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에펠탑이 뛴다고? 경주마 작명의 숨겨진 이야기 작성일 07-25 5 목록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76/2025/07/25/2025072401001745300241911_20250725055517915.jpg" alt="" /><em class="img_desc">◇에펠탑. 사진제공=한국마사회</em></span>'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虎死留皮人死留名)'는 속담이 있다. 사람에게 '이름'이 단순한 식별 표기가 아니라 삶의 흔적이자 명예임을 말해준다. 이 속담은 경주마들에게도 해당된다. 레이스를 통해 이름으로 기억되고, 기록된다. 경주마 생활을 하다 한국전쟁에서 맹활약한 '레클리스(Reckless)'처럼 영웅으로 남기도 한다.<br><br>경주마는 단 2분 남짓의 경주에서 관중들의 시선을 끌고, 팬들에게 그 이름을 각인시킨다. 은퇴 후에도 기록과 기억 속에 남는 건 결국 '이름'이다. <br><br>그렇다면, 경주마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질까. 사람은 출생 후 한 달 안에 이름을 정하지만, 경주마 조금 다르다. 생후 1년까지는 혈통의 이름을 따 'OOO의 자마'로 불리다가, 그 후에야 고유한 이름을 가질 자격이 생긴다. '마명'(경주마의 이름)은 주로 마주(馬主)가 정하지만, 이는 '마명등록규정'에 따라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한다. 사람 이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이라 할 수 있다.<br><br>경주마 이름에는 여러 제한이 있다. 유명 인사나 정치인 등 널리 알려진 공인의 이름(별호 포함)은 물론, 회사명, 상품명 등 영리를 위한 광고 선전을 의미하거나 공공질서, 미풍양속에 반하는 마필 이름은 사용할 수 없다. 실제로 이러한 기준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되고 있다. 남아공에서는 '프레지던트 트럼프(President Trump)'라는 이름을 가진 경주마가 반복적인 행동 문제를 일으킴은 물론, 정치적 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규제 기관이 직접 마명을 변경을 요청한 적이 있다. 이처럼 경주마의 이름은 단순한 호칭을 넘어, 사회적 영향력과 공공의 인식까지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76/2025/07/25/2025072401001745300241912_20250725055517923.jpg" alt="" /><em class="img_desc">◇지난 4월 26일 경주에서 질주 중인 에펠탑(보라색 9번). 사진제공=한국마사회</em></span>글자 수 제한도 존재한다. 한글은 두 글자에서 여섯 글자까지 인정되며, 외국산 마필의 경우 한글로 8자까지 허용된다. 2002~2003년 마주협회장배에서 2연패를 달성하며 이름을 알린 외국산 마필 '부움'이 있다. 이 말은 원래 '붐(BOOM)'의 마명으로 수입되었지만, 한글 표기 시 한 글자 마명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 때문에 '붐'이 아닌 '부움'으로 등록되었다.<br><br>사람 이름에는 동명이인(同名異人)이 흔히 존재하지만, 경주마의 세계에서는 같은 이름이 존재하기 어렵다. 이미 부여된 마명 또는 유명한 말의 마명과 같거나 혼동의 우려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사용이 철저하게 제한되며, 씨암말은 사망 또는 용도종료 후 10년간, 씨수말은 15년간 동일 이름이 제한된다. 이처럼 경주마들에게는 이름 자체가 고유의 역사이며, 결코 중복되지 않는 하나의 기록으로 남는다. 사람은 생활의 불편함이나 놀림, 심리적 이유로도 비교적 자유롭게 이름을 바꿀 수 있지만, 경주마는 다르다. 경주마의 이름은 원칙적으로 변경이 불가능하며,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첫 경주에 출주하기 전에 단 한번만 변경이 허용된다. 이마저도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br><br>경주마 출전표를 들여다보면, 문득 시선을 멈추게 하는 이름이 하나 있다. 바로 '에펠탑'이다. 이름만 들어도 프랑스의 상징이자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유명한 건축물이 떠오른다. 하지만 렛츠런파크 서울에 있는 '에펠탑'은 이와 다르다. '에펠탑'이라는 이름을 가진 경주마가 실제로 경주로를 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는 '에펠탑'은 단순히 몸집이 큰 존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약 500㎏에 달하는 체중과 사람보다 큰 덩치, 그리고 탄탄한 근육은 물론, 자신의 처음 몸값의 24배나 되는 상금을 거머쥐는 등 실력과 명성을 겸비한 진정한 명품 '에펠탑'이다.<br><br>독특하고 유쾌한 이름을 가진 경주마들은 경마장 안에서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기억 속에도 오랫동안 남게 된다. 경주로 위에 서 있는 건 말 한 마리일지라도, 그 이름 하나에 담긴 상상력은 경마장을 넘어 어디까지든 달릴 수 있다. 언젠가 파리에서도 "에펠탑이 뛴다"는 소식이 들려올 날이 올 지도 모른다.<br><br> 관련자료 이전 [경마]혹서기 교차 휴장 시작, 고객 안전-말복지 최우선 07-25 다음 [경마]개장 20주년 렛츠런부산경남, 대형프로젝트로 재도약 박차 07-25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