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치고 돌아온 스타… 히트곡 들으며 잠 못드는 밤[주철환의 음악동네] 작성일 09-08 5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 주철환의 음악동네 - 김건모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3hWRM9o9vk">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222bbd25039a43a0f6494a3356c6d434cadddc552ad3e72460572034b0bba90e" dmcf-pid="05pAjemeTc"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8/munhwa/20250908090552422cmdc.jpg" data-org-width="640" dmcf-mid="tReHGI3IyD"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8/munhwa/20250908090552422cmdc.jpg" width="658"></p> </figure> <p contents-hash="2449861364c4552a24dd70a31f0d98bbc743c09af1307b421b0c23a9dffbb246" dmcf-pid="p1UcAdsdyA" dmcf-ptype="general">잠 못 드는 밤에 비마저 내리면 찬장을 뒤졌다. 낭만을 수프 삼아 라면을 끓였다. 그 시절 허기는 공허한 기분이 아니라 배고픈 느낌(虛飢), 즉 공복감이었다. 아침이 되면 얼굴은 부어 있고 몸은 찌뿌둥했다. 거울이 물었다. “그럴 줄 몰랐냐.”</p> <p contents-hash="6a270edc15c2b23e13f50c73448ac6debd9e2931c02abab4ba5762e32d7c0867" dmcf-pid="UtukcJOJlj" dmcf-ptype="general">빗소리를 배경 삼아 먹던 라면은 마침내 내 몸의 일부가 되었다. 그렇지만 후회는 없다. 한편으론 영혼의 구황작물이기도 했으니까. 라면도 없던 시절 선배들은 어땠을까. 시인 박목월에게 ‘허전한 마음이 마음을 달래는 쓸쓸한 식욕이 꿈꾸는 음식’은 메밀묵이었다. ‘인생의 참뜻을 짐작한 자의 너그럽고 넉넉한 눈물이 갈구하는 쓸쓸한 식성’을 ‘적막한 식욕’이라 불렀다.</p> <p contents-hash="5ef22b5acf87bf2fb55fedfa438edfb7c5126249a01cad7aa96959e41c79017f" dmcf-pid="uF7EkiIiWN" dmcf-ptype="general">적막한 밤은 소란한 낮이 떠난 자리를 채운다. 하기야 사랑하고 있다면 적막강산도 아름다운 강산이다. ‘그 얼마나 좋은가. 우리 사는 이곳에 사랑하는 그대와 노래하리’(신중현 ‘아름다운 강산’) 밤이 사라지면 노래도 많이 사라질 거다. 비마저 사라지면 노래집의 한 귀퉁이가 허전할 거다. 그러니 만약에 밤비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시와 노래의 절반은 애당초 태어나지 못했을지 모른다.</p> <p contents-hash="62ea9aa71321d06e98b73a7c7238eb5713892addc58e824f1fb5d97e7998c682" dmcf-pid="73zDEnCnCa" dmcf-ptype="general">잠 못 드는 밤에 빗소리가 들리면 이제는 책장을 연다. 당나라 유학 중에 쓴 최치원의 시가 슬며시 말을 건다. ‘가을바람에 홀로 괴로이 읊나니(秋風唯苦吟)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이 적구나(世路少知音) 창밖에 한밤중 비는 내리고(窓外三更雨) 등불 앞 마음은 만 리를 달려가네(燈前萬里心)’. 그로부터 대략 천 년쯤 후에 일본 유학 중이던 청년 윤동주도 비슷한 풍경을 그려냈다.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동무를 하나둘 죄다 잃어버리고’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제목은 ‘쉽게 씌어진 시’지만 어려웠던 시절의 초상, 혹은 묵상이 분명하다.</p> <p contents-hash="5a3b9c1ac4a70244deac6ee6fcd0b818a6b94623ad507a0a1c6df7a486d08e6b" dmcf-pid="z0qwDLhLSg" dmcf-ptype="general">가수에겐 무대가 고향이다. 만약 고향에 갈 차편이 끊기고 친구(팬들)와도 못 만난다면 심정이 오죽할까. 가수 김건모에겐 지난 ‘6년의 밤’이 그랬을 거다. 나와는 3개의 장면이 겹친다. ‘일밤’ 코너 ‘스타 청문회’에 출연했을 때 그는 갓 데뷔한 신인이었다. 히트곡은 달랑 한 곡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그런데 노래의 폭발력이 어마어마했다. 안성기 같은 관록의 배우 뒤를 이어 당당히 청문회에 섰다. 쟁점은 없었고 주눅도 없었다. 대신 웃음의 열병식이 있었다. 패티김이 ‘토토즐’에 출연할 때 ‘후배 가수 한 명을 부른다면 누가 좋을까요’ 물었더니 바로 나온 이름도 김건모였다. 둘의 하모니는 ‘판타스틱 듀오’였다. ‘대학가요제’랑은 결이 어울리지 않을 듯싶었는데 대학생 대상 여론조사에서 초대하고 싶은 가수 맨 윗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무대를 휘저었고 객석은 물론 중계차의 제작진까지 들썩거릴 정도였다.</p> <p contents-hash="640ceae2fb6e7e04bdf2e81b00634597416059506293a4df7db5336ccc52914a" dmcf-pid="qpBrwoloWo" dmcf-ptype="general">계절이 바뀔 때마다 시간을 잘 보내야겠다고 마음먹는 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절감한다. 우리가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시간이 우리를 보내는 거다. 시련도 마찬가지다. 시련이 우리를 찾아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제 발로 시련을 찾아가는(건드리는) 일이 비일비재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de541e94fca9d12160d0d7a4826dbbcc5c5c5691ac6e7de760f11df269bb7002" dmcf-pid="BUbmrgSghL"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08/munhwa/20250908090553683uhsh.jpg" data-org-width="300" dmcf-mid="FGPTvwZwTE"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8/munhwa/20250908090553683uhsh.jpg" width="658"></p> </figure> <p contents-hash="12c1522ceffe5f83512cf10d059dcc4a02f039bca548499ab69fd3c733339862" dmcf-pid="buKsmavaSn" dmcf-ptype="general">건모가 돌아왔다. ‘이렇게 비가 오는 밤이면 내 지친 그리움으로 널 만나고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난 너를 찾아 떠나갈 거야’(김건모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여행의 목적은 결국 집에 돌아오는 거다. 돌아오지 않으면 그건 방랑이거나 잠적이다. 기다려준 친구가 해야 할 일은 뭘까. 그냥 들어주는 거다. 짐을 들어주고 말을 들어주고 노래를 들어줘야겠다. ‘핑계’ ‘잘못된 만남’ 등 합창이 가능한 노래가 수두룩하다. 가사의 여운도 왠지 남다를 듯하다.</p> <p contents-hash="1b9c557ff9e6949538fd6634725a15512cf9f9219d0b9ef8b15ddb989f309ef8" dmcf-pid="K79OsNTNvi" dmcf-ptype="general">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노트르담 드 파리' 韓20주년 공연 개막…관객 기립박수까지 09-08 다음 장서희X김찬우 “저출산 시대, 우리가 조금이나마 힘 되길”(우아기)[일문일답] 09-08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