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를 보지 않는 고3도 있다 작성일 09-07 5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영화 《3학년 2학기》가 그려낸 조금 다른 청소년들의 성장사</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87I2vOFOup"> <p contents-hash="93b69e7a5ce6f8f1bf70410e990ad4ffdb460854a0ce4ff39915443735a0a0a6" dmcf-pid="6d0az3P3p0" dmcf-ptype="general">(시사저널=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p> <p contents-hash="d2f57c22d02619dd6274dfd00456c286d8c360e69e3f76082b587c640e3b7a59" dmcf-pid="PJpNq0Q0U3" dmcf-ptype="general">《3학년 2학기》라는 제목을 듣자마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비장해진 고등학교 3학년(이하 고3) 교실을 상상했다. 편견이었다. 영화 《3학년 2학기》는 시작과 동시에 작업복을 입고 쇳덩이를 기계에 넣어 깎아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학교 대신 취업을 선택한 특성화고등학교 아이들의 이야기임을 깨닫는 건 그때다. 왜 고3은 모두 대학입시를 본다고 생각했을까.</p> <p contents-hash="a26bba47673aaea1f8c72f4af8679e6c55251e088b818ba922d9c998a08ab552" dmcf-pid="QiUjBpxpFF" dmcf-ptype="general">그리고 또 한 번의 편견이 작동했다. 고3이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는 일터로 나가는 장면을 보고, 특성화고 여고생의 비극적인 죽음을 다룬 《다음 소희》와 비슷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이 또한 얕은 오해였다. 《3학년 2학기》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사회 초년생들이 하루하루 묵묵히 살아나가는 과정에 집중한 '성장 드라마'에 더 가깝다. 실제로 이란희 감독은 "공장이 주요 배경이고 직업계고 예비 노동자들의 이야기지만, 사회적 이슈로 국한시켜 보지 말길 바란다"고 당부한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60d9913e1b305cad9e47678c354854be00336a28ada0a2034f851bfb355d5d6c" dmcf-pid="xnuAbUMUzt"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3학년 2학기》 포스터 ⓒ작업장 봄"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7/sisapress/20250907090140076sdgz.jpg" data-org-width="580" dmcf-mid="tO7cKuRu3x"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7/sisapress/20250907090140076sdgz.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3학년 2학기》 포스터 ⓒ작업장 봄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e9f2a228263132b3e7447fc37c20dec99111da729df5076d53cebb7d6bcc1b79" dmcf-pid="y5cUrAWA71" dmcf-ptype="general"><strong>어른과 아이의 경계…사회 진출을 위한 첫걸음</strong></p> <p contents-hash="30132d7da8f77eed806a72f668afa0fab250c96f51c70de0ac325d8ad34d8246" dmcf-pid="W1kumcYcp5" dmcf-ptype="general">수능을 치지 않는 특성화고등학교 고3 학생들의 2학기는 어떨까. 이 시기에 학생들은 현장실습을 나간다. 학생과 노동자 사이에서 사회 진출을 위한 첫걸음을 떼는 셈이다. 창우(유이하)는 친구 우재(양지운)와 함께 현장실습을 하고 싶은 건실한 중견기업의 면접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나 결과는 불합격. 담임 선생님은 그런 두 사람에게 중견기업 대신 기계를 제작하는 중소기업을 추천한다.</p> <p contents-hash="413e8d02d6510fc07a06209bba08c00dc75d6ff77753a684626cb59fb075dee5" dmcf-pid="YtE7skGk7Z" dmcf-ptype="general">중소기업이라 머뭇거리는 창우와 우재에게 담임은 익숙하다는 듯 준비해둔 말을 꺼낸다. "여기가 좋은 게 실습 끝나고 직원으로 채용되면 경인공전(대학)에 갈 수 있어. 4년제로 편입도 할 수 있고. 병역특례도 된다." 선택지가 그리 없는 창우와 우재는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중소기업으로 현장실습을 나간다.</p> <p contents-hash="2865ecb964f24c088c29a6e487e9c963a9344cb57f935beb1a9f69d5ea9a1702" dmcf-pid="GGaFkgSgzX" dmcf-ptype="general">공장에서는 요란한 기계음이 울리고, 지게차가 오가고, 용접 불꽃이 수시로 튄다. 안전보다는 비용 절감을 우선하고,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고, 병역특례 같은 달콤한 말이 족쇄처럼 나부끼는 현장이 창우와 우재는 낯설기만 하다.</p> <p contents-hash="44698c888f44bcb779c2d6e5b81b22d2369b8579160a75525022b95c3fea1f4b" dmcf-pid="HHN3EavapH" dmcf-ptype="general">며칠 못 가 일을 그만두는 우재와 달리, 창우는 묵묵히 출근을 지속한다. 창우의 끈기가 우재보다 월등하게 강해서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여기엔 창우와 우재의 상반된 가정 환경이 작용한다. 공단을 뛰쳐나온 우재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향한 곳은 아빠가 주인인 편의점이다. 우재에겐 남의 직장에서 아부하지 않아도 먹고살게 해줄 부모와 가정이 있다.</p> <p contents-hash="d16a646e3a7c62e292402fa1bd162b217f803557edbbfbc657d15d1e07edb0ba" dmcf-pid="XXj0DNTNpG" dmcf-ptype="general">반면 아빠의 부재 속에서 자란 창우의 사정은 복잡하다. 창우는 돈이 필요하다. 자식 셋을 홀로 키워내느라 고군분투하는 엄마에게 든든한 아들이 되기 위해, 값싼 시장 통닭 앞에서 "우리도 요즘 치킨 좀 먹어봅시다!"라고 귀여운 투정을 부리는 막내에게 브랜드 치킨을 사주기 위해, 고장 난 이어폰으로 온라인 강의를 듣는 둘째 동생에게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주기 위해서다. 창우의 끈기는 그의 성정 못지않게 그가 놓인 가정 환경에서도 나온다. 한 인간의 선택에 미치는 요소를 다각도에서 접근한 감독의 시선이 깊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f1ecffc79908101afb6f4404ef9147dad778575778796492614f73ccd65a8108" dmcf-pid="ZZApwjyjuY"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3학년 2학기》 스틸컷 ⓒ작업장 봄"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7/sisapress/20250907090141351icgn.jpg" data-org-width="800" dmcf-mid="33cUrAWAuP"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7/sisapress/20250907090141351icgn.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3학년 2학기》 스틸컷 ⓒ작업장 봄 </figcaption> </figure>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66d042e8d072749d6d8f198e9b9995f8b616b86d850efcd73a74450b3bba27e0" dmcf-pid="55cUrAWA0W"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3학년 2학기》 스틸컷 ⓒ작업장 봄"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7/sisapress/20250907090142618eysw.jpg" data-org-width="800" dmcf-mid="4URWnMwMUU"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7/sisapress/20250907090142618eysw.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3학년 2학기》 스틸컷 ⓒ작업장 봄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8f7cfd5750737b0d7bbec635d6f2fd8833a8bf6a9637633b6056da353e04d715" dmcf-pid="11kumcYcuy" dmcf-ptype="general"><strong>빌런이 없는 영화…일상을 살아가는 이들 좇아</strong></p> <p contents-hash="466eda04c37eccc4702b291305dceddba47c7739c12c82bec917571a6a1e17a2" dmcf-pid="ttE7skGkFT" dmcf-ptype="general">《3학년 2학기》에 빌런은 없다. 공장 사수는 "왜 이렇게 느리냐"고 창우를 타박하다가도 실습생들의 안전장비 구입을 회사에 요청한다. 담임은 제자들에게 응원을 보내면서도 "학교 망신시키면 안 된다. 너희들이 잘해야 후배들도 보내지"라고 한다. 취업률에 신경 쓰고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다. 창우 엄마 역시 일찍 철든 아들의 선택에 지지를 보낸다.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아들에게 부담을 주기도 하지만. 빌런이 없는 영화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인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 현장실습생들이 기계에 끼여 사망하거나, 상사의 폭언과 폭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종종 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3학년 2학기》는 산업재해를 구조적으로 비판하는 영화가 아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지도 않는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게 일상을 살아가는 직업인으로서의 그들을 그릴 뿐이다.</p> <p contents-hash="3f669e9eb53555a643ad4153db0da2234dc2f3b8db918e0fb203f71fc6c06c91" dmcf-pid="FFDzOEHE7v" dmcf-ptype="general">그런 점에서 《3학년 2학기》는 이란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 《휴가》와 쌍둥이 같은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해고 노동자의 평범한 일상을 묵묵히 따라간 《휴가》에서 이란희 감독은 미디어 속에 정형화돼 있는 노동자의 모습을 해체한 바 있다. 《3학년 2학기》에도 그런 감독의 태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p> <p contents-hash="4c481866c8e8a3f6d7f2c8d9ca36a4a1ace60411f76a3586f795eb5d8421fa29" dmcf-pid="39TPHv7vFS" dmcf-ptype="general">《3학년 2학기》에도 노동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순간이 있다. 협력업체에서 일하던 선배 수호의 죽음을 통해서다. 현장 에이스로 인정받으며 병역특례는 물론, 대학까지 진학해 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선배로 여겨지던 인물이 죽는다. 그러나 이란희 감독은 이를 극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 죽음이 인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예민하게 주시한다. "사람이 일하다 죽을 수도 있다는 거 생각도 못 했어." 일터에서의 죽음을 막연하게 느끼고 있던 아이들은 이 일을 통해 실질적인 죽음을 생각하는 단계로 나아간다.</p> <p contents-hash="c40d73b39efb66cb6d05137aa8c493c30d87fd2b7f0c8fb6ec0caae4a7f187b5" dmcf-pid="02yQXTzTzl" dmcf-ptype="general">이 과정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는 건 창우와 같은 일터에서 일하던 무뚝뚝한 성격의 에이스 성민(김성구)이다. 현장의 부당함에 눈뜬 성민은 현장 점검을 위해 나온 교육청 직원에게 현장의 개선점을 건의한다. 병역특례자로 이미 정해졌기에 가만히 있는 게 더 득일 테지만, 용기를 내서 자기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는 병역특례를 포기하고 공장을 나오지만 이를 통해 성장했을 것이다.</p> <p contents-hash="641f041fd3742af52163291a718507be022940610ac44f4e662fd8505c9adae0" dmcf-pid="pVWxZyqyUh" dmcf-ptype="general">그렇다면 입을 닫고 현장에 남은 창우는 비겁한가. 그렇지 않다고, 삶에는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가 많으며 어떤 선택이 더 나은가에 대한 정답도 없다고, 그걸 깨달으며 어른이 되어 있을 뿐이라고 《3학년 2학기》는 말하는 듯하다. 실제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일상 같은 연기를 보여준 유이하의 연기가 돋보인다.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 4관왕, 서울독립영화제 3관왕을 비롯해 국내 유수의 영화제를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BAE173, 한결 합류 7인조로 컴백…日 매체도 대서특필 09-07 다음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댓글부대' 이어 '서부리 사나이', 블랙코미디 계보 잇는다 09-07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