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품위, 생존의 아름다움…《아임 스틸 히어》 작성일 08-31 4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국가 폭력으로 파괴된 가족의 삶<br>영화가 비추는 우아하고 고요한 저항</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YUgcgLXD3M"> <p contents-hash="747529e1a5bc71fd6e5d6f9d1a585ebd2ed7a8396ff88debf353aef2850566b2" dmcf-pid="GuakaoZwFx" dmcf-ptype="general">(시사저널=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p> <p contents-hash="f43b457ff3f1c15f63981d81fbc4d293b40887f16190031cb55c9d5f74ad78af" dmcf-pid="H7NENg5rFQ" dmcf-ptype="general">국가 폭력으로 파괴된 가족의 삶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아임 스틸 히어》는 이 질문에 가장 강인하고 우아한 답이 되고자 한다. 영화가 주목한 인물은 유니스 파이바(페르난다 토레스). 1970년대 초 브라질 군사독재 정권하에서 남편을 잃었지만 이후 자신의 삶으로 투쟁을 지속하고 역사의 증인으로 남은 인물이다. 국가가 주도한 잔악한 범죄로 시작된 이야기지만 이 영화는 그 너머의 것들을 보게 한다. 폭력에 맞서는 고요한 저항을, 눈물 대신 미소를, 부서지는 대신 살아남아 변화를 목격하는 이들의 아름다움을.</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bf52d4245ef41bfa8378bf812bbdf848ed137543c4dc5c07242fcfec2e8c527f" dmcf-pid="XzjDja1m0P"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아임 스틸 히어》 포스터 ⓒ(주)안다미로"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31/sisapress/20250831130139621qwfv.jpg" data-org-width="580" dmcf-mid="xOPeP8IiFd"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31/sisapress/20250831130139621qwfv.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아임 스틸 히어》 포스터 ⓒ(주)안다미로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87c420a664a0d383343a5d9fd0946029e047f4293e486a993256c56c1bb78f64" dmcf-pid="ZKEsEc0Cu6" dmcf-ptype="general"><strong>국가 폭력이 개인과 가족을 해체한 이후</strong></p> <p contents-hash="31210ff1b0054c7791c0477fb2ef18f86f0a429ef8ab290ffcbe13beed85d0cf" dmcf-pid="59DODkph78" dmcf-ptype="general">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해변은 활기로 가득하다. 비치발리볼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태닝을 위해 백사장에 누운 10대 아이들 사이에 팝 스타나 이성친구 같은 단골 소재의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윤슬이 반짝이는 물속에는 한낮의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동시에 하늘과 도로에서는 문득 이질적인 기운이 포착된다. 공중을 가로지르는 헬리콥터, 도로를 달리는 군용 수송 트럭이 해변 풍경 사이에서 어긋난 조합을 만들며 시대의 공기를 가늠하게 한다.</p> <p contents-hash="cb39fe327cc1c6678a6d241fb2545cb8bcf7c13df2c2bccf6102ea2548a8dd21" dmcf-pid="12wIwEUl34" dmcf-ptype="general">해변 앞 유니스 가족의 집은 그들이 사랑하는 모든 이를 위해 언제나 열려있다. 주인 없는 떠돌이 개조차 번쩍 안아 데려올 수 있는 이곳은 가족이 사랑하는 요리인 수플레, 음악과 사람들의 대화와 웃음이 가득한 유토피아다. 전직 국회의원이었던 루벤스(셀튼 멜로)와 아내 유니스, 그들의 다섯 아이가 이곳에서 살아간다. 가족의 평화는 어느 날 군부가 루벤스를 연행하면서 산산조각 난다. 양복을 갖춰입고 집을 나선 루벤스는 그날 이후 돌아오지 않았다.</p> <p contents-hash="949056f79c739db1820eb4a8bb5e54ed95a0f2c6b20fa98b7deca0e8266f6050" dmcf-pid="tVrCrDuSUf" dmcf-ptype="general">남편의 실종 뒤 유니스는 알 수 없는 공간에 감금된 채 십여 일을 심문받는다. 반체제 인사를 가려내기 위한 질문 앞에 유니스가 답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실제로 아무것도 모른다. 남편이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비밀스럽게 반정부 활동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 사실로부터 유니스는 소외돼온 터다. 유니스와 남은 가족의 삶은 필연적인 변화 앞에 있다. 구치소에서 풀려나 집에 돌아온 이후 유니스는 오랜 시간을 공들여 몸을 씻은 뒤 한 번도 잠그지 않았던 집의 대문을 걸어잠근다. 간단한 영화적 장치처럼 보이지만 이는 가족의 안전을 위한 문단속 그 이상의 의미 있는 행동이다. 한 시절의 문이 영원히 닫히고 있는 것이다.</p> <p contents-hash="7305287fc4a569ff9500dbcfd0a88d494bec9bf9a308278eb9852bd40abd9721" dmcf-pid="Ffmhmw7vzV" dmcf-ptype="general">강제 연행 후 실종 처리는 군사정권이 행하는 가장 잔혹한 범죄다. 불법 투옥부터 고문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과정 안에서 한 사람의 삶을 파괴할 뿐 아니라, 남겨진 모든 이의 인생 전체에 심리적 고문과도 같은 고통을 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임 스틸 히어》는 유니스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국가 폭력이 개인과 가족을 해체한 이후를 추적한다. 남은 가족은 리우데자네이루 해변을 떠나 상파울루로 이주하고, 영화의 카메라는 1996년과 2014년으로 각각 한 번씩 시간을 이동한다. 루벤스의 실종 후 40년. 그게 얼마나 긴 세월인지 새삼 실감하는 것은 관객의 몫으로 남는다.</p> <p contents-hash="3c1624f642be79d4de86a90fca1591631796d25c77e0562d24110432bb2c2ad8" dmcf-pid="34slsrzT02" dmcf-ptype="general">떠돌이 개를 안은 채 집으로 활기차게 뛰어 들어왔던 어린 소년이 휠체어에 앉은 어른으로 등장하는 모습은 문득 놀라운 변화다. 그가 파이바 집안의 막내 마르셀로(안토니오 사보이아)이며, 회고록을 출간한 작가라는 사실이 곧 드러난다. 《아임 스틸 히어》는 실제로 마르셀로 파이바가 2015년 발표한 책 《Ainda Estou Aqui》(영제 I'm Still Here)를 바탕으로 한다. 회고록을 읽은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이 영화를 연출한 월터 살레스 감독이다. 그는 어릴 적 파이바 자녀들의 친구였으며, 해변의 아름다운 집에 드나들었던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했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a222a0fc4bc1d6047ae90e28a03d3a7c7b074e4901fe227f239826f72cb5b9f5" dmcf-pid="08OSOmqyF9"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아임 스틸 히어》 스틸컷 ⓒ(주)안다미로"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31/sisapress/20250831130140954xqts.jpg" data-org-width="800" dmcf-mid="W64x4VmepR"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31/sisapress/20250831130140954xqts.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아임 스틸 히어》 스틸컷 ⓒ(주)안다미로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82a088441dc24189849db4f8494108910b5c307f84963ef75010d21bbf0e66fa" dmcf-pid="p6IvIsBWUK" dmcf-ptype="general"><strong>상실의 고통에 굴하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strong></p> <p contents-hash="a0a0dcd54888d14576cebaac037137b0921c5ad4b261c9319158154aaf4b36bd" dmcf-pid="UPCTCObYpb" dmcf-ptype="general">《아임 스틸 히어》는 가부장제 바깥에서 강인하게 생존한 여성을 조명하는 작업이다. 유니스는 남편의 생사 확인은 물론이고 체포 사실조차 부인한 정부에 맞서 긴 투쟁을 이어갔다. 1996년 루벤스의 사망증명서를 공식 발급받고, 2012년에는 살해 증거 서류까지 확인했다. 46세에 법대에 진학해 변호사가 된 그는 강제 실종 희생자 해명을 위한 운동에 앞장섰다. 1980년대부터 브라질 원주민 권리와 아마존 보존에 앞서기도 했다. 브라질 정부는 2025년 1월, 그의 이름을 따 '유니스 파이바상'을 제정했다. 매년 민주주의 체제 보존과 복원에 공헌한 개인을 기리는 훈장이다.</p> <p contents-hash="ce43d7388f41c99eba8c6def6a1979b5ffb878c7eb5752a297003f85494c65ad" dmcf-pid="ugZ3ZHMUuB" dmcf-ptype="general">그러나 영화는 유니스의 영웅적 활동이 아닌 그의 일상적 순간들에 더 주목한다. 이는 《중앙역》(1998), 《모터사이클 다이어리》(2004)를 통해 남미의 사회·정치적 현실 안에서 스스로를 구원하고 존엄을 확인하는 개인의 인생 여정을 다뤄온 월터 살레스 감독 특유의 연출적 지향점이다. 실존 인물의 태도를 닮은 방식이기도 하다. 지인에게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날, 유니스는 자녀들을 데리고 가족의 추억이 어린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한다. 남편을 잃었다는 끔찍한 슬픔에도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책임은 유니스의 몫이다. 다른 테이블의 가족들이 행복한 순간을 보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의 얼굴에는 깊은 애수가 드리운다. 소중한 집을 떠나는 날, 텅 빈 집 안 곳곳을 천천히 둘러보는 뒷모습 역시 마찬가지다.</p> <p contents-hash="854836df7bdc8d8f47cbc13abd77f66db9fc6e5a35406dabe5236da08686a1a8" dmcf-pid="7a505XRupq" dmcf-ptype="general">유니스는 한순간도 세상이 원하는 피해자다운 모습으로 굴복하지 않는다. 독재정권이 행한 상실의 고통에 굴하지 않는 우아하고 고요한 저항이 그의 방식이었다. 예컨대 언론이 강요하는 슬픔의 얼굴을 거절하고 온화하게 미소 짓는 식이었다. "스마일!" 아이들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설 때마다 유니스는 언제나 그렇게 외쳤다. 배우 페르난도 토레스는 유니스의 인터뷰 영상을 반복해 보며 "어떤 상황에서도 지적이고 예의 바르며,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중간의 미소로 어떤 드라마에도 휘둘리지 않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말한다. 남편의 사망증명서를 받아든 날, 이제 민주화가 이뤄졌으니 과거사 청산보다 당면한 문제들의 해결이 우선 아니겠느냐는 기자의 의도적 질문에도 유니스는 미소 지으며 답한다. "아뇨. 국가가 독재 시절 저지른 모든 범죄를 밝히고 심판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범죄가 앞으로도 계속 자행될 테니까요."</p> <p contents-hash="fcb57eac7b5ebd995a2f03d5b9d552f3738ff780870c68f41b8d9b1c73bf21e4" dmcf-pid="zN1p1Ze77z" dmcf-ptype="general">영화의 중간중간에는 가족들이 슈퍼8 카메라로 찍은 홈 무비 화면이 등장한다. 사진과 편지 역시 가족의 기억을 끊임없이 재생하는 도구다. 폭력의 망각 앞에서 투쟁을 이어온 유니스 가족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카메라 앞에 선다. 누군가가 짓밟고 억누르려 했던 사람들의 사랑과 평화는 역사 안에서 그토록 오래 지속된다. 삶으로 저항한 이들의 이야기는 영원히 기억되고 기록될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으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지만 과거사 청산의 뉴스에는 여전히 생생하게 눈을 빛내는 노년의 유니스를 페르난다 토레스의 어머니이자 《중앙역》의 배우 페르난다 몬테네그로가 연기한 사실은, 세대를 이어 전승되는 기억과 이야기를 다루는 《아임 스틸 히어》에 최선으로 아름답게 조응하고 있다. </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이지혜, ‘공구’ 논란에 “나도 정규직 아냐…용기 낸 것” 08-31 다음 투바투 "더운 날씨에도 팬분들 생각하면 에너지가 끓어올라" [대기실 습격 인터뷰] 08-31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