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견책' vs 이기흥 '자격정지' [유병철의 스포츠 렉시오] 작성일 08-08 15 목록 <strong>스포츠공정위, 비슷한 사안에 다른 판단<br>체육계 자정시스템은 건강한가<br>경찰수사 등 사법적 판단은 어떨까</strong><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629/2025/08/08/20254452175461418100_20250808095313519.jpg" alt="" /><em class="img_desc">지난 3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최근 대한탁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직무태만으로 견책 처분을 받았다./더팩트 DB</em></span><br><br><strong># 비슷한 시기 두 사건</strong><br><br>지난 6월 9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기흥 전 회장에 대해 자격정지 4년을 결정했습니다. 앞선 3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직원 부정 채용 혐의, 부적절한 파리올림픽 참관단 운영, 선수단 해단식의 파행 운영 등에 대한 감사결과를 통보하면서 징계를 요구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현직일 경우 바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자격정지는 제명, 해임과 함께 중징계로 분류됩니다.<br><br>지난 7월 30일 대한탁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에 대해 협회장 재직 시 인센티브 부당지급, 국가대표 선수 바꿔치기에 대해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직무태만으로 ‘견책’을 결정했습니다. 이는 지난 4월 문체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의 징계요구에 대한 후속조치였습니다. 견책은 잘못을 훈계하고 당사자가 반성하도록 하는 조치로 가장 약한 징계입니다. 당연히 회장직 수행에는 지장이 없습니다.<br><br><strong># 상식적인 접근</strong><br><br>아직 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상식 수준에서 어느 쪽의 죄질(범죄혐의)이 더 고약할까요? 혐의 내용을 모두 다룰 수는 없기에 대표적인 것만 보죠. 회장의 영향력으로 직원을 부당채용 하고, 예산을 낭비한 것(이기흥) vs 임직원의 인센티브 불법수수, 국가대표 선수 바꿔치기(유승민). 전자는 엄격한 처벌이, 후자는 훈계가 정당한지요?<br><br>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 스포츠 분야 시민운동단체인 체육시민연대의 반응을 보죠. 참고로 이 단체는 체육개혁을 위해 ‘반(反) 이기흥’의 기치를 든 것으로 유명합니다. 체육시민연대는 이기흥 회장의 자격정지에 대해 이렇다 할 논평을 내지 않았습니다. 반면 유승민 견책에 대해서는 지난 8월 7일 ‘솜방망이 징계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습니다. ‘체육계 최고 권력이 저지른 부정부패에 대해 기득권의 손을 들어주는 악수’, ‘(스포츠)공정위의 불공정한 작태’ 등 강도 높은 비판이었습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629/2025/08/08/20259962175461418110_20250808095313524.jpg" alt="" /><em class="img_desc">지난해 '파리올림픽 선수단 결단식'에서 개식사를 하고 있는 이기흥 당시 대한체육회장. 이 전 회장은 지난 6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위원회로부터 자격정지 4년의 중징계를 받았다. /더팩트</em></span><br><br><strong># 톺아보기 </strong><br><br>조금 더 들여다 보죠. 먼저 징계요구의 경우, 이기흥 회장은 당시 갈등을 빚었던 문체부(정부)의 감사로 이뤄졌고, 유승민 회장은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결과로 나왔습니다. 전자는 정치적, 후자는 시스템적 프로세스였습니다. 어느 면이든 후자가 전자보다 허술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또 회장 외의 관련자 처벌도 차이가 납니다.<br><br>대한체육회는 이기흥 회장의 비리혐의에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는 복수의 대한체육회 직원에 대해 해임, 대기발령 등의 강도 높은 인사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정년이 6개월 남은 직원이 해임되기도 했죠. 반면 대한탁구협회 스포츠공정위는 김택수 전 협회 부회장(현 진천선수촌장)에 대해 ‘견책’을, 현정화 현 부회장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의 판단을 내렸습니다. 실무책임자 정해천 전 사무처장에 대해서는 퇴사했다는 이유로 징계 자체를 논의하지 않았습니다(사실 선거에 떨어진 이기흥 회장도 퇴사자 신분이죠).<br><br>유승민 회장과 함께 비리혐의로 고발된 4명은 지금도 탁구계에서 아무런 일 없다는 듯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당사자의 반응도 온도차가 큽니다. 징계에 대해 이기흥 전 회장은 즉시 반발했고, 유승민 현 회장은 아직까지 조용합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629/2025/08/08/202586811754614329_20250808095313529.jpg" alt="" /><em class="img_desc">2023년 2월 11일 유승민 당시 대한탁구협회장(왼쪽)이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장남 정준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의 결혼식에 참석해 나경원 의원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더팩트 DB</em></span><br><br><strong># 정치의 반면교사</strong><br><br>지금 전직 대통령 부부가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의혹이 제기됐지만 권력의 서슬이 시퍼럴 때 수사기관은 제몫을 다하지 못했죠. ‘죽은 권력’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산 권력’에 대해서는 비겁하죠. 그래서 이 고질적인 한국사회의 병폐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검찰개혁’ ‘수사권조정’ 등으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br><br>그런데 어느 영역보다 공정의 가치를 중시할 체육계는 현재진행형으로 ‘권력맞춤형 징계’를 자행한 것은 아닌지요? 다른 사례를 봐도 그렇습니다. 이기흥 회장과 함께 거센 비판여론이 일며 정부의 특별감사까지 받았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4선에 성공하고, 유승민 회장의 대한체육회로부터 승인까지 받았습니다(이후 한 행사에서 둘이 즐겁게 골프를 치는 사진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임기가 없는, 산 권력인 재벌은 체육계에서도 특별한지요?<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629/2025/08/08/20256589175461418130_20250808095313532.jpg" alt="" /><em class="img_desc">지난 5월 2025 축구인 골프대회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오른쪽)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 축구인 골프대회 사진공동취재단</em></span><br><br><strong># 비리 전 회장과 직무태만 현 회장</strong><br><br>그런데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체육계 자체판단이 이렇다는 겁니다. 전현직 대한체육회장의 사건은 현재 나란히 경찰수사를 받고 있습니다(각각 반부패범죄수사대, 서울청 광역수사단). <더팩트>의 취채를 종합하면 두 수사는 지금의 사회 분위기에 맞물려 밀도 높게 진행되고 있습니다.<br><br>‘할 수 있는 한 제대로 한다’, ‘권력 봐주기 같은 건 결코 없다’고 강조합니다. 시간문제입니다. 향후 수사기관, 나아가 법원의 판단이 나올 겁니다. 그 결과에 따라 우리 체육의 자정시스템인 스포츠공정위의 이번 판단이 박제되어 두고두고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br><br>스포츠공정위의 판단에 따르면 우리 체육계는 ‘비리 전 회장’과 ‘직무태만 현 회장’을 가졌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슬픈데 그 징계의 공정성마저 훼손됐다면 앞이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629/2025/08/08/20254842175461418140_20250808095313536.jpg" alt="" /></span><br><br><b>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b><br>▶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br>▶이메일: jebo@tf.co.kr<br>▶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br><br> 관련자료 이전 19세 음보코, 오사카 꺾고 내셔널뱅크오픈 테니스 우승 08-08 다음 문체부장관기 전국 럭비대회, 서울서 막 올린다...대학-실업팀 간 맞대결 성사 08-08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