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김울프의 'K-지오그래피' 이야기…서핑, 파도와 인간의 대화-② 작성일 09-03 13 목록 <div style="margin:10px 0;padding:10px;background:#f7f7f7;font-size:0.9em;"> <strong>편집자 주</strong>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div> <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01/2025/09/03/AKR20250903089900371_01_i_P4_20250903134114032.jpg" alt="" /><em class="img_desc">서퍼 카노아<br>[Mel vin 제공]</em></span><br><br>서핑을 말할 때 우리는 흔히 '파도를 탄다'고 한다. 파도를 타는 행위는 결코 자연에 대한 도전이 아니다. 서핑은 세밀한 과학적 원리와 미학적 태도, 그리고 자연과의 섬세한 소통이 어우러지는 총체적 경험이다. <br><br>특히 파도 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움직임-그 한 번의 미끄러짐, 한 번의 발끝 변화-은 뉴턴의 작용과 반작용 법칙, 유체역학, 관성, 중력 등 복합적 힘의 결과이자, 인간이 바다와 대화하는 방식이다.<br><br><strong style="display:block;margin:10px 0;padding:9px 16px 11px 16px;border-top:2px solid #000;border-bottom:1px solid #000;"> 서프보드의 힘: 물리학과 접지력</strong><br><br> 파도를 잡고 서프보드의 옆면이 파도와 만나는 순간, 보드는 파도의 흐름을 방해하는 동시에 그 힘을 흡수한다. 이때 발생하는 것이 바로 양력(lift)이다. 보드가 파도의 면을 따라 움직일 때, 보드의 레일(옆면)과 테일(꼬리)은 물의 흐름을 바꿔 추진력을 얻는다. <br><br>뉴턴의 작용-반작용 법칙에 따라, 파도가 보드를 밀면 보드 역시 파도를 밀어내며,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긴다. 보드의 형태에 따라, 두껍고 부드러운 롱보드는 더 많은 물을 옮기므로 더 강력한 접지력(grip)과 안정감을 제공한다. <br><br>반면 얇고 예리한 숏보드는 마찰을 최소화해 순간적인 관성과 속도를 극대화한다.<br><br>서핑에서 힘을 많이 얻는 비결은 바로 물의 흐름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서프보드가 물을 밀어낼수록 강한 힘을 받고, 파도 면과의 각도, 보드의 길이와 형태, 서퍼의 무게중심에 따라 추가적인 힘과 속도를 얻는다. <br><br>가장 빠른 속도를 얻는 순간은 중력과 파도 반작용이 만나는 지점이다. 즉, 서퍼가 가속과 추진력을 반복적으로 얻는 시점이다.<br><br>숏보드의 대표 기술 '에어 리버스'는 최대의 가속과 관성을 활용해 하늘로 잠시 날아올라 회전하는 기술이다. 이때 모든 동작은 순간의 속도·균형·공기의 저항·파도의 힘을 계산한 미세한 작용을 포함한다.<br><br><strong style="display:block;margin:10px 0;padding:9px 16px 11px 16px;border-top:2px solid #000;border-bottom:1px solid #000;"> 롱보드, 노즈라이딩, 그리고 섬세함의 미학</strong><br><br> 롱보드에서 절정이라 불리는 기술 '행텐'은 서퍼가 보드의 노즈(코) 끝에 발가락 열 개를 모두 걸치는 동작이다. 과정은 섬세하다. 파도를 잡아끌고, 레일과 테일을 파도 윗부분에 올려 추진력을 유지하면서 끝까지 걷는 '노즈라이딩'의 정교한 균형이 필요하다. <br><br>이는 몸을 세우는 각도, 보드를 밀고 당기는 힘의 분배, 그리고 발끝과 발꿈치의 촉각까지 모두 동원한다. 물리적으로는 부력, 관성, 접지력, 파도의 방향 등이 절묘하게 맞물릴 때 완성되는 예술이다.<br><br>또한 서핑에는 '절대적 파도'란 없다. 각각의 파도는 그만의 얼굴과 기질, 변화무쌍한 힘을 지니며, 이에 맞춰 서퍼는 도구와 기술을 조율한다. 파도를 탄다는 것은 보드를 움직이는 것만이 아니라, 파도의 흐름과 모양을 읽고, 맥락에 스스로를 맞추는 섬세한 소통이다. 강하게 주장한다고 원하는 파도가 다가오진 않는다. 오히려 파도의 비위를 맞추고 기질을 존중할 때, 자연과 가장 조화로운 흐름이 만들어진다.<br><br>서퍼는 늘 '이 정도는 이제 됐겠다'는 기대와 함께 그 순간 파도가 바뀌면 다시 원점에 선 듯한 기분을 맛본다. 그래서 서핑은 기술, 지식만으로 정복할 수 없다. 익힌 요령을 상황에 맞게 변환하고, 자연의 상태를 끊임없이 관찰하는 내면적 태도가 필요하다. <br><br>어떤 순간에는 미끄러져 내려가는 그 한 번의 경험만으로도, 작은 환상과 성장의 밑거름을 얻는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01/2025/09/03/AKR20250903089900371_02_i_P4_20250903134114035.jpg" alt="" /><em class="img_desc">서퍼 카노아<br>[Mel vin 제공]</em></span><br><br><strong style="display:block;margin:10px 0;padding:9px 16px 11px 16px;border-top:2px solid #000;border-bottom:1px solid #000;"> 대화와 유대의 예술</strong><br><br> 서핑의 본질은 레저와 스포츠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한 문장씩 대화하는 순간에 있다. 파도에 올라 그 흐름을 따르며, 물살의 변화에 몸을 맡기고, 때론 추진력이 내 몸을 앞으로 보내줄 때, 비로소 파도와의 소통이 완성된다. <br><br>서퍼에게 서핑은 자아실현이자 겸손의 공부이며, '흐름에 머무는' 철학적인 순간을 되새김질하는 장이다.<br><br>서핑의 기술적 완성보다 중요한 것은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태도'다. 기술을 자랑스럽게 내세우기보다는, 파도의 찍힘과 미끄러짐, 함께 공유하는 자연의 유대를 깊이 느끼는 것이 진짜 서핑이다. <br><br>나아가 그 유대감을 가까이서 기록하기 위해, 서퍼는 물속에서 사진을 찍으며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는 감각의 변화와 관계성의 총체적 예술이기도 하다.<br><br>결국 서핑은 추상적이거나 현학적인 의미에서 '기의 예술'이자 '유연함의 미학'이다. 인간은 파도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지만, 그 흐름을 타고, 자연에 맞춰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내면을 성장시킨다. 서핑의 순간은 타협이 아니라, 공존의 한 마디며, 매번 실패와 성공 사이를 오가는 내적 대화다.<br><br>파도가 기분 좋게 밀어주는 찰나, 그 환상의 유대감이 물과 인간 사이에서 완성된다. 이것이야말로 서핑 기술의 실체이자, 바다와의 대화가 주는 열쇠다.<br><br>김정욱 (크루 및 작가 활동명 : KIMWOLF)<br><br> ▲ 보스턴 마라톤 등 다수 마라톤 대회 완주한 '서브-3' 마라토너, 100㎞ 트레일 러너. ▲ 서핑 및 요트. 프리다이빙 등 액티비티 전문 사진·영상 제작자. ▲ 내셔널 지오그래픽·드라이브 기아·한겨레21·주간조선·행복의 가득한 집 등 잡지의 '아웃도어·러닝' 분야 자유기고가. <br><br> <정리 : 이세영 기자> <br><br> seva@yna.co.kr<br><br> 관련자료 이전 김승우, ‘한끼합쇼’ 폐기설 왜? “음주 상태라 양해 구한 것” [공식] 09-03 다음 박나래 집 절도범, 징역 2년…法 "동종전과, 엄벌 탄원" 09-03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