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린 꿈과 이름, 바리스타 수업을 듣기 시작한 엄마 작성일 07-18 1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2024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18] 영화 순이></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GrgPAzJq0v"> <p contents-hash="e8515dd2cefca45f06cb13ffbe13ffcb43c981696a197decba0e62670826100a" dmcf-pid="HmaQcqiB0S" dmcf-ptype="general">[조영준 기자]</p>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6878a4063c9c925bb38f06c39928a13d9098b1979f4aaa206b29da7cc77282eb" dmcf-pid="XsNxkBnbzl"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8/ohmynews/20250718143301762dtzq.jpg" data-org-width="1200" dmcf-mid="8vlZ9CphzZ"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8/ohmynews/20250718143301762dtzq.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순이>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인디그라운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76959bc35ea3863a2f57421ccc7f4f0bf2380df0834ce8208b06fafe67731838" dmcf-pid="ZOjMEbLKFh" dmcf-ptype="general">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div> <p contents-hash="74b6f903e4e470c211f07ebb03d296e3b611ab1da3ac6bce7ff8c52dc8c59516" dmcf-pid="5IARDKo93C" dmcf-ptype="general">01.<br>사람은 대개 한평생 하나의 이름으로 살아간다. 누군가의 자식으로, 부모로, 또 배우자로, 분명 스스로의 것이지만 자신이 부를 일보다는 타인의 호명에 더 자주 쓰이는 것. 이채현 감독의 영화 <순이>는 그런 이름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며 진정한 의미의 '나'를 찾는 여정의 시작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 출발은 '끝맺음'의 자리에서부터 시작된다. 과거에 지속해 왔던 행동과 특정한 역할 속에 자신을 얽매여왔던 마음을 정리하는 순간이다.</p> <p contents-hash="6a8202c337080f90f48a649e8847f420d869a5c896c516c98a356b045dee0079" dmcf-pid="1Ccew9g2pI" dmcf-ptype="general">영화의 시작과 함께 남편 상웅(승의열 분)과 딸 세아(최지원 분)는 거실 텔레비전의 액정을 깨버리고 만다. 가장으로 평일 내내 일하고 집에 들어와 TV 프로그램을 보는 게 유일한 낙인 엄마 순이(오민애 분)의 휴식처다. 미안한 두 사람은 이번 기회에 텔레비전을 없애자고 제안하며 다른 취미를 가져보라고 권유하지만,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는 엄마는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마트 앞 전단에 쓰여 있던 문화센터의 바리스타 수업. 취미반도 아닌 자격증반에 등록하면서 엄마 순이의 첫 취미 생활은 그렇게 시작된다.</p> <p contents-hash="117b39572c854be37aad2d8c7d0b89c4c7e77a382e764b705cca933bb20f56eb" dmcf-pid="thkdr2aVuO" dmcf-ptype="general">02.<br>"조금만 기다려.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p> <p contents-hash="787a79d2896b9422ca26c4c9cd1dd3a4a2ea0a47ba4f30f5223fa1d76063c4a6" dmcf-pid="FPB52hUlzs" dmcf-ptype="general">TV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대신 커피를 만들고 새로운 자격증을 취득하는, 제대로 된 취미를 처음 갖게 되는 일은 한 인물의 새로운 시작에 해당한다. 거창한 선언이나 세상을 뒤흔드는 사건도 아닌, 바리스타 자격증 강의를 신청했다는 것 하나. 그 작고 소박한 행동 하나가 엄마 순이에게는 전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세상으로 이어지는 관문이 된다. 가족만을 위해왔던, 자신의 모든 시간 동안 타인을 위해 바쳐왔던 삶에서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으로의 변화다.</p> <div contents-hash="bc20087db4c5dc7515fd9fe1557511db630eaf8d55a83791b32a2a04f1e080aa" dmcf-pid="3Qb1VluSzm" dmcf-ptype="general"> 문제는 주변 인물들의 태도다. 아직 서툰 실력이라 회사 당직까지 빼가며 커피에 열중이지만, 정작 가족들은 커피 맛이 거기서 거기라며 시큰둥한 태도를 보인다. 일부러 자신이 만든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집까지 가져와 봐도 딸은 카페에선 만드는 데 5분도 걸리지 않는다며 핀잔만 주기 일쑤고, 남편은 조금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제 막 시작한 아내이자 엄마의 취미 생활에 격려와 응원을 보내줄 법도 한데, 처음 텔레비전을 망가뜨리고 난 뒤의 태도처럼 이들은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듯한 모습이다. 참, 마음 같지 않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69155495ade35766709b22b9e9a6cad3f11f04ca159dc23007bd6d4ed5bb7093" dmcf-pid="0xKtfS7vFr"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8/ohmynews/20250718143303129pgfb.jpg" data-org-width="1200" dmcf-mid="WfxghPEQUy"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8/ohmynews/20250718143303129pgfb.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순이>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인디그라운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7cedfb52bc3fdfd0eeff8063b576a31d9427cbaf69b16dee38d5c78d87730371" dmcf-pid="pM9F4vzTFw" dmcf-ptype="general"> 03. <br>이처럼 엄마에게 일어난 사소한 사건은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왔던 그의 삶을 다른 각도로 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무직인 남편을 대신해 가장 노릇을 하고, 가정을 돌보느라 자신만을 시간이라고는 따로 쓸 줄도 모르며 지나온 시간들. 그렇게 자신이 펼쳐 놓은 시간 위에서 다른 가족들은 각자가 좋아하는 일들을 영위해 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새삼 말이다. 자신부터가 그렇다. </div> <p contents-hash="f6110e3b5dbed7886ed2c08c36778c77d0ea537c61f4c31a1f37d64d6077c1d8" dmcf-pid="UR238TqyFD" dmcf-ptype="general">오랜 시간 그렇게 살다 보니 새로운 취미 안에서도 그는 그동안 살아온 방식 그대로, 자신의 작은 성취 앞에서도 가족을 제일 먼저 떠올리고 만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받을 수 없이 주기만 해야 하는 상황이 어떻게 항상 행복할 수 있을까. 영화 속 순이의 모습을 조금 더 확장하자면, 이는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 속에서 여성과 엄마라는 존재가 감내해야 했던 의무와 책임이 결합된 그릇된 형태의 정체성과도 닮아 있다.</p> <p contents-hash="79dac52239fe212e4e316a27304c3654db470c1794f28ac468623db32ed34987" dmcf-pid="ueV06yBW3E" dmcf-ptype="general">극 중에는 또 다른 여성이 하나 더 조명된다. 순이가 등록한 강좌에서 실버 바리스타를 꿈꾸며 먼저 수업을 듣고 있던 일순(전소현 분)이다. 처음 들어와 다소 어색하고 조심스러워하는 순이와 달리, 실버 바리스타가 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당당히 이야기하며 선뜻 도움의 손길을 건네오는 인물로 상반된 자리에 서 있다. 여기에서 다르다는 뜻은 태생부터가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으로 먼저 나아간 존재의 변화된 모습에 가깝다. 그 역시 오래된 사회 구조 속에서 가정의 무게를 짊어져야 했던 여성이었고, 매일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도 먹고 사는 일이 바빠 바리스타라는 직업은 꿈도 꿔본 적이 없었다. 지금 순이가 겪고 있는 과정을 먼저 지나왔을 뿐이고, 새로운 삶 속에서 당당히 자신의 꿈을 일으켜가고 있을 뿐이다. 다만 그 시간 사이의 거리가 두 인물이 가진 모습의 차이를 이끌어냈다.</p> <p contents-hash="39f47c802494aa0b3498a8a15830d37a2680dfd27f083ce55907c449b786fba7" dmcf-pid="7dfpPWbY7k" dmcf-ptype="general">04.<br>"꿈이 뭐예요?"</p> <p contents-hash="becfdd5923e612c84f7cac9f65234da70390ccc51cdd10a7dde5c41996dbd7db" dmcf-pid="zJ4UQYKGuc" dmcf-ptype="general">영화의 후반부에서도 순이는 같은 모습으로 자신이 처음으로 성공한 라테아트를 찻잔 그대로 들고 집으로 향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사진으로 찍어 보내도 될 텐데 가족들에게 직접 보여주겠다고 그 고생을 사서 한다. 물론 이번에도 가족들은 냉담하다. 심지어 딸의 책상 위에는 인근 커피전문점의 일회용 컵이 가득 쌓여 있다. 한 잔의 라테아트를 완성하기 위해서 아내이자 엄마인 그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을지 누구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순이가 어떤 관계 속에서 엄마의 자리를 지켜왔는지.</p> <p contents-hash="fcc4879e916757f5ad29ede76522748ea7f6aab3d4dea629377c5c4fb75832ca" dmcf-pid="qLPzRXVZ0A" dmcf-ptype="general">수많은 작품에서 깊이를 더해가는 오민애 배우의 연기는 이번 작품에서도 돋보인다. 짧은 시간 속에 한 인물의 서사를 담아내야 하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절제된 감정 속에는 깊은 울림이 존재한다. 미세한 표정 변화, 말끝을 흐리는 인물의 습관, 상대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부족한 자신감과 불안. 이 모든 것이 순이라는 한 인물의 내면을 완성하고 고스란히 전달해 낸다. 그녀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완성되지 못했을 섬세한 감정선과 캐릭터였을지도 모르겠다. 문화센터에서 수업을 등록하는 신에서 미래에 대한 작은 기대로 환하게 웃던 모습이 내게는 오래 잊히지 않는다.</p> <div contents-hash="926db77f80d7c97af23b631aa6cb9e47a2e9635a4767cdb3e9802d73a6cbf847" dmcf-pid="BoQqeZf50j" dmcf-ptype="general"> 05. <br>이제 순이는 애지중지하며 찻잔째로 들고 온 라테를 마시며 식탁 앞에 앉아 그동안 미뤄왔던 자신의 바리스타 이름을 채우기 시작한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오랫동안 묻혀 있었던 그의 진짜 삶이 비로소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오는 순간이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어디에서든 '순이'가 될 수 있다. 잊혀져 가는 이름, 미뤄둔 꿈, 너무 늦었다고 포기했던 어떤 시작들. 그런 모든 것들 앞에서 영화 <순이>는 말한다. 지금도 괜찮다고. 지금이라서 오히려 더 좋은 거라고. 이제 그녀는 더 이상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만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순이(Soon, i)다. 온전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355680bded9b61c482ce7d2bd725b5e24a4ec2b25c5db9817d5b8f027b9fa539" dmcf-pid="bgxBd541zN"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8/ohmynews/20250718143304516qtdx.jpg" data-org-width="1200" dmcf-mid="YXrLI8c60T"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8/ohmynews/20250718143304516qtdx.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순이>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인디그라운드</td> </tr> </tbody> </table> <p contents-hash="3e98c497828c01f61d0e2fab974346e2fc083b29ab375c0f5842dd311282a5bb" dmcf-pid="KaMbJ18t3a"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한국 독립예술영화의 유통 배급 환경 개선을 위해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설립한 인디그라운드는 2025년 3월부터 총 18개의 큐레이션을 통해 ‘2024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90편(장편 22편, 단편 68편)을 소개/상영할 예정입니다. 열 번째 큐레이션인 '일 말고 사랑 말고'은 7월 16일부터 7월 30일까지 보름간 인디그라운드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 가입 후 무료로 시청 가능합니다.</p> </section>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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