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알레르기, 천식약으로 막는다…과잉 면역반응의 스위치 발견

작성일 08-08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논문 2건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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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킬 수 있는 음식물로 알려진 땅콩./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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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는 유독 땅콩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이 많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460만명이 땅콩을 먹고 발진과 호흡 곤란에서 심하면 쇼크까지 겪는다. 땅콩을 만지기만 해도 알레르기가 생기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예일대 의대와 노스웨스턴대 의대 공동 연구진은 “중증 음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가 특정 면역 경로에 의해 유발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고 8일 밝혔다.
 연구진은 해당 면역 경로를 차단할 수 있는 물질을 찾다가 다른 질병에 쓰던 약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논문 두 편으로 게재됐다.
 음식 알레르기는 인체 면역체계가 특정 음식에 들어있는 단백질을 위험한 물질로 오인해 면역반응을 지나치게 보이는 현상이다. 일반적인 증상은 입술이 붓거나 두드러기가 나는 정도지만, 심할 경우 아나필락시스라 불리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도가 좁아지고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나며,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아나필락시스는 면역글로불린E(IgE) 항체나 면역세포의 일종인 비만세포와 관련됐다고 알려졌지만, 음식 섭취로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하는 구체적인 경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으로 아나필락스 발생 경로를 규명했다.
 연구진은 먼저 같은 수준의 알레르기 항체(IgE)를 가진 생쥐 중 일부만 음식에 의한 아나필락시스를 겪는 이유를 살폈다. 알레르기는 DPEP1 효소가 좌우했다. DPEP1은 염증을 일으키는 지방 성분인 류코트리엔 D4(LTD4)를 분해한다.
 류코트리엔 D4가 과도하게 나오면 기도가 수축하거나 혈관이 확장되는 등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실험 결과, DPEP1 효소 기능이 활발한 생쥐는 LTD4를 잘 분해해 장 점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아나필락시스를 피했다.
 반면 이 효소 기능이 약한 생쥐는 LTD4가 축적돼 장벽이 약해지고, 음식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이 더 쉽게 흡수돼 쇼크가 나타났다. 이 실험은 알레르기 항체가 있어도, 장에서 염증 물질을 얼마나 잘 처리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것을 보여줬다.
 두 번째 연구는 입을 통한 음식 섭취로 나타나는 ‘경구 알레르기’와 피부나 혈관 주사를 통해 유발되는 ‘전신 알레르기’의 면역 경로가 다르다는 점을 밝혔다. 음식 섭취로 인한 아나필락시스에서는 장 점막의 특정 비만세포가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반응해 류코트리엔을 분비하면서 알레르기 반응을 촉진했다.
 이와 달리 주사로 인한 알레르기에서는 피부나 폐에 있는 비만세포가 히스타민을 분비해 아나필락시스가 나타났고, 이 과정에는 류코트리엔이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같은 아나필락시스라도 유발 경로에 따라 관여하는 세포와 물질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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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의 스테파니 아이젠바트(Stephanie Eisenbart) 교수와 애덤 윌리엄스(Adam Williams) 교수가 실허실에서 음식 알레르기 검사에 사용되는 땅콩을 측정하고 있다./미 노스웨스턴대"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08/chosunbiz/20250808060239617lijk.jpg" data-org-width="4624" dmcf-mid="qDqp0PZwoi"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8/chosunbiz/20250808060239617lijk.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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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의 스테파니 아이젠바트(Stephanie Eisenbart) 교수와 애덤 윌리엄스(Adam Williams) 교수가 실허실에서 음식 알레르기 검사에 사용되는 땅콩을 측정하고 있다./미 노스웨스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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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진은 두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질루톤(Zileuton)’이라는 약물이 음식 섭취 후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를 효과적으로 줄인다는 점도 확인했다. 질루톤은 기관지 천식의 예방과 치료에 사용되는 류코트리엔 합성 억제제이다. 논문 공동 교신 저자인 스테파니 아이젠바트(Stephanie Eisenbarth) 노스웨스턴대 의대 교수는 “질루톤의 효과가 놀랍도록 좋았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음식 알레르기 환자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구의 10%인 3300만명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쉽고 간편한 치료법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현재 음식 알레르기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치료법은 두 가지뿐이다. 땅콩 알레르기 환자가 먹는 약이 있지만 사람에 따라 효과가 다르고, 그 자체가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값비싼 주사제(오말리주맙)도 모든 알레르기 환자에게 효과가 있지 않다.
 마크 카플란(Mark Kaplan) 인디애나대 의대 교수는 이날 사이언스에 실린 논평 논문에서 “천식약 질루톤이 음식을 먹고 생긴 아나필락시스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며 “질루톤의 효과를 인체 대상으로 조사하는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Science(2025),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p0246
 Science(2025),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p0240
 Science(2025),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z6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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