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미래다] 〈169〉YS, 문민정부 탄생…“신한국 창조” 과감한 개혁 예고

작성일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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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 당선자가 1992년 12월 21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회동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12/etimesi/20250812160228807pioj.jpg" data-org-width="534" dmcf-mid="ZvKTB9TNEI"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2/etimesi/20250812160228807pioj.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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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 당선자가 1992년 12월 21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회동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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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대 대통령 김영삼 당선 국민 선택의 날이 밝았다. 1992년 12월 18일.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제14대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는 투표일이었다.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투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1만5346곳 투표소에서 일제히 실시했다.
 유권자들은 지역 투표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개표는 이날 오후 8시께부터 시작했다. 전국 308곳 개표소에서 밤샘으로 진행했다.
 대통령 당선자 윤곽은 19일 새벽에 드러났다. 초반부터 선두를 유지한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됐다.
 “만세! 이겼다!”
 민자당 선거상황실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개표 결과 김영삼 후보가 민주당 김대중,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를 제치고 총투표수의 41.4%(997만7332표)를 얻어 14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문민정부 탄생이었다. 2위는 김대중 후보로 33.82%, 3위는 정주영 후보로 16.31%를 차지했다.
 김영삼 대통령 당선자는 19일 오전 8시 40분 서울 여의도 민자당 당사에 들어섰다.
 “저의 승리는 바로 위대한 국민의 승리이며, 안정 속에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 모두의 승리입니다.”
 김영삼 당선자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당사 강당에서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신한국은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피와 땀과 눈물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이제 위대한 한국인의 혼을 되살려 다시 뛰어야 합니다. 신한국 창조를 위한 새로운 출발점에서 자세를 가다듬도록 합시다. 이번 대선 승리는 국민의 승리로, 우리는 이제 명실상부한 문민시대를 창조했습니다.”
 김 당선자는 이어 기자들과 일문일답했다.
 김 당선자는 국정 운영 방안 등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오늘은 국민에게 인사를 하는 자리인 만큼 차차 얘기하자”라며 언급하지 않았다.
 19일 오후 6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이번 대선에서 최다 득표한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를 제14대 대통령 당선자로 공식 선포했다.
 중앙선관위는 “오후 6시 현재 강원도 원주시 개표구의 개표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유효표의 다수를 얻은 김영삼 후보를 당선자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윤관 선관위원장은 정원식 당시 민자당 선거대책위원장에게 김영삼 후보의 당선통지서를 전달했다.
 윤 위원장은 이에 앞서 '국민에게 드리는 담화문'을 발표하고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협력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영삼 대통령 당선자는 '결단의 정치인' '소신과 용기의 소유자' 등으로 불렸다.
 1927년 12월 경남 거제군(현 거제시) 장목면 회포리 대계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중학 시절 하숙방 벽에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이란 글귀를 써 붙이고 대통령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1951년 서울대 문리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1954년 제3대 국회의원에 당선했다. 당시 그의 나이 26세로 최연소 국회의원이었다. 이후 국회의원 9선을 기록했다.(2025년 현재까지 9선 국회의원은 김영삼, 박준규, 김종필 씨 등 3명뿐이다.)
 정치에 입문해 원내 총무 5회, 대변인 2회, 야당 총재 4회, 13대 대통령 후보 등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최다선 의원' '최연소 의원' '최장수 원내총무' '최연소 총재' 등 그의 정치 이력은 각종 신기록으로 가득했다. 좌우명은 대도무문(大道無門).
 대선 결과는 정치권에 일대 지각 변동을 불러왔다.
 가장 먼저 김영삼 당선자와 민주화 동반자이자 라이벌인 김대중 후보는 정계 은퇴를 전격 발표했다.
 김대중 후보가 '김대중 자서전'에서 밝힌 내용.
 “나는 다시 졌다. 이번 패배는 참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19일 새벽 3시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동안 내게 힘과 용기를 주신 하느님께 기도를 올렸다. 아내(이희호 여사)가 그런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아내에게 말했다. '다시 대통령이 되지 못했소. 지난 40년이 아득하다는 느낌이오. 그 세월 동안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그런데 다시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소.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인 것 같소. 마음을 결연하게 정리하려고 하는데 당신도 동의해 줬으면 좋겠소.' 아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정계 은퇴 성명은 이처럼 눈물 속에 작성됐다. 1954년 정계에 뛰어든 지 38년. 파란만장한 정치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성명이었다.
 19일 오전 8시 30분 김대중 후보가 정계 은퇴를 발표하기 위해 민주당사에 들어섰다. 그를 보자 당원들이 일제히 울음을 터뜨렸다. 그가 민주당적까지 포기하겠다고 하자 당시 한광옥 사무총장, 권노갑 의원, 조승형 비서실장이 “그것만은 안 된다”며 울면서 만류했다.
 김대중 후보는 곧장 당사 5층 기자실로 향했다. 그리고 준비한 은퇴성명서를 담담하게 읽었다.
 “저는 김영삼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바입니다. 김영삼 당선자가 앞으로 이 나라 대통령으로서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성공해 국가의 민주적 발전과 조국 통일에 큰 기여 있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저는 오늘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평범한 시민이 되겠습니다. 40년의 파란 많은 정치 생활에 종말을 고한다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한 심정을 금할 길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하해 같은 은혜를 하나도 갚지 못하고 물러나게 된 점 가슴 아프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김대중 후보는 이어 김영삼 대통령 당선자에게 전화를 했다.
 “당선을 축하합니다. 조금 전 회견에서 국민에게 정계 은퇴를 약속했습니다. 당선자께 영광이 있기를 바랍니다. 훌륭한 대통령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김영삼 당선자는 국민 화합 차원에서 선거에서 패한 김대중 후보와 만날 계획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의 회고록 내용.
 “나는 그(김대중 후보)의 낙선을 위로하면서 '곧 한번 만납시다. 편한 시간에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라고 했고, 김대중 씨는 '좋습니다. 곧 연락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김대중 씨를 위로할 겸 대국적인 견지에서 국가경영 문제를 논의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1993년 1월 26일 영국으로 떠났다. 이날 아침 나는 동교동으로 전화해서 김대중 씨와 짧은 통화를 했다. 내가 '연락을 기다렸는데 못 만나 섭섭합니다. 건강하게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라고 인사를 건네자 그는 '사정이 여의찮아 연락을 못 드렸습니다. 앞으로 잘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고 말했다. 이날 김대중 씨는 '나는 정치를 떠났으며, 앞으로 영원히 정치는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긴 채 영국으로 출국했다.”(김영삼 대통령 회고록 상)
 1992년 12월 21일 오전 10시 노태우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노 대통령은 담화에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민화합과 단결”이라면서 “공백 없는 국정 운영을 위해 김영삼 당선자와 긴밀히 협조하겠다”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11시 30분 청와대를 방문한 김영삼 대통령 당선자와 배석자 없이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갖고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정권 인수인계와 국정운영 방안 등을 논의했다.
 노 대통령은 “조속히 정부 인수작업에 착수해 한 치의 국정 공백도 생기지 않도록 당과 정부가 준비해 나가야 한다”면서 “빠른 시일 안에 취임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도 전담반을 구성, 최대한 지원토록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측이 발표했다.
 김 당선자는 이에 대해 “범정부 차원에서 과도기적 권력 누수 현상을 극소화하기 위해 행정부를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고 최창윤 당선자 비서실장이 전했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동거를 시작했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뜬 것이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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