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초고령 사회, 백신은 건강 수명 늘릴 투자”

작성일 09-01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이한길 이화여대 약대 교수 “대상포진·RSV 백신, 의료비 절감 효과 성인 접종률 높일 재정 지원 방안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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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이한길 이화여대 약학대학 교수는 27일 조선비즈와 만나 “고령화 속도가 빠른 만큼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예방적 중재 수단으로서 백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초기 비용을 들더라도 장기적으로 재정을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허지윤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1/chosunbiz/20250901060243162pete.jpg" data-org-width="891" dmcf-mid="pS6O41Jqk6"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1/chosunbiz/20250901060243162pete.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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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길 이화여대 약학대학 교수는 27일 조선비즈와 만나 “고령화 속도가 빠른 만큼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예방적 중재 수단으로서 백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초기 비용을 들더라도 장기적으로 재정을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허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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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히 오래 사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죠. 초고령 사회에서는 병을 키우지 않고 예방하는 보건 의료 전략이 개인뿐 아니라 국가 재정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만난 이한길 이화여대 약학대학 교수는 “치료 위주의 접근만으로는 국가 재정이 감당할 수 없다”면서 “성인 백신 같은 예방적 중재 수단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총무위원장으로, 국내에 도입되는 백신과 의약품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전문가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엔 주한영국상공회의소와 한국GSK가 공동 발간한 ‘초고령 사회 대응을 위한 성인 예방 접종 가치’ 보고서 감수를 맡았다.
 한국은 이미 65세 이상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현 추세라면 2072년에는 인구 절반 가까이 6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만큼 의료비 부담도 불어나고 있다.
 이 교수는 성인 대상 백신이 고령층의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뿐만 아니라 의료비 부담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대상포진이다. 건강한 사람은 금방 회복하지만 고령층은 입원, 사망으로 이어지기 쉽다.
 RSV는 매년 겨울에 유행한다.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감염 사실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 고령자, 만성 심장·폐질환 환자는 폐렴 같이 하기도 감염까지 일으킬 수 있어 의료기관에서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에 감염돼 발병하는 신경질환이다. 어릴 때는 온몸에 물집이 생기는 수두가 되지만, 어른이 돼서 잠복한 바이러스가 활동하면 피부에 줄 모양 발진이 생기는 대상포진이 나타난다. 발진은 점차 수포로 변하며 통증을 유발한다.
 이 교수는 “RSV와 대상포진은 예방백신으로 막을 수 있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접종률이 낮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돼 무료인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률은 약 80%인 반면, 그렇지 않은 대상포진 백신의 국내 접종률은 38.2%에 그친다. 이마저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대상포진 백신 접종 지원이 포함된 수치다.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대상포진 백신은 한국GSK의 싱그릭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 한국MSD의 조스타박스 등이 있다. RSV 백신은 한국GSK의 아렉스비,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사노피의 예방항체 주사 베이포투스 등이 있으나, 역시 국가예방접종사업 대상이 아니라 개인이 맞거나 일부 지자체 지원으로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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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충북 괴산군보건소 대상포진 예방접종 모습. /괴산군"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1/chosunbiz/20250901060244431sfwr.jpg" data-org-width="1578" dmcf-mid="uAxhP3LKj4"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1/chosunbiz/20250901060244431sfwr.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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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괴산군보건소 대상포진 예방접종 모습. /괴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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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 백신은 영유아 백신과 비교해 고가이다. 하지만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되면 규모의 경제 효과로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 교수는 “재정 지원 여부에 따라 접종률 차이가 큰 현실을 고려해 성인의 백신 접근성을 보다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정 부분은 본인이 부담하는 공동지불(Co-payment) 모델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단일 재정 구조에서는 새로운 백신을 모두 도입하기 어려운 만큼 단계적으로 도입하거나 일본처럼 건강보험과 지자체 예산을 결합한 재정 모델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를 설득할 근거는 이미 나와 있다. 이 교수는 대상포진과 RSV 백신의 경제성 평가를 예로 들었다. 국내 50세 이상 약 2333만명에게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면 비용이 3조7000억원 들어간다. 하지만 비용 대비 사회경제적 편익(ROI)이 1.52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으로 얻는 경제적 이익이 5조6000억원을 넘는다는 말이다.
 RSV 백신 역시 60세 이상 1467만명에 접종하면 비용 2조6000억원 대비 ROI가 1.65로 평가됐다. 접종 기준 나이를 10세씩 높이면 대상포진 백신의 ROI는 1.46, RSV 백신은 1.33으로 ROI가 낮아지지만 여전히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교수는 “1억원을 투입했을 때 예방 효과로 1억 6000만원 이상의 사회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면, 이는 명백한 사회적 투자 가치가 있는 것”이라며 “보건의료 개입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인 질보정수명(QALY, Quality-Adjusted Life Year) 분석에서도 예방 접종은 건강 수명을 늘리고 생산성 손실을 줄이는 효과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예방 접종 정책의 패러다임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의 백신 접종 사업은 영유아 사망률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초고령 사회에서 노년층이 단순히 오래 사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사는 ‘헬시 에이징(Healthy Ageing, 건강 노화)’이 가능하도록 백신 접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외에서 과학적 근거도 없는 백신 회의·음모론이 퍼지고 있어 건강 노화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 교수는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은 임상시험이라는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다”면서 “백신 접종은 단순히 나를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의 건강 보호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더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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