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본 반복되는 실험실 사고…"업무 과중으로 주의력 무뎌져"

작성일 07-25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사고 이후 대처법 교육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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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6월 4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KAIST 연구실 현장. 이 사고로 20대 KAIST 대학원생이 눈을 포함한 얼굴에 중상을 입었다. 황인영 대전유성소방서 조사관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5/dongascience/20250725060152237ecie.jpg" data-org-width="680" dmcf-mid="V0a7sJIiRt"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5/dongascience/20250725060152237ecie.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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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4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KAIST 연구실 현장. 이 사고로 20대 KAIST 대학원생이 눈을 포함한 얼굴에 중상을 입었다. 황인영 대전유성소방서 조사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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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대와 KAIST, 충남대까지 연구실 폭발·화재 사고가 이어지면서 학생들이 다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동아사이언스는 연구실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와 해결책을 현장에서 찾아보기 위해 실제 연구실에 있는 이공계 대학원생들을 최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을 취합한 것은 아니지만 기계공학, 환경·식품공학, 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이공계 대학원생 5명은 실험실 사고 원인으로 개인의 부주의를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기본적인 안전교육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취약점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대학원생은 업무 과중이 주의력과 경각심을 무뎌지게 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는 등 사고 바깥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접근이 촉구된다.
 ● 남아달라 하기 미안해 혼자 정리하다 사고…"업무 부담 해소해야"
 식품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A씨는 "후배가 연구를 마친 후 혼자 뒷정리를 하다가 기계에 손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해 크게 다친 적이 있다"며 "연구실 내에 2인 1조로 실험을 수행하는 규칙이 지켜지고 있었는데 긴장감이 풀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2인 1조 규칙이 지켜지기 어려웠던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졸업이나 실적이 급한 경우 밤을 새우기도 한다"며 "동료에게 남아 달라고 이야기하는 게 부담되다 보니 혼자 실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소 2인 이상이 함께 실험하도록 하는 규칙은 꼭 지켜져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환경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B씨는 "일부 대학원생들은 높은 업무 강도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며 "누적된 피로가 주의력과 경각심을 무뎌지게 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학원생들은 기본적인 안전교육의 부재보다는 개인의 부주의가 실험실 사고의 1차 원인이라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안전교육의 수준과 통과 기준이 과거보다 높아졌고 안전교육을 듣지 않으면 실험실이나 건물 출입이 통제되는 등 제약이 크기 때문에 대학원생들이 기본적인 안전 지식은 숙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기계공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C씨는 "실험을 직접 설계하고 진행하는 고연차 대학원생은 본인의 실험에서 어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지 지식과 경험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원생들이 언급한 경험담은 다양했다. 실험복을 포함한 보호장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강한 산성 용액을 다루다가 몸에 쏟아 피해가 커졌다는 목격담, 화학물질의 유해성이 안내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충분히 숙지하지 않고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다가 심한 인후통을 겪었다는 경험담이 나왔다.
 피부에 직접 조사되면 위험한 자외선램프가 켜져 있는지 모르고 작업을 진행하다가 손 피부 껍질이 벗겨진 사례도 언급됐다. 최신 모델은 자외선램프가 켜져 있을 때 경고등이 작동하지만 이전 실험 장비 모델에는 해당 기능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원생들은 연구실마다 수행하는 실험의 특성 차이가 안전 취약점을 만든다는 현장의 관점도 제시했다. 
 A씨는 대학원이 기업이나 대규모 연구소와 비교하면 비일상적인 실험이 수행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최신 기술과 실험 기법을 적극 도입해야 하는 대학 연구실에서는 새로운 실험과 물질을 적용하면서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A씨는 "대학원 특성상 같은 전공이라 하더라도 연구실별로 특성이 다른 경우가 많다"며 "실제 상황에서는 안전교육에서 배운 것보다 더 다양한 위험 요소에 대한 인지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경우 주로 선배들의 구전에 의존할 때가 많아 위험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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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7월 2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충남대 연구실. 미사용 시약을 폐기하던 중 신입 대학원생이 크롬옥사이드(IV), 아세톤을 동일한 폐액통에 폐기하는 과정에서 화학반응이 발생해 화염이 발생하고 해당 학생은 얼굴과 목 등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5/dongascience/20250725060152487rtdx.jpg" data-org-width="640" dmcf-mid="4PbQXw5rM5"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5/dongascience/20250725060152487rtdx.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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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충남대 연구실. 미사용 시약을 폐기하던 중 신입 대학원생이 크롬옥사이드(IV), 아세톤을 동일한 폐액통에 폐기하는 과정에서 화학반응이 발생해 화염이 발생하고 해당 학생은 얼굴과 목 등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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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후 대처법 교육, 실험실별 안전 컨설팅 등 시스템 보완 필요
 학생들은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 등에 비춰 실험실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먼저 예방뿐 아니라 사고 이후 대처에도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C씨는 "사고 예방도 중요하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급박한 상황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대처 방법 숙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씨는 "안전교육을 받는다 하더라도 각 연구실에서 다루는 모든 화학물질에 대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몰라서 못 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방서 등 안전 관리 기관과 협업해 실험실별 안전 컨설팅을 받아 운영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생명과학 분야 대학원생 D씨는 제도적 관점에서 "안전 점검 체크리스트를 중요 항목 위주로 정리해 집중하는 간소화가 필요한 것 같다"며 안전관리를 잘 했을 때 상을 주는 '당근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도 제시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운영 중인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인증제에 따르면 최우수연구실에 장관 표창과 200만원을 지급하고 정부사업 지원 평가에서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이밖에 메일 등으로 사고 사례를 공유하는 것이 안전 문화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과 연구 과제비 일부를 안전 관리비로 집행하도록 강제하는 방안도 나왔다.
 대학원생들은 공통적으로 실험실 사고를 줄이기 위해 국내 학계·연구계에서 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연구자들 스스로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화학 분야를 연구하는 대학원생 E씨는 "해외 대학의 경우 안전에 유의하자는 문화가 잘 형성돼 있다"며 "반면 국내에는 아직 '대충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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