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만에 돌려준 '1988 오심 금메달'…박시헌, 로이 존스 만났다

작성일 09-05

<div><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88/2025/09/05/0000968487_001_20250905184907846.png" alt="" />지난 2023년 5월 미국 플로리다주 펜서콜라에서 박시헌(왼쪽)씨가 로이 존스 주니어에게 1988년 서울올림픽 복싱 라이트 미들급 금메달을 전달하고 있다.유튜브캡처</div> 1988년 서울올림픽 복싱 라이트미들급 결승에서 판정 논란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박시헌 씨가 35년 만에 당시 상대였던 미국의 로이 존스 주니어를 직접 찾아가 금메달을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존스는 지난 3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2년 전 찍은 이같은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박시헌 씨가 미국 플로리다주 펜서콜라에 위치한 존스의 체육관을 방문해 금메달을 전하는 장면이 담겼다. 두 사람은 오랜 세월을 지나 다시 만나 반갑게 포옹했고, 박 씨는 통역을 맡은 아들의 도움을 받아 말을 이어갔다. 박씨는 "내가 금메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 당신에게 돌려주고 싶다. 금메달은 당신의 것이다"라고 말하며 직접 금메달을 존스에게 건넸다. 예상치 못한 선물에 존스는 "믿을 수 없다"고 반응하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 복싱 라이트미들급 결승전에서 박시헌은 3-2 판정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획득했으나, 경기 내용은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당시 통계에 따르면 존스는 총 86개의 유효 펀치를 적중시켰고, 박시헌은 32개에 그쳤다. 판정이 발표된 직후 링 위에 선 두 선수 모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판정은 이후 심각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결승전 심판진 3명 중 2명이 영구 자격 정지를 받았으며, 남은 1명도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특히 1996년에는 구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Stasi)'의 문서가 공개되며, 동독 측이 미국의 종합 순위 상위를 견제하기 위해 올림픽 심판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로 당시 종합 순위에서 동독은 금메달 1개 차이로 미국을 제치고 소련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그 이후 박시헌은 국내외로부터 큰 비난을 받으며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그는 은퇴 후에도 대인기피증과 극심한 심리적 고통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당시 2등으로 끝났더라면 인생이 훨씬 더 행복했을 것"이라며 "가끔씩 극단적 선택의 충동을 느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반면 존스는 프로 무대에 진출한 후 34년간 활동을 이어가며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석권했고, 복싱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등 전설적인 선수로 자리 잡았다. 박시헌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금메달을 돌려주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고, 2023년 마침내 미국으로 건너가 존스를 직접 만나 자신의 금메달을 건넸다. 존스는 SNS를 통해 "1988년, 나는 복싱 역사상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로 꼽히는 경기에서 금메달을 빼앗겼다. 하지만 신의 은총으로 그 메달을 차지한 선수가 내 고향까지 찾아와 메달을 돌려줬다"고 말했다. 박시헌의 이야기는 지난해 영화로도 제작됐다. 배우 진선규가 주연을 맡은 영화 '카운트'는 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박 씨는 현재 제주 서귀포시청 복싱팀 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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