고 묻더라고요. 제가 그 곡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게 딱 그거였거든요. '내가 내어줄 수 있는 반을 너한테 다 그냥 줄게.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그거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해. 그걸로 충분해'라고 얘기하는 노래예요. '무조건 승인할 테니까 작품료 필요 없이 쓰시라'고 했어요. 제가 만났던 제작자들은 다 훌륭한 제작자들이었어요. 굳이 그분들의 의사에 제가 반할 필요도 없었고, 일정 부분 협조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현정 씨는 작가적 기질과 대중음악 뮤지션으로서 태도가 균형의 미학을 이뤄요. 
 "제가 록 음악을 할 때 정말 존경했고 우상시했던 분이 비틀스 존 레넌이에요. 저도 그 분처럼 세상을 자신이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음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세상에 일조해야 한다는 거죠.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요. '나만 바꿔도 세상이 달라질 건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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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임현정. (사진 = Charlie Clift 제공) 2025.07.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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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에서 진행한 음반 작업은 어땠나요?
 "영국에서 작업하면서 운명을 더 믿게 됐어요. 제가 음악을 안 하고 다른 일을 했다면, 영국에서 이렇게 환대를 받으면서 음악 작업을 하지 못했을 거예요. '난 한국에서 온 싱어송라이터야. 사실 은퇴한 지 19년 됐는데 다시 작업 중이야'라고 소개했는데, 다 찾아보시더니 '혼자 이 작업을 다했다는 거야? 아티스트로서 너무 존중한다'고 말씀해주시면서 환대해주셨어요. 정말 위대하신 세계적인 프로듀서 엔지니어 제프 포스터가 제게 매일 의견을 구하며 작업을 하시는데 지극히 당연한 것도 제게 묻고 하시는 부분이 너무 감사했어요."
 -현정 씨는 정말 처음부터 모든 작업을 스스로 다해오신, 국내 여성 싱어송라이터 계보를 만들어주신 분 중 한 명이에요.
 "제가 활동하던 초창기엔 데뷔 때부터 전곡 작사, 작곡 프로듀싱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예가 없었어요. 그런데도 제게 맡겨주셨던 제작자분들에게 너무 감사하죠. 동시에 제 주장이 너무 강하다는 편견에 휩싸이지 않도록,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타이틀곡 정하는 영역 등에 있어선 제작자 분들의 말씀을 들었어요."
 -이번 앨범의 마지막 곡은 '멜로망스' 정동환 씨가 피아노를 맡은 '나에게로 가는 길은 아름답다' 피아노 버전인데 마무리로 정말 좋은 트랙이었습니다. 
 "동환 씨가 런던에 와서 정말 섬세하게 자기 걸 다 쏟아 부었거든요. 피아노 하나만으로 표현한다는 건 자기 실력이 다 노출된다는 거잖아요.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작업이에요. 저랑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쇼팽의 터치를 생각해보자고도 했고, '새벽에 눈이 하얗게 왔는데 그 눈밭 위에 처음 발을 대는 느낌이야. 근데 그 발자국이 지저분하고 강하지도 않아. 단지 선명할 뿐이야' 같은 얘기도 하고요. 타건이 분명하고 명료해야 하는데 절대 세지는 않아야 한다는 말을 이미지화한 거죠. 동원 씨가 그런 연주를 잘 해줬는데 정작 제 노래가 부족했던 것 같았어요. 몇 달간 다시 또 레슨을 받아서 그 피아노 버전만 다시 믹싱하고 제일 마지막에 작업을 끝냈어요. 이 버전을 제가 가장 좋아해요. 다른 장식 없이 동원 씨의 간결한 피아노만 있는 버전이 메시지를 잘 전달해주는 듯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저는 두 가지 의미로 이번 앨범이 되게 클래시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케스트라와 작업을 해서 그렇다기보다는 내용, 형식 그러니까 정서적인 부분과 앨범이 말하고자 하는 본질이 고전의 정수라고 할까요. 이 시대에 우리가 잊고 있던 음악 형태에 대해 환기시켜주시는 역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아무도 안 하고 있고 앞으로도 아무도 안 할 거라면 너는 해야 돼. 너는 이 기록을 남겼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감히 본질에 접근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앨범은 내러티브가 존재해야 하고 싱어송라이터라 하면 자기 얘기를 음악적으로 전달해야 하죠. 타인이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장치도 예술적인 것을 이용해야 합니다. 편곡도, 믹싱도 그것을 위해 존재한다는 걸 음악적으로 얘기하고 싶었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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