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스장으로 망가진 심근세포만 제거…부정맥 치료 패러다임 바꿔

작성일 08-15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명의를 만나다 최의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고강도 전기 에너지 심장에만 전달해 식도 손상 없이 치료 시술 시간도 짧아 항응고제 안전성 국내 연구로 증명 처방률 향상에 기여 자율신경 차단해 심방세동 치료하는 새 수술법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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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최의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맨 오른쪽)가 심방세동 환자에게 3차원(3D) 펄스장 시술을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15/ked/20250815164828340pvnj.jpg" data-org-width="1200" dmcf-mid="6kpd8IMUTk"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5/ked/20250815164828340pvnj.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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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의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맨 오른쪽)가 심방세동 환자에게 3차원(3D) 펄스장 시술을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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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은 1분에 60~100회 뛰며 온몸에 피를 보낸다. 심장이 망가져 너무 느리거나 빠르게 뛰는 질환이 부정맥이다. 최의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사진)는 올초 국내 처음으로 부정맥 환자에게 3차원(3D) 펄스장 절제술을 도입했다. 고강도 전기 에너지인 펄스로 망가진 심근세포만 없애준다. 부정맥 치료의 새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평가다. 최 교수는 “부정맥은 심장뿐 아니라 전신질환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생활습관 교정은 물론 다양한 치료법을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3차원 펄스장 국내 첫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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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교수는 부정맥 환자를 위해 진단부터 치료까지 폭넓은 연구를 주도하는 내과 의사다. 올해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의약학부 정회원으로 선출됐다. 그는 부정맥 중 심방세동 환자를 주로 치료한다. 심방이 분당 350~600회 가늘게 뛰는 질환이다. 피가 잘 돌지 않아 엉기기 쉽고, 뇌졸중으로 이어지는 환자가 많다.
 약을 먹어도 심방세동이 치료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 심근세포를 없애는 시술을 받아야 한다. 고주파를 이용해 열에너지로 심장조직 등을 파괴하는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이 많이 활용된다. 효과가 좋지만 심장과 닿은 식도까지 에너지가 전달돼 구멍이 생길 위험이 있다는 게 문제다. 의사 숙련도에 따라 치료 성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펄스장 절제술은 심장에만 에너지가 전달돼 식도 손상 부담이 없다. 치료 시간도 짧다.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은 시술에 2시간30분~3시간 정도 걸린다. 펄스장 절제술은 1시간 안에 끝나기도 한다.
 2차원 영상을 활용한 펄스장 절제술은 지난해 말 국내에 도입됐다. 이보다 정교하게 치료할 수 있는 3차원 시술을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게 최 교수다. 그는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도 식도 합병증 위험이 과거보단 낮아졌지만 펄스장 절제술은 그런 드문 위험까지 줄일 수 있다”며 “다만 펄스장 절제술은 아직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부담이 크다”고 했다.
  ◇국내 최대 심방세동 연구 이끌어
 최 교수는 심방세동 원인을 찾는 동물실험은 물론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규모 실증 연구도 폭넓게 하고 있다. 국내 환자 현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치료법을 표준화하기 위해서다. 먹는 항응고제의 국내 처방률을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2011년께부터 부작용을 줄인 먹는 항응고제가 국내에 도입됐지만 환자 처방률은 50%에 그쳤다. 출혈 부작용 위험 때문에 의료진이 처방을 꺼렸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항응고제가 한국인에게도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의사들의 처방 패턴이 바뀌면서 최근 국내 먹는 항응고제 처방률은 선진국과 비슷한 80% 수준까지 올라왔다.
 지난해엔 심방세동으로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내시경 검사를 받거나 발치 등을 할 때 시술 당일이나 전날 밤 약을 끊으면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항응고제를 먹는 환자는 출혈 위험 탓에 다른 치료를 받는 데 제약이 컸다. 이 연구를 통해 국내 심방세동 환자도 안전하게 다른 치료를 받게 됐다. 대한부정맥학회가 지난해 처음 발간한 ‘심방세동 팩트시트’도 그가 주도했다.
 그의 관심은 새 치료법 개발로 옮겨가고 있다. 자율신경을 차단하는 수술로 심방세동을 치료하는 연구를 곧 시작할 계획이다. 약으로 조절되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에 쓰여 ‘고혈압 수술’로도 불리는 치료법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엔 심장분야 최고 학술지인 유럽심장학회지에 특정 조혈세포 변이가 후천적 심방세동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장기적으론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는 성과다. 먹는 항응고제와 제산제를 함께 쓰면 위장관 출혈 부작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전향적 연구도 이끌고 있다. 30개 의료기관, 환자 3800여 명이 등록된 국내 최대 규모 심방세동 연구다.
  ◇음주·흡연 등 생활습관까지 교정
 최 교수 환자 중엔 병명을 못 찾고 정신병원을 오가다 새 삶을 찾은 사례도 많다. 부정맥 탓에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증상을 뇌전증으로 착각해 불필요한 치료를 받는 일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수시로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은 증상 탓에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다가 최 교수를 만난 뒤 환한 웃음을 찾은 환자가 많다.
 최 교수는 진료실에서 항상 환자의 생활습관을 묻는다. 1주일 동안 술은 얼마나 마시는지, 담배는 얼마나 피우는지, 운동은 하는지 등을 확인한 뒤 맞춤 처방을 하기 위해서다. 술을 많이 마시면 심방세동 위험이 높아진다. 심방세동 환자가 계속 음주하면 뇌졸중 위험은 더 커진다. 술을 끊으면 뇌졸중 위험은 14%가량 낮아진다. 그는 “미국에선 휴일에 심방세동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두고 ‘홀리데이하트신드롬’이라고 부른다”며 “휴일 전날 폭음한 뒤 다음날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가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최 교수는 “담배를 못 끊는 환자에겐 ‘주유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고 했다.
 심방세동은 다양한 얼굴을 가진 질환이다. 증상이 없어도 의사가 꼭 치료받아야 한다고 했다면 이를 따라야 한다. 환자가 앓는 동반질환 등에 따라 뇌졸중 위험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스마트워치 보급이 늘면서 심방세동 진단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검사가 부족하다”며 “국가건강검진에 심전도 검사가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 약력
 ▷1998년 서울대 의대 졸업 ▷2008~2009년 미국 인디애나대 연수 ▷2009년~ 서울대병원 교수 ▷2013~2014년 미 하버드대 브리검여성병원 연수 ▷2025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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