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연쇄살인범입니다" 호텔 스위트룸에서 펼쳐지는 심리전 작성일 09-07 2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넘버링 무비 504] 영화 <살인자 리포트></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6pvpjnCnFb"> <p contents-hash="e8515dd2cefca45f06cb13ffbe13ffcb43c981696a197decba0e62670826100a" dmcf-pid="PUTUALhLUB" dmcf-ptype="general">[조영준 기자]</p>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c6144bb7f6f5db6d6b670b0e7bd8498a945dbc4447f3ea7613ec30977c2b7906" dmcf-pid="QFm7kgSg7q"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7/ohmynews/20250907104801508cbza.jpg" data-org-width="1200" dmcf-mid="facTQVaVu2"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7/ohmynews/20250907104801508cbza.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살인자 리포트>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76959bc35ea3863a2f57421ccc7f4f0bf2380df0834ce8208b06fafe67731838" dmcf-pid="x3szEavaUz" dmcf-ptype="general">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div> <p contents-hash="73dedba52bf4849533a8430da24fbe78071ce42bafde94cc89fe72f2bfef9daa" dmcf-pid="ya9Ez3P3u7" dmcf-ptype="general">01.<br>"인터뷰 요청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사람을 죽였습니다. 여러 명을. 저는 연쇄살인범입니다."</p> <p contents-hash="85c7867dddf90232466b02d066f006f3a518a8bec2462d0b3876c85dcffbb7c8" dmcf-pid="WN2Dq0Q0Fu" dmcf-ptype="general">좁아진 입지로 인해 특종이 필요한 백선주(조여정 분) 기자에게 자신이 연쇄살인범이라고 주장하는 정신과 의사 이영훈(정성일 분)이 인터뷰 요청을 해온다. 이미 11건의 살인을 저질렀고, 3일 뒤 또 한 사람을 죽이겠다는 그는, 자신의 인터뷰에 응해주기만 한다면 생명을 구할 기회를 주겠다고 말한다. 고민 끝에 선주는 영훈이 지정한 호텔 스위트 룸에서 살인자와의 인터뷰를 시작한다. 제보의 진위를 가리고자 하는 목적 하나와 사실인 경우 또 하나의 목숨을 지켜내기 위해서다.</p> <p contents-hash="a58d567d3eb9c2038614acc4ee9286f780984b01827594ac6ac93d54b84beebf" dmcf-pid="YjVwBpxp3U" dmcf-ptype="general">영화 <살인자 리포트>는 러닝 타임의 대부분이 호텔 스위트룸 안에서 이루어지는 밀실 스릴러 장르의 작품이다. 상우(김태한 분)가 몸을 숨기고 있는 바로 아래층 객실이 또 하나의 공간으로 제시되지만, 주요 서사는 정신과 의사 영훈이 자신을 연쇄살인범이라 고백하고, 기자인 선주가 그 고백을 취재하는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그동안 밀실과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종종 제작되어 왔다. 공간의 제약 때문에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시나리오의 밀도를 잘 높일 수만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서스펜스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다만, 이 작품에서의 방은 조금 더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받는다. 단순한 무대가 아닌 인물을 옭아매는 장치로 활용되면서다. 좁은 공간 안에서 두 인물의 감정과 심리를 집요하게 포착하는 것이 이 작품의 주된 목표다.</p> <p contents-hash="e56fe427e31870274b79ea59867c4f49df268309f7919ad191a838b5c0a56234" dmcf-pid="GAfrbUMU0p" dmcf-ptype="general">02.<br>이 작품은 처음부터 장르가 가진 일반적인 틀을 깨뜨리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건의 진위에 대한 의문을 초반부터 제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제보자 혹은 밀실 스릴러의 형태를 갖게 되는 경우 범죄자가 저지를 사건 하나하나를 회상하면서 과거를 따르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영훈을 11건의 살인사건 현장에서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지만, 모든 사건을 영상으로 촬영해 소장하고 있는 인물로 그리며 그를 살인자로 확정 지어버린다. 서스펜스의 초점이 '했는가 / 하지 않았는가'의 수사학에서 바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후 관객이 따르게 되는 것은 왜, 무엇을 위해 그가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가 하는 층위다.</p> <p contents-hash="538c6b2efbff041a20623d2282e3e2ef5a988724f009c8ee84ae1ac5f415df08" dmcf-pid="Hc4mKuRup0" dmcf-ptype="general">문제는 여기에서부터의 인터뷰 형식이 증언을 채집하는 절차가 아니라, 증언을 연출하는 프레임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말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함의할 수 있게 되고, 영화는 사실과 해석상의 의미 사이의 간극을 반복적으로 파헤치며 서사를 쌓는다. 하나가 더 있다. 인터뷰라는 형식 자체가 말하는 자에게 프레이밍의 주도권을 내어줄 수밖에 없고, 상황에 따라 언제든 공모자의 위치로 인터뷰어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영화에서와 같이 인터뷰어에게 내적 동기가 있고, 인터뷰이가 최면에까지 능한 심리 전문가라면, 기자에게 필요한 거리 두기의 윤리가 반드시 지켜지리라 볼 수만은 없다.</p> <div contents-hash="a7e421749b9bbe6272e319d23720f9e188549cad246ebd799e1694e015919e87" dmcf-pid="XN2Dq0Q0F3" dmcf-ptype="general"> 물론, 그 과정에서 획득할 수 있는 시청각적 자극과 액션 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조영준 감독은 스펙터클한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채 인물 사이의 대사와 표정, 미세한 공백으로 이루어지는 긴장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자 노력한다. 마치 언어와 논리만으로 인간의 두려움을 충분히 구출할 수 있다는 믿음을 관객에게 심어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말이다. 이제 영화의 목적은 완전히 달라진다. 사건의 재현을 통해 스릴러의 형식을 완성하는 것이 아닌, 그가 어떤 인물인지,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를 밝혀내고자 하는 기자와 이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살인자 사이의 심리극으로의 이동이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6b38b4480efac1802b4b74b6af9797ff82f84315e2fd3497a09d4c9e14c6f586" dmcf-pid="ZjVwBpxpzF"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7/ohmynews/20250907104802778snyy.jpg" data-org-width="1200" dmcf-mid="4yGqDNTNp9"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7/ohmynews/20250907104802778snyy.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살인자 리포트>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e589fe7fc7d8c5fd66e78298d528ec0d6c8040bab70ae4c94bbfc9b76d08cf6b" dmcf-pid="5AfrbUMUzt" dmcf-ptype="general"> 03. <br>"지금 나가면 그 사람 바로 죽습니다." </div> <p contents-hash="f71b1c5a6875edba5ce09178c86859d627a5e5d2e64654f6ac84cbe00c7e73ff" dmcf-pid="1c4mKuRuF1" dmcf-ptype="general">정성일 배우는 이 작품이 '감독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방대한 대사량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조여정, 정성일 두 배우의 대사량은 상당한 수준이고, 영화의 많은 부분이 배우들의 역량에 기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 전체를 두고 볼 때, 두 인물의 압도적인 대사 공방은 필연적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선주와 영훈의 대화는 단순히 정보를 주고받고, 주어진 정보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서로의 내면을 파고드는 장치가 되고 있어서다.</p> <p contents-hash="0ed0c05e9c8964f3bb79cd99906b728fc362242cb719c3b9c8975d5239b4c960" dmcf-pid="tk8s97e7p5" dmcf-ptype="general">그로 인한 유일한 단점은 긴 대사량과 같은 배경 장면, 고정된 화면 등의 이유로 신 내부의 호흡이 조금씩 늘어진다는 것. 연출적인 측면에서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조명과 미술을 활용해 때때로 정서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기는 하지만 관객이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영역이다. 예상하지 못한 사건으로 변주를 일으키며 다시 긴장감을 채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상하지 못한 살인이 벌어진다든가, 상우가 가진 비밀이 드러나게 된다든가, 영훈의 최면으로 인해 선주가 심리적인 혼란을 겪게 된다든가 하는 등의 모든 상황이 그 지점에 배치되어 있다.</p> <p contents-hash="c7031e578ff58f13c4a26c236d24dfcd345d5cae47b45f25f95d3abd03827d09" dmcf-pid="FE6O2zdzpZ" dmcf-ptype="general">그 중에서도 상우와 관련된 내용에서, 영화의 초반부에 나왔던 대사를 근거로 후반부 선주의 입장을 완전히 뒤집게 만드는 지점에서의 연출은 이 영화가 얼마나 꼼꼼하고 치밀하게 구성되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된다. 하나의 사건이 단순히 극적인 긴장감을 고취하기 위해서 주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p> <p contents-hash="b2c2816273ab918a16313bf420b11d46a87ec259e556a9f5d8d1b304e2c64af7" dmcf-pid="3DPIVqJqpX" dmcf-ptype="general">04.<br>영훈이 저지른 살인 사건의 피해자 대부분이 중범죄자라는 것과 그의 모든 행위가 자경단적 정화 행위가 아닌 치료를 위한 의료행위라는 설정. 그가 현재의 모습이 되기까지 겪어야 했던 모든 일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주가 겪고 있는 일신 그룹 사건과 그로 인한 일련의 이야기 모두는 표면적으로 서사를 연결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그 과정을 따르다 보면 영화가 '복수'에 관한 윤리적 딜레마를 정확히 응시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선주의 선택 때문이다.</p> <p contents-hash="08528f6b77430b40dd23029eea9272cfc9c5a79b4fb472c83922bf5049bf95a3" dmcf-pid="0wQCfBiB0H" dmcf-ptype="general">사실 닫힌 공간과 인터뷰만으로도 영화 속 공간은 윤리적 문제가 놓인 밀실이 된다. 외부 세계는 배제되고 기자와 살인범의 대화만이 오갈 수 있는 장소다. 이 밀실 안에서 언어는 진실이 밝힐 수 있는 도구가 될 수도, 상황을 조종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영훈이 선주의 개인적 문제를 파고들며 대리 살인의 선택지를 제시하는 순간, 이 인터뷰는 윤리적 거래를 위한 것으로 변질되게 된다. 영화는 이 지점을 통해 진실과 복수, 정의와 같은 개념이 개별적으로 분리될 수 없음을 짚어낸다. 살인자의 손을 빌려 또 다른 살인을 실행하게 되는 선택과 장면이 우리에게 정의라는 개념이 어디까지 사적 감정에 의해 사유될 수 있는지 묻게 만드는 것이다.</p> <div contents-hash="851b46a7177c5465664f69eb2d2fd6e068d8517f15acdf492d7575df91ccc88c" dmcf-pid="pHcFgdsd7G" dmcf-ptype="general"> 다시 말하면, 극 중의 마지막 대리 살인은 정의의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밀실은 곧 제도적 정의가 실패 혹은 부재한 자리가 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개인의 윤리적 선택이 딜레마 위에 놓인다. 물론 영화는 그 복수가 폭력의 사적 순환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영화 마지막에 남겨둠으로써, 정의 자체를 단순한 도덕적 선으로만 그려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복수와 정의 사이의 간극을 남겨둔 채로, 그 모호함 자체를 윤리적 질문으로 환원시킨다. 영화의 마지막 선택과 일련의 과정이 카타르시스가 아닌 불편함의 영역에 해당된다면, 그건 바로 우리가 이 문제 앞에서 아직 패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3c01ac8fb72239d423ec2dd6bae7ea0ef94485e4c1bbf37d63d629a64b86bc1c" dmcf-pid="UXk3aJOJzY"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7/ohmynews/20250907104804060olee.jpg" data-org-width="1200" dmcf-mid="8YMk7F6F3K"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7/ohmynews/20250907104804060olee.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살인자 리포트>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795449d8d68863dca123fc71ecf0bbde3ce2ac0496f345d04363e5172aaf6022" dmcf-pid="uZE0NiIiFW" dmcf-ptype="general"> 05. <br>"선생님은 괜찮으신가요? 손에 묻은 피 잘 지워지지 않으실 텐데." </div> <p contents-hash="d1065db59f497bedd3a5aaad3d272a60224e57174c0ed32bd13ee86f8b8e04a0" dmcf-pid="75DpjnCnzy" dmcf-ptype="general">영화 <살인자 리포트>를 연출한 조영준 감독은 그동안 드라마 장르의 영화를 대체로 작업해 왔다. 최근의 작품만 보더라도, 사랑하는 아들과의 이별 준비를 하는 엄마의 모습을 담은 <채비>(2017), 동명의 일본 영화로 희귀 증후군을 앓는 소녀와 소년의 꿈과 사랑을 그린 영화 <태양의 노래>(2025) 등이 있었다. 밀실 스릴러 장르인 이번 영화가 도리어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처럼 보일 정도다.</p> <p contents-hash="7133bf7f9182270671134dd1ffd51f3bed1a60051d1ef0d2dc274da3f4845203" dmcf-pid="z1wUALhL3T" dmcf-ptype="general">작품의 형식이나 장르적 설정보다 감정과 드라마의 밀도가 우선시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며, 시각적 자극보다 인물 내면의 갈등과 진폭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감독.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 그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가 작품 속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음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영화 <살인자 리포트>는 밀실 스릴러라는 장르적 틀을 빌리면서도, 인간 내면의 긴장과 윤리를 실험할 수 있는 독창적인 작품으로 자리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우리는 이 영화의 복수에 대해 어디까지 동의할 수 있을까? 이 질문만큼은 극장 밖에서도 꽤 오래 남아있을 것 같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36세 아들과 달린 67세 아버지, “뛰는 데까지 뛰어보겠습니다” 09-07 다음 '불후의 명곡-임영웅과 친구들 2부', 전국 시청률 6.6%! 동시간대 1위! [종합] 09-07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