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자증·폐경·동성커플, 피부로 정자·난자 만들어 출산 가능”[Science]

작성일 07-21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 생식능력 상관없이 임신·출산… ‘체외 생식세포 생성 기술’ 줄기세포 전환 뒤 생식세포로 기술 실제 구현까지 7년 예상 日연구팀 ‘생쥐로 출산’ 성공 배양 생식세포로 새끼 7마리 1명 혹은 2명이상으로도 가능 생명존엄 등 윤리문제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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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사실혼 관계로 지내는 한국의 ‘동성 부부’들이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 민법의 위헌 여부를 따져 달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동성혼 금지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소송으로는 국내 첫 사례다. 이미 2015년 연방대법원 결정에 따라 동성혼을 합법화한 미국에선 지난 10년 동안 동성 부부가 2배 이상으로 늘기도 했다.
 동성혼을 반대하는 논리는 다양하지만, 그중 하나는 동성 부부가 사회 존속에 반드시 필요한 재생산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과학계에선 수년 내로 동성 커플이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험실에서 정자와 난자를 만들어 생식 능력과 무관하게 자녀를 가질 수 있게 해 주는 체외 생식세포 생성(In Vitro Gametogenesis, IVG)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선 IVG 기술 구현이 7년 앞으로 다가왔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IVG가 현실화할 경우, 불임 부부는 물론 생식 능력이 없는 고령자·장애인, 그리고 이론적으로는 동성 커플도 자녀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다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법적·윤리적 쟁점도 난관으로 남아 있다. 과연 우리 사회는 줄기세포로 만들어지는 동성 커플의 자녀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과학의 발전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실험실에서 정자·난자 분화= IVG는 피부나 혈액 등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전환한 뒤 실험실에서 이를 정자와 난자로 분화하는 기술이다. 신체의 모든 세포 유형으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를 원시 생식세포로 유도, 이를 장기 유사체(오가노이드)에서 성숙한 생식세포로 만든다. 이미 있는 생식세포를 활용하는 게 아니라 신체의 다른 세포에서 유도된 줄기세포로 생식세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생식능력을 상실한 사람이나 동성 커플도 생물학적 자녀를 낳는 길이 열리게 된다.
 지금도 난임 부부들 사이에서 활발히 사용되는 체외수정(IVF)은 난자와 정자를 체외에서 수정시켜 배아를 만든 뒤 자궁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부모의 정자와 난자를 직접 채취해야 하는 반면, IVG는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전환해 실험실에서 정자와 난자를 만들어낸다는 게 차이점이다. IVF는 난임이더라도 생식세포가 어느 정도 남아있어야 가능하지만, IVG는 무정자증·조기 폐경·암 치료 등으로 생식세포가 없는 경우에도 가능하다. 또 IVF는 여성의 연령이나 호르몬 상태, 자궁 환경, 남성의 정자 질에 따라 성공 가능성이 달라지지만 IVG는 이론적으로 나이·성별·생식능력에 구애받지 않는다.
 연구진은 이미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 성공했다. 생식세포 실험실 배양의 권위자인 일본 오사카(大阪)대 하야시 가쓰히코(林克彦) 교수 연구팀은 2023년 수컷 생쥐의 세포로 난자를 만들어 수컷 둘 사이의 새끼를 낳게 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수컷 쥐의 피부세포를 채취해 줄기세포로 전환한 뒤 난자로 배양했고, 이렇게 배양한 난자를 수컷 정자와 수정시켜 약 600개의 배아를 얻었다. 대리모 쥐에 이를 착상한 결과 새끼 쥐 7마리가 태어났다. 암컷에서 채취한 난자를 수정시켰을 때 배아의 5% 정도가 새끼로 태어나는 것에 비하면 성공률이 낮지만, 새끼 쥐들은 건강하게 태어나 자랐고 다시 새끼를 낳기까지 했다. 이 연구로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킨 하야시 교수는 그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선정한 화제 인물 ‘네이처10’(Nature’s 10)에 챗GPT 등과 함께 선정됐다.
 ◇기술 구현까지 7년 예상= 과학계에선 IVG 기술이 실제 구현되기까지 불과 10년도 남지 않았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하야시 교수는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성인의 피부나 혈액 세포를 난자와 정자로 전환하는 기술 개발에 급속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자신의 연구실이 이에 도달하기까지 7년 정도 걸릴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로드 미첼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역시 “5년 또는 10년 뒤 고환이나 난소의 미성숙 세포에서 생성된 난자나 정자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내다봤다. 하야시 교수 외에도 일본 교토(京都)대 연구팀과 미국의 ‘콘셉션 바이오사이언스’사 등이 기술 선두를 다투고 있다.
 자녀를 간절히 원하는 불임 부부들에게 IVG 기술은 한 줄기 희망이다. 하야시 교수는 “불임 환자들에게서 일주일에 한 번씩 이메일을 받는다”며 “어떤 이들은 일본으로 오겠다고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IVG 기술이 저출산과 인구 감소의 새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온다. 콘셉션 바이오사이언스의 CEO인 맷 크리실로프는 “가임기 시계를 뒤로 미뤄 여성들이 더 늦은 나이에도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 될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 기술은 가족계획 기간을 상당히 연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인구 감소 추세를 되돌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게 크리실로프 CEO의 주장이다.
 ◇동성 부모, 한 사람 부모도 가능해지나= 기술 발전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별·연령·생식 능력과 무관하게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자녀를 갖게 해 주는 IVG 기술엔 복잡한 윤리적 문제가 따라붙는다. 무엇보다 실험실에서 정자·난자를 생산하면서 인간 생명의 가치가 평가 절하되고, 전통적 가족 개념이 해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IVG 기술이 유전자 편집(CRISPR) 기술과 결합, 부모가 원하는 대로 신체적 특성을 발현시켜 아이를 만드는 ‘디자이너 베이비’로 나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동성 커플이 갖게 될 자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도 논란거리다. 수컷 쥐 두 마리 사이에서 새끼를 낳게 한 하야시 교수 역시 동성 커플의 자녀에 대해선 모호한 입장이다. 그는 “두 아빠 쥐에서 아기 쥐를 만들었지만, 그건 사실 자연스럽지 않다”며 “만약 과학이 자연스럽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면 우리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하야시 교수는 “사회 전반이 지지한다면 기술을 적용하는 데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또 다른 난제는 한 사람으로부터 정자와 난자를 모두 받아 만들어지는 유니베이비(Unibaby), 두 명이 넘는 사람에게서 유전자를 물려받는 멀티플렉스 베이비(Multiplex baby)다. 한 남성이 자신의 정자와 인공적으로 만든 난자를 사용해 자신만의 아기를 만들 수도, 세 명 이상의 부모가 함께 아이를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행크 그릴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세상은 넓고 정신 나간 사람은 많으며 그중 일부는 부자”라며 이런 일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수년 앞으로 다가온 IVG 기술 현실화에 앞서 윤리적 검토, 법적 재정비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조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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