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축구간판 잃은 토트넘, 손흥민과의 이별법 작성일 08-08 32 목록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08/08/0000051582_001_20250808040016482.gif" alt="" /><em class="img_desc">런던 토트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전경. photo 이용규 기자</em></span></div><br><br>"당신 역시 한국인이네. 그런데 왜 지금 왔소?"<br><br>런던 중심가에서 지하철로 20분을 가면 북부 토트넘 지역의 한복판 세븐시스터스역을 만난다. 출구로 나오니 전에 겪은 적 없는 냄새가 났다. 처음에는 은은하니 달큰한데, 이내 암모니아 같은 것이 섞인 풀 찌는 향이 콧구멍을 깊이 휘저었다.<br><br>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게 대마초 냄새다. 케밥이나 자메이카 음식을 파는 식당이 가까워지면 냄새가 옅어졌다가, 작은 골목을 지날 때마다 다시 돋고는 했다. 정북쪽으로 걷는 30분 동안 메스꺼움에 속이 뒤집어졌다. 그래도 길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이 경기장은 런던 북쪽의 가장 높고 큰 유일한 랜드마크다.<br><br>짠돌이로 유명한 토트넘의 회장 다니엘 레비가 경기장을 신축하려 골라 잡은 땅이 바로 그렇다. 얼핏 봐도 슬럼가가 밀집해 있고 갱단까지 있다는 동네가 토트넘이다. 그가 선수 영입엔 돈을 아끼고 주변 부동산을 개발하며 지역을 부흥시키려고 했던 까닭이 짐작됐다. 술집에 들어가 흑맥주를 시키니 모두들 기자가 한국인임을 대강 알아봤다. 그러면서 "왜 지금 왔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프리미어리그 시즌이 개막하기 전인데다 평일 대낮이었고, 무엇보다 토트넘이 배출한 역대 최고 스타 손흥민이 이적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8월 5일(현지시간), 북런던 토박이들에게 손흥민과 이별하는 심경을 물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08/08/0000051582_002_20250808040016564.gif" alt="" /><em class="img_desc">지난 8월 5일(현지시간)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맞은편의 토트넘 시민체육센터 마당에 손흥민의 얼굴을 담은 태극기가 내걸려 있다. photo 이용규 기자 </em></span></div><br><br><strong>"손흥민 이후 우린 세계적 팀이 됐다."</strong><br><br>"손(Son)이 들어온 뒤로 우리는 세계적 클럽이 됐소. 그전에는 아스날 놈들이 한 4등 했다고 엄살(exaggerated)부려도 어쩔 수가 없었다는 거요. 우리는 때때로 잘나갔지만 작은 동네의 작은 팀이었지. 그런데 손 때문에 이 동네에 놀러오는 당신 같은 한국인들이 수백만 명이었잖소?"<br><br>경기장 앞의 펍에서 만난 백인 할아버지 마크는 기자에게 먼저 "한국인 아니냐"며 알은체했다. 그는 옆동네 우드그린에서 유년을 보냈는데 치안이 좋지 않은 동네였단다. 북런던이 원래 그 정도인데, 토트넘이란 축구팀이 10년 새 급성장하며 분위기가 점차 달라졌다고 했다. 그 중심에는 손흥민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해리 케인과 손흥민의 시대를 맞으며 구단이 확실히 '스텝업'했다"면서 "이제 좋았던 시절의 멤버는 모두 떠난다"고 했다.<br><br>손흥민의 10년은 토트넘의 전성기 10년과 정확히 일치한다. 2015년 레버쿠젠에서 뛰던 손흥민은 그해 여름 3000만유로(당시 우리돈으로 약 381억원)에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마침 그 무렵 팀 동료 해리 케인이 잉글랜드 최고 공격수로 만개했다. 이후 10년간 토트넘은 다섯 차례나 리그 4위 안에 들었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그리고 2024~2025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34년 무관의 한을 풀었다. 1991년 이후로 국내 트로피 하나 챙기지 못하던 토트넘이었다.<br><br>마크씨와 인사를 나누고 구장 내 기념품 매장으로 들어섰다. 가장 크게 붙어있던 것은 여전히 손흥민의 얼굴이었다. 엄마 손을 잡고 팀 엠블럼이 붙은 머그컵이나 직소 퍼즐을 만지작거리는 아이들의 등 뒤에는 어떤 예외도 없이 'SON 7'이란 프린팅이 붙어 있었다.<br><br>조시란 친구에게 물었다. "손이 이제 떠난다는데 왜 아직도 그의 유니폼을 입고 있니?" "엔필드에 있는 훈련장에 갔을 때 손이 눈을 맞추고 사진을 찍어줬어요. 손이 다른 클럽에서 뛰어도 그의 유니폼을 입을 거예요." 용돈이라도 쥐여주고 싶었다. 매장 직원은 "여전히 손의 유니폼은 잘 팔리고, 선수들 중 최상위권"이라면서도 "경기가 있는 날이면 수백 장씩 팔렸는데 이젠 그럴 일이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08/08/0000051582_003_20250808040016817.gif" alt="" /></span></div><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08/08/0000051582_004_20250808040016951.gif" alt="" /><em class="img_desc">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내 기념품 매장에 걸려 있는 손흥민의 사진과 굿즈. photo 이용규 기자</em></span></div><br><br><strong>"우리에게 큰 기쁨… 아름다운 이별" </strong><br><br>경기장 근처의 또 다른 펍에 들어섰다. 이번엔 짓궂은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바 테이블의 옆자리에 있던 존에게 말을 걸었다. 평일 낮에 술집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남자가 축구를 모를 리야 없었다. "손흥민이 지난 시즌에는 별로 좋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떠난다니 그렇게 아쉽나요." 손흥민은 지난 시즌 부상으로 인한 결장이 잦았고, 리그에서 7골 9도움을 기록해 커리어 로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존이 이렇게 대답했다. "그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나가던 시즌만 못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더군요. 확실히 느껴졌어요. 원래도 빠른 속도를 요하는 윙어고, 항상 열심히 뛰는 선수였으니까요. 1~2년 더 주전으로 뛸 수 있었겠지만 때에 맞는 이별이었던 것 같아요."<br><br>맥주를 몇 잔 비운 뒤 호기 오른 기자가 한술 더 떴다. "한국 미디어는 손흥민의 이적을 '한 시대의 끝'이라는 식으로 대서특필했어요. 우리가 너무 호들갑을 떠는 건가요." 존 옆에 있던 또 다른 남성이 이렇게 대꾸했다. 그의 이름은 묻지 못했다. "그가 2022년 득점왕을 차지했을 때 나는 니컬슨이란 펍에서 경기를 봤어요. 그가 마지막 경기에서 두 골을 넣어서 골든부트를 따냈죠. 그렇죠? 손이 누리는 영광일 뿐이지만 내가 득점왕이 된 것처럼 우리는 열광했어요. 이번 유로파리그 우승도 그래요. 내가 어릴 때 느꼈던 것보다 더 큰 기쁨을 우리에게 줬어요. 프로페셔널의 세계니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특별한 사람이 떠날 때 슬프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br><br>그때 메시지가 오면서 기자의 휴대폰 화면이 잠깐 켜졌다. 경기장에 오면서 듣던 마크 노플러의 '로컬 히어로(Local Hero)'라는 노래가 일시정지된 화면이 나타났다. 또 다른 프리미어리그 팀 뉴캐슬을 상징하는 곡이다. 그걸 본 존이 기자에게 물었다. "이 오래된 밴드의 노래를 어떻게 알고 있나요?" 기자가 "사실 20년 가까이 뉴캐슬이란 팀을 응원하고 있어서"라고 하자, 존이 "빅 클럽도 아닌 지구 반대편의 그 팀이 왜 좋았느냐"고 재차 물었다.<br><br>기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어느날 보니 좋아하고 있더라고요." 존이 곧장 응수했다. "당신도 그렇군요. 우리도 그냥 좋았던 겁니다. 손이 잘할 땐 칭찬하고 못할 때는 욕했지만요. 10년 전 그는 리버풀과도 이적 루머가 있었지만 결국 우리 팀에 왔어요. 그가 어떤 운명으로 이 클럽에 왔든 간에 그가 피치에서 뛰는 걸 10년이나 봤다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우린 그를 어떤 이유도 없이 좋아했어요. 이유 같은 건 필요하지 않습니다."<br><br>옆에 있던 예의 그 남성이 이렇게 덧붙였다. "손도 우연히 우리를 만나 이유 없이 우리를 좋아했겠죠." <br><br> 관련자료 이전 '육상계 카리나' 김민지 "다음 생엔 OOO으로 태어나게 해 주세요" 08-08 다음 [종합] ‘인내 부부’ 아내 “시가? 똥가루 집안…제정신 아냐” 폭언 (‘이혼숙려캠프’) 08-08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