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존자다' 용기 내 세상에 나와줘서 고맙습니다 [OTT클릭]

작성일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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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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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살아남은 모든 피해 생존자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용기 내 세상에 나와줘서 고맙습니다. 당신은 존중받아 마땅합니다"라고.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생존자다'(연출 조성현)는 '나는 신이다'의 두 번째 이야기로,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네 개의 참혹한 사건과 반복돼서는 안 될 그 날의 이야기를 살아남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기록한 작품이다.
 앞서 지난 2023년 공개된 '나는 신이다'는 스스로를 신이라 부르며 여신도들을 성폭행한 JMS(기독교복음선교회) 교주 정명석의 범죄 행각을 집중 조명했다. JMS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메이플은 큰 용기를 내어 얼굴을 공개하고 정명석의 범죄 행위를 고발해 대한민국 사회에 큰 경종을 울린 바 있다.
 '나는 생존자다'는 JMS 그 이후의 이야기와 함께 한국 현대사 최악의 인권유린이 자행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부유층에 대한 증오로 살인 공장까지 지어 연쇄살인을 저지른 지존파 사건, 부실 공사와 비리 및 감독 기관의 무책임이 빚어낸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를 다뤘다. 
 연출을 맡은 조성현PD는 제목을 '나는 생존자다'라고 지은 이유에 대해 "'나는 신이다'에서 JMS 피해자로 증언한 메이플 씨에 대한 댓글 중에 특히 마음이 아팠던 것이 '얼마나 바보같았으면 그런 일을 당하고 있냐'였다. 저희를 위해 증언해주셨던 모든 분들은 단순히 피해자가 아니다. 지옥에서 생존했고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생존자다'라는 제목을 미리 정해놓고 기획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나는 생존자다'는 피해 생존자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1, 2화는 1975년부터 1987년까지 군부 독재정권의 비호 아래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진 인신매매, 납치 및 폭행, 강제 노동, 인권 유린 사건을 생존자들의 생생한 증언으로 담았다.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끌려간 뒤 동성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람, 심한 구타와 가혹 행위 등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 이가 다 빠져 틀니를 낀 사람 등 참혹한 사연들이 충격을 안긴다. 
 한 피해자 가족은 "돌아온 형의 모습을 보니까 사람이 아니었다. 아프리카 기아처럼 뼈가 다 드러난 모습이었다"고 털어놨다. 한 피해 생존자는 "상한 생선을 가져와 음식을 만들었다"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중대장이 지시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며 암매장 사실까지 폭로했다. '나는 생존자다'에 따르면 수용인은 총 3만8000여 명, 공식 사망자는 657명에 달한다.
 원장 박인근은 사과 한마디 없이 세상을 떠났고, 그의 가족들은 자신과 관계 없는 일이라며 호주에 골프연습장과 스포츠센터를 소유하고 여유로운 삶을 보내고 있다. 단 한 명의 가족만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전했으나, 그 역시 "이 모든 게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만의 책임이 아니다. 박인근 원장이 30%, 정부가 70%"라는 발언을 이어갔다. 
 3, 4화는 JMS와 관련된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다뤘다. 14살의 나이에 교주 정명석에게 성 피해를 입은 여성은 "부모님도 거기 간다는 걸 알고 있었나"라는 질문에 "네 알고 있었다. 아마 엄마는 다 알고 거기 보낸 것 같다"는 대답을 해 충격을 안겼다. 이러한 정명석의 성범죄를 도운 인물이자 JMS 2인자, '성령 상징체'로 불리는 정조은 역시 조명됐다.
 정조은은 "막을 수 있는 데까지 다 막아봤다. 여자들이라면 선생님 옆에 3m 반경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다"며 눈물로 호소했지만, 메이플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눈물인지 연기를 참 잘한다고 생각한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피해 생존자들은 "정조은이 연락하면 정명석에게 가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고 증언했다.
 정명석의 성범죄를 도운 건 정조은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신이다' 시리즈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 역시 JMS 신도로 밝혀졌고 변호사, 경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섭리 안보리' 등의 이름으로 정명석을 지키기 위한 조직이 존재했다. 그중에서 '주수호'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정명석의 성폭행 혐의 관련 증거 인멸에 가담한 경찰관이 등장했다. 조성현PD가 이 경찰관을 직접 만나 "'주수호'가 맞냐"며 추궁했지만 그는 "JMS 신도가 아니다"라고 사실을 부인했다.
 JMS에서 탈퇴한 신도들은 사상 검증을 위해 "정명석 XXX"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조성현PD가 '주수호'에게 정명석 욕을 해보라고 했지만, '주수호'는 끝까지 정명석 욕을 하지 않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여전히 가슴 한편에 답답함이 남아 있지만, 피해 생존자들이 용기 내 증언한 덕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정명석은 메이플의 고소 후 2년 10개월 만에 징역 17년이 확정됐고, 공범 정조은은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경찰관 '주수호'는 직위해제 됐으며, 피해 생존자 메이플은 가장 힘든 시간을 지켜준 남자와 올해 초 결혼했다.
 '나는 생존자다'는 하마터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할 뻔했다. JMS가 넷플릭스와 MBC를 상대로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14일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전보성 부장판사)는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나는 생존자다'는 예정된 15일 오후 4시에 공개될 수 있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생존자다'가 '나는 신이다'에 이어 또 한 번 우리 사회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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