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마지막 슬럼가, '35년' 국밥집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 이유 작성일 08-31 7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넘버링 무비 498] EBS국제다큐영화제 상영작 <도쿄의 마지막 슬럼가></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xDQCKqc6pr"> <p contents-hash="e8515dd2cefca45f06cb13ffbe13ffcb43c981696a197decba0e62670826100a" dmcf-pid="yqTfmDuSUw" dmcf-ptype="general">[조영준 기자]</p>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fe18ce15f3a594c148af3d72f2f10081402b9a85aafd2ee3e5f88cc1df248932" dmcf-pid="WBy4sw7v7D"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31/ohmynews/20250831101501668culq.jpg" data-org-width="1200" dmcf-mid="BWszjg5rFW"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31/ohmynews/20250831101501668culq.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EBS국제다큐영화제 상영작 <도쿄의 마지막 슬럼가>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EBS국제다큐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76959bc35ea3863a2f57421ccc7f4f0bf2380df0834ce8208b06fafe67731838" dmcf-pid="YbW8OrzTUE" dmcf-ptype="general">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div> <p contents-hash="95687567603b6ca1549edbc2d631808fb955875fcf49a7c46522d95007596540" dmcf-pid="GYAtJRTN3k" dmcf-ptype="general">01.<br>"산야엔 원래 사람이 넘쳐났어요. 도쿄 타워 건설과 올림픽 준비로 노동자들이 많았거든요."</p> <p contents-hash="0fff3dfef86ffb6b6461a03c38cd33c99b9b22b29e947229ef1b3c4eee474671" dmcf-pid="HGcFieyjFc" dmcf-ptype="general">새벽의 어스름이 채 가시기도 전의 이른 시간에 산야의 국밥집 주인인 이시바시 신페이 할아버지는 가게 준비로 분주하다. 그는 아내인 이시바시 히로코 할머니와 함께 3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렇게 매일 국을 끓이며 지역을 지탱해 왔다. 일용직 노동자와 노숙인, 불안정한 거처에 의지하는 사람들은 가난하고 병든 노인이 대부분이었지만, 이 공간은 그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고향의 맛인 장국을 맛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되었다. 국밥은 배를 채우는 음식이자,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무너져 가는 공동체의 가장 낮은 자리를 지지하는 방식이 되었다.</p> <p contents-hash="c17b1b5ce4e6f1c1ffcb3b4f032230ad1ad22735c40f773aaf7ab27c67d51bc5" dmcf-pid="XHk3ndWAUA" dmcf-ptype="general">구와하라 유타카 감독의 다큐멘터리 <도쿄의 마지막 슬럼가>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시작된 대규모 재개발로 인해 '정비'라는 이름의 압력에 떠밀리며 잊히고 지워진 공간과 존재를 다시 들여다보고자 한다. 다만 이런 변화 속 서사의 움직임을 통계적 자료와 정치적 사료를 제시하는 방식이 아닌, 지역의 모습과 사람들의 일상적 행위와 같은 장면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이는 관객을 단순히 측은한 감정을 느끼는 시청자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동반자의 자리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일종의 윤리적 태도에 가까운 이 형식은 도시 재개발과 노후화라는 현상에 있어 실제로 존재하는 이들의 실제 삶이 정치적 맥락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운다.</p> <p contents-hash="564d5cbad7e0ceb9c44bf26de21d294320f6d6e3a86b3c4b5ee8fba1c3d513fd" dmcf-pid="ZXE0LJYcuj" dmcf-ptype="general">02.<br>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것은 2020년 도쿄 올림픽 직전을 시작으로 2024년 최근까지다. 이 시기 일본의 후생 노동청은 전 세계에 보여질 국가적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낙후된 도시를 재개발하고, 주민들의 이주마저 부추기며 산야라는 공간을 기억에서 지우려 했다. 낡고 허름하다는 이유 하나였다. 사실 이런 문제는 일본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올림픽과 같은 국가의 거대한 이벤트는 도시의 이미지를 미화하는 명분으로 활용되고, 그 과정에서 도시의 취약 집단은 떠밀려난다. 극 중 중심이 되는 산야의 국밥집과 노인들 역시 그런 맥락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p> <p contents-hash="17d22012b72f40cf9ce15f115fe5501cd9a12c1e53a992530c7529fff322c4cb" dmcf-pid="5ZDpoiGk7N" dmcf-ptype="general">물론 이 작품이 올림픽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그 그림자로 인해 하나의 공동체가 어떻게 붕괴되고 흩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화합을 위한 공동체의 발전이 기존의 공동체가 가지고 있던 생동을 끊어내는 것이다. 이 모순은 카메라가 담아내는 일상의 장면 안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그런 배경 안에서, 다른 모든 소매점이 문을 닫고 손님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지속되는 국밥집은 단순한 상업적 운영의 의미를 넘어서는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처음의 표현에서 썼던 '안부의 확인', 매일의 반복을 통해 서로가 '함께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제의다.</p> <div contents-hash="540dc244db9fc6d21de41b9b21a858db70cba5f30729fed6016eb7baa837ca3e" dmcf-pid="15wUgnHEFa" dmcf-ptype="general"> 장국의 맛은 레시피나 재료의 문제가 아닌, 무너지지 않은 장소의 시간으로 완성된다. (실제로 할아버지는 자신의 기억력이 좋지 못해 감으로 음식을 만든다고 대답한다.) 이는 구와하라 유타카 감독이 마지막까지 이시바시 부부의 모습을 반복해서 담아내는 이유이며, 그렇게 담긴 모습은 꾸준히 쌓이는 시간의 가치와 무게를 보여주는 매개가 된다. 그렇게 한 그릇의 국밥이 도시 개발의 속도와는 대비되는 '느린 지속'의 힘과 의미가 되는 것이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4e9ce84244d6dff4c94f31a23e415645eea9d3c0a7bf997ff1d3215306f39e9d" dmcf-pid="t1ruaLXD3g"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31/ohmynews/20250831101502909ihsw.jpg" data-org-width="1200" dmcf-mid="fT6OB7j40h"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31/ohmynews/20250831101502909ihsw.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EBS국제다큐영화제 상영작 <도쿄의 마지막 슬럼가>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EBS국제다큐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b5a7bbffaa1d9ce432603c978e2c922bf634625b8924ea03ca355aa1995205e4" dmcf-pid="Ftm7NoZwUo" dmcf-ptype="general"> 03. <br>"이분들과 거리를 치우면 어떨까요? 특히나 할 일이 없다고 말하는 노숙자들과 함께요." </div> <p contents-hash="95fd6b2c4bb8c14073e4f1b1557a908ce5517a6ea7c1408c87bbd8c4c8aa6250" dmcf-pid="3g9EpFnbUL" dmcf-ptype="general">한편, 다큐멘터리에는 이시바시 부부와 함께 교차하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하나 더 있다. 국밥 가게의 손님이었던 요시히라 마고코로, 노숙자와 복지 수혜자들을 위한 지원 단체를 운영하는 지역 후원자다. 그는 재개발로 인한 공동체의 붕괴를 최대한 늦추고, 산야 지역의 슬럼화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노숙자들과 함께 거리 청소를 시작한다. 이와 같은 움직임에는 환경 미화의 목적과 함께 관계 회복에 대한 의지가 함께 놓인다. 실제로 지역 사람들은 처음 이들의 활동에 반감을 보이다가도 목적과 취지를 듣고 고마움을 전하기까지 한다.</p> <p contents-hash="540fbe4ce0d50ab9d0f3b0955e4e815dfce8e683008ff8c85db7ccf1b03a9597" dmcf-pid="0a2DU3LKUn" dmcf-ptype="general">이 작품에는 이렇게 음식을 만들고 거리를 청소하는 일이 커다란 두 맥락으로 자리한다. 두 행위가 제시되는 것은 모두가 일상적 행동에 불과하면서도 동시에 공동체의 윤리를 실천하는 일에 속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을 지지하고 공동체의 시간을 이어가는 방법에 투쟁과 같은 역동적인 방식 외에 생활 속의 일상적인 동작도 유효하다는 것을 이 점을 통해 정확히 알 수 있게 된다. 감독은 이 장면을 길게, 또 반복적으로 붙들며 작은 행위 속에서 발견되는 연대의 가능성을 포착해 보여준다.</p> <p contents-hash="7df98381e3bcc68d0e3da9ed66405ba6a4643060003d9e82d8a6184b131502b4" dmcf-pid="pNVwu0o9zi" dmcf-ptype="general">04.<br>다큐멘터리 <도쿄의 마지막 슬럼가>에서 특징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연출은 카메라가 인물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나 지역을 들여다보는 보통의 작품들이 부감 숏과 같은 방식을 통해 전체적인 모습을 담고자 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대신 카메라는 인물 곁에서, 그들과 같은 눈높이를 유지하며 표정과 행동을 기록한다. 가장 큰 목적은 역시 인물을 대상화하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 작품이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의 '상태'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삶'을 보여주기 위한 것임을 고려하면, 이는 타인을 기록하기 위한 적절한 방식으로 생각된다.</p> <div contents-hash="e77c25720a83ea27870ae48fd784ab4eb266ebb2ae1648ce8ec88b9064ae6ec6" dmcf-pid="Ujfr7pg2pJ" dmcf-ptype="general"> 인물과 눈높이를 맞추는 카메라의 시선은 호흡 또한 상대에게 맞춰 따르게 된다. 의도적으로 흐름을 만들어내거나 속도감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는 한 그릇의 국밥이 도시 개발의 속도와 대비되는 '느린 지속'의 힘을 갖는 것과도 같은 맥락 속에 있다. 느린 호흡의 카메라는 빠르게 허물고 세워지는 도시의 기계적 시간이 아니라, 느리고 반복적인 행위로 채워지는 사람의 시간에 더 가깝다. 바로 그 차이를 영화가 부각하고자 하는 것이다. 영화의 언어로 치환하자면, 낙후와 지체된 성장이 아니라 타인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지나온 시간을 간직하는 순간이 된다. 이는 영화가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 도시의 소외된 사람을 배척하거나 전시하지 않고 존엄의 대상으로 여기고자 하는 것과도 그 결을 함께한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602c86d5c40365db9b00378f46e019314c1d245471812137de5173073167c4c9" dmcf-pid="uA4mzUaVud"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31/ohmynews/20250831101504186lpok.jpg" data-org-width="1200" dmcf-mid="QuKk0tiBUm"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31/ohmynews/20250831101504186lpok.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EBS국제다큐영화제 상영작 <도쿄의 마지막 슬럼가>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EBS국제다큐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ebc27d09c3588a5a68ccc60cdcc785c06013bc3b66756f014d73cfe6d91fa480" dmcf-pid="7c8squNf0e" dmcf-ptype="general"> 05. <br>"꼭 산야를 잊으라고 하는 것 같죠." </div> <p contents-hash="122e81c8aa27b215d46d91f5dbdc5536aaeb12b8a84b8a909e24d93e34c9885a" dmcf-pid="zk6OB7j47R" dmcf-ptype="general">사실 이 영화의 원제는 'The Disappearing Taste of My Second Home'이다. 맛이 단순한 혀의 감각이 아니라 기억의 저장 방식이며 공동체의 언어라고 이해한다면, 작품의 주제를 함축한 타이틀이 된다. 배고플 때 찾아갈 수 있고, 함께 온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바로 '두 번째 고향'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영화는 이 맛을 붙들려는 시도를 통해, 재개발이 단순히 건물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기억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는 사건임을 드러낸다.</p> <p contents-hash="c25399884d5247e5126ee9114a34d463ed484f4b3de924df8cf756fb6af9a7f0" dmcf-pid="qEPIbzA8UM" dmcf-ptype="general">다큐멘터리 <도쿄의 마지막 슬럼가>는 그런 방식으로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공간을 붙들며, 기억의 층위를 세심하게 기록한다. 국밥집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공동체의 시간을 기억하는 공간이고, 거리를 치우거나 장국을 끓이는 반복적 행위는 무너져 가는 일상을 다시 세우려는 몸짓으로 읽힌다. 영화가 보여주는 기억은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 살아 있는 실천으로 작동한다. 카메라는 이 과정을 집요하게 따라가며, 사라짐에 맞서 존엄을 이어가려는 힘을 담아낸다.</p> <p contents-hash="26364a085fd9b2d1944c078dc17bd3ab4ca106a6f5eb857b7fe71b72fe05a9c2" dmcf-pid="BHk3ndWAzx" dmcf-ptype="general">구와하라 유타카 감독은 거대한 정치적 언어 대신, 작은 국밥집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해당 담론을 제시하고 도시의 미세한 변화를 꺼내 비춘다. 국밥의 온기와 공동체의 시간이 지닌 무게는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대체될 수 없으며, 기록은 단순한 저장이 아니라 존엄을 지키는 실천이 된다.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가 여전히 사회적 의미를 지니는 장르임을 보여주며, 사라져가는 풍경 속에서도 이어지는 관계의 가치를 확인시키고자 한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아홉(AHOF), 필리핀 1만을 홀렸다···뜨거운 현장 08-31 다음 아홉(AHOF), 첫 팬콘에 1만 관객 집결⋯필리핀에 울려 퍼진 한국어 떼창 08-31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