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함이 일군 중국 AI 굴기…한국은 '골든타임' 5년 남았다 [창간기획-평화 오디세이]

작성일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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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오디세이-중국 AI 굴기 현장 리포트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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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의 평화 오디세이 방문단이 딥로보틱스 로봇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장진영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4/joongang/20250724050229859rgez.jpg" data-org-width="559" dmcf-mid="4uzpIWbYhY"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4/joongang/20250724050229859rgez.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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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의 평화 오디세이 방문단이 딥로보틱스 로봇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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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잠깐이었다. ‘평화 오디세이 2025’로 찾은 상하이의 겉모습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 깨진 데 걸린 시간이다. 중국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해 이미 충분한 정보와 경험이 있다고 믿었던 필자에게 센스타임과 화웨이 R&amp;D센터에서 받은 충격은 그들의 현재 기술 수준 때문이 아니었다. 센스타임의 회장인 쉬리 박사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너무나 젊었고, 단호하며 단단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더 놀라운 점은 참관단의 정치·경제·경영적 질문에 막힘 없이 대답하는 그가 50여 편 이상의 인공지능 논문을 쓴 공학도라는 것이다. 중국 AI 기업 경영자와 연구자를 만나며 내가 가진 두려움은, 좌절할 만한 한계와 고통에도 미래 50년을 향해 더 단단한 기반 기술과 창의적인 해법을 찾아 필사의 노력을 다하는, 말 그대로 우뚝 서는 굴기와 넘쳐나는 자신감을 온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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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자체 생산 GPU로 고성능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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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4/joongang/20250724050231118hbyv.jpg" data-org-width="205" dmcf-mid="82sDPiCnSW"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4/joongang/20250724050231118hbyv.jpg" width="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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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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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은 2022년 10월부터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고, 초정밀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도 막고 있다. 과거 얼굴 인식으로 유명했던 센스타임은 수입이 불가한 고성능 칩 부족과 미국 정부의 사업 제재를 오히려 혁신의 기회로 삼고 있었다. 센스타임의 AI 클라우드 플랫폼은 한 번의 대규모 모델 훈련에 5000개 이상의 이종(異種) 칩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연결했다는데, 이렇게 해도 단일한 최고급 GPU로만 구성한 경우 대비 95%에 달하는 효율을 달성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값싼 구형 칩 수천 개를 조합해서 첨단 단일 칩으로 구성된 클라우드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엔지니어링 발전은 미국의 제재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나온 창의적·실용적 혁신이기에 더욱 주목할 만하다. 고성능 GPU 부족으로 국가 AI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해 왔던 필자를 포함한 우리 연구자와 기업인들을 너무나 부끄럽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한 중국 전문가의 표현대로 “중국 AI의 경쟁력은 도전과 실험을 허용하는 문화, 그리고 강한 위기의식에서 나온다”는 것이 피부에 와닿았다. 두려움을 모르는 도전 정신과 생존을 건 위기감이야말로 중국 기술 굴기의 밑바탕인 것이다. 
 미국 제재에도 AI 기술자립 눈앞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AI용 GPU 자급률이 2024년 34%에서 2027년 82%까지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기술 자립을 이뤄낼 것을 시사한다. 시진핑 주석은 올 4월 정치국 회의에서 ‘자력갱생’과 ‘자주 통제 가능한 AI 생태계 구축’을 강조하며, 미 제재를 계기로 오히려 자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기적 승산과 성과가 아닌 중국 미래 50년을 향해 힘겹고 고통스럽지만 위대한 발걸음을 선택한 것이다. 
 이번 방문에서의 또 다른 깨달음은 AI를 바라보는 인식과 접근법이었다. 우리에게 AI는 업무 효율화와 혁신을 위한 기술로 여겨져 왔지만, 중국은 AI를 국가 미래를 좌우할 새로운 산업 그 자체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미 2015년 중국 정부는 AI 관련 산업발전 로드맵을 수립하여 독립적 생태계 구축과 발전 전략을 시행해 왔으며, 2017년에는 AI를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격상, 세계 1위로 도약을 위한 청사진과 치밀한 실행계획을 수립, 실행해 왔다. 
 산업 응용과 국가 안전에 AI 적극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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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딥로보틱스의 바퀴 달린 4족 로봇은 사막·바위 같은 험지나 물 속에서도 거침없이 이동한다. [딥로보틱스 홈페이지]"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4/joongang/20250724050232373boen.jpg" data-org-width="560" dmcf-mid="6EtIdNyjTy"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4/joongang/20250724050232373boen.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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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딥로보틱스의 바퀴 달린 4족 로봇은 사막·바위 같은 험지나 물 속에서도 거침없이 이동한다. [딥로보틱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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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중국의 AI 담론은 미국 AI 선도 기업들의 AGI(인공일반지능) 추구와 그 결이 상당히 다르다. 중국은 경제와 산업 응용 그리고 국가 안전과 안보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AI 전용 펀드(약 8조2000억원 규모)를 조성해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국가 AI 종합 컴퓨팅망 구축으로 공공과 민간 데이터센터를 하나로 묶으며, 상하이·선전 등지에 국가 AI 실험구와 개방형 연구소를 설립해 인재와 기술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런 체계적 지원 위에 알리바바·바이트댄스 같은 민간 기업들도 수조원 단위의 투자를 쏟아부으며 응답하고 있다. 그 결과 수백만 명에 달하는 공학 인재들이 첨단기업에 투입돼 AI 기술의 상용화와 확산을 이끌고, 14억 인구로 구성된 내수 시장은 신기술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폭발적 실증 시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생력 있는 생태계야말로 코로나19와 미국 제재 속에서도 중국이 버텨낸 힘이었다. 
 피지컬 AI 혁신과 산업화 상당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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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딥로보틱스의 바퀴 달린 4족 로봇은 사막·바위 같은 험지나 물 속에서도 거침없이 이동한다. [딥로보틱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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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방문단이 마주한 놀라움 중 하나는 중국이 인공지능 인프라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로봇을 포함한 피지컬 AI 혁신과 산업화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항저우에서 찾은 딥로보틱스는 중국의 4족 보행 로봇 선도기업으로, 마치 미국의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연상케 했다. 수산나 로 이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 작은 몸으로 담담하게 회사의 기술과 제품을 소개했다. 산과 들로, 계단을 넘나드는 로봇들의 놀라운 ‘쇼’를 보고 왔던 터라 참관단 모두는 이미 그녀의 회사 소개에 쏙 빠져 있었다. 이 회사는 개처럼 생긴 4족 보행 로봇을 개발하여 지하 터널 등 사람이 위험하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투입하고 있었는데, 이미 싱가포르 전력회사와 손잡고 실제 지하 전력구에 로봇견을 배치하는 등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고 대규모 양산을 시작한 모습이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앞서는 로봇 기능도 특히 최근에는 바퀴를 결합한 신형 로봇을 선보여 거친 야외 지형도 고속으로 주파하는 등 기술적 창의성을 뽐내고 있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고 했던가. AI 기업으로 이미 여러 로봇 회사들과 협력한 경험이 있던 필자에게 수산나의 설명은 정말 같이 일해 보고 싶다는 동경과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감속기와 액추에이터를 자체 개발 생산하고 있으며, 자체 공장에서 로봇들을 이미 ‘양산’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든 테슬라든 모두 아직 하지 못하는 것들을 말이다. 
 대한민국의 AI 3대 강국은 가능할까. 토터스미디어의 2024년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한국은 6위에 있다. 사실 압도적 지위의 미국과 중국 외에 3위에서 10위는 소위 ‘도긴개긴’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이 평가가 보여주는 의외성은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가 2년 만에 6위에서 3위로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딥러닝 성지인 캐나다와 첨단기술 국가인 이스라엘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가 척도의 적정성을 따지기 전에 이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다른 산업과는 다르게 국가의 정책과 전략적 집중이 기술 및 산업적 성과와 국제 경쟁에서 빠른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R&amp;D 예산, 화웨이가 한국 전체보다 많아 필자는 중국의 ‘굴기’가 단순한 외형적 확장과 선언적 목표가 아닌 절박함에서 시작된 실질적 혁신 과정임을 피력했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의 ‘AI 3대 강국 비전’과 ‘소버린 AI 전략’을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이 더욱 절박해지고 간절해졌다. 대한민국 정부의 1년 R&amp;D 총예산이 30조원 정도 된다. 화웨이 한 기업의 R&amp;D 예산이 40조원이며, 구글은 70조원에 달한다. 국가 지원과 R&amp;D 만으로는 이미 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지적이고 속도감 있는 국민에 의해 기술 친화적인 사회와 경제 체계를 단기간에 만들어낸 국가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 1등 IT 강국이 될 수 있었고,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를 운영할 수 있었다. 이런 저력을 살리면, 우리 정부의 정책이 초기 인프라 투자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AI 경험을 우리 국민에게 제공해 줌으로써 시장 중심의 세계적 인공지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더 나아가 한국을 세계적 AI 서비스와 제품의 ‘용광로’로 만들어야 한다. 전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쓰며, 매일의 업무를 혁신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국민과 기업이 더 격렬히 시장에서 경쟁하며 탁월한 국가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공정한 운동장을 만들어 주고, 적절한 초기 시장 마중물을 제공해야 한다. 절박한 기업들이 최선을 다해 경쟁하며 스스로 기술과 제품, 그리고 성공 사례를 만들어 갈 것이고, 이러한 노력은 혁신적 산업 발전뿐 아니라 국민의 삶을 보다 풍요롭고 안전하게 해 줄 것이다. 한국은행의 분석처럼 어쩌면 한국의 저출산 초고령화에 따른 국가 국내총생산(GDP) 감소(-16.5%)를 막을 가장 강력한 국가 전략이 인공지능이 될 수 있고, 그 미래가 향후 5년 내에 결정될 것이라는 절박함을 가져야 할 때다. 
 ☞이경일=인하공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디스쿨 과정을 수료했다. 23세에 첫 AI 기업을 설립했으며 LG 중앙연구소를 거쳐, 2000년 솔트룩스를 설립해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인하대와 한양대의 특임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AI 특허 70여 편과 다수의 논문(SCI급)을 썼다. 인공지능산업표준화포럼 의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 협회 부회장이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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