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들어서자 ‘소버린 AI’에 사활 건 통신업계… 불붙은 ‘K-AI’ 사업 수주전

작성일 07-29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통신 3사 모두 ‘K-AI’ 사업 수주전 참가 자체 개발 AI 모델 강점 홍보 주력하는 통신사들 해외 빅테크와 협력해 AI 개발 주력했던 통신사들... 정권 바뀌자 AI 전략 전면 수정 소버린 AI 한 우물 판 네이버·LG와 기술 격차 커 “지속 발전하려면 AI 기술 고도화 경험 축적한 인력 확보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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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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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버린 AI(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나 AI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의 데이터와 AI 기술을 기반으로 AI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를 강화하는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자 통신사들이 자체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새 정부가 소버린 AI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한국형(K)-AI’ 사업 수주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다. 이를 두고 자체 기술 개발 보다는 해외 빅테크 기업과 협력을 통해 AI 기술 경쟁력 확보에 집중했던 통신사들이 AI 사업 전략 수정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 정부 지원 ‘K-AI’ 사업 수주에 사활 건 통신사들
 29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모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참여했다. 통신 3사가 포함된 컨소시엄 모두 최근 예선을 통과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한 총 15개 팀(컨소시엄) 가운데 10개 컨소시엄만 본선에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는 자체 기술로 AI 파운데이션(기반) 모델을 만드는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이재명 정부가 강조한 소버린 AI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과기정통부는 다음 달 5개 컨소시엄을 선정해 각종 정부 지원을 하고, 2년 뒤에는 성과 측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2개 팀만 남길 계획이다.
 우선 다음 달 선정되는 5개 컨소시엄은 각각 그래픽처리장치(GPU) 1000장씩을 제공받고, 연간 100억원 규모의 데이터 공동구매와 연간 30~50억원 규모의 데이터구축 ·가공 비용을 지원받게 된다. 또한 해외 우수 AI 연구자를 유치하면 인건비와 연구비 등을 연간 20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대신 각 컨소시엄은 이번 사업을 통해 개발될 독자 AI 파운데이선의 성능을 최근 6개월 이내 출시된 글로벌 AI 모델 대비 95% 이상 충족시켜야 한다. 이렇게 개발된 AI 모델은 ‘K-AI 모델’로, 이를 개발한 회사는 ‘K-AI 기업’이라는 명칭을 각각 쓸 수 있게 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K-AI 기업으로 정부가 직접 인증을 해주고, GPU와 데이터 비용, 인건비 지원까지 해주는데 AI 컴퍼니로 전환을 선언한 통신사들 입장에선 이번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 “소버린 AI 주인공은 나야 나”... 정부 바뀌자 돌변한 통신사들
 실제로 이번 프로젝트에 출사표를 던진 통신 3사가 최근 잇따라 업그레이드된 한국형 거대언어모델(LLM)을 선보이며 자사가 소버린 AI에 강점이 있다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통신사는 SK텔레콤이다. 지난 28일 SK텔레콤은 크래프콘과 공동 개발한 7B(70억개 파라미터) 규모의 추론 특화 언어 모델 3종을 공개했다. 지난 24일 오픈소스 커뮤니티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 340억개(34B)의 매개변수를 기반으로 하는 ‘A.X 3.1’를 공개한지 사흘 만이다. 앞서 이달 3일에는 한국어 처리 능력을 가진 한국어 특화 LLM인 A.X(에이닷 엑스) 4.0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기도 했다.
 KT 역시 이달 3일 자체 개발한 LLM인 ‘믿:음 2.0’의 오픈소스를 AI 개발자 플랫폼 허깅페이스(HuggingFace)를 통해 공개했다. 지난 21일 대법원 재판업무 지원 AI 플랫폼 구축 사업에, 지난 28일 경기도가 추진하는 생성형 AI 플랫폼 구축 사업에 각각 ‘믿:음 2.0’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1일 자체 개발한 sLLM ‘익시젠(ixi-GEN)’을 국내 통신사 중 최초로 ‘아마존 베드록 마켓플레이스’에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자사 기술력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해외 빅테크 기업과 AI 기술 협력에 주력하며 AI 자체 기술 개발에 소홀했던 통신사들이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AI 사업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기존에 통신사들은 단기간에 오픈AI나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같은 글로벌 빅테크와 동등한 수준으로 AI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해외 업체와 협력을 택했다. KT는 MS와 손잡고 수조원을 투자해 한국형 AI를 개발해왔고, SK텔레콤은 제2의 오픈AI라 불리는 미국 앤트로픽에 1억달러(약 1391억원)를 투자해 AI 공동 개발에 나섰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와 LG가 전사적인 노력을 통해 자체 AI 기술 개발에 주력한 사이 SK텔레콤과 KT는 글로벌 빅테크와 AI 협력에 집중했다”면서 “두 통신사의 AI 기술력도 나쁘지는 않지만, 지난 몇 년간 해외에 한 눈을 파는 사이 네이버나 LG 같은 토종 소버린 AI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는 더 커졌다”라고 했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전 과기정통부 장관)는 “네이버나 LG와 비교하면 통신사들의 AI 기술력이 뒤처지는 건 사실”이라며 “해외 업체와 기술 협력도 빠른 발전 수단이 되지만 지속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AI 인력 확보다. 수년간 자체 기술 고도화 경험을 축적한 인력 집단을 보유한 기업(네이버·LG)과, 그런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통신사의 경쟁력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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