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은 혁신 영역…은행 아닌 기술기업이 주도해야”

작성일 09-02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한 민병덕 의원 인터뷰】 스테이블코인, 통화주권, 글로벌 경쟁력 열쇠 은행 독점으론 혁신 불가… 기술기업 참여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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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 발의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9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가진 인터뷰에서 디지털자산이 혁신의 영역이자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민 의원은 법조인 출신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이후 정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디지털자산 제도화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현실 속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통화주권 수호와 경제영토 확장의 필수 조건이며, 디지털자산은 대한민국이 막대한 예산 투입 없이도 세계 G2(주요 2개국)로 도약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세계 주요국이 제도화를 서두르는 지금, 한국이 머뭇거린다면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한 배경은? “정무위원으로 6년째 활동하면서 가장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 온 부분이 디지털자산이다. 불법적인 시세조정 행위가 여러차례 발생했지만, 제도적 장치가 없어 사실상 방치되어 왔다. 그동안 거래소만 돈을 벌고, 투자자들은 피해를 보는 구조였다. 미국, 유럽연합(EU), 홍콩, 일본, 싱가포르 등은 디지털자산 규제체계를 완성해 가는데 우리는 뒤처지고 있다. 국민을 보호하고, 산업을 제도화하며,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디지털자산 전반을 규율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하게 됐다.” ―‘가상자산’이 아닌 ‘디지털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는 실체가 없고, 투기·사기와 연관된 부정적 이미지를 담고 있다. 반면 ‘디지털자산’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생성·유통되며, 경제적 가치를 가진 새로운 자산 유형을 뜻하는 미래지향적 개념이다. 실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일본 금융청 등 주요 규제기관도 디지털자산(digital asset)이라는 용어를 공식 사용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95% 이상을 차지해 기축통화처럼 활용되고 있다. 한국 거래소에도 상장돼 있어, 국내 자금이 언제든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없으면 국내 지급 결제에서 ‘달러라이제이션’(달러화)이 가속화되고,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더 이상 효과를 잃게 된다. 즉 통화주권이 사라질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효용과 경제적 파급효과와 관련해, 미국은 달러 패권유지, 국채 수요 확대 등 명시적 이익이 있다. 한국은 그런 게 잘 안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은 빠르고, 싸고, 24시간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용카드처럼 수수료 부담과 결제 지연이 없고, 환전 과정도 필요 없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해외 지사 정산에 사용하면 연간 최소 150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고, 그룹 전체로 확대하면 그 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지급결제 수단은 편리하고 안정적인 것이 핵심이다. 누가 만들었느냐보다 이 점이 더 중요하다. 감독기관이 준비자산을 철저히 감독하고, 환금성을 보장하면 수요처가 생겨난다. 예컨대 K-팝 등 한국이 지닌 글로벌 콘텐츠, 의료·바이오 제품에 대해 해외 소비자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직접 결제할 수 있도록 한다면 분명한 수요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이재명 정부가 지역화폐를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지금은 카드사와 제휴해서 하기 때문에 수수료 명목으로 많은 돈을 주고 있다. 이것을 스테이블코인으로 하면 수수료도 나가지 않는다.” ―정통 경제학자들과 디지털자산 옹호론자들 간 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코인을 카지노에 빗대며 효용을 부정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기존 경제학의 틀에서 새로운 현상을 재단하는 것이라고 본다. 마치 마차를 기준으로 자동차 시대를 평가했던 것과 비슷하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위험하다, 사고 난다’며 금지했던 것처럼, 지금도 정통 경제학자들이 과거의 시선으로 새로운 현상을 재단하고 있는 셈이다. 지적 게으름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은 사회적 효용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주식의 경우 투기적 성격도 적지 않지만 실물에 대한 자본의 공급이라는 긍정적인 역할이 있는데, 가상자산은 그런 사회적 편익이 없다는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시나? “오랫동안 나 역시 효용을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화폐라는 것도 처음부터 효용이 있어서 생긴 게 아니다. 조개껍데기, 어음 같은 것이 먼저 생겨난 뒤, 점차 화폐 역할을 하면서 화폐로 자리잡은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자산의 의미 보다 지급 결제수단의 의미가 크다. 엄청 빠르고, 싸고, 24시간 내내 가능한 결제 수단이라는 효용이 생긴 셈이다. 신용카드도 아주 편리한 수단이지만, 여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의원님이 발의하신 디지털자산기본법에서 ‘자본금 5억원 등 진입장벽 완화’ 대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의 화폐이기 때문에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5억원으로 한 것은 혁신 유도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만약 50억, 500억, 5천억으로 정하면 괜찮을까?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게 자금력이 장벽이 되어선 안된다고 본다. 5억원은 회사 설립기준이며, 더 중요한 지급 준비금은 100% 보유해 안정성을 보장하도록 했다. 5억 원은 혁신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담은 현실적인 기준이다. 유럽연합(EU)는 최저 자본금이 3300만 원이고, 미국은 아예 규정이 없다. 오히려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은행으로만 허용할 경우엔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술기업이나 스타트업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 시장에서 국민이 더 안전하고 편리한 수단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혁신과 통화 기능 중 어느쪽에 더 무게를 두는지 관점의 차이가 있는 듯 하다. “이 분야는 혁신이 중요하다. 그동안 은행들은 혁신을 하지도 않았고 할 수도 없었다. 지금까지는 은행들에게만 허용하라는 시그널이 계속 있었다. 한국의 강점은 은행이 아니라 기술력이다. 기존 은행으로 디지털금융을 맡길 수 없다. 새로운 시장은 새로운 법칙이 필요하며 그 기준에 맞다면 민간 발행자에게도 길을 열어야 한다. 혁신은 기술에 있다. 기존 은행이 인터넷 뱅킹보다 혁신적이었던 적이 있었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약 2시간 이야기를 했는데, 의견이 거의 일치했다. 그런데 마지막에서 은행이 의사결정을 해야한다는 대목에서 의견이 갈렸다. 한국은행이 주장하는 은행 51% 지분 컨소시엄은 결국 독점을 요구하는 것이다. 기술기업이 51% 지분을 가질 수 있어야 혁신이다. 경쟁을 통한 선택은 결국은 소비자의 몫이며 시장의 원리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만들면서 다양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했나? “제 법안에 여당 의원 36명이 공동발의했다. 무엇보다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다. 초안을 만든 뒤 업계·학계·은행·거래소 등 이해관계자들과 공개 리뷰를 통해 세 차례나 바꿔가면서 법안을 냈다. 이해가 상이한 상황에서 모두에게 ‘100점짜리인 법’은 불가하니, 70점짜리 합의안으로 시작하자고 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자산법기본법이 왜 통과되어야 하는지 말씀해달라. “디지털자산은 우리나라가 막대한 예산 투입 없이도 세계 G2가 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분야다.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변화를 직시하고 받아들여야 할 때다. 전 세계 금융 질서는 분명히 바뀌고 있다. 미국은 ‘지니어스법’을 통과시키며 온라인 달러 패권을 강화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일본·싱가포르·홍콩도 규제 체계를 정비하며 움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만 ‘신중 검토’라는 이름으로 멈춰 있다면 기회를 잃을 것이다. 미국이 달러 패권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하려는 것처럼, 한국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통화영토를 넓혀간다면 결국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진행 및 정리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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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대해 인터뷰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2/hani/20250902111634601snuc.jpg" data-org-width="970" dmcf-mid="QWOlINtswX"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2/hani/20250902111634601snuc.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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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대해 인터뷰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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