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에 나오는 '출산 기계' … 현재 기술 완성도는 100점 만점에 15점

작성일 08-27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인공자궁' 기술 개발,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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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 안에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 태아가 잉태되고 출산까지 한다면, 그 로봇은 엄마인 걸까. 우리는 그 로봇을 엄마라고 부를 수 있을까.
 중국이 이 공상과학(SF) 소설 같은 질문에 불을 지폈다. 2014년 '선전룽강촹반카이와로봇'이라는 업체를 설립한 장치펑 난양공대 박사는 '대리 임신 로봇'을 1년 안에 선보이겠다고 최근 밝혔다. 그는 "인형 형태의 로봇 복부에 인공자궁 역할을 하는 '임신 캡슐'을 넣어 정상 수정과 임신 과정을 거쳐 출산까지 가능하게 하는 임신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장치펑 박사가 말하는 임신 로봇은 '출산의 모든 과정'을 재현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기술은 지금껏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는데, 이번에 깜짝 발표를 한 것이다. 10만위안(약 1900만원) 이하로 출시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내놨다.
 전문가들은 "지금 기술 수준으로는 공상이고 망상일 뿐, 여전히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일축한다. 이슈 선점과 마케팅 차원에서의 선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로봇이 아이를 낳아준다'는 명제의 사회적 수용성을 떠나, 이 목표가 실현된다면 인류의 삶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난임 부부들의 고통이 해결될 수 있고, 미숙아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출산의 고통에서 해방될지도 모른다.
 '인공자궁'에 도전하는 사람들
 인간의 몸 밖에서 태아를 기르고 출산하는 '인공자궁'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실제로 도전하고 있는 연구자도 많다. 최근에는 실제 자궁을 조금씩 모사하는 유의미한 성과도 나오고 있다.
 인공자궁이라는 개념이 처음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55년 미국의 내과의사인 이매뉴얼 그린버그에 의해서다. 그는 인공자궁의 활용 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문을 썼고, 인공자궁 디자인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이후 별 진전이 없다가 약 40년이 지난 1996년 일본 연구진이 자궁 외에서 태아를 배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고, 이게 최초의 인공자궁으로 꼽힌다. 이들은 염소 태아의 생명을 3주 동안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인공자궁 기술은 발전을 거듭했고, 태아를 길고 완전하게 길러낼 수 있게 됐다.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2017년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의료진의 연구다. 이들은 '바이오백'이라는 인공자궁을 개발했는데, 비닐팩에 양수와 비슷한 용액을 채워넣었다. 어미 양이 임신하고 있는 새끼 양을 제왕절개술로 꺼낸 뒤 바이오백에 담아 길렀다. 실제 자궁의 탯줄처럼 튜브를 바이오백에 연결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했다. 새끼 양은 바이오백 안에서 20일 동안 자라 점차 흰색 솜털을 가진 양으로 성장했다. 이때 사람들은 "머지않아 인공자궁이 실현되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정말 인공자궁은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일까.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강윤정 차의과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현재 인공자궁 기술의 완성도는 잘 봐줘야 15점 정도(100점 만점)"라고 했다. 그는 "실제 자궁을 완전히 대체할 정도의 기술은 당분간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중국 업체의 말처럼 상업화까지 가는 건 아직 먼 이야기"라고 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자궁에서 일어나는 태아와 모체의 상호작용을 재현하는 일이다. 태아와 모체는 태반을 통해 각종 영양소와 산소를 주고받는다. 임신 기간에 여러 호르몬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자궁에서 물질 상호작용이 어떤 식으로 일어나는지를 명확히 모른다. 실제 자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모르니, 인공자궁에서 재현하는 것도 아직은 요원하다.
 자궁을 해부하거나 여러 방식으로 촬영한다고 해서 자궁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김선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미래형동물자원센터장은 "자궁에 관여하는 체내 물질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물질마다 어떻게 흐르는지를 하나씩 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하다"며 "한 번에 종합적인 분석을 하기에는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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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신 중 자궁 안에서 무슨 일이…
 과학자들은 인공자궁의 일부를 칩에 배양하는 오간온어칩을 만들어 자궁 내의 상호작용을 살펴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자궁내막 일부를 배양한 자궁내막칩, 인공태반칩 등 모듈 같은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 칩에서 모체와 태아의 상호작용을 모사하고 산소와 영양분의 교환, 약물이나 염증 자극에 대한 반응 등을 연구한다. 칩에서 자궁의 일부 조직을 배양할 수는 있지만, 이것을 쭉 이어 붙인다고 전체 자궁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자궁은 자궁내막뿐 아니라 근육세포나 면역세포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돼 있다. 
 자궁은 임신 기간에 50배 이상 부피가 커지고 많은 수의 혈관이 새로 만들어져 압력을 견딘다. 인공자궁이 물리화학적 압력을 견디려면 그에 맞는 소재와 구성이 더 연구돼야 한다.
 물질이 교환되는 구체적인 방식도 중요하다. 실제 자궁에서는 수많은 미세혈관을 통해 상호작용이 일어나는데, 이때 혈류의 속도나 흐름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미세유체역학을 응용해 물질이 어떻게 오가고 재현할 수 있는지를 분석한다.
 자궁의 역할은 크게 보면 초기에 수정란을 착생시켜 태아를 만드는 것과 태어날 때까지 잘 기르는 것, 두 가지다. 온전한 인공자궁이라면 이 두 가지 역할을 모두 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지금까지 공개된 대부분의 인공자궁 기술은 바이오백처럼 태아를 기르는 수준에 그친다. 처음에 태아가 만들어지는 발생 과정에 대해서는 아는 게 더욱 적고, 재현의 난도도 훨씬 높다.
 현재 인공자궁 연구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아직 자궁의 원리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고, 각종 칩 연구에서 볼 수 있듯 이제야 동물 모델에서 입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구승엽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미국의 바이오백 실험은 샘플 수와 기간의 제약이 컸다"며 "이후 개발된 플랫폼에서도 생존율은 80% 이상이었으나 일부 장기에서 합병증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토끼 등 일부 모델에서 인공자궁을 통해 임신과 분만까지 성공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으나 여전히 실제 자궁과는 차이가 크다. 구 교수는 "자궁은 호르몬 신호, 면역반응, 혈관화가 동시에 작동하는 동적 기관인 반면, 현재 인공자궁은 주로 밀폐 체임버와 순환 시스템, 제한적 호르몬 반응만을 구현하고 있을 뿐, 복합적 조절 능력은 부족하다"고 했다. 
 [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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