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여중생 국대 "수학공부 해서 '남 주고' 싶어요"

작성일 07-28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윤혜원 학생 “AI 효율성 개선하는 일 하겠다” 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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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28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사이언스에서 만난 제66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인 윤혜원 숙명여중 2학년 학생. 이채린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8/dongascience/20250728184152554tfku.jpg" data-org-width="680" dmcf-mid="G5e7KiloJm"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8/dongascience/20250728184152554tfku.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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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사이언스에서 만난 제66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인 윤혜원 숙명여중 2학년 학생. 이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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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훈이 '공부해서 남 주자'예요. 훗날 수학을 통해 인공지능(AI) 효율성을 개선해 저개발 국가 등 많은 사람이 저렴한 비용으로 성능 좋은 AI를 쓰도록 돕고 싶어요. 수학이 제가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만들 것이라 믿어요." 
 제66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인 윤혜원 숙명여중 2학년 학생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사이언스를 찾았다.  윤혜원 학생은 20년만에 한국에서 나온 중학생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국가대표다. 8년만의 여성 국가대표이기도 하다. 지난 20년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국가대표는 대부분 서울과학고(서울과고) 학생들이 차지해 온 만큼 중학생 대표는 이례적인 사례다. 
 윤혜원 학생은 10~20일 호주 선샤인코스트에서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서울과고 2, 3학년 대표 사이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받았다. 한국대표단은 금 4, 은 2로 전원 수상해 국가 종합 3위를 기록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는 대수, 조합, 기하, 정수 분야 6문제가 출제된다. 참가자들은 하루 4시간 30분씩 이틀에 걸쳐 매일 3문제씩 문제를 푼다. IMO 문제에서는 답이 나오는 증명 과정을 작성해야 한다. 
 윤혜원 학생은 수학 경시 공부를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했다. 수학 경시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이 너무 커서다. 윤혜원 학생은 "초등학생 때 혼자 숫자를 끼적이다가 제곱수 사이의 간격이 항상 연속하는 홀수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부모님께 신나서 뛰어가 설명했던 기억이 있다"며 "3시간 걸려 수학 문제를 하나를 풀어냈을 때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결국엔 풀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정말 재밌었다"고 말했다. 
 윤혜원 학생은 "문제 상황, 수학 공식, 수학 문제를 고민하다 보면 시간이 걸려도 수, 도형 등 여러 수학 개념이 어떻게든 연결되는 수학의 세계가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있다"며 수학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윤혜원 학생의 집에서 공부는 일종의 '게임'이다. 거실에는 기다란 테이블이 2개 있고 테이블 뒤로 커다란 칠판이 2개 있다. 둘째인 윤혜원 학생을 비롯한 3자매와 어머니, 아버지 등 가족이 모두 모이는 시간이면 하나 둘 테이블 앞에 앉는다. 텔레비전은 거실에 없다.
 하루 동안 각자 학교, 학원에서 공부한 중요한 내용을 칠판 앞에서 설명한다. 안 풀리는 문제가 있었다면 칠판에 적고 함께 몇 시간이고 머리를 싸매며 푼다. 윤혜원 학생은 "부모님께 힌트를 얻기도 하며 함께 고민하다 보면 결국에 문제가 풀린다"며 "게임처럼 함께 해결해 나가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공부 방식이 가능했던 이유는 부모님과의 돈독한 관계 덕분이다. 본격적으로 수학 경시를 시작하기 전 윤혜원 학생의 가족은 매주 전국 곳곳 가족여행을 가곤 했다. 선행 공부에 집중하는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 바닷소리가 들리는 여행지에서 가족과 대화를 나누는 게 윤혜원 학생에게 가장 큰 행복이었다.
 어린이과학동아, 수학동아 같은 과학잡지를 자유롭게 보면서 부모와 생각을 공유하곤 했다. 윤혜원 학생은 "부모님은 제게 공부나 삶에 대해 어떤 내용을 가르치려고 하기 보다는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질문을 많이 던졌다"고 했다. 
 수학 경시 공부는 윤혜원 학생에게 잘 맞았다. 공부를 시작한지 약 3년 만에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국가대표가 됐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국가대표는 일반적으로 약 1년의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선발된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출전하는 이전 해에 열리는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1, 2차 시험에서 입상해야 한다. 이후 KMO 2차 시험과 다음 해에 열리는 겨울학교 모의고사, 아시아태평양수학올림피아드(APMO), KMO 최종시험 점수결과를 토대로 최종 국가대표 6인이 선발된다.
 윤혜원 학생은 중학교 1학년이었던 지난해 KMO 최종시험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로 뽑히지는 못했지만 2024년도 교육대상자 8인에 들어 대한수학회로부터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표 훈련급의 교육을 받았다. 
 윤혜원 학생은 "방학에 열리는 대한수학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합숙 교육인 겨울학교, 여름학교에서 수학을 좋아하는 친구, 언니, 오빠들과 함께 수학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보며 수학에 대해 긍정적인 기억과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어 윤혜원 학생은 "중학생은 국가대표로 뽑히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어서 기대하지 않았다"며 "운좋게 국가대표가 됐다고 생각해 한국 대표단에 꼭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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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제66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단. 윤혜원 학생(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태극기를 들고 밝게 웃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8/dongascience/20250728184456418ckzj.png" data-org-width="680" dmcf-mid="Zkr9ewtsRk"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8/dongascience/20250728184456418ckzj.pn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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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6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단. 윤혜원 학생(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태극기를 들고 밝게 웃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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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나이로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했지만 윤혜원 학생은 시험 기간 내내 거의 긴장하지 않았다고 했다. 금메달을 수상한 데 이어 뛰어난 여성 참가자에게 주어지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마리암 미르자카니 상을 받기도 했다. 1994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한 수학자 미르자카니는 최초의 여성 필즈상 수상자다. 윤혜원 학생은 "주변 환경이 바뀌어도 크게 동요하거나 불안해 하는 편이 아니고 매일 하던 일을 계속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윤혜원 학생은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수학을 즐기는 전 세계에서 온 참가자들과 함께 수학 문제에 대해 밤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보드게임을 하고 각 나라의 기념품을 교환하면서 세계가 이토록 넓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어려워 보이는 문제를 풀어내는 많은 사람을 보며 나도 저들처럼 수학을 더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는 다른 과학 선진국에서 과학자의 등용문으로 인식된다. 역대 최연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 테렌스 타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를 비롯해 '수학계 노벨상' 필즈상 수상자 64명 중 16명이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다. 중국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표단으로 한번 선발되면 대학 입시에서 중국 최고 명문대인 베이징대, 칭화대 중 한 곳을 골라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과도한 스펙 쌓기 경쟁을 막기 위해 학교 밖 수상 경력을 대학입시 과정에서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에도 적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윤혜원 학생은 계속해서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단기적 목표는 한국대표단이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1위가 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윤혜원 학생은 "수학 공부를 계속 열심히 해서 전 세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가훈 '공부해서 남 주자'처럼 수학과 AI를 통해 어려운 형편에 있는 친구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AI 시대에 수학이 더 중요해질 것 같아요. AI를 통해 많은 사람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하지만 좋은 AI를 쓰려면 여전히 많은 비용이 들어가요. 저개발 국가 등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AI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게 돼요. AI 기본인 수학을 통해 AI 효율성을 개선해 비용을 확 낮추고 싶어요. 수학이 저를 의미 있는 일로 이끌 것이라 믿어요."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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