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직립 보행의 비밀, 인간 골반의 유전자 변화에서 찾았다

작성일 08-28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미국 하버드대, 골반 진화 설명할 단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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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임브리지대 박물관에 전시된 대형 유인원 뼈. 왼쪽부터 보르네오 오랑우탄, 서부 고릴라, 서부 고릴라, 침팬지, 인간./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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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다른 동물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 중 하나는 두 발로 걷는 능력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핵심 기관은 골반이지만, 원숭이나 침팬지와는 전혀 다른 인간의 골반 구조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유전자와 발달 과정에서 인류 골반이 어떻게 특별한 구조로 진화했는지 찾아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28일 게재됐다.
 골반은 우리 몸의 무게를 지탱하고 걸을 때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아프리카 유인원의 골반은 길고 좁은 형태로, 나무를 타거나 사지를 써서 움직이는 데 유리하다. 반면 인간의 골반은 옆으로 퍼진 그릇 모양이다. 이 덕분에 걸을 때 한쪽 다리에서 다른 쪽 다리로 체중을 자연스럽게 옮길 수 있고, 오래 걷거나 달릴 수 있다.
 연구진은 미국과 유럽의 박물관에서 수집한 인간 배아 조직 샘플 128개와 다른 영장류 20여 종의 샘플을 분석해 인간의 골반이 다른 영장류와 달라진 데에는 두 번의 큰 유전자 변화가 있었음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초기 배야 단계에서 성장판이 90도 회전한 것이다. 원래 머리에서 꼬리 방향으로 길게 자라던 골반이 옆으로 넓어지며 짧아졌다. 그 결과, 우리에게 익숙한 그릇 모양의 골반이 형성됐다.
 두 번째는 뼈가 굳어지는 시점의 지연이다. 대부분의 뼈는 뼈대 중앙에서부터 골화가 시작되지만, 인간의 골반은 가장자리가 먼저 굳고 내부는 늦게 단단해진다. 덕분에 골반이 퍼진 모양을 유지하며 성장할 수 있었고, 직립 보행에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두 과정은 SOX9, PTH1R, RUNX2 같은 특정 유전자와 같이 연관돼 있었다. SOX9, PTH1R은 성장판 이동을 제어하고, RUNX2는 골화 변화를 제어한다. 실제로 이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골반이 좁아지거나 기형이 발생하는 희귀 질환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유전자의 변화가 약 500만~800만 년 전 인류가 아프리카 유인원과 갈라지면서 시작됐다고 추정했다. 이후 인간의 뇌가 커지면서 산모의 좁은 골반과 아기의 큰 두개골 사이의 차이가 골반이 진화하는 데 압력으로 작용했다.
 고생물학적 증거도 이를 뒷받침한다. 화석 기록상 가장 오래된 골반인 약 440만 년 된 아르디피테쿠스(Ardipithecus) 화석은 인간 골반과 비슷한 특징을 보인다. 320만 년 전의 화석 ‘루시’ 역시 직립 보행을 위한 넓은 골반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연구를 이끈 테런스 카펠리니(Terence Capellini) 교수는 “인류의 골반은 다른 영장류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성장했다”며 “이는 지느러미에서 사지로의 전환이나 박쥐에서 손가락이 날개로 진화한 것처럼 획기적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5-093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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