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인텔, 트럼프가 살리나... 美정부가 지분 인수 추진

작성일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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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자국의 종합 반도체 기업인 인텔의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블룸버그가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첨단 산업이자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패권을 되찾기 위해 보조금 지급을 넘어 지분 인수를 통해 경영에도 개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 정부가 위기에 빠진 인텔 구하기에 직접 나선다면 미국 빅테크 상당수가 반도체 물량을 몰아줄 가능성이 있어 국내 반도체 업계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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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김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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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룸버그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경영난을 겪는 인텔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지분 매각 비율은 알려지지 않았다. 지분 인수 협상은 지난 11일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백악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처음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직후 “탄 CEO가 다음 주 내게 제안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인텔은 “미국의 기술과 제조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지원하는 데 매우 전념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인텔은 지분 매각 자금 일부를 오하이오주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건설에 투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2022년 착공해 올해 가동이 목표였는데 경영난으로 여러 차례 지연됐고, 2030년으로 완공 시점이 늦춰졌다.
 인텔 지분 인수 추진, 희토류 업체 지분 투자 등 최근 트럼프 정부가 사기업 경영에 직접 개입하면서 시장을 흔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외신들은 그동안 시장 자율을 전통으로 여겨온 미국의 산업 정책이 국가 안보 관련 산업에 대해서는 직접 개입과 통제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 인수에 나선 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자산인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미국 우선주의’ 일환이다. 대만 반도체 회사 TSMC나 삼성전자가 미국에 수십억~수백억 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파운드리 공장을 짓지만, 이들은 결국 외국 기업이고 궁극적으로 미국 기업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짜겠다는 의도다. 트럼프 정부는 희토류 생산·제련 회사인 MP머터리얼즈에 4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핵심 산업에서 ‘직접 지분 인수, 자본 지원’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 미래 패권을 좌우할 핵심 전략 자산을 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고, 지분 투자를 통해 기업 경영을 정부 목표에 맞도록 끌고 가겠다는 계산이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정부가 기술 산업에 대해 자유시장 원칙에서 벗어나 국가 자본주의적 접근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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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김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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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 소방수 등판한 트럼프
 미 정부가 인텔 지분 투자까지 나선 건 최첨단 반도체를 미국 땅에서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미국 기업인 인텔을 통해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던 계획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던 인텔은 수십 년간 ‘반도체 제국’으로 군림했다. 회사 역사가 반도체 역사다. 하지만 기술 경쟁력 약화와 실적 부진으로 반도체 제국은 인수·합병(M&amp;A) 먹잇감 신세로 전락했다. 미국 정부는 인텔에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어 과거 영광을 되살리고,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계산이었다. 반도체지원법을 근거로 80억달러 보조금을 지급하고, 반도체 공장 건설에 따른 세액공제를 25%에서 35%로 확대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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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김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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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파운드리 부문에선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에 밀리고, AI(인공지능) 칩 시장에서도 엔비디아에 밀려 존재감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지난 3월 반도체 전문가 립부 탄 CEO가 구원투수로 나서 반전을 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2분기에도 32억달러(약 4조400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9만6000명 수준인 인력을 연말까지 7만5000명 수준으로 줄이고, 독일과 폴란드에 건설하려던 파운드리 팹 프로젝트도 취소했다. 로이터는 “인텔 지분 매각이 실현되면 오하이오주 공장 프로젝트에 속도가 붙으면서 인텔 회생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날 인텔 주가는 7.4% 급등했다.
 ◇국가자본주의로 기우는 트럼프 정부
 블룸버그는 트럼프 정부의 인텔 지분 인수 추진에 대해 “중국의 안보 위협을 이유로 자국 핵심 산업을 이끄는 기업에 대한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조치와 정책을 보면 자본주의 나라 미국을 점차 국가자본주의로 탈바꿈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국방부는 희토류 생산·제련 기업인 MP 머터리얼즈에 4억달러를 투자해 우선주를 인수하기로 했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자 희토류 산업을 사실상 국가가 통제하고 떠맡아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지난 6월엔 일본제철이 US 스틸을 인수하는 과정에 개입해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해 미국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Golden Share)’ 발행을 관철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황금주는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의 이례적인 영향력 행사 사례”라며 “국가 정책이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새로운 사례를 만들었다”고 했다.
 반도체 설계 회사 엔비디아와 AMD에 ‘중국 전용 저사양 AI칩’ 수출을 허용하면서 ‘매출의 15%’를 정부에 내도록 했다. 전례 없는 수출세 부과 방침에 대해 법적 근거도 부족하고 안보와 돈을 바꿨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다른 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대부분 아이폰을 외국에서 생산하는 애플을 고관세로 압박해 미국 내 1000억달러 추가 투자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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