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벌어진 두 소년의 위태로운 성장, 그리고 불안한 사랑 작성일 07-09 4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안지훈의 연극 읽기] 독특한 구성과 세련된 표현이 돋보이는 연극 베이컨></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yTQRHXsdsQ"> <p contents-hash="ee61edbb6f6bfecd8f9732ae258e773d7ced8c3c97f5f814f3f03016495dfe0e" dmcf-pid="WxyGJi2XwP" dmcf-ptype="general">[안지훈 기자]</p> <p contents-hash="1a4e91b5c7efbfb14c265c211b1bfb684583e060f21075cadcb56be7124336e9" dmcf-pid="YMWHinVZO6" dmcf-ptype="general">모름지기 무대는 도전의 연속이다. 때로는 도전이 그 대담함을 인정받아 실험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한다. 그러나 도전이 지나치게 대담하면 무모했다는 평가로 직결된다. 그렇기에 무대에서의 도전은 대담한 동시에 섬세해야 한다. 대담함과 섬세함을 겸비해야 그 도전이 무모하지 않고 세련된 것이었음을 입증할 수 있다.</p> <p contents-hash="9f055875e3e808b4aa6b027826d15c65587ca5374e4f6d87e946e6fc605b9b0f" dmcf-pid="GRYXnLf5s8" dmcf-ptype="general">연극 <베이컨>의 도전은 대담함과 섬세함을 모두 갖춘 덕분에 세련됐다. 두 남학생의 성장 과정을 다룬 2인극인 <베이컨>은 무대 위 거대한 시소 하나로 모든 상황을 묘사하는 도전을 감행했다. 시소를 통해 인물의 심리를 묘사하고 서로 간의 우열을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관객에게 대사를 전달하는 방식 역시 정통 연극 문법을 충실히 따른다고 보기 어렵다. 독백이 많고, 때로는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도 준다.</p> <p contents-hash="d26005495fe835b04ddf36db8780270341751d799dd39624955ab8233b4e9e60" dmcf-pid="HeGZLo41s4" dmcf-ptype="general"><베이컨>은 2022년 영국에서 처음 공연된 이후 2024년 미국을 거쳐 올해 한국에 소개되었다. 특히 런던에서의 초연부터 연출을 맡아온 매튜 아일리프가 직접 내한해 공연을 함께 준비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매튜 아일리프는 <베이컨>에서 시소를 무대 중앙에 배치해 권력과 관계, 감정 변화 등을 표현해내는 기법을 선보이며 현지에서 각종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p> <div contents-hash="3de6fe86a5889d184237859353c1f5a13c8b024fd2898db48592bb5259bf11b2" dmcf-pid="XdH5og8tIf" dmcf-ptype="general"> <베이컨>에서는 마크와 대런이 때로는 치열하게, 때로는 절절하게 85분 동안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지난 6월 17일 개막해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나고 있는 <베이컨>에는 마크 역에 이휘종·조성태·김성현, 대런 역에 이서준·김방언·신재휘가 참여한다. 공연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9월 7일까지 이어진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e1d4b48b4d7a4438d25c3c744625c1dd7f016a5b4eac8c4082c689d1c06fbee2" dmcf-pid="ZJX1ga6FEV"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09/ohmynews/20250709171206082tgzw.jpg" data-org-width="1280" dmcf-mid="zYIn7zGks2"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09/ohmynews/20250709171206082tgzw.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연극 <베이컨> 공연 사진</td> </tr> <tr> <td align="left">ⓒ 달 컴퍼니</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a320274eab1bbd388393f6934018029a41ad327245f5cb0cd3de3a5c153f43c5" dmcf-pid="5iZtaNP3w2" dmcf-ptype="general"> <strong>두 소년의 위태로운 성장, 미묘한 기류</strong> </div> <p contents-hash="bfadcdcde557169368e9f5b3d44a961dfa13176af7582b1be2e05f573d90d1ab" dmcf-pid="1n5FNjQ0E9" dmcf-ptype="general">마크가 일하는 카페에 고등학교 친구 대런이 찾아오고, 마크가 대런과의 지난 날들을 회상하는 것으로 연극은 시작한다. 둘이 처음 만난 건 4년 전으로, 연극은 4년의 시간차를 두고 두 시점이 공존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연극의 구성은 독특하고, 표현은 세련됐다.</p> <p contents-hash="b762968ce953eae9cf348ded4dbb3f55f4152f0258695bce2f9448fadfa49268" dmcf-pid="tCf6TyEQmK" dmcf-ptype="general">대런이 다니는 가톨릭계 고등학교에 마크가 전학을 오게 되었는데, 이 학교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런던에서도 가장 가난한 학생들이 다니는 곳이다. 이 점에서부터 마크와 대런은 차이를 보인다. 대런의 소매는 지저분하고, 구내식당에 갈 돈이 넉넉하지 않다. 대런은 가난한 학생들이 모인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 명의 가난한 학생이다. 반면 마크는 일련의 사건으로 이 학교에 전학을 오게 되었을 뿐 빈곤과는 거리가 멀다.</p> <p contents-hash="1216cd38f96e9d72d3bde54dc2ef42b8a49e77b0388a796ca0f2a6bfce95d449" dmcf-pid="Fh4PyWDxIb" dmcf-ptype="general">이후 소개되는 두 명의 상황은 더욱 대비를 이룬다. 마크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넉넉한 가정에서 성장했고, 자상한 어머니의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대런은 억압적인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하며 살아왔다. 마크는 어딘가 조심스럽고 감정 표현이 섬세한 반면, 대런은 공격적이고 충동적이다. 가정에서 받는 억압이 가정 외부에서 거친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다.</p> <p contents-hash="a25c09aff3c6bbc073dabe70c79e0c95ab5432e2a8acbde512476f75b0f5e91e" dmcf-pid="3l8QWYwMDB" dmcf-ptype="general">이제 마크와 대런은 조금씩 성장해야 하고, 어른이 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비되는 상황으로 미루어볼 때, 마크는 보다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대런은 사회가 인정하는 번듯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버거워 보인다. 하지만 이처럼 간편한 예측은 빗나가기 쉬운 법이다. 마크의 성장도, 대런의 성장도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끊임없이 부딪힌다.</p> <div contents-hash="d0e08796512df92d9ec9c3bb06f7f03f2b2d30c27bf64eb46f195a807cb50999" dmcf-pid="0S6xYGrRwq" dmcf-ptype="general"> 마크는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대런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타인에게도 서툴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에게도 서툴다. 대런은 불안정한 환경과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부터 발목을 잡히고, 대런 역시 인간관계를 형성해가는 데 그리 능숙하지 않다. 여기에 더해 마크와 대런은 어느 순간부터 서로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이 감정 역시 이들의 성장에 일시정지를 선언한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720edc5f6e42adac88ce34625d3d10c1072c6ebb274f4a969255f50c456fa30e" dmcf-pid="pvPMGHmeDz"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09/ohmynews/20250709171207392noqv.jpg" data-org-width="1280" dmcf-mid="FX8FwriBDv"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09/ohmynews/20250709171207392noqv.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연극 <베이컨> 공연 사진</td> </tr> <tr> <td align="left">ⓒ 달 컴퍼니</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2c7e88df4c55e3c102e10b86d9eff73327878ca1fe41db31603afb14c621b40e" dmcf-pid="UTQRHXsdI7" dmcf-ptype="general"> <strong><베이컨>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strong> </div> <p contents-hash="44e3de5de404ecd164da024958741e589c8cf38e963e6f38370a9dfc5a5cd6cf" dmcf-pid="uyxeXZOJru" dmcf-ptype="general">마크와 대런이 서로에게 느끼는 미묘한 감정을 거칠게 표현하면 '사랑'이다. 서로를 향한 감정은 때로 사회에서 쉽게 허락되지 않는 감정이며, 둘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크와 대런도 자신이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걸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다가가다가도 어느 순간 회피하고, 회피하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용기를 낸다. 마크와 대런 역시 사회를 지배하는 평범함, 정상성의 논리에 지배받는 존재다.</p> <p contents-hash="69921593dda1da2dc0446a01931d562c39a8cd7d4ab263faa85ecb9891af31b3" dmcf-pid="7WMdZ5IirU" dmcf-ptype="general">둘의 미묘한 감정 변화는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로도 표현되지만, 무대 중앙에 위치한 유일한 무대 장치인 시소로도 표현된다. 시소는 두 인물의 감정 변화뿐 아니라 우열을 다투는 권력 관계, 각 인물이 놓인 환경적 맥락도 조명한다.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동선과 타이밍, 힘의 강도를 미세하게 조절하고 서로와 호흡을 맞추며 시소를 움직여야 한다. 그렇기에 배우의 노력과 시소가 움직이는 디테일을 눈여겨봐야 <베이컨>을 더 잘 즐길 수 있다.</p> <p contents-hash="5f52651c29dab8f38466dd3ed01dbbf4a5dc31e8ac6bac991ab9e3b46d39ef71" dmcf-pid="zSMdZ5IiEp" dmcf-ptype="general">마크와 대런의 사랑은 <베이컨>의 굵직한 소재임에 틀림없다.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주변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도록 하며, 한편으로 번듯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주저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둘의 사랑으로 <베이컨>의 모든 주제나 메시지가 환원되어서는 안 된다. 사랑 외에도 둘의 성장 과정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p> <p contents-hash="430e3d2dd53fec1d31cef8077855d00e1a3b0195160ecaab517f9eef2b5b2efa" dmcf-pid="qvRJ51Cnw0" dmcf-ptype="general">가정 환경과 경제적 상황은 개인의 성장을 이해하는 데 있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인 학교도 살펴봐야 한다. 성장 과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만들 수 있고, 그 관계는 이후의 삶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사회적 네트워크와 여기서 발생하는 각종 영향력을 '사회적 자본'이라고 부르는데, <베이컨> 속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굳이 따지자면 사회적 자본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다가올 미래에 사회적 자본을 통한 성장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p> <p contents-hash="6aee8cea00f56d4d96c2dbb2952afee7f88e5877db996e1f60f6f53442d0ccff" dmcf-pid="BTei1thLE3" dmcf-ptype="general">일련의 사건을 겪고 4년의 시간이 흐르지만, 둘은 번듯한 어른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마크는 스스로의 삶을 두고 멈췄다고, 갇혀 있다고 말한다. 대런은 마크보다는 삶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적 조건을 놓고 냉철하게 판단했을 때 마크에게 다가올 이후의 삶에 희망만 가득할 것 같진 않다. 그렇게 두 소년의 위태로운 성장기는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닌 채로 마무리된다. 어쩌면 엔딩이 아니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둘의 성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삶은 이제 시작되니까.</p> <div contents-hash="3123b6c0459f83a82736cf5e930fced641c1a4cc83b1dd3b7887ae8406adcd45" dmcf-pid="bydntFlorF" dmcf-ptype="general"> 한편 연극의 이름이기도 한 '베이컨'은 극에서 마크가 대런에게 호의를 베풀며 처음 등장한다. 우리가 아는 음식 베이컨이 맞다. 베이컨에서 시작된 마크의 호의가 대런의 마음을 자극하고, 이후 베이컨은 둘의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는 주요 소재로 자리매김한다. 작은 고기 덩어리가 실은 둘의 이야기 속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보니, 삶을 이해하고 이야기하는 데 있어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연극 <베이컨>을 더 조심스레 바라본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f04c67be65b174c569d47465eeca412e68170192590ccc35c8d6b8dc3eff8446" dmcf-pid="KWJLF3SgOt"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09/ohmynews/20250709171208716wpix.jpg" data-org-width="1280" dmcf-mid="pk3CedKGIh"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09/ohmynews/20250709171208716wpix.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연극 <베이컨> 공연 사진</td> </tr> <tr> <td align="left">ⓒ 달 컴퍼니</td> </tr> </tbody> </table>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나우즈 현빈 “아이들 우기와 작업, ‘너희 정말 잘생겼다’고” 07-09 다음 "나우즈의 본격적인 시작, 록으로 불타는 의지 표현했죠" [종합] 07-09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