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 뛰던 튀르키예 ‘미생’, 마침내 당구왕이 되다 작성일 07-11 4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별별스타]PBA 무라트 나지 초클루</strong><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8/2025/07/11/0002755493_001_20250711090212540.jpg" alt="" /><em class="img_desc">무라트 나지 초클루가 지난달 열린 2025~2026 프로당구 시즌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공을 겨냥하고 있다. PBA 제공</em></span> “집에 돌아갈 버스값이 없어 걸어서 갔”던 사나이가 있다. 학교도 일찍 중퇴했고, 택시와 미니버스 운전 등 생업 전선에서도 뛰었다. 때로 17층 건물을 오르내리며 커피를 나르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당구 큐였고, 이제 한국 땅에서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튀르키예 출신의 무라트 나지 초클루(51·하나카드) 이야기다.<br><br> 프로당구 피비에이(PBA) 2025~2026시즌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6월17~23일)에서 우승한 초클루를 최근 경기도 고양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세계 3쿠션의 ‘4대 천왕’ 다니엘 산체스를 결승전에서 꺾은 뒤 4일이 지났지만 표정은 밝았고, 따듯한 커피 잔을 감싸는 손길에 만족감이 묻어났다.<br><br> 영원한 서포터인 부인 에멜 초클루 소식을 물으니, 그는 “영상 통화로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한국에 안 오겠다고 하면 큰일”이라며 익살을 떨었다. 에멜은 심장 시술을 받은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튀르키예에 남았다. <br><br> 부인이 없어도 힘을 낸 것을 보면 초클루는 한국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 같다. 그는 “과거 한국을 10여 차례 방문했고, 음식과 문화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쉽지 않았다”며 초기 정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8/2025/07/11/0002755493_002_20250711090212568.jpg" alt="" /><em class="img_desc">무라트 나지 초클루가 지난달 열린 2025~2026 프로당구 시즌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활짝 웃고 있다. PBA 제공</em></span> 지금은 다르다. 초클루는 “한국에 집도 있고 차도 있다. 내 나라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 우승을 비롯해 통산 2승 고지에 올랐고, 팀리그 최우수선수에 선정(2024년)된 것은 연습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됐기 때문인 것 같다.<br><br> “항상 배운다”는 겸손한 열정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더 큰 자산이다. 그는 “내가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그것은 당구가 워낙 미묘하고 섬세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실제 100% 준비했다고 생각한 선수가 첫 게임에서 탈락하기도 한다. <br><br> 그는 당구를 “멈출 수 없는 스포츠” “밑도 끝도 없이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표현했다. 택시를 몰 때 사납금을 채우면, 곧바로 당구 클럽으로 향했던 설렘과 초심도 여전하다. 경쟁자인 조재호나 산체스 등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이런 당구 진심에서 나온다. <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8/2025/07/11/0002755493_003_20250711090212597.jpg" alt="" /><em class="img_desc">무라트 나지 초클루와 아내 에멜. PBA 제공</em></span> 일찍 학업을 중단한 것에도 구애되지 않는다. 그는 “인생의 학교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누구와 어떤 주제를 놓고도 서로 얘기할 수 있다”라고 했다. 당구를 치는 고정된 방식이 없듯이, 사람마다 제각각의 인생을 산다는 뜻으로 들렸다. 더 나아가 “당구는 연습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행복해야 잘할 수 있다. 행복이 스킬(기술)”이라고 했다.<br><br> 조만간 한국에 올 부인 에멜과의 인연도 마찬가지다. 흑해에 접한 튀르키예 중부 도시 시노프에 살았던 에멜은 당구 잡지의 기자였지만, 초클루와 우연히 마주친 뒤 그의 매력에 빠졌다.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뒤져 이스탄불에 사는 초클루 집에 먼저 연락한 이도 부인이었다. 초클루는 “에멜이 나를 발견했다”라며 웃었다.<br><br> 그는 “아내는 최고의 팬이며 완벽하다. 경기 전에는 집중하도록 일절 내게 말을 하지 않고, 경기에 지면 조언을 해준다”고 말했다. 초클루가 비시즌 기간 아내를 위해 시노프에서 장모가 있는 앙카라의 병원까지 왕복 1000여㎞ 거리를 오가며 에멜의 기사 노릇을 한 것에서 둘 사이의 애정이 느껴진다. <br><br> 초클루는 이전 활동 무대인 세계캐롬연맹(UMB)에서 톱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피비에이에서 극강의 선수로 거듭났다. “아직 90% 정도밖에 안 된다”라고 말하고 있고, 하루 4시간 압축해 훈련하기에 더 치고 올라갈 수 있다. 그는 “나도 욕심이 있다. 하지만 한 번에 두 단계를 갈 수 없다” 고 했다. 그의 말에서 치밀한 승부욕을 본다. 관련자료 이전 SK렌터카, 프로당구 팀리그 출정식 개최…“2연패 도전 시동” 07-11 다음 세계 1위로 피할 수 없었던 윔블던 '업셋'... 사발렌카, 준결승 탈락 07-11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