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달만에 결론 나오나…SK텔레콤 과징금 '졸속처분' 우려도

작성일 08-19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신고부터 처분까지 최소 6개월 LG유플러스도 6개월 소요 개보위, "충분한 시간 들였다" 학계, "기간만으로 졸속 판단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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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가 지난달 4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해킹 사태 관련 입장 및 향후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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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텔레콤의 유심(USIM) 해킹 사태에 대한 개인정보위원회(개보위)의 처분안이 이르면 이달 안으로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해킹 사고 신고 후 약 4개월 만으로 기존 사례들에 비해 확실히 빠른 편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졸속 처분' 우려가 나오지만 개보위는 조사 기간만으로 단순 비교할 수 없단 입장이다.
 과징금 처분까지 기본 '6개월' 소요
 19일 업계에 따르면 개보위는 SK텔레콤에 처분 사전통지서를 전달했다. 개보위의 '조사 및 처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조사관은 조사 결과보고서를 근거로 예정된 처분에 대해 사전통지서를 당사자에게 통지하고 14일 이상의 기간을 정해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부여한다. 개보위 조사 절차가 대부분 마무리되는 단계로, 처분안은 이르면 오는 27일 열릴 개보위 전체회의에 상정된다.
 통상 개보위는 최소 6개월 동안 개인정보 유출이나 보호조치 미흡 사건을 조사하고 처분했다. 대표적으로 LG유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신고 시점(2023년 1월3일)부터 개보위 제재 처분(2023년 7월12일)까지 약 6개월이 걸렸다. 우리카드는 약 11개월, 카카오는 약 14개월로 1년 이상 소요되기도 했다. 반면 SK텔레콤은 신고 시점인 지난 4월22일부터 약 4개월 만에 과징금 처분이 내려지는것이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유심 해킹 사고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 대규모 사고라는 점에서 과거 사례보다 긴 시간을 가지고 사고 원인과 책임 범위를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사건은 기술 실패가 아닌 시스템 구조 전반의 허점을 노린 공격”이라며 “제재가 단기간에 결정되면 오히려 구조 개선 논의는 실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이슈에 빠르게 응답하는 것보다 정교한 조사를 통해 정책적 신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유심 기반 본인 확인 구조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공통된 유심 기반 인증 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해당 인증 체계는 금융·공공 서비스 인증 기반에도 활용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 유심 기반 본인확인 구조는 이미 수년 전부터 보안 취약성이 지적되어 왔다. 구조 자체에 허점이 있다면 다른 통신사나 다른 산업으로 피해가 전이될 수 있다”며 “개별 사고에 국한하지 말고 인증 체계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개보위는 충분한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 SK텔레콤 관련 조사 결과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정아 개보위 대변인은 "조사기간을 단순 비교해 짧다, 길다고 논할 수 없다"며 "충분한 조사가 이뤄졌고 이를 바탕으로 SK텔레콤에 사전통지를 했다. 그 결과에 대해 SK텔레콤이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소명절차를 거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돼 과거 사례와 '달라'
 관련 학계에서는 조사 기간만으로 졸속 처분을 논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박춘식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인력 규모나 경험에 따라 얼마든지 조사가 빨리 끝날 수 있다. 걸린 시간만으로 졸속 수사라 단정하긴 어렵다"며 "유심 기반 본인확인 구조의 취약성은 개보위 관할이 아니기도 하다. 개인정보 한해서 법 위반 여부와 피해 규모를 따지는 것이 개보위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조사 발표가 안 난 상황에서 졸속 처분을 따지는 건 불필요한 논란"이라며 "개보위가 성과를 내기 위해 조사를 빨리 처리했다는 논란을 잠재우려면 결과를 발표할 때 몇 명의 인원으로 얼마만큼의 시간을 투입했는지 상세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 그 이후에 졸속 처분 과정에 대해 논할 수 있다"고 짚었다.
 법조계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돼 과거 사례와 달리 조사기간이 짧아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보위가 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위반 행위와 관련한 매출액을 계산할 필요 없이 전체 매출액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는 것이 개정 내용 골자다. 기존에는 개보위가 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위반행위와 관련된 매출을 직접 추려야 했다. 개보위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입증 책임 범위가 줄어든 것이다.
 과거 LG유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 사례의 경우에는 개정 전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됐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지난 2023년 9월 15일부터 시행됐다. LG유플러스의 과징금은 개정안이 시행되기 2개월 전인 2023년 7월 12월에 결정됐다.
 이윤수 법무법인 서온 변호사는 "사건마다 사실관계가 달라 과징금 부과 기준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더군다나 법이 개정돼 개보위가 과거보다 빠르게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여지도 생겼다"며 "4개월을 이유로 과징금 처분 결과가 타당하지 않다고 보는 건 명분이 약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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