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선동, 라켓 부수기, 상탈 퍼포먼스...여기가 테니스 코트야, NBA 경기장이야? US 오픈에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스춘 테니스]

작성일 08-27

메드베데프 6분 항의부터 셸튼의 도발 세레머니까지...자유로운 표현을 원하는 젊은 세대 테니스 선수들<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529/2025/08/27/0000072981_001_20250827095011515.png" alt="" />활발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벤 셸튼(사진=벤 셸튼 SNS) [스포츠춘추] 테니스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런데 이번 바람은 단순한 기량 변화가 아니다. NBA와 NFL을 보고 자란 젊은 미국 선수들이 100년 넘은 테니스 에티켓에 정면 도전하고 있다. 벤 셸튼, 테일러 프리츠 같은 신세대는 조용히 경기하고 예의바르게 악수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의 매튜 퓨터먼 테니스 전문기자는 25일(한국시간) "US오픈에서는 테니스 에티켓이 더 이상 지배적이지 않다. 일부 선수들은 이것이 표준이 되기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같은 매체의 찰리 에클셰어 기자도 "다닐 메드베데프는 테니스와 스포츠가 어떠해야 하는지 묻게 만든다"며 변화의 흐름을 진단했다. 올해 US오픈 첫날부터 전통 파괴자가 등장했다. 2021년 챔피언 다닐 메드베데프가 그 주인공이다. 벤자민 본지(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매치포인트를 당한 절체절명의 순간, 메드베데프는 관중을 선동해 6분간 경기를 중단시켰다. 어느 사진작가가 본지의 서브 동작 중에 코트에 들어선 것이 발단이었다. 주심이 본지에게 다시 1서브를 주자 메드베데프가 폭발했다. 주심 의자로 직진해 관중을 향해 팔을 휘두르며 야유를 유도했다. "라일리 오펠카가 옳았다!"며 카메라를 향해 외치기도 했다. 오펠카가 지난 2월 관중에게 욕설했다는 이유로 주심에게 제재받은 후 "그 심판은 일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비판했던 발언을 언급한 것이다. 본지는 경기 후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다닐이 시작했고 기름을 부었다. 관중들이 함께 미쳐갔다. 그런 장면은 처음 봤다." 하지만 메드베데프에게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US오픈에서 관중의 야유 속에 승리한 후 "오늘밤 잠들 때 너희들의 야유 때문에 내가 이겼다는 걸 알아둬라. 너희가 그럴수록 나는 더 이길 것이다"라며 WWE 악역처럼 도발했던 전력이 있다. <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529/2025/08/27/0000072981_002_20250827095011573.png" alt="" />보기와는 다른 캐릭터, 다닐 메드베데프(사진=다닐 메드베데프 SNS)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젊은 미국 선수들이다. 이들 DNA에는 미국 스포츠 문화의 자유로운 표현이 각인되어 있다. 대학 테니스 출신인 벤 셸튼이 대표적이다. 셸튼은 "나는 본질적으로 엔터테이너"라고 단언한다. "로봇처럼 감정 표현 없이 경기할 수는 없다. 감정을 드러낼 때 더 잘한다." 그는 관중을 향해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더 큰 함성을 요구하고, 상대가 실수하면 고성으로 "예!"를 외친다. 2년 전 노박 조코비치와의 준결승에서는 &#39;전화 끊기&#39; 세레머니로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선수 플라비오 코볼리와의 대치에서 상의를 벗고 상대에게 다가서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NFL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테니스에서는 큰 논란거리였다. 테일러 프리츠도 같은 목소리를 낸다. "규칙이 더 관대해져서 선수들이 코트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더 흥미진진하고 더 많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는 라켓을 부수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선수들이 라켓을 부수고 나서 아이에게 주면 그 아이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야구계의 궤적과 닮았다. 메이저리그에서 불과 10년 전만 해도 홈런 후 배트 플립을 하면 "상대를 우롱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화려한 세레머니를 보며 팬들이 열광한다. MLB는 "Let the kids play"라는 슬로건까지 내걸고 선수들의 자기 표현을 장려하고 있다. 프랜시스 티아포는 이런 변화를 간절히 바란다. "솔직하게 상대에게 &#39;너 정말 싫다&#39;고 말하고 싶다. 힘든 경기에서 지고 나서 &#39;당신이 우승해서 기쁘다&#39;고 인사하는 게 말이 되나? 속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하지만 테니스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아리나 사발렌카와 코코 가우프가 갈등을 빚었다가 윔블던에서 틱톡 댄스로 화해를 연출한 것처럼 억지 평화 유지에 급급하다. 반면 육상의 노아 라일스와 케네스 베드나렉은 대놓고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며 화제를 모았다. 에클셰어 기자는 메드베데프를 &#39;걸어다니는 로르샤흐 테스트&#39;라고 평했다. 그를 보는 시선이 곧 그 사람의 테니스관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어떤 이에게는 스포츠를 재미있게 만드는 캐릭터이고, 다른 이에게는 선을 넘는 도발자다. 그의 행동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완전히 솔직하기 때문이다. "이 경기 속도만큼 천천히 소변을 보겠다"든지 "일루미나티가 지붕을 닫는 것을 결정하느냐"는 기상천외한 발언들이 그를 독특하게 만든다. 테니스계는 지금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100년 넘은 전통을 지킬 것인가, 새로운 세대의 요구에 응답할 것인가. 젊은 미국 선수들에게 답은 명확하다. 윔블던의 "쉿" 소리보다는 US오픈의 함성이, 정중한 악수보다는 진솔한 감정 표현이 더 매력적이다. 셸튼의 말이 이를 요약한다. "젊은 관중을 테니스로 끌어들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아이들은 화려함과 흥분, 그리고 경쟁을 좋아한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되돌릴 수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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