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소금쟁이 ‘발끝 털’만 15년 쳐다봤죠”

작성일 08-22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 한·미 공동 연구진 ‘초소형 소금쟁이 로봇’ 세계 최초 개발 사이언스지 표지논문 게재 물속 부채꼴 털 펴지는 원리규명 물 표면장력·탄성으로 신속변형 무게 0.23g… 1초에 206도 회전 환경 모니터링·구조활동 등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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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연구진이 물 위를 자유자재로 떠다니는 곤충 라고벨리아(부채다리 소금쟁이)를 모사한 초소형 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박사과정 시절부터 15년간 소금쟁이의 물 위 움직임을 꾸준히 연구해온 끝에 성과를 창출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고제성(사진) 아주대 교수 연구팀이 라고벨리아의 다리 끝 부채꼴 구조가 순식간에 펼쳐지는 원리를 규명하고,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초소형 로봇을 개발해 검증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이날 저명한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지의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이번 연구성과는 고 교수가 박사과정 시절부터 15년간 꾸준히 이어온 연구 노하우가 열매를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 교수는 “소금쟁이는 물 위에서 움직이는 몇 안 되는 생물이라 공학자·과학자들이 그 비밀에 대한 의문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초소형 로봇 제작을 전공했는데 ‘로봇의 효용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주제로 소금쟁이가 좋지 않을까’라는 과학적 호기심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라고벨리아는 미국에 있는 종이라 미국을 오가며 관찰하고 연구하느라 오래 걸렸다”며 “국제 공동연구를 5년 하기가 어려운데, 오랜 시간 같이 이어온 끝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라고벨리아는 작은 소금쟁이의 일종으로 다리 끝의 부채꼴 구조를 순간적으로 펼쳐 빠른 물살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추진력을 낸다. 부채꼴이 펼쳐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0.01초도 채 안 되는 찰나로, 이 구조가 어떤 원리로 극히 짧은 시간에 작동하는지는 그간 밝혀지지 않았다.
 이 같은 자연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구조를 가진 로봇을 제작해 같은 방식으로 동작하는지 입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나 기존 연구들은 단순한 다리 구조나 근육 기반 메커니즘에만 의존해 속도 조절·회전·제동 등 복잡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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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교수 연구팀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조지아공대 연구팀과 협력해 수면 위에서 라고벨리아와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초소형 로봇 ‘라고봇’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라고벨리아의 부채꼴 구조를 21개의 인공 털(팬)로 모방했다. 이 부채꼴 구조는 별도의 근육 없이 수중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작동하는데, ‘탄성-모세관 현상’으로 인해 물속에 들어가면 스스로 펼쳐지고 물 밖에선 즉시 접히는 초고속 자가 변형 구조라는 걸 밝혀냈다. 탄성-모세관 현상이란 얇고 유연한 구조가 물의 표면장력과 탄성으로 인해 빠르게 변형되는 현상이다. 털의 끝부분으로 갈수록 점점 얇고 유연해지는 형상이 짧은 시간에 펼치고 접히도록 최적화된 구조라는 것이다. 마치 붓을 물에 담그면 털들이 펼쳐졌다가 물 밖으로 꺼내면 다시 오므라드는 현상과도 유사하다.
 그 결과 라고봇은 실제 라고벨리아처럼 물속에서 강한 추진력은 물론 민첩한 방향 전환까지 가능했다. 총무게가 0.23ｇ에 불과한 라고봇은 다리 끝에 1㎎짜리 폴리이미드 끈 21개로 이뤄진 부채꼴 구조와 형상기억합금 기반의 17㎎ 인공 근육 구동기를 가지고 있어 1초에 206도를 회전하고 몸길이의 두 배 정도를 이동할 수 있다.
 고 교수는 “자연계 곤충이 가진 구조적 지능을 규명하고, 향후 환경 모니터링, 구조 활동, 생물 모방 로봇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해야 할, 나밖에 못할 것 같은, 아무도 안 할 것 같다는 개인적인 의무감과 세상에 내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탄성-모세관 현상=얇고 유연한 구조가 표면장력에 의해 빠르게 변형되는 현상
 ◇표면장력=액체의 표면이 스스로 수축해 작은 면적을 유지하려는 힘
 ◇폴리이미드= 내열성과 강도, 전기절연성, 내마모성, 내화학성 등을 갖춘 고성능 플라스틱의 일종.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등에 폭넓게 사용됨
 ◇형상기억합금=변형돼도 열을 가하면 원래의 형상으로 되돌아가는 합금
 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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