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신 친구’는 ‘흡연’만큼 당신을 더 늙게 한다

작성일 08-05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곽노필의 미래창 부정적 관계의 노화 촉진 효과 확인 한 사람이 0.5% 가속…2.5개월 높여 애증 엇갈리는 관계에서 더 큰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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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생활 속에서 밀접하게 교류하는 사람 중에는 노화를 촉진하는 스트레스 유발자가 매우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인공지능 챗지피티에 ‘해슬러가 나를 괴롭히는 장면을 그려달라’는 지시어를 입력해 얻은 그림."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05/hani/20250805093637170ylag.jpg" data-org-width="800" dmcf-mid="2dcj7uJqOn"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5/hani/20250805093637170ylag.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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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 속에서 밀접하게 교류하는 사람 중에는 노화를 촉진하는 스트레스 유발자가 매우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인공지능 챗지피티에 ‘해슬러가 나를 괴롭히는 장면을 그려달라’는 지시어를 입력해 얻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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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때문에 내가 늙지 늙어.” 가족이나 친구, 연인, 동료 등 일상에서 밀접하게 접촉하는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면 저절로 이런 말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들과의 관계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부르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다. 그 중엔 긍정적 감정보다는 걱정이나 불안, 괴로움을 더 많이 안겨주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런 부정적 관계는 단순히 푸념을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생물학적 노화를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욕대 이병규 교수(사회학)가 주축이 된 미국 연구진이 인디애나주 성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개인의 사회적 관계망에는 이렇게 노화를 가속시키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매우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사전출판논문 공유집 아카이브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들을 ‘가끔 또는 종종 괴롭히거나, 문제를 일으키거나, 삶을 힘들게 만드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해슬러(hassler)로 명명했다. 해슬러는 우리말로 표현하면 ‘성가신 사람’ 정도에 해당한다. 국어사전 낱말풀이에 따르면 ‘성가시다’는 ‘자꾸 들볶거나 번거롭게 굴어 괴롭고 귀찮다’는 뜻을 담고 있다. 요즘 어법을 빌면 ‘스트레스 유발자’다. 연구진은 인디애나주 건강 연구에 참여한 사람 중 2220명을 분석 표본으로 삼았다. 이어 이들로부터 타액을 제공받아 생물학적 노화 측정을 위한 후성유전학적 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지난 6개월 동안 밀접하게 교류한 지인들과의 관계에 대한 설문 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생물학적 노화는 DNA 메틸화(DNAm)를 측정해 판별했다. 디엔에이 메틸화란 디엔에이의 특정 부위에 메틸기(-CH3)가 달라붙는 현상을 말한다. 메틸기는 염기서열을 바꾸지 않은 채 유전자 발현을 제어하는 후성유전물질이다. 메틸기가 마치 따개비처럼 유전자 바깥쪽에 붙어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기 때문에 디엔에이의 노화 정도를 판별하는 지표로 쓴다. 노화 판별엔 후성유전학적 노화 시계 중 그림에이지2(GrimAge2)와 더니딘페이스(DunedinPACE)를 사용했다. 그림에이지2는 노화 정도, 더니딘페이스는 노화 속도를 측정하는 지표다. 두 노화 시계를 분석한 결과 성가신 관계에 있는 1인은 평균적으로 생물학적 노화 속도를 0.5%씩 촉진시키고, 생물학적 연령은 2.5개월 더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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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밀접하게 교류하는 4명 중 1명은 괴로움을 주는 ‘성가신 사람’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05/hani/20250805093638405ryjc.jpg" data-org-width="800" dmcf-mid="fMhI84kPrJ"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5/hani/20250805093638405ryjc.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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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접하게 교류하는 4명 중 1명은 괴로움을 주는 ‘성가신 사람’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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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답자 60%, 1명 이상 ‘성가신 사람’ 있어 지인들과의 관계에 대한 설문 조사는 “X가 얼마나 자주 당신을 괴롭히거나, 문제를 일으키거나, 삶을 어렵게 만들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전혀 그렇지 않다”, “거의 그렇지 않다”, “가끔씩 그렇다”, “자주 그렇다” 중에서 답변을 고르도록 했다. 답변 분석 결과 평균적으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밀접하게 교류하는 4명 중 1명은 괴로움을 주는 ‘성가신 사람’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약 60%는 적어도 1명 이상의 ‘성가신 사람’을 두고 있었다. 이들이 노화를 촉진시키는 과정은 이들과의 관계가 스트레스 요인이 돼 코르티솔,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방출을 유발하고, 이것이 누적돼 염증 반응과 디엔에이 메틸화에 영향을 미치는 순서로 진행된다. 연구진은 부정적 유대관계의 생물학적 영향을 또 다른 후성유전학적 노화 변수인 흡연과도 비교했다. 연구를 주도한 이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해슬러의 생물학적 영향은 흡연을 해본 적이 없는 ‘비흡연자’와 흡연한 적은 있지만 현재는 흡연을 하지 않는 ‘흡연 경험자’의 차이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성가신 사람이 많을수록 노화도 유의미하게 빨라졌고, 성가신 사람의 비율이 높을수록 노화 점수도 높아졌다. 특히 평소 교류 네트워크의 절반 이상이 ‘성가신 사람’으로 이뤄져 있는 경우 노화 연관성이 가장 뚜렷했다. 성가신 사람은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가신 사람의 비율이 높은 응답자들은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대해 더 부정적인 답변을 했으며 불안과 우울 점수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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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애증이 엇갈리는 ‘양가적 관계’는 가족 구성원이나 오랜 친구처럼 관계를 끊기 어려운 사람들한테서 주로 발견된다. 픽사베이"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05/hani/20250805093639615ljkq.jpg" data-org-width="800" dmcf-mid="uAK9CIUlwU"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5/hani/20250805093639615ljkq.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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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증이 엇갈리는 ‘양가적 관계’는 가족 구성원이나 오랜 친구처럼 관계를 끊기 어려운 사람들한테서 주로 발견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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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중시하는 한국인, 노화 영향 더 클듯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순전히 성가시기만한 사람보다 긍정과 부정 감정을 함께 주는, 즉 애증이 엇갈리는 ‘양가적 관계’(Ambivalent Ties)에 있는 사람이 노화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순전히 부정적 관계에 있는 사람은 관계의 강도가 약해 거리를 두고 지내거나 심리적으로 떨쳐버릴 수 있는 반면, 양가적 관계 있는 사람은 응답자는 물론 응답자의 다른 지인들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쉽게 떨치지 못해, 부정적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다. ‘양가적 관계’는 가족 구성원이나 오랜 친구처럼 정서적 유대, 사회적 의무 또는 실질적인 의존성으로 인해 관계를 끊기 어려운 사람들한테서 주로 발견된다. 이 교수는 성가신 사람이 노화에 끼치는 영향은 ‘정’을 중시하는 한국인에게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인들은 ‘정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관계를 끊지 못하고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만약 한국에서 비슷한 연구가 진행된다면 더욱 큰 노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대 알렉스 해슬램 교수는 뉴사이언티스트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에 대해 “같은 문제를 살펴본 다른 연구들과 일치하는 결과”라면서 “그러나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개인보다 노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독서클럽이나 합창단 회원이라면 개인 회원들과 얼마나 잘 지내느냐보다 집단 전체와의 일체감이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성가신 사람과 노화의 상관관계를 확인한 것이지 인과 관계를 규명한 건 아니다. 성가신 사람에 대한 평가가 편향적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 이병규 뉴욕대 교수 일문일답 “경계선 설정하거나 새로운 긍정적 관계 형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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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이병규 뉴욕대 교수(사회학)"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05/hani/20250805093640925kdbh.jpg" data-org-width="250" dmcf-mid="7886yTbYsp"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5/hani/20250805093640925kdbh.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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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규 뉴욕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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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병규 뉴욕대 교수는 연세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뒤 유학길에 올라 2018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이후 인디애나주립대를 거쳐 2023년 뉴욕대 조교수로 부임했다. 다음은 이메일로 주고 받은 일문일답(답변 내용은 문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일부 편집 과정을 거쳤음). -해슬러(hassler)라는 용어가 생소하다. =해슬러라는 주제의 연구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학계에서는 지금까지 부정적 관계(negative tie)를 살펴보는 데 있어서, 누군가를 싫어하는 관계 또는 부담을 주는 어려운 관계(difficult tie) 등을 연구해왔다. 앞으로 다양한 종류의 부정적 관계를 찾아내는 데 이번 논문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긍정과 부정 감정을 함께 제공하는 사람이 부정적 감정만 유발하는 사람보다 노화를 더 촉진하는 이유는? =부정적 기능만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응답자 주변 사람들과는 고립돼 있는 경우가 많고, 관계의 강도도 약했다. 반면 긍정과 부정 기능을 동시에 제공하는 ‘양가적 관계’의 사람들은 응답자와의 관계 강도가 강할 뿐 아니라, 응답자 주변 사람들과도 관계가 깊었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양가적 관계에 있는 사람을 쉽게 떨치지 못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받는다. 반면 순전히 부정적 기능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관계 강도가 약해 쉽게 떨쳐버릴 수 있고 응답자 주변 사람들과도 연결이 약해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쉽게 말해 해슬러를 떨쳐버리는 게 쉽지 않은 경우 그 관계가 지속적으로 노화 과정을 가속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해슬러와 관련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먼저 해슬러는 누구에게나 흔히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에서 응답자의 약 절반은 가까운 사회적 관계망 안에 최소한 한 명 이상의 해슬러가 있다고 보고했다. 이들 중 많은 이가 우리 삶에 깊이 얽혀 있는 존재들, 즉 가족, 오랜 친구, 직장 동료이기 때문에 피하거나 끊어내기가 쉽지 않다. 우선 이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이들 존재가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자각해야 한다. 내 삶 속의 해슬러가 누구인지 인식하게 되면, 상황에 맞춰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경계를 설정한다든지, 감정 반응을 조절한다든지, 혹은 다른 사람의 지지를 구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동시에 새로운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투자하는 것도 중요할 수 있다. 자원봉사, 취미 활동, 지역 커뮤니티 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지적이고 갈등이 적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넓혀 가는 것은, 어려운 관계로부터 오는 영향을 완화하고 자신의 사회적 세계에 더 큰 균형을 가져다줄 수 있다. -연구에서 밝혀내지 못한 점 또는 한계는?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것이다. 이번 연구도 마찬가지다. 해슬러를 주변에 둔 것이 노화의 원인일지, 아니면 노화가 빨리 진행되는 사람일수록 해슬러를 떨쳐내지 못하는지 같은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한계다. 횡단적 연구에 그쳤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만약 추적 조사가 가능했다면 해슬러들을 실제로 떨쳐버린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건강상태의 차이가 있는지 밝혀낼 수도 있고, 인과관계에 대한 검증도 추가로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후속 연구 계획은? =DNA 메틸화 패턴이 해슬러를 포함한 사회적 관계와 어떤 연관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는 후속 연구를 진행중이다. *논문 정보 Negative Social Ties as Emerging Risk Factors for Accelerated Aging, Inflammation, and Multimorbidity. https://doi.org/10.1101/2025.05.23.25328261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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