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원에 ‘철권’ 하던 오락실 소년, 11억 ‘상금왕’ 되다 작성일 09-04 9 목록 <b>월드컵 철권 2연속 우승 임수훈</b><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5/09/04/0003927096_001_20250904005415170.jpg" alt="" /><em class="img_desc">사진=고운호 기자</em></span><br> 지난달 25일(한국 시각)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막을 내린 2025 ‘e스포츠 월드컵(EWC)’에선 전 세계 2000여 선수가 25종목에서 총상금 7000만달러(약 975억원)를 놓고 불꽃 튀는 승부를 펼쳤다. 그중 한국이 우승을 차지한 종목은 단 두 개뿐. 국내 최고 인기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프로팀 젠지가 우승한 데 이어 격투 게임 ‘철권’에서 임수훈(25)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br><br>40여 캐릭터 중 하나를 골라 1대1로 맞붙는 ‘철권’은 ‘오락실 키드’라면 모를 수 없는 게임이다. 1994년 1편이 나온 이후 격투 게임 마니아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철권’은 출시 30주년인 지난해 여덟 번째 시리즈인 ‘철권 8’이 발매됐다. 닉네임 ‘울산(Ulsan)’으로 더 잘 알려진 임수훈은 ‘철권 8’ 종목에서 월드컵 2연패(連覇)를 달성하며 명실상부한 철권 세계 최강자가 됐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5/09/04/0003927096_002_20250904005415253.jpg" alt="" /><em class="img_desc">그래픽=김의균</em></span><br> 임수훈은 우승 상금 25만달러에 대회 주간 MVP 보너스 5만달러를 더해 30만달러(약 4억2000만원)를 손에 쥐었다. 작년부터 ‘철권’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80만달러(약 11억원)로 전 세계 1위다. 지난 2일 소속팀 DN 프릭스 사무실에서 만난 임수훈은 “우승했다고 인생이 확 바뀌진 않는다. 2년 연속 세계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매일 똑같이 연습을 해야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상금을 어디에 썼느냐고 묻자 “10만원짜리 옷 하나 사고, 부모님께 선물 드린 게 전부”라며 미소 지었다.<br><br>임수훈이 ‘철권’에 빠져든 것은 중학교 2학년 무렵이었다. 지금은 문을 닫은 울산 남구 신정동 오락실 ‘게임사령부’에서 처음 접한 ‘철권’에 마음을 빼앗겼다. “내가 스틱을 움직이는 대로 화면 속 캐릭터가 때리고 막는 그 ‘손맛’에 중독됐어요. 학교가 끝나면 밤 10시까지 오락실에서 살았죠. 한 판에 300원씩 용돈을 다 쓰고 나면 몇 시간이고 옆에서 구경만 했습니다.” 당시엔 지역 이름을 따서 별명을 정하는 게 유행이었는데 임수훈은 ‘울산 중딩(중학생)’으로 불리며 동네 철권계를 평정했다. “부산에 놀러 갔을 때 실력을 뽐낸 적이 있었어요. 너무 잘해서 불량한 형들에게 멱살을 잡혔죠.”<br><br>부모님은 그런 아들을 말릴 법도 했지만, 얼마든지 게임을 하되 두 가지 조건만 지켜 달라고 했다. 담배를 피우는 등 나쁜 길로 빠지지 말 것, 그리고 학교 수업엔 꼭 들어갈 것. 임수훈은 약속을 지켰다. 고등학교를 다니며 콘크리트·지게차·측량 등 기능사 자격증을 수집한 뒤 전문대 자동차공학과에 진학했다. 고교 시절부터 소소한 상금을 부모님께 드렸던 그는 자연스럽게 프로 게이머의 길을 걷게 됐다.<br><br>지금은 월드컵이란 큰 무대가 있어 억대 상금을 받을 수 있지만, 초창기에는 수입이 변변치 않았다. 스무 살 때부터 스스로 직업 선수라 생각했지만, 첫 2년 동안엔 한 푼도 벌지 못했다. 그는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길”이라고 했다. 그런 임수훈에게 희망이 되어준 존재가 ‘철권 선배’ 배재민(40)이다. ‘무릎’이란 닉네임으로 유명한 배재민은 2007년부터 올해까지 120회가 넘는 우승 경력을 자랑하는 철권계 레전드. “중학생 때만 해도 저에겐 연예인 같은 선망의 존재였는데 이제는 큰 대회를 앞두고 멘털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조언을 얻기도 합니다.” 임수훈은 배재민처럼 마흔 살에도 우승하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br><br>롱런을 위해 그는 매일 달리기를 하고 아령을 든다. “‘철권’은 짧은 순간 상대 빈틈을 파고들어야 승리하는 종목이라 두뇌 싸움이 정말 치열합니다. 뇌를 많이 쓰는 만큼 몸이 힘드니 체력 관리는 필수죠.”<br><br>임수훈은 내년이 기다려진다. 월드컵 3연속 우승이란 큰 목표도 있지만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때문이다. “2년 전 김관우 선수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스트리트파이터’에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이 참 부러웠어요. 언젠가 나도 시상대 맨 위에 설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는데 ‘철권’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각오가 남달라요. 오락실 소년이 자라 국가대표로 애국가를 울린다니, 상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요?”<br><br><b>☞철권(Tekken)</b><br><br>일본 반다이 남코가 만든 3D 대전 격투 게임. 1994년 1편이 출시됐고, 지난해 여덟 번째 시리즈인 ‘철권8’이 발매됐다. 다양한 캐릭터, 사실적인 타격감, 정교한 연속 공격 시스템으로 격투 게임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은 5800만 장 이상에 달한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에 선정됐다.<br><br> 관련자료 이전 [오늘의 경기] 2025년 9월 4일 09-04 다음 UFC 새바람 몰고 올까 09-04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