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HD의 클럽월드컵 참패가 드러낸 K리그 수준 작성일 07-13 37 목록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07/13/0000051109_001_20250713040007965.gif" alt="" /><em class="img_desc">울산 HD의 골키퍼 윤종규가 지난 6월 25일 신시내티에서 열린 클럽월드컵 F조 경기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몸을 던져 선방하고 있다. photo 뉴시스</em></span></div><br><br>울산 HD가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전을 위해 미국 출국을 앞둔 때였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났던 울산 간판 이청용은 "각 대륙을 대표하는 클럽들이 참가한다"며 "K리그가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회"라고 했다.<br><br>울산의 클럽월드컵은 허무했다. 울산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첫판부터 꼬였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대였던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프리카공화국)에 0대 1로 졌다. 플루미넨시(브라질)를 상대론 2 대 4로 재역전패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의 최종전에선 조현우의 신들린 듯한 선방 덕에 0대 1로 졌다. 울산은 이날 도르트문트에 슈팅 수 3 대 28로 크게 밀렸다.<br><br>울산은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일본), 알 아인(UAE),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아시아를 대표해 클럽월드컵에 나섰다. 아시아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한 팀은 알 힐랄 하나였다. 알 힐랄은 16강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를 제압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며 8강까지 갔다. 알 아인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1승 2패를 기록했다. 우라와는 울산과 마찬가지로 전패(3패)를 기록하며 대회를 마쳤다.<br><br><strong>울산의 실패 원인이 선수단 퀄리티 차이?</strong><br><br>알 힐랄은 아시아 팀으로 보기 어렵다. 맨시티전에 선발 출전한 알 힐랄 선수 가운데 사우디 출신은 모하메드 칸노, 나세르 알 다우사리, 모테브 알 하르비 셋뿐이었다. 알 아인은 더 심했다. 알 아인의 위다드 AC(모로코)전 선발 명단엔 조국이 UAE인 선수가 없었다. 울산도 K리그1에서보다 외국인 선수를 많이 활용했다. 울산은 도르트문트전에 외국인 선수 5명을 선발로 내세웠다.<br><br>울산 김판곤 감독은 대회를 돌아보며 "세계와의 격차가 여전하다는 걸 확인했다"며 "미국에 와서 보니 인프라 등도 상당히 뒤처져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속도에서도 차이가 컸다. 리그에서 경기 속도를 높여야 한다. 더 강한 압박 속 경기를 치러야 한다. 큰 대회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려면 질 좋은 외국인 선수가 팀을 도와야 한다. 그래야 리그를 더 강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br><br>틀린 말은 아니다. 알 힐랄의 선수 면면은 아주 화려하다. 포르투갈 국가대표 후벵 네베스와 주앙 칸셀루, FC 바르셀로나(스페인) 출신 말콤,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최고의 미드필더로 꼽혔던 밀린코비치 사비치, SSC 나폴리(이탈리아), 첼시(잉글랜드) 등에서 활약했던 칼리드 쿨리발리,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헤난 로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최고의 수문장으로 인정받았던 야신 부누 등이 알 힐랄의 중심이다. 축구만 바라본다면, 좋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국제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07/13/0000051109_002_20250713040008183.gif" alt="" /><em class="img_desc">지난 2월 13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K리그1 2025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구단 감독과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em></span></div><br><br><strong>기업의 K리그 투자 이유 무색</strong><br><br>프로축구는 산업이다. 사우디나 2010년대 중국처럼 국가가 전면에 나서 투자를 감행하지 않는 한 기업이 투자에 나서야 한다. 기업이 K리그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기엔 엄청난 부담이 있다. K리그1 우승 상금은 5억원에 불과하다. 유럽처럼 중계권 수익이 구단 운영에 보탬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K리그1 선수단 평균 연봉은 2024년 기준 3억499만5000원이었다. 울산 선수단 평균 연봉은 평균치의 2배인 6억1206만9000원이었다. 울산의 2024년 선수단 연봉 총액은 209억1237만원이었다.<br><br>구단 운영 비용에 선수단 연봉만 들어가는 게 아니다. 울산은 올해 구단 운영 예산을 약 500억원으로 잡았다. 울산이 이만큼의 돈을 투자한다고 해서 수익을 올리는 건 아니다.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프로축구단 운영으로 수익을 올린 사례는 없다. 과거엔 '홍보'라는 목적이라도 있었지만,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21세기부터 적은 비용으로도 홍보를 극대화할 방법은 무궁무진하게 늘었다.<br><br>한국 축구계는 '투자해 달라'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지만, '왜 투자해야 하는가'에 관해선 답하지 못한다. K리그에 시민 혈세를 들여 구단을 운영하는 시·도민구단이 우후죽순(雨後竹筍) 생겨나고 있는 이유다. K리그(1·2)엔 시민 혈세 없이 운영이 불가한 구단(16개)이 기업구단(10개)보다 많다. 내년엔 지자체 예산에 의존하는 구단이 2개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br><br>기형적인 구조 속 몰라보게 성장한 건 경기인 출신들의 복지다. K리그는 한국 프로스포츠 중 유일하게 1·2부 승강제를 운영한다. 구단 개수만 26개다. 경기인 출신들의 일자리가 확연히 늘었다. 매년 적자인 구조 속 경기인 출신의 연봉 상승률은 놀라울 정도다. 시민 혈세로 운영하는 구단에서 연봉 15억원 이상 받는 선수가 존재하기도 한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가 기업구단 입단에 실패한 뒤 시민들의 혈세로 막대한 연봉을 받으며 뛰기도 한다.<br><br>이에 반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프로축구 산업을 지탱하는 프런트의 근무 환경은 심각할 정도로 열악하다. 시·도민구단에선 프런트 1명이 3개 이상의 업무를 맡는 건 흔한 일이다. 그렇다고 경기인 출신처럼 연봉이나 복지가 뒷받침되는 건 아니다.<br><br>기업은 K리그에 투자하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선 수익도 매력도 없는 까닭이다. 1995년 수원 삼성 창단 후 등장한 기업 구단은 서울 이랜드, 대전하나시티즌 2개뿐이다. 5년 전 '프로축구단과 프로야구단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소문이 있던 기업을 취재한 적이 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이 기업의 관계자는 "프로스포츠단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렇게 설명했다.<br><br>"기업은 투자 대비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따져본다. 한국 프로스포츠는 냉정하게 돈이 안 된다. 매년 수백억원을 쏟아부으며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투자를 인정해 주는 분위기도 아니다. 선수단에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기면 기업이 큰 손실을 입기도 한다. 좋지 않은 기사 하나로 수백억원의 투자는 묻히고, 안 좋은 이미지만 각인된다.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축구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면 '제2의 손흥민 발굴 프로젝트'와 같은 몇몇 유망주에게 투자하는 것이 기업엔 똑똑한 투자일 수 있다."<br><br><strong>우물 안 개구리 언제까지?</strong><br><br>이번 클럽월드컵은 32개 팀이 참가한 첫 대회였다. 클럽월드컵은 올해부터 4년에 한 번씩 개최된다. 울산은 그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ACLE의 전신)에서의 좋은 성적으로 2025 클럽월드컵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K리그가 2029년 클럽월드컵에도 출전팀을 배출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 클럽월드컵에 나서려면, 아시아에서 성적을 내야 한다. K리그는 최근 10년간 ACL에서 2개의 우승팀을 배출했다. 전북 현대(2016)와 울산(2020)이다. 해가 갈수록 K리그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br><br>2024~2025시즌 ACLE는 충격적이었다. 시민구단인 광주 FC만 토너먼트로 향했다. 울산은 2024~2025시즌 ACLE 7경기에서 1승 6패(승점 3점)를 기록했다. ACLE에 참가한 동아시아 지역 12개 구단 중 10위에 머물렀다. 포항 스틸러스는 울산보다 한 계단 높은 9위에 그쳤다.<br><br>K리그 구단들은 ACLE에서 막대한 투자를 감행 중인 동남아시아 팀에 상당히 고전 중이다. 울산과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과의 최근 맞대결을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울산은 조호르와의 최근 5차례 맞대결에서 1승 4패를 기록했다.<br><br>ACLE 8강부턴 더 험난하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중동 팀을 상대할 수도 있는 까닭이다. 중동의 막대한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우디는 2034년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됐다. 사우디는 큰 변수가 없는 한 자국 리그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드는 데 주력할 거다.<br><br>K리그 경쟁력 강화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K리그는 이미 지자체 혈세까지 끌어들여 필요 이상의 투자를 감행한다. 주어진 환경, 상황에 맞는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 K리그1 시·도민구단은 보통 한 해 예산으로 100억원 이상을 쓴다.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br><br>기업구단이든 시·도민구단이든 기량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대신 좋은 선수를 육성할 지도자를 늘려나가야 한다. 스타 선수 출신이나 특정 세대란 이유 하나로 프로팀 지휘봉을 잡는 근본 없는 문화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유럽은 일찌감치 선수와 지도자의 영역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본다.<br><br>'K리그에서 가장 빼어난 전술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광주 이정효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경험이 지도자를 하는 데 도움이 되긴 한다. 하지만 선수와 지도자는 완전히 다르다. 선수 때 경험만 가지고서 지도자를 한다면 '선수는 이렇게 얘기하면 이럴 거야'라고 짐작해서 가르쳐야 한다. 경험은 이야기해 줄 수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은 얘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br><br>K리그 26개 구단 가운데 외국인 감독은 단 1명이다. K리그 유일 외국인 감독은 올 시즌부터 전북을 이끄는 거스 포옛 감독이다. 포옛 감독은 지난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로 올랐던 인물이다.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권한'을 가졌던 당시 이임생 대한축구협회(KFA) 기술총괄이사는 "롱볼을 주로 사용하는 축구가 한국엔 어울리지 않는다"며 '포옛 감독의 축구 철학이 현대 축구와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었다.<br><br>포옛 감독은 이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K리그1 데뷔 시즌 정상의 자리에 다가서고 있다. 전북은 최근 공식전 20경기 무패(15승 5무)를 내달린다. K리그1에서 압도적 선두다. 전북은 2위 대전하나시티즌에 승점 10점을 앞선다. 끝이 아니다. 전북은 대한민국 프로, 아마추어 팀이 모두 참가하는 코리아컵에선 준결승에 오른 상태다. 전북은 지난해 창단 첫 승강 플레이오프를 경험하는 등 최악의 한 해를 보냈던 팀이다. '한물갔다'던 K리그 유일 외국인 감독이 지난해 강등 위기에 내몰렸던 전북의 명가 재건을 이끈다.<br><br>K리그는 시장 규모에 비해 과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산업이다. 과도한 투자에도 국제경쟁력이 점점 떨어진다면 비용을 어떻게 지출하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특히나 K리그가 '프로스포츠 산업'답게 발전하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돈을 '한국 축구를 위해 쓰는 것'과 '축구인을 위해 쓰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도출한다. K리그는 수십 년째 축구인을 위해 돈을 쓰고 있다. <br><br> 관련자료 이전 '18년만의 대기록'…이준, '1박 2일' 최초 기록에 김종민 "이런 건 처음" 07-13 다음 시비옹테크, 잔디코트 윔블던서도 우승...57분만에 '더블 베이글' 진기록 07-13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