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지원사의 당일 취소, 휠체어 탄 그녀에게 닥친 일 작성일 08-26 7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2024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24] 영화 <엉망이 흐른다></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x4AnTzyj3f"> <p contents-hash="e8515dd2cefca45f06cb13ffbe13ffcb43c981696a197decba0e62670826100a" dmcf-pid="yhU5QExpFV" dmcf-ptype="general">[조영준 기자]</p>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690c426ff3789ac9de0c089d2f18a4f531fbb8f6603ffc748f3463937be86b6f" dmcf-pid="Wlu1xDMUU2"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26/ohmynews/20250826103301577mocq.jpg" data-org-width="1200" dmcf-mid="FM9unCLK0c"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6/ohmynews/20250826103301577mocq.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엉망이 흐른다>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인디그라운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76959bc35ea3863a2f57421ccc7f4f0bf2380df0834ce8208b06fafe67731838" dmcf-pid="YO3H8A6Fp9" dmcf-ptype="general">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div> <p contents-hash="c1f1996db6deca1831932488937da741734203e477a636858286fd3aceee340a" dmcf-pid="GI0X6cP33K" dmcf-ptype="general">01.<br>우리 사회에서 '이동'은 대체로 너무 당연하게 여겨진다.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로 향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단순한 전제는 결코 모두에게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장애가 있는 이들에게 이동은 언제나 구조적 조건에 의존해야 하는 사건이며, 그 과정은 불확실성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엘리베이터의 고장, 콜택시의 지연, 지원사의 부재 같은 문제는 하나하나가 삶의 리듬을 뒤틀어 놓는다. 그리고 그 순간 하루 전체가 엉망이 되어 무너질 수 있다. 강은정 감독의 <엉망이 흐른다>는 바로 이 지점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민다.</p> <p contents-hash="f9554c3f8baa0428dafb4601d67c33ed552b3974cf61b8462521b9789fee8f6f" dmcf-pid="HCpZPkQ07b" dmcf-ptype="general">휠체어를 탄 지우(오지우 분)는 짱아의 생일 파티에 가기 위해 활동 지원사 미숙을 기다리지만, 당일 취소 통보를 받는다. 궁지에 몰린 그는 우연히 마주친 아자(금민정 분)를 설득해 함께 길을 나선다. 그러나 지하철과 도로 위의 인도를 지나는 동안 예상치 못한 난관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두 사람의 관계도 서서히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 작은 여정을 통해 한 개인이 일상적으로 겪어야 하는 구조적 장벽을 압축한다. 장애인이라고 다 같은 장애인이 아니라던 아자의 말에 이르러서는 단순한 갈등이 아닌 사회적 질문으로까지 확장된다. 이 작은 이야기가 꽤 커다란 함의를 안고 있다.</p> <p contents-hash="342b9f9ea0b425b70fa5fbcbb1c1a264e78b327ed9a6e4aeb32e5491a84ceefd" dmcf-pid="XhU5QExp7B" dmcf-ptype="general">02.<br>"활동 지원사가 당일 취소 말이 되냐? 한두 번도 아니고."</p> <p contents-hash="215f6deb948473ca88b0abac2eb07f8582a6a814cf91f0f367ae53b580b8ecfd" dmcf-pid="Zlu1xDMUuq" dmcf-ptype="general">이 영화는 단순히 한 장애 여성의 힘겨운 하루를 기록하는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너무 쉽게 지나치는 일상의 조건들을 다시 묻고, 평등과 연대가 무엇인지 재검토하게 만드는 이야기에 가깝다. 영화는 장애인의 이동권이라는 구체적 문제를 출발점으로 삼지만, 그 시선은 곧 정체성, 젠더, 언어, 재현의 윤리와 같은 더 넓은 층위로 뻗어나간다. 이동은 공간을 가르는 행위일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다시 쓰는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우의 여정은 곧 우리 사회가 누구를 환영하고 누구를 배제하는지를 드러내는 거울이 된다.</p> <p contents-hash="d744ec0affe9fb1728823773a0c654f8a8584fef4510bc1ae245c26ae599096b" dmcf-pid="5S7tMwRu3z" dmcf-ptype="general">가장 먼저 주어지는 첫 번째 문제이자 뼈대가 되는 사건은 활동 지원사가 당일 취소를 통보하는 순간이다. 이로 인해 지인의 초대에 응하겠다던 지우의 가벼운 바람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된다. 휠체어로 움직이는 그녀에게 외출은 혼자만의 의지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어서다. 영화는 이 작은 좌절을 과장하지 않고, 담담히 보여준다. 하지만 관객은 곧 깨닫게 된다. 지우의 불운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 이동권이라는 사회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활동 지원사의 당일 취소가 말이 되느냐는 지우의 분노는 곧 사회적 고발과도 같다. 영화 속 하루의 파국은 한국 사회의 엉망인 제도가 늘 재연하고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p> <div contents-hash="e9b537d56252b80f592595d9d90af09ccb5a0717e6004f71e7352cd315b87b35" dmcf-pid="1vzFRre7F7" dmcf-ptype="general"> 해당 문장은 제도의 언어가 언제나 사후적 정당화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들여다볼 수 있다. 사정이 있었다거나 규정이 그렇다는 등의 문장들은 누구의 책임도 아닌 무력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언어에 속한다. 이 언어 앞에서 개인의 목소리는 그 합의가 남기는 피해를 어쩔 도리 없이 바로 지금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간극을 영화는 미학적으로 과장하지 않고, 문장 그 자체로 남겨둔다. '말이 되느냐'라는 항변은 오늘의 나, 오늘의 약속, 그리고 현재의 시간을 지켜내고자 하는 존재가 가진 최소한의 방어선이 된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56a3c7bc6887f8fd694282b86033b95db416cf613cea664fb30cb683bc4943cb" dmcf-pid="tTq3emdzUu"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26/ohmynews/20250826103302866znea.jpg" data-org-width="1200" dmcf-mid="0HEgYbGkUj"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6/ohmynews/20250826103302866znea.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엉망이 흐른다>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인디그라운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9e18acadc767548de4010dc0dbb4c1fa5f13185383883107b7ba4689f6e292e6" dmcf-pid="F2adlUSgUU" dmcf-ptype="general"> 03. <br>"너네 또... 같은 장애인끼리 좀 돕고 살지." </div> <p contents-hash="eed36640eec8f704777c3939f1899b65686c4080257cdf45be9709c578951842" dmcf-pid="3VNJSuvazp" dmcf-ptype="general">서사 속에서 주어지는 또 다른 하나의 문제는 사회가 흔히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개별적 차이를 지우고 동일한 정체성의 집합으로 묶어내려 한다는 점이다. 지우와 함께 여정에 나선 아자가 작은 갈등으로 이탈한 자리에서 지인으로부터 '같은 장애인끼리 좀 돕고 살라'라는 말을 듣게 된 직후의 반응. 이 장면을 통해 영화는 이 프레임을 거부하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낸다. 유사한 조건처럼 보이는 자리에 서 있게 되더라도, 각각의 인물이 가지게 되는 경험과 욕망, 상처와 분노는 서로 다른 모습일 것이다.</p> <p contents-hash="1c228bd571ce562af8170ad8d43cc01eb7a941fc9930305c0e7b8a9f1fe011b1" dmcf-pid="0fjiv7TNu0" dmcf-ptype="general">'같은'이라는 호칭은 연대를 맺기 위한 친절한 연결 고리처럼 보이지만, 이 고리는 종종 상대를 너무나도 쉽게 설명 가능한 단편적인 존재로 환원해 버리곤 한다. 그리고 이 환원의 지점에서 한 사람은 구체성을 잃고 정해진 범주 속에 갇혀버리고 만다. 영화가 이 지점을 정확히 지적하는 것은 타자화가 외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도 작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진정한 연대는 동질성의 강요, 그룹화(Grouping)이 아니라, 차이의 인정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영화가 강조하고 있다.</p> <p contents-hash="d89aa4a89ffe2bd3f339a1dda80b0b898fad634d30fd42b1233c039a63c00f49" dmcf-pid="p4AnTzyjp3" dmcf-ptype="general">나와 너의 거리가 단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도리어 정확한 거리만이 더 나은 관계의 출발점임을 명시한다. 같은 처지라는 말이 주는 위안은 중요하지만, 그 위안이 차이의 침묵을 대가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우리라는 범주가 상냥한 태도로 동질성의 폭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말이다.</p> <p contents-hash="ddaff7eda412fe228c54deb037563a7b2c8b0c6591b4edf46b1e554db320cbff" dmcf-pid="U8cLyqWA3F" dmcf-ptype="general">04.<br>한편, 하루가 망가지는 과정을 이 영화가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과정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감각의 축적으로 표현된다. 기다림은 대기열의 숫자나 경고음 같은 상황이 아닌, 계속 나아가지 못하는 시간의 체감으로 다가온다. 이때 관객은 이야기의 외곽에서 관찰하는 위치가 아닌, 조금 뒤처진 보폭으로 동행하는 자리에 서게 된다. 화면의 구성과 장면 간 연결이 지연과 방해, 우회의 리듬을 일관되게 유지할수록, 우리는 서사적 정보에 앞서 몸의 피로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영화의 윤리가 드러난다. 타인의 불편을 서사적 볼거리로 소비하기보다, 관객이 느낌의 증인이 되도록 배치하는 태도 말이다.</p> <div contents-hash="ebb2544394b60382b953cf71eaca6f6a25307e28645d03ea3a321af218dc3860" dmcf-pid="u6koWBYczt" dmcf-ptype="general"> 이러한 태도는 영화로 하여금 장애인의 삶을 감동적 드라마로 포장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다. 활동 지원사의 부재, 지하철 엘리베이터의 지연, 사람들의 빠른 보폭 등의 현실을 영화는 사건이라기보다는 피곤하고 지루한 일상의 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렇기에 관객은 끝내 카타르시스를 얻지 못한 채, 불편함 속에 머무르게 된다. 이것이 바로 감독이 선택한 리얼리즘의 윤리라고 할 수 있다. 흔히 '감동 포르노'라 불리는 관습을 거부하고, 현실의 무게를 가감 없이 전시하는 방식. 상업영화의 리듬이 감정적 고양을 약속한다면, 이 영화는 끝까지 엉망인 상태를 그대로 견디게 한다. 그리고 불완전한 리듬 속에서 관객은 비로소 장애인의 하루가 지닌 고통의 밀도를 체감하게 된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f029a85b5c773d638f9c2ca1687f52333ee6d08f18b396a4b78e442b0a4505fe" dmcf-pid="7PEgYbGk01"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26/ohmynews/20250826103304165niio.jpg" data-org-width="1200" dmcf-mid="8IWCzdqyzP"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6/ohmynews/20250826103304165niio.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엉망이 흐른다>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인디그라운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6e5e92ca2777d92d1a9dea174b085a9f10079251f818f859dab65da3a9c4b1fc" dmcf-pid="zQDaGKHEz5" dmcf-ptype="general"> 05. <br>마지막으로 오래 기억되는 장면이 하나 있다. 극 중 인물의 용이하지 못한 이동을 인형 뽑기 기계의 크레인을 통해 비춰냈던 순간이다. 인형뽑기 기계의 크레인은 언제나 정해진 사각의 공간 안에서만 움직인다. 그 안에서 집게가 좌우로 흔들리고, 앞뒤로 미끄러지며, 결국 내려왔다가 올라가는 단순한 패턴을 반복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움직임이 스스로의 의지로 이루어지지 않고, 철저히 외부의 손길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영화 속 지우의 하루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녀가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은 늘 제도가 허락한 틀 속에서만 가능하며, 작은 변수 하나에도 멈춰 버린다. 스스로 원하는 길을 택하기보다, 제도의 통제에 따라 우회하거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인형 뽑기 크레인의 제한된 움직임은, 장애인의 이동이 얼마나 좁은 공간과 불완전한 제도에 묶여 있는지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div> <p contents-hash="05fe71efbb5ca2d5d9e0ad2545b9394b9d0df9e2b89cbc8123c912d001b33cf7" dmcf-pid="qXVzolg2pZ" dmcf-ptype="general">이야기의 끝에서 지우와 아자는 다시 만나, 마침내 약속된 장소에 닿는다. 수많은 지연과 갈등, 서로의 오해를 통과한 뒤에 도착한 자리라서, 그 장소는 단순한 도착지가 아니라 함께 도달한 증거가 된다. 영화는 이 장면을 거창하게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하게 이어지는 길 위에서, 두 사람의 도착은 잔잔한 호흡처럼 스며든다. 그러나 그 평범함 속에 담긴 무게는 결코 작지 않다. 그것은 매번 무너질 듯 흔들리는 하루를 끝내 이어가게 하는 연대 가능성이자, 차이를 지운 동질성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 걸어가는 방식의 확인이다. 결국 이 영화가 붙잡아낸 것은, 엉망인 것처럼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이다. 그리고 관객은 그 얼굴을 오래 기억하게 된다. 이 영화의 마지막 엔딩크레딧처럼.</p> <p contents-hash="a1634997d64d6f8a0e85c475425b955091954238b7af860d9a36a88d7c8c8b12" dmcf-pid="BZfqgSaVuX"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한국 독립예술영화의 유통 배급 환경 개선을 위해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설립한 인디그라운드는 2025년 3월부터 총 18개의 큐레이션을 통해 ‘2024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90편(장편 22편, 단편 68편)을 소개/상영할 예정입니다. 열 두번째 큐레이션인 '이응 이응'은 8월 16일부터 8월 30일까지 보름간 인디그라운드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 가입 후 무료로 시청 가능합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안세영, 세계선수권 64강 가볍게 통과…2연패 도전 순항 08-26 다음 박수홍 딸, 협찬 밀려든다더니…또 새로운 옷으로 '공주님' 체험 08-26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