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종말의 새로운 복병 ‘나그네별’

작성일 08-19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lt;span style="color: #333333;"&gt;곽노필의 미래창&lt;/span&gt; 거대한 별이 느린 속도로 가까이 지나갈 때 수성-금성 충돌 후 지구 연쇄 충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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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태양계 행성들의 궤도는 태양계를 스쳐 지나가는 별, 즉 나그네별에 의해 불안정해질 수 있고, 이것이 행성의 종말을 앞당길 수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19/hani/20250819093616995ntdc.jpg" data-org-width="800" dmcf-mid="pNwp1af5Io"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9/hani/20250819093616995ntdc.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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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계 행성들의 궤도는 태양계를 스쳐 지나가는 별, 즉 나그네별에 의해 불안정해질 수 있고, 이것이 행성의 종말을 앞당길 수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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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100억년의 수명 기간 중 중년을 지나가고 있는 태양은 수십억년 후 적색거성으로 100배 이상 부풀어 올라 수성과 금성은 물론 지구까지도 집어삼킬 것으로 본다. 적색거성이 된 태양의 엄청난 열과 복사 에너지는 지구를 폐허로 만들 것이다.
 하지만 지구가 종말을 맞는 원인이 태양에만 있는 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태양계를 스쳐 지나가는 별, 이른바 나그네별도 지구를 파멸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궤도 역학으로 본 태양계 행성들의 미래에 대한 연구는 태양계를 고립된 상태로 간주하고 이뤄졌다. 이에 따르면 목성과 토성, 천왕성, 해왕성 같은 거대 외행성은 태양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궤도에 거의 변화가 없다.
 내행성의 경우엔 사정이 좀 다르다. 특히 태양계 행성 중 궤도 이심률이 가장 높은 수성이 문제다. 이심률 0.21로 다른 행성들보다 훨씬 더 찌그러진 타원형 궤도를 도는 수성은 근일점(태양과 가장 가까운 지점)은 4600만km, 원일점(태양에서 가장 먼 지점)은 7000만km로 둘 사이의 차이가 크다. 확률은 낮지만 앞으로 이심률이 계속해서 커지면서 태양 수명의 마지막 10억년 동안 태양이나 금성과 충돌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수성의 파괴가 지구와 화성 궤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본다.
 하지만 우주에서 태양계는 유아독존의 존재가 아니다. 숱한 별무리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우리 은하에만 2천억개 이상의 별이 있고, 우리 은하가 속해 있는 국부은하군을 구성하는 안드로메다은하 등 크고 작은 은하 50여개를 이루는 별을 합치면 수조~수십조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 별들은 모두 각각의 은하 중심을 축으로 각자의 궤도를 따라 돌고 있다. 그러다 보면 별들 사이의 중력 상호작용으로 별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기는 때가 온다. 예컨대 현재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보다 태양에 더 가까이 다가오는 별이 있을 수 있다. 천문학자들이 가이아우주망원경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100만년마다 33개의 별이 4.24광년 거리의 프록시마 센타우리보다 가까워진다. 그러나 그 별의 중력이 태양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프록시마 센타우리보다 훨씬 더 가까이 와야 한다.
 프랑스 보르도천체물리학연구소와 미 행성과학연구소 연구진이 그 가능성과 영향을 추정해본 연구 결과를 천문학 분야 국제학술지 이카루스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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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4.24광년 거리에 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사진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19/hani/20250819093618299euwe.jpg" data-org-width="604" dmcf-mid="UW4rcqWAEL"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9/hani/20250819093618299euwe.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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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4.24광년 거리에 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사진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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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3 contents-hash="1b14f96fd9d24ef35538d62ac552fb9157723f9fcc7860bc1e1b5ee9a943d068" dmcf-pid="4CkmkBYcr8" dmcf-ptype="h3">별이 가깝게 지나갈 확률, 100만년당 19회</h3>
 이에 따르면 지나가는 별이 태양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려면 질량과 속도, 궤도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연구진은 이 세가지 조건을 달리해가며 2천번의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면서, 태양계를 스쳐 지나가는 별들이 8개 행성과 명왕성 궤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봤다. 시뮬레이션에 포함시킨 기간은 50억년이었다. 연구진은 “스쳐 지나가는 별들의 중력 영향으로 행성 궤도가 교란되는 데는 수천만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긴 기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나가는 별의 영향이 나타나는 데 이렇게 긴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은 그동안 이에 대한 연구가 그다지 중요하게 취급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뮬레이션 결과, 거대한 별이 상대적으로 낮은 속도로 태양에 가까이 접근할 때 궤도 교란이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시뮬레이션의 0.5%가 행성 충돌, 또는 행성이 태양계 밖으로 밀려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태양으로부터 1파섹(3.26광년) 이내의 거리로 별이 지나가는 확률은 100만년당 약 19회로 추정됐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행성은 수성이었다. 사실 수성은 지금도 궤도가 불안정한 상태다. 가까이 오는 별이 없더라도 태양계 내부의 궤도 역학에 따라 언젠가 금성이나 태양과 충돌할 가능성이 약 1%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에선 지나가는 별의 영향으로 수성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0.56%로 나타났다.
 수성 다음으로 영향을 크게 받는 천체는 화성(0.3%), 그 다음은 금성과 지구(각각 0.2%)였다. 생명체가 살고 있는 지구는 궤도가 불안정해질 확률 자체는 낮았지만, 그에 따라 평균 일사량이 변화할 확률이 이전 추정치보다 수백배 높았다. 연구진은 “이는 지구의 생명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시뮬레이션 결과 중엔 수성이 금성과 충돌하고, 그로 인해 생긴 천체가 지구와 충돌하는 상황도 포함돼 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은 확률은 수치는 낮지만, 세상을 날려버리는 사건이라는 걸 고려하면 확률이 그렇게 낮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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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지나가는 별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행성은 목성이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19/hani/20250819093619556qfid.jpg" data-org-width="800" dmcf-mid="ux505gVZrn"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9/hani/20250819093619556qfid.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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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가는 별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행성은 목성이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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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3 contents-hash="9f42f9d500f4f184f4129c922926e49682ead9f6953b256daa9596138f89d707" dmcf-pid="WELjL3CnEb" dmcf-ptype="h3">명왕성이 태양계 밖으로 튕겨 나갈 확률 4%</h3>
 명왕성이 태양계 밖으로 튕겨져 나갈 확률도 약 4%나 됐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파리천문대 자크 라스카르 박사는 뉴욕타임스에 “태양계 외곽에 있는 작은 왜소행성이 지나가는 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명왕성은 더 쉽게 교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태양계의 외행성 그룹인 목성과 토성, 천왕성, 해왕성은 지나가는 별의 영향을 받을 확률이 훨씬 더 낮다. 특히 목성은 약 40000분의 1로 가장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만약 해왕성과 천왕성의 공전 궤도 속도 비율에서 교란이 발생할 경우엔 태양계 전체의 불안정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지나가는 별의 영향이 행성의 움직임에 금방 나타나는 건 아니다. 행성 불안정성 또는 행성 소멸로 이어지기까지는 최소 수백만년, 최대 40억~50억년이 흘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가 탄생하기 전에 이미 이런 일이 한번쯤 일어났을 수도 있지 않을까? 연구진은 그랬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추정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행성과학연구소의 네이선 카이브 박사는 “그런 일이 있었다면 얼음으로 뒤덮인 태양계 외곽지역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The influence of passing field stars on the solar system’s dynamical future.
 https://doi.org/10.1016/j.icarus.2025.116632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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