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퇴사' 김재원, '프리 선배' 이혜성 만났다…"30년 6개월, 들러리였을 뿐" ('1% 북클럽')[종합]

작성일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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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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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SEN=장우영 기자] KBS를 퇴사한 김재원 전 아나운서가 시청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26일 유튜브 채널 ‘이혜성의 1% 북클럽’에는 ‘주인공이 아니어도 돼요 김재원 아나운서의 한결 같은 진심’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서 이혜성은 “오늘은 저에게 정말 특별한 분을 모셨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대한민국의 아침을 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아오신 분이다. ‘엄마의 얼굴’ 저자 김재원 아나운서님 모셨다”고 설명했다. 이혜성은 “직장에서 뵀던 분을 모시는 게 처음이다. 이렇게 선배님을 모시고 촬영을 하는 자리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고, 김재원은 “아나운서는 파트너가 되지 않는 이상 선후배가 함께 일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이렇게 마주 앉아 인터뷰를 한다는 것은 후배 입장에서는 생경하고 불편하다는 걸 이해하지만 이혜성은 전혀 떨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잘 드러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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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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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성은 김재원이 한 우물만 판다고 이야기했다. 김재원은 “저의 일상은 오전 4시 40분에 일어나서 5시 20분에 집을 출발해서 6시 조금 넘어서 회사에 도착하면 그날의 원고 보고 마음가짐 추스르고 분장하고 머리하고 리허설하고 생방송 한다. 생상송 마치면 티타임 하고 인사 나눈 뒤 사무실 올라가서 다음날 회의를 1시간 정도 한다. 이제 그 일상이 무너졌다. 자유로운 일상에 오롯이 적응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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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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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마포대교를 걸어서 출근한 김재원. 그는 “내게 마포대교는 생각의 우물이자 그 생각의 우물로 마음을 씻어냈다. 걸어서 출근하는 건 몸과 마음과 정신을 깨기 위해서다. 최대한 늦게 일어나서 6시 40분쯤에 일어나도 8시 25분 생방송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목소리도 안 풀리고 머리와 마음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출연자를 맞이해서 완성도 높은 방송을 하긴 쉽지 않다. 활력 징후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그거였다”고 말했다.
 이어 “‘아침마당’이 공연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뮤지컬, 연극처럼 출연하는 사람들과 3~6달씩 연습하며 호흡을 맞출 수 없다. 심지어 그날 처음 보는 사람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멋지게 63분 공연을 해야 한다. 물론 총지휘관은 담당 프로듀서지만 주어진 시간을 잘 풀어내는 역할은 내게 있다. 다른 녹화 프로그램은 편집 과정을 거치지만 생방송의 최종 편집자는 PD가 아니라 MC다. 그런 의미에서 ‘천의무봉’라는 신조르 가지고 내가 진행하는 63분은 편집 자국이 없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그 흐름을 내가 장악해야 하려면 4시 40분에는 일어나야 했다”고 덧붙였다.
 분노가 생기는 일이 있어도 대상에게 풀지 않고 마포대교에서 흘렸다는 김재원. 그는 “마포대교 한강물이 출근할 때는 생각의 우물이라면 퇴근할 때는 하루 종일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속상하고 억울하고 화나는 일들은 분노의 용변을 보듯이 한강 다리에서 다 떠내려 보냈다. 사람에게 상처 받고 섭섭한 일이 생기는데 오해를 푼다는 명분으로 그 사람에게 직접 풀면 2차 피해가 생기더라. 그런 의미에서 보면 어느 정도 내 감정만 다스릴 수 있다면 혼자 푸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집에 들어가야 집이 쉬는 곳이 되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천국이 된다. 쓰레기 같은 감정을 가지고 들어가면 집이 또 쓰레기장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집에 가기 전에 정리할 것들은 정리하자는 마음이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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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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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여행화’라는 단어를 쓴 김재원은 “여행의 정의를 굳이 내려보면 집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그래서 다시 집이 좋아지는 결과를 도출해내는 게 여행이다. 여행이라면 적어도 주변 풍경은 내 눈에 담아야 된다라는 취지로 걸어가면서 걸어오면서 하늘을 담고 누변에 변화하는 계절감을 담고 그러고 보면 하루가 지루한 조각 같은 퍼즐이지만 여행의 관점으로 보면 그날그날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그게 내 삶의 작은 기쁨이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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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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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넘는 아나운서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 출발을 하게 된 김재원. 그는 “좋게 말해 마무리, 쉽게 말해 청산했다”며 “제일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 그나마 제일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30년 6개월 동안 한 직장에서 일할 수 있었던 건 큰 축복이다. 퇴사를 결정할 때는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생겨났는데 막상 퇴사할 때는 시청자 여러분이 아쉬워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내가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나’ 싶었다. 나에게 KBS 아나운서라는 일이 주어졌고, ‘아침마당’ 진행자로 보낸 12년의 세월이 그 저에성이 이렇게 사랑받게 한 자격이라고 생각하니 더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한평생 돌로 흙으로 살 줄 알았는데 아나운서가 되고, 그냥 그런 아나운서로 살아갈 줄 알았는데 ‘아침마당’ 진행자가 되고, 퇴직하는 날까지 방송을 할 수 있었던 건 큰 영광이었다. 실제로 아나운서란 시청자와 함께 호흡하는 직업이다. 그 분들과 함께 호흡했기에 이렇게 많은 사랑 받고 나올 수 있었다. 제 인생, 직업, 직장을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혜성은 “모든 프로그램의 MC가 똑같이 사랑 받는 건 아니다. 그리고 제가 KBS에 있을 때를 떠올리면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어떤 가치를 사람들에게 줄 수 있지라는 생각보다는 개인적인 욕심, 개인적인 성공에 집중했었다. 지금에 와서야 아나운서의 정체성에 대해서 더 치열하게 고민을 해보게 되는 것 같다. 그때 선배님들에게 고민 상담이나 조언을 구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김재원은 “어느 직업이든 직장이든 1~2년차들이 가져야 하는 마음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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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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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하진 않았으나 묵묵히 길을 걸어온 김재원. 그는 “유명한 방송인, 드러나는 방송인은 아니었다. 제가 감당한 프로그램이 공기처럼 존재하는 교양 프로그램이었다. 이런 일련의 프로그램들이 우리 귀에 익숙하지만 MC가 드러나기보다는 출연자들이 드러난다. 제가 유명해지고 싶지도 않았고 유명해지지도 않았다. 제 앞에 수식어가 붙는다면 꾸준한, 한결 같은 정도다. 회사 그만두는 그날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30년 6개월을 꾸준히 방송했고 그 자리를 지켜냈기 때문에 얻은 작은 찬사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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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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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성은 ‘들러리의 기쁨’이라고 말한 김재원에게 이유를 물었다. 김재원은 “주인공, 회장, 대표, 보스 원하지 않는다. 스탭형 참모로 탁월한 성향인데 ‘아침마당’에서 방청객 어머님들이나 시청자들이 보내는 박수가 내 것이라 생각한 적 없다. 나는 출연자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내도록 돕는 역할이고, 그 이야기에 감동 받고 박수치면 그 박수는 출연자의 것이다. 나는 들러리로서 박수를 함께 치며 기쁨을 누리는 아침을 3200일 정도 보냈다”며 “들러리의 기쁨 만큼 더 큰 기쁨은 없다. 장미꽃이 되기보다는 장미꽃을 더 빛나게 하는 안개꽃에 만족하는 삶을 살았다”고 이야기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을 읽어주는 봉사 활동을 했다는 김재원. 이혜성은 “그 에피소드를 보면서 아나운서 때 하던 ‘수중계’가 떠올랐다. 그걸 하면서 정말 또 부끄럽지만 귀찮다는 생각도 했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들은 적이 없고 스스로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사람들이 시간이 안됐을 때 내가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김재원의 봉사활동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제야 그 의미가 보이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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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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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원은 “아나운서들이 ‘곧이어 어떤 프로그램이 방송된다’는 녹음도 하는데 귀찮아 한다. 봉사하는 시각장애인 단체 어른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데 ‘곧이어’가 남아있는 게 KBS 뿐이라고 한다. 그건 시각장애인들에게 정말 필요한 소리라는 거다. 웬만한 채널에서는 화면으로만 방송하고 ‘NEXT’라고 보여주기만 한다.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일방적으로 ‘다음’이 아닌 ‘NEXT’라고 하는 건 어떻게 보기엔 폭력이다”고 이야기했다. 이혜성은 “KBS라는 직장이 줬던 선물 중 하나는 다른 방송국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가져갈 수 있게 해준 게 아닌가 싶다”고 공감했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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